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한국어 생태계 구축.. 대입의 새로운 대안 ‘부상’하나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대구 소재 고등학교인 경북대사대부고와 포산고가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IB DP(국제 바칼로레아 고등학교 과정)에 지정됐다. 지난달 대구외고가 국내최초로 한국어 과정 IB 인증학교에 지정된 후 두 번째 사례다. 국제표준 교육과정인 IB는 비영리 국제교육기구(IBO)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대입시험으로, 국내에서는 경기외고 충남삼성고를 비롯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 등이 영어를 운영언어로 하는 IB 월드스쿨로 지정돼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IB의 한국어화가 이뤄질 경우 교사용 지침이나 평가기준이 한글로 번역되는 것은 물론, 대입시험과 내신시험 역시 한글로 치를 수 있게 된다. 영어 채점과 동일한 수준의 한글 채점이 가능한 채점관을 양성해 한국어로 교원연수를 진행할 수도 있다. IB 대입을 한글로 치르고 엄정하게 채점할 수 있는 생태계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의미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대구외고에 이어 경북대사대부고와 포산고도 IB 월드스쿨로 성공적으로 인증을 받게 됨으로써 이제 고교에서도 탐구기반의 학생 주도적 학습을 기반으로 창의융합 미래인재를 키우기 위한 IB 교육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경북대사대부고와 포산고가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IB DP(국제 바칼로레아 고등학교 과정)에 지정됐다. 사진은 포산고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북대사대부고와 포산고가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IB DP(국제 바칼로레아 고등학교 과정)에 지정됐다. 사진은 포산고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IB 한국어 교육’ 내년부터 적용.. 경기외고 충남삼성고 대구/제주교육청 IB 체제 도입>
국제표준 교육과정인 IB는 비영리 국제교육기구(IBO)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대입시험이다. 1968년 스위스에서 국제기구 주재원 자녀들을 위한 공통 표준 교육과정으로 출발했다. 국제기구 주재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교가 설립 운영됐으나 국제통용이 가능한 교육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대학진학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공통의 커리큘럼과 표준화된 평가기준을 공유함으로써 지역과 국가에 관계없이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고 인정되는 교육시스템이 도입된 것. 초등과정은 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등과정은 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과정은 DP(Diploma Programme)에 해당한다.

현재 국제학교/외국어학교를 제외, 경기외고 충남삼성고 대구/제주교육청 등이 IB 공교육을 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IB를 공교육에 도입한 경기외고는 국제반 졸업 시 국제 수준의 학위 인증서인 IB 디플로마를 취득하게 된다. 경기외고의 IB 교육과정은 모국어인 국어 과목과 일본어/중국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 전 교과를 영어로 수업한다. 토론과 발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가 돼 참여하며, 국제적인 학습 환경에서 생활하게 된다. 경기외고 IB는 6개 교과목 군에서 SL(Standard Level) 3과목과 HL(High Level) 3과목을 선택하고 3개의 필수 과정인 지식 이론 TOK(Theory of Knowledge), 확장 에세이 EE(Extended Essay), 교과외 활동 CAS(Creativity, Activity, Service)를 이수한다.

충남삼성고는 올해부터 IB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경기외고에 IB를 도입한 박하식 교장의 영향이다. 박하식 교장은 국내 공교육 체제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장본인으로, 당시 경기외고 교장으로 재직하며 국내 최초로 고교 교육과정에 IB 과정을 도입했다. 약 25명의 한 학급 규모 학생을 대상으로 IB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게 된다. 충남삼성고 IB 디플로마 과정은 1학년 때는 Pre-DP 과정을 밟고, 2,3학년 때는 각각 IB 디플로마 1년차, 2년차 과정(DP1, DP2)를 수행하며, 3학년 11월에 IB 디플로마 취득시험(External Assessment)을 응시한다. 합격 시, IB 디플로마를 취득해 졸업할 수 있다.

대구는 교육청 차원에서 IB의 공교육화를 꾀하고 있다. 영어로 진행되는 IB 수업을 한국어화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게 IB 교육체제에 접근할 수 있게끔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IB 교육의 경우 초등/중등교육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고등교육(DP)는 선택이 가능하다. 대구는 희망학생들을 대상으로 IB반을 구성하는 ‘선택형’ 모델을 채택해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대사대부고와 포산고 모두 2018년부터 IB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 2019년 12월 IB 본부로부터 후보학교 지정 승인을 받아 22개월 만에 최종적으로 IB 월드스쿨 인증을 획득했다. 고교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IB DP는 고2~3학년에서 운영한다. 1학년 과정에서는 성공적인 DP 과정 이수를 위해 학교 자체 DP 준비 과정을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경북대사대부고 1학년 38명과 포산고 1학년 21명이 DP 준비 과정을 이수 중이다. 2학년과 3학년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DP과목 수업을 진행하며, 2023년 11월 IB 본부가 주관하는 최종 시험을 통해 IB DP를 이수하게 된다. 지난달 IB 인증학교가 된 대구외고 역시 현재 23명의 1학년 학생들이 DP 준비 과정을 이수 중이다. 경북대사대부고는 올해 1학년 신입생 모집 단계부터 IB 과정을 별도로 2학급 모집하며, 지원자를 대상으로 우선 추첨 배정한다. 대구외고와 포산고는 학교장 입학전형을 거쳐 입학 후 추후 IB 학급을 모집할 계획이다.

<‘한국어 생태계 구축’ IB교육, 대입 대안 될 수 있을까.. ‘학종 지원 허용’>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는 학종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학생부와 자소서 종합평가를 토대로 학생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학종 특성상, IB 교육과정이 포함된 학생부를 바탕으로 학종 지원이 용이하기 때문. 토익이나 토플처럼 IB 성적이나 인증서를 제출하는 형식이 아닌, 학생부 내 IB 관련 활동을 기재하는 식으로 학종 지원이 이뤄진다. 단, IB의 경우 논술/토론 수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수능을 필수 응시해야 하는 전형에는 지원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 일부 서울 상위대학들이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학종에서 IB 학교 출신 학생들의 지원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경기외고 역시 베리타스알파를 통해 2013학년부터 총 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기외고 IB 교육이 국제반 학생들의 해외대학 진학을 목표하며, 20~25명 수준의 소규모 수업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서울대는 올해 4월 포럼을 통해 IB 체제에 대한 자체 연구결과를 공개, 대입에서 IB 교육과정을 밟은 학생들의 문호를 대폭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2019년 4월 진행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교육’ 초청 강연에서 “교육제도를 모두 바꾸는 일은 사회적으로 복잡한 문제이므로 한 번에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일부 교육청에서라도 IB를 도입한다면 교육정책의 큰 틀을 바꾸지 않더라도 한국교육을 개선할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학종 체제를 굳건히 해온 ‘학종의 본산’ 서울대의 IB 관련 행보는 2028대입 개편은 물론 추후 대입 전반에 심상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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