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중심 논술에서 학생부종합으로 바뀌는 계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고려대가 파격적인 입시개편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재호 고대총장이 밝힌 고대의 입시개편방안은 논술을 폐지하고 정시를 축소하는 대신 학생부종합을 확대하는 것이어서 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서울대가 끌어온 학생부종합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고대는 이와 함께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한 새로운 장학금시스템을 만들고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어서 대학 장학금 체제전환의 출발점도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가 논술폐지/정시비중 최소화/학과별 심층면접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입시제도 개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6일 진행한 직원 대상 강연에서 입시제도 개편을 논의중임을 밝혔다. 고대 입시개편안의 골자는 △논술 폐지 △정시 비중 최소화 △학과별 심층면접 도입 등이다. 염 총장은 사교육 비중이 높은 사회 구조는 불공정하다며, 수능 만점을 받기 위한 테크닉만 훈련된 학생을 배제하려 한다는 입장을 통해 정시비중을 줄이는 이유를 제시했다. 염 총장의 개편 발언은 논술을 폐지하는 대신 심층면접을 베이스로 하는 학생부종합을 확대하는 것이서 파란이 예상된다. 이미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으로 75%가까이 선발하는 상황이고 서강대가 이르면 내년부터 정시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고대의 정시 축소 학생부종합 확대 방침은 대입 수시의 무게축이 학생부종합으로 옮겨가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가 추진하는 입시제도 개편내용과 2017학년 전형계획을 종합 고려해보면 현행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논술을 폐지하고 정시비중을 최소화 하는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인 학교장추천전형이나 융합형인재전형으로 정원이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3년 10월 확정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서 특기자전형의 축소를 권고해온 만큼 특기자를 확대하기도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늘어나는 경우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체제와 유사한 형태를 띄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은 서울대 지균과, 융합형인재전형은 서울대 일반전형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크다. 두 학교 모두 학생부종합전형간 중복지원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지균과 일반전형, 고대는 학교장추천과 융합형인재전형간 복수지원을 금지한다.

학교장추천전형의 경우 재학생 대상으로만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점도 유사한 지점이다. 고대 학교장추천전형은  올해 고3이 치르는 2016학년까지 재수생과 재학생에게 지원자격을 부여했으나 올해 고2가 치르는 2017학년부터 재학생 중 5학기 이상 교과성적이 기재돼 있는 자로 학교장추천 인원을 제한, 조기졸업자를 제외한 재학생 대상으로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서울대 지균과 유사해진다.

학교장추천전형이 학생부교과반영비율이 높은 지점도 지균과 유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지점으로 꼽힌다. 고대 학교장추천전형은 지균과 달리 단계별전형을 실시하지만 학생부교과 반영비율이 90%+학생부비교과 자소서 추천서가 10%로 학생부교과성적 반영비율이 높다. 서울대 지균 합격자가 내신 1등급대인 학생들이 많은 만큼 학생부교과가 어느정도 비중이 있음을 고려하면 성격이 유사한 셈이다.

교육계의 한 전문가는 “입시개편 내용이 확정돼 발표돼야 정확한 내용과 시점을 알 수 있겠지만 고대가 추진하고 있는 입시제도 개편과 2017학년 전형계획, 교육부 정책을을 종합해 생각해보면 학생부전형의 확대가 예상된다. 서울대 처럼 재학생 대상 학교장추천전형과 일반전형격인 융합형인재전형의 두 축을 중심으로 전형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으로 모집인원의 75%를 선발하며 학생부전형을 이끄는 상황에서 서강대의 폐지 추진, 고려대의 논술폐지 및 심층면접 강화 등이 반영된 학생부전형 구축으로  입시업계는 큰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입시제도와 더불어 장학금 제도도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염 총장은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을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적 장학금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폐지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는 전액장학금과 생활비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염 총장은 강연에서 성적 우수자에게는 명예를 부여하는 것이 옳으며, 경제적 보상은 필요로 하는 학생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금 관련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은 재학생 커뮤니티와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염 총장의 주장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옳다고 보는 반면, 반대하는 학생들은 성적 장학금의 일방적 폐지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주어지는 부분은 찬성하나 재원 마련이 왜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되는지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는 14일 오후2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장학금 제도 개편안의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훈 입학전형기획팀 과장은 입시 개편안 관련 고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논의가 더 진행돼야 하는 사안으로 구체화한 것이 아니며, 공식 입장을 따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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