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갑자기 3일 전부터 허리가 아프네요. 이런 요통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습니다.” 허리에 손을 대고 절뚝이며 내원한 50대 초반의 환자가 ‘갑자기’ 요통이 생겼다고 말했다. 요추의 뼈들을 촉진해보니 돌발적으로 생긴 요통이 아니었다. 직장에선 항상 구부정하게 모니터를 보고 있고, 퇴근해도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시간이 많은 분이었다. 당연히 허리뼈가 정상적인 위치보다 후방으로 밀려난 후만증이 심해진 상태였다. 척추 중에서 허리뼈 다섯 마디가 정상 위치보다 뒤로 밀려나면 주변의 기립근과 요방형근의 피로가 가중된다. 근육의 피로가 심각해지면 결국 미약한 충격에도 근섬유가 손상되어 요통이 발생한다.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본인은 어느 날 갑자기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허리에 부담을 주는 행동이 누적되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감염병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병은 이처럼 발병 원인이 지속해서 쌓인 후에 발생한다. 병을 방지하려면 자동차를 정비하듯이 우리 몸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듯이 우리 몸도 시간이 지나가며 고장이 나고, 노화도 진행된다. 누구도 몸의 노화가 빨리 진행되길 원하지 않지만, 실생활에선 정비하지 않고 마구 쓰고 있다.

두 분의 동갑내기 여자 환자분을 자주 본다. 나이는 같지만 두 분의 외모로 판단되는 나이는 완전히 다르다. 한 분은 내가 누님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젊으시고, 다른 분은 어머니 정도의 나이, 아니면 이모급이라고 보일 정도이다. 두 분의 생활과 자기관리 방법을 살펴보니 큰 차이가 있었다. 30년 이상 꾸준히 운동하고, 규칙적인 식습관과 먹거리 관리로 성인병도 방지하고, 11시를 넘기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좋은 습관이 건강하게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으로 보였다.

건강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위는 소화기계 심혈관계와 근골격계이다. 몸에서 잔 고장을 일으키고, 결국 큰 병도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여온 심장은 피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식생활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고, 혈전이 쌓이게 되면 심장은 더 힘들어진다.

소화기의 사정도 별다를 것이 없다. 잘 씹지 않아서 부담을 주기도 하고, 너무 많이 먹어 힘들게도 만든다. 게다가 40대 후반에 치아까지 나빠지게 되면 소화기가 받는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화불량도 생겨나고 위염도 생기고, 위궤양도 발생한다. 자동차를 잘 정비하듯 소화기 관리를 잘하는 요령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식사량을 적절하게 줄이는 것이다. 요즘 성인병의 대부분은 과영양으로 생겨난다. 소식하면 과영양으로 발생되는 여러 성인병을 예방하고 몸 안의 장기를 덜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적게 먹으면 소화기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체내에 노폐물이 덜 쌓이게 하는 것도 소식의 장점이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음식도 피해야 한다. 작년까지 냉면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올해엔 냉면 먹으면 소화가 덜 된다고 느끼면 그걸 인정해야 한다. 이제 나도 물냉면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하단 것을 인정해야 한다. 냉면 한 그릇이 아니라 반 그릇으로 줄여보고, 그래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면 포기를 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작년의 나의 육체와 올해의 내 몸이 달라졌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매일 하던 운동량도 힘이 들면 줄여야 한다. 지난해엔 호수공원을 40분 만에 돌 수 있었는데 이젠 힘들다면 45분으로 늘려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 운동하다가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야 한다.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하루 이틀 쉬었다가 다시 운동해도 통증이 있다면 치료받아야 한다. 자동차도 오래 세워 놓으면 여기저기 녹이 슬듯이 몸도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은 위축된 근육을 적절히 자극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꾸준한 운동은 혈관의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역할도 한다. 혈관 벽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주는 역할도 하고 혈관의 탄력도 되살려준다. 물론 자기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 서서히 강도를 높여야 한다.

자기가 무난하게 감내할 수 있는 운동량이나 노동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알아야 건강이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이 60이 넘어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일 밤을 꼬박 새우며 일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20대 초반에 운동을 안 하다가도 축구 한 게임은 거뜬했는데, 사십 줄을 넘어서면 1주일 이상을 고생한다. 지난해만 해도 폭탄주 10잔은 문제없었는데 이제는 몇 잔도 어렵다. 그만큼 노화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몸은 늙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지만 1년 혹은 2년 전과 비교하면 소화기계, 심혈관계 등의 능력은 떨어진다. 한마디로 자신의 현실, 저하된 체력을 받아들이란 얘기다.

이 대목에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건강은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수직으로 하강한다. "왕년엔 내가 3일 낮 밤으로 일했어도 끄떡없었다"고 무리를 하게 되면 틀림없이 병이 난다. 통증이나 만성피로는 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인제 그만 쉬어야 한다는 신호다. 이런 신호가 오는 것을 무시하고 계속 무리를 한다면 건강은 수직으로 하강한다. 그 다음에는 안타깝게도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떨어진 상태보다 조금 회복되는 수준에서 그친다. 건강이 나빠진 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운동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름없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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