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 열풍’과 ‘통합 수능’이 불러온 사상초유 ‘미달’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022학년 전국 30개 외고의 경쟁률은 정원내 0.98대1(모집 5791명/지원 5651명)이다. 지난해 경쟁률 1.04대1(5837명/6090명)보다 하락했다. 모집인원이 46명 줄었지만, 지원자가 439명 줄어 경쟁률이 하락, 미달을 기록했다. 올해 경쟁률이 상승한 곳은 성남 전남 제주 한영 고양 인천 경북 부일 8개교다. 지난해의 경우 30개교 중 제주외고 1개교만 경쟁률이 상승하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해 대규모 하락 사태를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락’이 올해는 ‘미달’로 번진 모습이다. 올해 미달을 기록한 곳은 17개교로 전년 14개교보다 늘었다. 특히 강원외고와 부산외고는 각 2010년, 1985년 개교 이래 첫 미달이다. 올해 중3 학령인구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음에도 30개교 중 과반수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는 학령인구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며 지원할 수 있는 중3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의하면 중3 학생이 42만8773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5596명 늘었다.

올해 외고의 첫 ‘미달’ 사태를 불러온 배경은 의약 열풍과 통합형 수능 등 최근 급변한 대입체제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 우선 올해 의약계열 열풍으로 일반고 자사고에 대한 진학 수요가 높아지면서 자연계가 없는 외고가 상대적으로 불리했을 가능성이다. 게다가 올해 처음 실시된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 불리함이라는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의약 열풍을 비롯해 반도체 등 4차산업 관련 학과 신설로 인문계 문호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인문계로만 이뤄진 외고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감소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서울대 정시 인문계 모집비율은 38.62%(387명)로 지난해 39.81%(299명)보다 1.19%p 축소됐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올해 일시적인 학령인구 반등으로 대부분의 특목/자사고의 경쟁률이 상승한 것과 비교해 외고는 미달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들은 경쟁률이 상승한 곳도 있어, 수요자들의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21 서울대 고교별 등록실적 톱50에 포함된 대원 명덕 대일 한영 고양 대전 6개교는 경쟁률이 오히려 상승하는 등 미달을 기록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다만 인문계만 존재하는 외고 특성상 의대 정원 증원, 약대 학부선발 등 의학계열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 중 외고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리타스알파의 경쟁률 집계는 타 매체의 경쟁률 집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국 30개 외고는 정원내 전형과 정원내 전형을 둘 다 운영하지만 베리타스알파는 정원내 모집/지원인원만을 바탕으로 경쟁률을 집계하기 때문이다.

2022학년 전국 30개 외고의 경쟁률은 정원내 0.98대1로 미달을 빚었다. 지난해 1.04대1보다 하락했다. 경쟁률 1위는 수원외고로, 1.59대1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학년 전국 30개 외고의 경쟁률은 정원내 0.98대1로 미달을 빚었다. 지난해 1.04대1보다 하락했다. 경쟁률 1위는 수원외고로, 1.59대1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체 경쟁률 1위 ‘수원’.. 대원 대일 김해 성남 톱5>
수원외고는 1.59대1로 올해 전체 외고 중 1위를 기록했다. 200명 모집에 317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다른 외고들과 같이 경쟁률이 하락, 1.13대1(200명/225명)로 10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9계단이나 상승했다. 2020학년에는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예년 경쟁률을 회복해가는 모습이다. 이어 대원 지난해 1.13대1(250명/282명)→올해 1.38대1(250명/346명), 대일 1.22대1(250명/305명)→1.35대1(250명/337명)까지 톱3을 형성했다. 우수한 대입실적을 보이며 명성을 떨쳐온 서울 지역 이들 외고는 이번 대규모 ‘미달’ 사태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톱5까지 김해 1.46대1(125명/182명)→1.25대1(125명/156명), 성남 1.13대1(200명/226명)→1.21대1(200명/241명)이다. 지난해 대비 김해는 하락, 성남은 상승했다.

이어 명덕 1.35대1(250명/338명)→1.19대1(250명/298명), 전남 1.02대1(125명/128명)→1.17대1(100명/117명), 제주 1.03대1(100명/103명)→1.13대1(100명/113명), 한영 1.03대1(250명/258명)→1.1대1(250명/274명), 충남 1.19대1(140명/166명)→1.06대1(140명/148명), 대전 1.24대1(250명/310명)→1.05대1(250명/263명), 미추홀 1.49대1(192명/286명)→1.02대1(192명/196명), 고양 0.98대1(250명/246명)→1.01대1(250명/252명) 순이다. 특히 고양은 올해 경쟁률이 상승하며 지난해 미달에서 벗어났다.

미달을 기록한 16개교는 부산 1.24대1(250명/310명)→0.99대1(250명/247명), 인천 0.84대1(225명/189명)→0.98대1(225명/220명), 경기 1.09대1(200명/217명)→0.94대1(200명/187명), 청주 0.97대1(175명/169명)→0.93대1(175명/163명), 경북 0.78대1(125명/98명)→0.93대1(125명/116명), 부일 0.81대1(200명/161명)→0.87대1(200명/173명), 강원  1.07대1(125명/134명)→0.85대1(125명/106명), 서울 0.95대1(250명/238명)→0.79대1(250명/198명), 전북 0.91대1(160명/145명)→0.76대1(160명/121명), 경남 0.88대1(200명/175명)→0.75대1(200명/149명), 이화 0.9대1(150명/135명)→0.74대1(150명/111명), 안양 0.84대1(250명/210명)→0.7대1(250명/174명), 울산 1.09대1(175명/191명)→0.69대1(175명/121명), 대구 0.85대1(120명/102명)→0.68대1(120명/82명), 과천  0.81대1(250명/202명)→0.68대1(250명/170명), 동두천 0.85대1(200명/169명)→0.65대1(200명/129명), 김포 0.95대1(200명/190명)→0.63대1(200명/126명) 순이다.

