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와 함께 자연계 지각변동 불가피’ ..공공의대 설립추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정부가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학년 약대 학부전환과 함께 자연계열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이에 따라 현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은 3400명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의전원을 제외한 전국 38개의대의 정원내 학부 모집인원은 2977명. 2022학년 400명 가량 확대될 경우 3400명 규모로 늘어난다. 올해 강원대의 합류로 전국 의대 선발인원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상황에서, 2022학년 증원이 이뤄지면 역대 최고수준을 다시 갱신하게 된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0년간 지역의 중증/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지역의사 3000명,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분야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등 응용분야 연구인력 500명 등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의사는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의 방식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지역에서 일정기간 필수의료에 복무하도록 하고, 의무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장학금을 회수하고 의사면허는 취소 또는 중지하는 방법이다. 특수분야 의사는 대학 양성 프로그램을 심사한 후 정원을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의대에 정원을 배정한 3년 이후부터 인력양성 실적을 평가하고 미흡하면 정원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정원 확대와 별개로 공공의대 설립도 추진한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전북권에 1곳을 설립하고, 장기 군의관 위탁생 20명을 추가해 70명 규모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17개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지역 의대 신설도 별도 검토할 예정이다. 청와대 정부 여당은 협의를 마무리하는대로 이달 중 의사 인력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2022학년부터 10년간 의대정원을 총4000명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사진=울산대 제공
정부가 2022학년부터 10년간 의대정원을 총4000명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사진=울산대 제공

<의대정원 10년간 4000명 확대>
정부는 14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대 정원은 1989년 처음 정해져 1994년 이후 3253명으로 늘었지만, 2000년 의약분업 파업사태 이후 다시 규모가 줄어들었다. 당시 의약분업에 반대하던 의사들을 회유하기 위해 정부가 의대정원 축소와 편입학 제한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의대 전체 정원은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상태다.

현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검토한 배경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공공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의대 신설 등 다른 대안에 비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올해 전국의 최소 수요 대비 의사가 200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산됐다. 2030년에는 약 7600명으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까지 있다. 환자들에 제대로 수술받지 못하는 ‘수술절벽’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의대정원 증가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방안이 실행되면 현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이 확대된다. 올해 의전원을 제외한 전국 38개의대의 정원내 학부 모집인원은 총2977명이다. 2022학년 400명 가량 확대될 경우 약 3400명 규모로 늘어난다. 올해 강원대의 합류로 전국 의대 선발인원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상황에서, 2022학년 증원이 이뤄지면 역대 최고수준을 다시 갱신하게 된다. 

<의료계는 의사 정원 확대 반대>
반면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의사협회는 6월 열린 대구경북지역의 의과대학 학장 및 대학병원 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증원 등 의사수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드러냈다. 최대집 회장은 “그동안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의사 수 증원 정책을 졸속적/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예우 등을 개선하는 기전을 정부가 먼저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향후 감염병 등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 단위면적당 의사 수가 상당히 많은 편인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증원 정책은 의료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구경북지역 의과대학장 및 대학병원장들도 “의사수의 절대적 부족보다는 지역별 불균형 심화가 더 큰 문제”라며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의사 수 증원은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의과대학의 경우에도 기초의학 교수 및 실험실습 기자재의 부족 그리고 교수를 추가로 임용할 수 없는 재정적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실정에서 의대정원을 늘리게 되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공공의대 설립안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도 당시 의협은 “더민주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통한 의사 인력 증원과 관련한 일방적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의사 전문가 단체인 의협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라"며 ”여당의 일방적 의대 신증설과 입학정원 확대 논의에 유감이다. 백년대계 사업인 의사 인력 수급 정책 결정에 대한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공의대’ 서울시립대 도전 의사 피력>
공공의대 설립은 서울시에서도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사안이다.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에 특화된 의대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공공의료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동안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여러 이해관계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돼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의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여러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지방정부의 공공의료인력 양성에 대해서도 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공의대 설립의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서남대 폐교가 가시화되면서 서남대 의대가 가지고 있던 정원 49명의 향배를 두고 서울시립대가 삼육대 등과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시립대의 참여는 시립대 이사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체 의료인력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서남대 의대 인원은 전북대와 원광대에 배정되면서 시립대의 의대 설립은 무산됐다. 

공공의대 설립은 보건복지부에서도 필요성을 피력한 사안이다.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공공보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4월 전혜숙 의원이 개최한 ‘의료취약지 공공보건인력 확충 및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이 참석해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의사수를 늘리고 공중보건의사제도와 국립보건대학을 설립하는 정책을 마련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권 정책관은 “국립보건대학을 설립해 의료취약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명감 있는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의대를 설립할 경우 사회/경제적 비용 편익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의대 오주환 교수는 2016년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편익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비와 운영비용, 학비와 생활비를 비용으로 계산하고 국립의대에서 배출되는 의사 충원으로 나타나는 건강 편익을 비교했다. 비용과 편익을 비교한 결과 최소 1.47배에서 많게는 8.6배까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대 학부전환, 정시확대와 더불어 자연계열 지각변동 예고>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이 확대될 경우, 마찬가지로 2022학년부터 6년제 학부모집으로 복귀하는 약대와 함께 자연계열 입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약대는 전국 37개 약대 중 6년제 전환이 유력한 35개약대 기준, 1633명을 선발하게 된다. 현재의 약대 입시는 2009년 도입된 2+4 제도다.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다른 학부나 학과로 입학해 최소 2년간 기초/교양교육을 거친 후, 약학대학으로 학사편입해 4년의 전공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교육부의 ‘약대 학제개편 방안’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국 37개약대 가운데 부산대와 충남대를 제외한 35개교가 2022학년 6년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35개약대의 2+4년제 모집인원인 1633명 역시 2022대입부터는 학부선발로 이동할 전망이다.

현장에선 2022학년 의대 모집인원 증원이 실현될 경우 약대 학부모집과 정시확대와 함께 대입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이 정시를 집중적으로 대비하며 ‘의치한약수’ 진학을 노리는 대입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입시적 측면에서 의대 모집인원 확대는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계열에서는 의대가 최고선호 모집단위다. 다른 학과와 중복합격했더라도 수험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한다. 따라서 의대 문호 확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동시에 상당한 선호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대까지 학부모집을 실시한다면 수험생들의 지원양상은 더더욱 의학계열로 치우칠 것”이라며 “정시확대도 영향이 작지 않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이 수능위주로 대비하도록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시에서 성과를 낼 경우 ‘의치한약수’와 상위대학을 함께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상위대학인 서울대나 이공계특성화대학을 갈만한 우수자원들이 상당수 의대나 약대로 진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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