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문제 초래 물수능 더 경계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올해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고3에 한정해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소위 ‘물수능’이 고3 재학생에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난이도 조정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난이도 안정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6월모평을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모평 결과 재학생과 졸업생 간 성적 격차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로 등교수업이 늦춰지면서 고3 재학생이 수능에서 불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 부총리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상황에서 고3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모의평가를 치르는 과정에서 봤을 때 예년과 크게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본다”며 “난이도를 고3에 한정해 조정하겠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수능이 2주 연기된 12월3일 시행한다. 준비하기에 넉넉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고사장 내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고 자가격리가 되는 학생들에게 시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올해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고3에 한정해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 코로나사태로 인해 수능 난이도가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수험생들은 쉬운 수능을 예단하기보다는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학습에 임해야 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올해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고3에 한정해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 코로나사태로 인해 수능 난이도가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수험생들은 쉬운 수능을 예단하기보다는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학습에 임해야 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6월모평 재학생/재수생 학력격차 예년과 비슷”>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등교개학일정이 연기됐던 상황에서 재학생과 재수생(졸업생) 간 격차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그 때문에 올해 수능이 다소 쉽게 출제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5월21일 실시한 학평의 평균점수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학업수준이 예년의 수험생들에 비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6월18일 실시한 6월모평의 채점결과에 의하면 재학생과 졸업생의 성적격차가 예년 수준을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능의 난이도는 6월모평 9월모평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조정되는 상황에서 6월모평이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던 만큼 재학생과 졸업생의 성적격차를 고려한 난이도 조정은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재학생 불리함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수능 난이도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고3의 불리함을 완화한다는 전제부터 졸업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다는 비판이다. 정시에서 불리한 고3을 위해 수능 난이도를 조정한다 하더라도 ‘물수능’으로 인한 변별력 문제가 더 큰 유불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수능이 고3 대책 되지 않아’>
교육계에서는 수능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 고3 재학생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수능이 쉽게 나온다고 해서 재수생이 불리하고, 고3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최근 10년간 재수생들의 수능 1,2등급 비율을 분석한 결과, 난이도의 높낮이가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을 쉽게 출제할 경우 오히려 고3 학생들 중 최상위권 학생들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5개월을 앞둔 시험에서 수험생 모두에게 입시 안정성을 도모해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10년간 수능 영역별로 표준점수 최고점, 1등급 비율, 2등급 비율을 살펴본 결과 난이도와 상관없이 불규칙한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의 경우 표점 기준으로 가장 쉽게 출제되었던 해 2013학년(표점 최고점 127점)을 기준으로, 어렵게 출제되었던 해 재수생들의 2등급 이내 비율이 더 낮아진 해가 5번이나 있었다. 수능이 어려웠다고 해서 재수생에게 특별히 유리한 결과는 아니었던 셈이다. 

쉽게 출제된 2013학년(표점 최고점 127점)에서 재수생의 2등급이내 비율이 19.5%인 반면, 이보다 어렵게 출제된 2011학년(표점 최고점 140점)은 17.8%로 비율이 더 낮아졌다. 쉽게 출제된 것이 오히려 재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2017학년(표점 최고점 139점) 역시 표점은 2013학년보다 높아 어렵게 출제된 해이지만 재수생의 2등급 이내 비율이 18.5%로 하락했다. 어렵게 출제된 것이 오히려 재수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수능이 어렵게 출제됐다고 해서 무조건 재수생에게 불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의 경우가 나타난 해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9학년은 표점 최고점이 150점으로 2013학년보다 어려웠지만 재수생 2등급이내 비율이 20.2%로 늘었고, 2015학년 역시 표점 최고점이 139점으로 어려웠지만 재수생 2등급이내 비율은 20.4%로 늘었다. 임성호 대표는 “최근 10년간 조사에서 난이도가 어렵고, 쉽게 출제된 것이 고3, 재수생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했다”며 “난이도에 상관없이 불규칙한 결과”라고 말했다.

수(가)/수(나) 역시 불규칙하긴 마찬가지였다. 수(가)의 경우 가장 쉽게 출제됐던 2015학년(표점 최고점 125점) 재수생 2등급이내 비율이 20.3%였던 반면, 어렵게 출제된 2011학년(표점 최고점 153점)의 재수생 2등급이내 비율은 16%로 재수생 비중이 더 낮았다. 가장 쉽게 출제된 2015학년보다 어렵게 출제된 9년동안 재수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오히려 낮아진 해가 4개년이었다. 

수(나)의 경우 가장 쉽게 출제됐던 2015학년(표점 최고점 131점) 재수생 2등급이내 비율이 28.1%로 오히려 다른 해보다 상대적으로 재수생 비중이 높았다. 가장 쉽게 출제된 2015학년보다 어렵게 출제된 9년동안 재수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오히려 낮아진 해가 8개년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임성호 대표는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경우 재수생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기본 개념 위주의 문제를 출제한다 하더라도 고득점을 맞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6월모평 평이했지만.. ‘쉬운 수능 예단은 금물’>
올해 6월모평은 전년 수능에 비해 전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고3 학습량이 부족한 것을 감안, 학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가 고3을 위한 난이도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수능을 예고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교육계에서는 수능이 6월모평과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능 난이도 조정에는 6월모평뿐 아니라 남은 9월모평의 결과도 반영된다. 반수생의 합류 등으로 9월모평의 성적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절대적인 난이도 자체보다는 수험생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가 관건이다. 게다가 쉬운 수능은 변별력 문제로 이어져 단순 실수가 등급을 좌우하는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무조건 쉬운 수능을 출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험생들은 쉬운 수능을 예단하기보다는 언제나 어려운 수능을 감안하고 학습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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