<일반 경쟁률 평균 1.07대1 ‘하락’.. 수원 대원 대일 명덕 성남 톱5>
정원의 80% 상당을 모집하고 실질 경쟁률로 여겨지는 일반전형 경쟁률 30개교 평균은 1.07대1(4610명/4937명)이다. 지난해 1.11대1(4091명/4544명)보다 하락했다. 수원 대원 대일 명덕 성남 순으로 톱5를 형성했다. 1위에 자리한 수원외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1.67대1(160명/267명)이다. 지원인원이 지난해보다 73명 늘어 1위로 상승했다. 이어 대원 1.25대1(200명/249명)→1.53대1(200명/305명), 대일 1.34대1(200명/267명)→1.51대1(200명/302명), 명덕 1.5대1(200명/300명)→1.34대1(200명/267명), 성남 1.2대1(160명/192명)→1.31대1(160명/210명) 순으로 톱5다.

이어 1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곳은 한영 1.18대1(200명/236명)→1.3대1(200명/260명), 전남 1대1(100명/100명)→1.29대1(80명/103명), 김해 1.48대1(100명/148명)→1.21대1(100명/121명), 충남 1.2대1(108명/130명)→1.19대1(108명/128명), 청주 1.06대1(140명/148명)→1.18대1(119명/140명), 고양 1.05대1(200명/209명)→1.17대1(200명/233명), 대전 1.32대1(200명/263명)→1.07대1(200명/214명), 미추홀 1.52대1(153명/232명)→1.05대1(153명/160명), 경기 1.26대1(160명/202명)→1.03대1(160명/165명), 인천 0.93대1(180명/167명)→1.03대1(180명/185명), 부산 1.34대1(200명/267명)→1.01대1(200명/202명), 부일 0.9대1(160명/144명)→1대1(160명/160명), 제주 1.03대1(80명/82명)→1대1(80명/80명) 순이다.

일반전형에서도 미달을 기록한 곳은 12개교다. 경북 0.86대1(100명/86명)→0.97대1(100명/97명), 강원 1.08대1(97명/105명)→0.94대1(97명/91명), 서울 1.07대1(200명/214명)→0.92대1(200명/183명), 이화 1.09대1(120명/131명)→0.87대1(120명/104명), 과천 0.93대1(189명/176명)→0.84대1(189명/159명), 전북 0.94대1(128명/120명)→0.8대1(128명/103명), 울산 1.14대1(140명/159명)→0.8대1(140명/112명), 안양 0.92대1(200명/184명)→0.79대1(200명/158명), 대구 0.94대1(96명/90명)→0.78대1(96명/75명), 김포 1.03대1(160명/165명)→0.74대1(160명/119명), 경남 0.93대1(160명/149명)→0.74대1(160명/119명), 동두천 0.91대1(160명/145명)→0.72대1(160명/115명) 순이다.

<전체 경쟁률 미달 17개교.. 지난해 14개교>
올해는 부산 인천 경기 청주 경북 부일 강원 서울 전북 경남 이화 안양 울산 대구 과천 동두천 김포 17개교가 전체 경쟁률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지난해 14곳에서 17곳으로 3개교 늘었다. 부산의 경우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63명이나 줄었다. 부산에 이어 지원인원이 감소한 곳은 경기 30명, 청주 6명, 강원 28명, 서울 40명, 전북 24명, 경남 26명, 이화 24명, 안양 36명, 울산 70명, 대구 20명, 과천 32명, 동두천 40명, 김포 64명 등 13곳이다. 

반면 지난해보다 지원인원이 늘었음에도 미달을 벗어나지 못한 곳은 인천 31명, 경북 18명, 부일 12명 3곳이다. 인천의 경우 일반전형은 1.03대1을 기록했지만 사회통합에서 0.78대1로 미달을 겪으며 전체 경쟁률이 하락했다. 경북은 지난해 전체 경쟁률인 0.78대1에서 올해 0.93대1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미달을 벗어나지 못했다. 부일의 경우 일반은 1대1로 정원을 모두 채웠지만, 사회통합에서 0.33대1의 낮은 경쟁률을 보이며 합산 경쟁률은 미달을 기록했다.

<‘의약 열풍’ ‘통합 수능’ 등 좁아진 인문계 문호>
올해 외고 경쟁률은 전체 미달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문계로만 이뤄진 외고 특성상 올해 수능체제 변경과 의약열풍 등 대대적인 입시환경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의대 정원 확대, 4차산업 관련 학과 신설 등 계속해서 인문계 문호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계로만 구성된 외고 지원 풀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의약학계열 진학 수요로 다양한 고교 유형 중 상대적으로 정시 실적이나 의대 합격실적이 높은 일반고 자사고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올해 처음 실시한 통합형 수능의 경우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인문계 학생들은 수시는 물론이고 정시에서도 불리함을 떠안게 됐다는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능 수학 영역에서 자연계 학생들이 1등급을 ‘싹쓸이’하면서 수시 수능최저는 물론이고 정시에서도 자연계 학생들의 교차지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연계 중심의 신설로 인문계는 문호까지 축소되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수시에서 서울대의 인문계 학생 모집비율은 37.79%(859명)으로 지난해 39.39%(948명)보다 1.59%p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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