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40% 상황에서 실효성도 의문”.. 소송 증가 가능성 우려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현 고1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6대입부터 ‘학교폭력(이하 학폭)’ 가해기록 반영이 의무화된다.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학생부에 담긴 학폭 처분기록이 반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6학년부터는 학생부전형뿐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전형에서도 학폭 기록이 필수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입 모든 전형에서 학폭 가해자의 불이익이 적용되는 셈이다. 

학생부 보존기록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 따라서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재수나 3수를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가해학생이 학폭 조치사항 기재 회피를 목적으로 심의 전에 자퇴할 수 없도록 시행령도 개정한다. 자퇴한 가해학생의 학폭 조치사항도 신설되는 학생부 내 ‘학폭 조치 상황란’에 기록하도록 했다. 다만 앞서 5일 당정회의에서 거론된 ‘취업 시까지 반영’은 포함되지 않았다. 

2차 가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한다.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차단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이 가중된다. 분리 기간도 현행 3일 이내에서 7일 이내로 연장하는 등 ‘학폭 예방법’ 및 시행령을 개정한다. 정부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학폭 대책 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이날 “우리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은 교육의 기본이고 국가의 가장 큰 책무”라며 “이를 위해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 연장, 대입 반영 강화, 피해학생 심리/의료/법률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세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날 대입에서 정시 학폭 기록 반영기준은 정해지지 않아 대학의 입시전형에 따라 처벌강도가 나뉠 것”이라며 학폭 처벌에 대한 의문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 대학관계자는 “교육부의 구체적 가이드 라인이 없고, 대학 자율이라니 당혹스럽다”며 “불이익에 불복하는 학생의 소송 민원 등 후폭풍을 모두 대학 측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시에서 학폭 기록이 반영되면 앞서 서울대가 정시에서 적용했던 ‘감점’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다. 실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 가해기록으로 서울대 정시에서 2점 감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입학한 것과 같은 사례가 더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전문가는 “상위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가 40%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정시 학생부 가해기록 반영은 실질적으로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불이익이 아니면 정 변호사 아들 사례와 같이 사실상 무의미할 것”이라며 “학생부를 정성평가해 반영하는 학종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가야 실질적인 효과가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대입 정시 학폭 반영의 구체적인 내용은 올해 8월 공개되는 2026학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2025학년 대입의 경우 일부 대학은 선제적으로 정시 수능전형에 학폭 가해기록을 반영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22일 베리타스알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중 고대 연대 한대 중대 시립대 건대 6개교가 2025대입에서 정시에 학폭 가해기록을 반영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2025정시부터 학폭 가해기록을 반영하는 대학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2일 2026대입부터 학폭 가해기록 반영이 의무화되고, 학생부의 학폭 처분기록 보존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의결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정부는 12일 2026대입부터 학폭 가해기록 반영이 의무화되고, 학생부의 학폭 처분기록 보존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의결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학폭 2026대입 정시 반영, 학생부 보존기록 4년으로 연장>
이번 대책의 골자는 학폭 조치사항의 대입반영을 강화하고, 학생부 보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학폭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 결과를 2026학년 대학 입시부터 정시모집 전형에 의무 반영한다. ‘2026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대입 수능, 논술, 실기실적 전형에서도 학폭 조치사항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부에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조치 등 중대한 학폭 처분기록의 보존 기간을 기존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해 대학 졸업 시까지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도록 개선했다. 졸업 직전 기록 삭제를 심의할 때는 피해학생 동의와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를 반영한다. 가해학생이 학생부 조치사항 기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자퇴하는 것을 막고자 학폭위 조치 결정 전에는 자퇴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자퇴생의 학폭 조치사항 여부도 신설되는 학생부 내 ‘학폭 조치 상황란’에 기록해 대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학폭 근절 대책은 최근 불거진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을 계기로 마련됐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 가해기록으로 서울대 정시에서 2점 감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 변호사 아들은 앞서 민사고에서 학폭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으나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서울 반포고로 전학을 간 뒤 서울대에 정시로 합격한 것이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그간 학폭 징계기록은 학생부에 기재돼 왔지만, 학생부를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와 달리 정시에는 아예 반영되지 않거나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불복 절차를 밟는 학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호 이상 처분을 받아 학생부에 학폭 가해기록이 남은 학생은 이제 수시를 비롯해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심판 및 소송을 통한 가해학생 불복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폭 조치 결정 이후에도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및 행정소송 제기 건수는 2020년 480건에서 2021년 751건, 2022년 889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통상 학폭 발생 시 경제적 여력이 있는 학부모는 초기부터 변호사부터 선임하고, 정 변호사 아들 사례처럼 ‘시간 끌기’로 대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부는 이러한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학폭 조치사항 기록을 학생부에서 삭제할 때 피해학생의 동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불복소송을 제기하면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담았지만 정 변호사 아들 사건에서 지적됐던 가해학생의 불복소송 기간 단축 등의 대책은 포함되지 않아 정 변호사 아들과 같이 ‘끝장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날 교총은 “처벌은 수단이고 목표는 관계 회복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며 “학폭예방/지원센터가 가/피해 학생 간 화해, 중재, 관계회복에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과도한 처벌은 피해 사실의 인지, 반성, 사과,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노력을 자극하기보다 회피 전략을 부추길 뿐”이라며 “처벌로 인해 학업이나 진로에 영향을 받으면 그들은 학교와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잃고 더 큰 범죄나 폭력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폭 처벌 유형은 1~9호로 나뉜다. 1호 서면사과, 2호 피해학생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교내외 전문가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 등이다. 여기에서 ‘중대 처분’은 4호 사회봉사 이상을 뜻한다. 변경된 내용에 따르면 4호 이상 처분 결과로 이어지면 4호 5호는 학생부에 학폭 가해기록이 2년간 기재되는 점은 동일하지만, 6호 7호는 4년간 기재된다. 9호 퇴학 처분을 받았다면 기존과 같이 기록 삭제가 불가능하다. 다만 4~7호의 경우 2~4년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학내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 직전 지울 수 있다. 8호의 경우 졸업 후 예외 없이 4년간 보존된다. 이하 1~3호는 졸업 시 학생부에서 학폭 기록이 삭제된다.

