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알파=유재명 기자] 가족이나 친구가 느닷없이 "나는 사실 고양이야!" 하고 고백해 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에이, 농담하지 마." 하고 받아칠 수도 없을 만큼 진지한 얼굴로 말이다. 여기 세상에 둘도 없는 동생에게서 이런 고백을 들은 아이가 있다.

건우는 극성스러우리만치 동생을 챙기는 아이이다. 동생 준우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친구들과 놀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준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양이처럼 갸르릉 소리를 내거나 참새를 잡겠다고 쥐똥나무 울타리에 몸을 던지거나 멀쩡한 과자를 놔두고 비닐봉지를 사려 드는 건 애교에 지나지 않다. 언제부턴가 눈동자가 세로로 길어졌다 되돌아오고, 손에 복슬복슬한 털이 돋았다가 사라지고, 입가에 가늘고 긴 수염이 살랑거리다 없어지고, 귀가 뾰족해졌다가 되돌아오기를 되풀이하는 까닭이다.

급기야 준우는 엄마와 형 앞에서 "나는 사실…… 고! 양! 이! 야!" 하고 폭탄선언을 한다. 엄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기지만, 건우는 온갖 거친 말로 준우를 부정하고 다그친다. 주변 사람들에게 준우의 상태를 들킬까 봐, 주변 사람들이 준우를 이상하게 여길까 봐, 무엇보다도 자신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동생이 더는 동생이 아니게 될까 봐 말이다.

"네, 네가 고양이면… 내 동생은 이제 없는 거잖아. 난 싫어. 고양이 같은 거 필요 없어. 난 동생이 필요해. 그러니까 내 동생을 돌려줘. 내 동생 준우를 돌려 달란 말이야." 끝끝내 터져 나온 건우의 본심을 마주한 준우는 차분히 저 혼자 품어 왔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가 처음 고양이라고 생각한 건 네 살 때라고, 그동안 말을 못한 건 사람들이 저를 싫어할까 봐 겁이 나서라고, 이제라도 용기를 낸 건 언제나 제 편이 돼 주는 형이 있어서라고 말이다. 준우의 고백은 과연 건우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쌍둥이라고 해도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차이를 부정하거나 교정하려 들거나 심지어 차별하곤 한다. 어린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피부색이 다른 친구를, 장애를 가진 친구를, 가족 구성이 남다른 친구를, 취향이 남다른 친구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오랫동안 교실에서 어린이들을 만나 온 이기규 작가는 그런 어린이들에게 '차별하는 네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라서 차별 당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다름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린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그 낯설고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알아주고, 어린이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차분히 이끌어 주면서 말이다.

여기에 한몫을 하는 것이 '내 동생이 사실은 고양이였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입니다. 이 설정은 그저 다를 뿐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물론 준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한다고 해서 준우가 본디 고양이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구멍가게 할머니의 엉덩이에서 가끔 여우 꼬리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준우보다 앞서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이 구멍가게 할머니인 점도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차이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먼 옛날부터 있어 왔던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인종, 성별, 나이, 종교, 도덕적 지향, 정치적 지향, 성적 지향에 이르기까지 세상에는 다양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린이들이 이 수많은 차이를 세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이 책이 작으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이기규 지금 김수영 그림 1만원  책읽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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