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수능이 끝나고 사교육 입시기관은 앞다투어 N수 정규반 개강 공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여러 학원을 돌며 상담을 받는 것은 물론 등록을 위해 학원 앞에 오랜 시간 줄을 서기도 합니다. 정규반 보다는 일찍 개강하는 재수선행반은 조기마감되고 대기자 명단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은 “인기 단과반은 하루만에 마감된다”며 이미 재수를 마음먹고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고 전해왔습니다.

대표 수험생 커뮤니티인 ‘수만휘’에는 수능 직후인 11월18일부터 12월31일까지 재수 관련 게시글이 2000개가 넘게 올라왔습니다. 수능 당일인 11월17일부터 11월23일까지 일주일만 살펴봐도 무려 311개에 달합니다. 아직 점수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던 것입니다. 에듀윌에서 지난해 12월21일 2023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대학 편입 및 재수 고민’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33.7%가 ‘편입/재수 고민’, 19.7%가 ‘편입/재수 준비 중’이라 답했습니다. 수능이 끝난지 4일만에 절반 이상이 편입/재수를 고민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의약돌풍에 겹친 수학중심의 통합형수능 학습효과로 재수나 반수를 택하는 수험생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정시확대라는 지형변화에서 재수 반수가 유리해진 건 사실이지만 100%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그러면 재수성공의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실적 좋은 재종학원이나 과목별 1타강사, 시설좋은 환경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문가들은 재수성공은 심리적 요인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고 여깁니다.

전문가 A씨는 성공요인으로 정신게임을 위한 바닥다지기를 강조했습니다. “또래경쟁인 수능은 8할, 어쩌면 9할이 정신게임이다. 대충 재수한다고 설쳤다간 슬럼프가 오는 6월달쯤 대부분 퍼진다. 정신 차려보면 수시 원서 쓸 때가 왔을 것이다. 현실세계에선 막연히 바닥이라고 여겼지만 지하1층 지하2층… 늘 지하세계가 존재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역으로 골이 깊을수록 산도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깨질 때 왕창 깨져서 더이상 없을 만큼 바닥을 확인해야 발로 차고 올라올 수 있고 더 이상 내려갈 일도 없다. 슬럼프 기간을 겪거나 나태해진 정신에 빠질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전문가 B씨는 요즘 세대가 좋아하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비결로 꼽았습니다. 춘추시대 유학자 공자의 말에 빗대면 ‘스스로 한계 짓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 염구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도를 행하기가 저로서는 역부족이다”고 말하자 공자는 “역부족이라고 함은 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다.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을 뿐이다”고 일침했습니다.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게임과 축구를 통해 2022년 최고의 명언으로 떠오른 중꺾마는 같은 얘기입니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작도 끝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기본으로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같은 얘기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직 2023정시 일정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초합격자 합격자 발표는 2월6일까지이며 등록은 2월9일에 마감합니다. 등록까지 끝나면 이후 추가합격(미등록충원)을 실시합니다. 예비번호를 부여하고 순서대로 합격시키는 방식입니다. 추합 등록 마감일은 2월17일입니다. 특히 대입의 ‘마지막 찬스’라고 불리는 추가모집의 합격 통보는 2월28일입니다. 무려 한 달가량 남은 셈입니다.

경쟁률이 매우 낮아 합격 가능성이 높아져도, 미달 가능성이 있어도, 심지어는 추가모집의 기회가 남았음에도 바닥을 확인할 기회에서 도피하는 수험생들이 많습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는 이유로 성급히 재수를 택하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처받기 싫어 도피하는 것이 바닥을 다지지 않은 출발을 만드는 셈입니다. 아직 올해 정시 추가합격과 추가모집이 남았습니다. 추가합격까지 기다려보고 마음 졸여보고 그 과정속에서 상처받고 깨지면서 바닥을 확인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는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올해 입시의 상처를 고스라니 인정하고 바닥을 다지는 데서 출발하고 결국 깊은 골이 높은 산을 만든다는 믿음과 중꺾마의 정신으로 한해를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게 재수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하늘은 늘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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