<서울 고교 학폭 37% ‘중대 처분’.. 대입 반영 소송 늘까>
일각에서는 가해자 ‘엄벌주의’를 적용해 학폭 조치사항을 정시 전형까지 확대하고, 학폭 조치사항에 대한 학생부 보존 기간이 늘어날 경우 가해학생 측의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서울 고교 학폭 가해학생의 37.2%가 비교적 처벌 수위가 높은 ‘중대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번 대책으로 대입에서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학생이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2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서울 320개 고교의 최근 3년간(2020~2022년) 학폭 심의/조치 현황 분석한 결과 심의 건수는 총 2112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처벌건수는 총 4206건 발생했다. 이 중 처벌 수위가 비교적 높은 4호 이상 중대 처분을 받은 비율을 보면 1563건으로 37.2%에 달한다. 자치구별 심의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로 223건(10.6%)이다. 이어 은평구 149건(7.1%), 강서구 136건(6.4%), 송파구 128건(6.1%), 강남구 112건(5.3%) 순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4호 이상의 처분을 받은 서울 고교생이 37.2%로, 대입 정시에서 불이익을 받는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이 많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대입 반영 시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강력한 심의 요구와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법리적 판단, 이의제기 등의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폭 처벌 받아도 졸업 전 학생부 기록 삭제 80%> 
기존 4호 이상 중대 처분을 받은 가해학생은 학생부에 2년간 학폭 기록을 보존해야 했지만, 졸업 전 학내 학폭 전담기구 심의를 열어 가해기록을 삭제하는 경우가 78.2%에 달해 이번 학폭 근절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번 정부의 학폭 근절 대책 수립의 계기가 된 정 변호사의 아들 역시 졸업 전 학폭 기록을 삭제해 논란이 됐다. 

12일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2020~2022년 학폭 가해학생 조치 사항(4·5·6·8호) 삭제를 위한 전담 기구 심의 및 삭제 건수’를 받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심의 건수 2만9003건 중 약 2만2691건(78.2%)이 삭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심의 건수 대비 삭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각 91.6%의 강원과 전남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과 광주(각 88.5%) 전북(87.1%) 경북(84.9%) 등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경남으로 32%였고, 제주(46.8%) 충남(59.3%) 부산(59.5%) 순이었다.

이처럼 중대 처분을 받아도 심의를 통해 학생부의 가해기록을 삭제할 수 있어 이번 정부의 대책도 빈틈이 생겨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담기구는 심의를 통해 가해자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 변화 등을 검토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데 심의 대상에 오르기만 하면 대부분 삭제를 해주고 있어서다. 한 교육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학폭 징계기록은 심의를 거쳐서 졸업 시 삭제할 수 있는데 무조건 보존이 아니고서야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교육관계자들은 “심의에서 삭제하지 않으면 학교가 학부모 민원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학폭 가해자에게 대입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과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담기구의 심의 사항을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와 재발을 막는 보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대한 학폭’의 경우 전담기구 심의 대상은 가해학생이 4, 5, 6, 7호 조치를 받은 경우 ‘조치 결정일로부터 졸업학년도 2월 말일까지 6개월이 경과된 경우’와 ‘다른 사안으로 가해학생 조치를 받지 않은 경우’의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오를 수 있다. 

<대입 불이익 ‘예외’ 학교 밖 청소년, 소년 범죄와도 엇박자> 
이번 대책으로 고교 재학생인 학폭 가해자는 대입에서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나 소년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등에게는 큰 불이익이 없거나 이중처벌 등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11일 이은주(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아 발표한 ‘2018∼2022년 학폭 가해학생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 가해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청소년은 1만4432명이었다. 이들의 35.5%(5122명)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다. 학폭 관련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2018년 38%, 2019년 38.8%, 2020년 40.7%, 2021년 37.7% 등 30~40%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학폭 가해자의 절반가량이 학교 밖 청년이라 반쪽자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의원은 “교육부가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며 학생 아닌 청소년이 학폭 가해자인 경우도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년 범죄나 비위를 저지른 학생은 소년법에 따라 기록이 남지 않아 페널티가 없는데 이보다 경미한 학폭의 경우 대입에 불이익이 주어져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소년법 제23조에는 ‘보호 처분은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학생부에 남기거나 불이익 처분도 받지 않는다. 반사회적 환경의 놓여있는 소년을 처벌하는 목적보다는 교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학폭의 경우 학생부에 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것은 소년법상 취지에 맞지 않고, 학교 내 다른 처벌이나 학폭 처벌 간 법적 사회적 형평성 문제 등 추가적인 논란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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