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가 작심하고 쓴 ‘우리를 살게 하는 앎’

[베리타스알파=신승희 기자] 책 ‘최재천의 공부’는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 사랑을 실천해온 연구자이자, 인류의 삶을 관통하는 통찰을 제시해온 교육자, 최재천 교수가 꼭 쓰고 싶었던 책이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며 겸손을 실천해온 지성인 최재천 교수가 ‘공부’를 주제로 우리에게 대화를 거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 교육이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 “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 벌어져 겨우 서로의 안녕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늘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담론의 장을 열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국영수’에만 집중하다가 전염병에 걸쳐 죽는 세상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는 성찰도 있다.

책은 다독임을 넘어 행동하게 만드는 인생 공부 책이다. 책에는 이런 메시지가 스며 있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바닥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인간 사회 자연을 알아가려는 기꺼운 노력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기 위한 분투다.’

놈 촘스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리베카 솔닛, 마사 누스바움, 이해인 수녀 등을 인터뷰한 안희경 저널리스트의 밀도 높은 질문과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가감 없는 답변으로 만들어졌다.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두 저자의 질문과 답변이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독자는 서서히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책에는 그간 우리 사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온 최재천 교수의 육성이 생생하게 담겼다. 특히 최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기숙사 사감을 하며 배운 것, 서울대에서 이화여대까지 교수로 생활하며 겪고 느낀 것을 담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에서의 생활은 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 곳에서 최 교수는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를 만났고, 공부의 비결이자 일 잘하는 비법을 터득했다. 바로 일주일 전에 해야 할 일을 미리 해치우는 것. 최 교수는 일주일 전에 할 일을 미리 끝내고 틈날 때마다 여러 번 조금씩 고치는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런 습관 덕분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지점인 토론하는 법도 하버드대에서 깨우쳤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식”의 토론이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가는 토론이 진정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풀어놓는다. 최 교수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는 시간만큼 홀로 있는 시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함께 모여서 해야 할 일도 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조사하고 읽는 시간”에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읽기 쓰기 말하기’의 힘이 중요한 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최 교수의 방법은 색다르다. 최 교수는 글을 쓸 때 일주일 전에 초고를 쓴 뒤 “한 50번” 퇴고하면서 숨쉬기 편한 문장을 만든다. “취미 독서”가 아닌 “기획 독서”를 ‘빡세게’ 하자고 권한다. 무엇을 어떻게 쓰고 읽어야 할까에 관한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책 읽기에 대해 강연할 때 저는 코끼리가 똥 누는 사진을 화면에 띄웁니다. 코끼리 똥 실제로 보신 적 있으세요? 어마어마합니다. 들어간 게 있어야 나오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은 독서를 안 하는데도 글을 제법 쓴다고 말해요.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많이 읽은 사람들이 글을 잘 써요. 읽은 내용을 기억해서 베끼는 게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합니다.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외에도 최 교수는 ‘입시 지옥’에서 ‘취업 지옥’으로 이어지는 비참에서 벗어나는 궁극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안을 내놓는다. 자신을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사는 법과 ‘N잡러’ 시대에 정말 딴짓을 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다. 1인자가 독선에 사로잡혔을 때의 폐단과 모두가 공생하는 삶의 중요성을 동물 세계에 빗대어 들려주기도 한다. “자연계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온 그의 삶이 깃든 공부 이야기”가 당신의 일상에 “은근한 변화”를 일으키길 바란다. (최재천/안희경 지음, 김영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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