수시 모집요강 공개 ‘5월31일까지 마무리’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의대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매치’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끝난 싸움’이라고 평가한다. 입시일정이 확정되고 수요자들에게 고지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돌아섰다는 평이다. 이날 의협 측에서는 이번 의대 증원이 총선용이라며 전공의 면허정지 시 집단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역시 2000명 증원은 재론이 없다고 못박았다. 일각에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의대 정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21일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언급하며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입학정원을 결정하는 권한은 정부에게 있기 때문에 대학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러설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총선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의대증원 추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 최근에는 의대 증원 사태가 장기화하며 다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의대 증원부터 대입 반영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이유는 대입 수요자와 고교 대학이 모두 얽혀 있는 입시일정이 확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대학에서 학칙을 비롯한 전형계획 수정에 나섰을 뿐 아니라 수험생 역시 증원 규모에 맞춰 올해 대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대입에서 더 이상의 변동은 파행적인 입시를 낳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2025학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르면 대학은 4월 중으로 변경된 의대정원을 반영해 학칙과 전형계획을 수정하고 대교협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이후에는 5월31일까지 수정된 전형계획과 수시 모집요강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9월에는 수시 원서접수와 정시 모집요강 공개까지 예정돼 있어 사실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촉박한 2025입시.. 5월 말까지 전형계획 수정/모집요강 공개>
이번 의대 증원을 입시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변경과 후퇴가 어려워 보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 정원은 법으로 정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의대 정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교육부는 21일 이를 반박했다. 교육부는 21일 “9월 전에 대학별 의대 정원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대 정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에 따라 국가가 인력수급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으로, 대학이 임의적으로 정원을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에 따르면 교대 의약계열 국공립대 등의 입학정원은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정부가 정하며 대학은 이에 따라야 한다.
특히 2025학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르면 대학은 올해 5월31일까지 변경된 의대정원을 반영해 수정된 학칙과 전형계획, 수시 모집요강을 공개해야 한다. 일정별로 살펴보면 20일 정부의 대학별 의대 정원 발표 이후 각 대학은 4월까지 관련 학칙 개정과 지난해 공개한 2025전형계획 전형계획을 수정해 대교협에 변경사항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대교협이 4월 중 이를 승인하면 5월 말까지 변경된 사항이 반영된 수시 모집요강이 나오는 식이다.
한 번 공개된 전형계획은 대학 임의로 바꿀 수 없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개편과 정원 조정 등의 경우에는 대교협의 승인 아래 변경이 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한 의대증원의 경우 대학 구조개혁의 일환이므로 전형계획 수정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20일 증원분이 배분된 대학들에게 변경된 사항을 학칙과 전형계획에 반영해 오는 5월31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의대 증원분이 배분된 이상 되돌릴 수 없다고 평가한다.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입시에서 당장 올해부터 반영인 2025대입을 흔들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한다. 이미 대학에서는 의대 증원분을 받아들이고 학칙 변경과 전형계획 수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대입 현장에서는 이미 이번 의대증원이 수요자들의 준비를 배려하고 대입안정성 유지를 위한 ‘대입 4년예고제’의 취지와는 달리 ‘한 달 예고제’로 흘러가 시간이 촉박하다고 전한다. 한 상위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첨단학과 증원도 한 달 전 발표하더니 이번 의대증원까지 한 달 전 발표다. 각각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나 너무 급작스럽고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4~5월까지 전형계획 변경, 수시모집요강 발표, 9월 수시 원서접수/정시요강 발표 등 이미 입시 타이밍상으로도 발표가 늦은 감이 있다. 여기서 더 흔들려버리면 2025입시가 무너지므로 교육부와 대교협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변동이 있어서는 안 되고 그럴 경우 입시가 파행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총선 지지율과 맞물린 의대 증원.. ‘신속 추진 불가피’>
내달 10일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이 대통령 지지율과도 연관이 있는 점 역시 의대 증원을 후퇴할 수 없는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대통령 지지율로 해석되는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 긍정평가율이 의대 증원을 강력히 추진하고 나선 2월 말부터 39%로 나타나는 등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율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30% 내외를 유지했지만, 설연휴 이후 2월3주 차에 33%, 2월4주 차에 34%로 오르더니 2월5주 차에는 39%로 한 주 만에 5%p 수직상승했다. 윤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 중 가장 많은 비율인 28%가 ‘의대 정원 확대’를 꼽았으며 ‘결단력/추진력/뚝심’ ‘외교’가 각 9%로 뒤를 이었다. 최근인 12일부터 14일 조사에서도 여전히 23%가 의대 정원 확대를 긍정평가 이유로 꼽았으며 ‘외교(12%)’에 이어 ‘결단력/추진력/뚝심’이 7%로 뒤를 잇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칼을 빼든 이상 무라도 썰어야 하는 형국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에는 의대 증원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점까지 신속하고 강경한 증원 추진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5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와 관련해 정부가 단계적인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면서 의대 증원 2000명 배분과 관련해서는 재론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 장관은 “앞으로 학칙을 개정하고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고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강대강 매치.. “소송 대응”vs“재론 없다”>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증원 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집행정지는 행정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법원이 일정 기간 처분의 집행이나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것을 뜻한다. 전공의 측 대리인은 “카데바(실험용 시신) 한 구당 학생 5~6명이 실습을 해왔는데 증원 시에는 30~40명이 실습하게 된다. 전문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지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재와 같은 의료 위기 상황에서 의사가 증원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입는 피해는 명확하다”며 소송 취소 결정을 요청했다.
같은 날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대형 로펌 등을 통해 행정소송으로 다툴 것이고 집단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이 4월 총선만을 위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 조직강화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정부는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2일 복지부 조 장관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배분에 대해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앞으로 학칙을 개정하고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는 등 절차를 진행할 것이고,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해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정상적인 수련이 가능한 의료 체계를 만들어가겠다”며 “의료계가 얻은 사회적 신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전공의 여러분께서는 환자분들 곁으로 돌아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며, 의대 교수님들께서도 사직 결의를 거두어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