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과정 학생들 느꼈던 남다른 감동'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단위 군인자녀 기숙형고등학교인 한민고가 재학중 학생들의 인터뷰를 묶은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한 참전용사 자서전 통합본을 최근 발간했다. 자서전 발간은 올해 네 번째로 그간 제작한 자서전 3권을 묶은 통합본이다. 

한민고의 ‘6.25 참전용사 자서전 제작 프로젝트’는 자칫 잊힐 수 있는 6.25참전용사들의 삶을 기록해 후손들이 참전용사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시작하게 됐다. 자서전 발간 이전에도 한민고는 매년 6.25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진행해왔다. 김형중 교감은 “해가 갈수록 행사 참석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그 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기억하는 한 영원하다’는 말이 떠올랐고, 저와 학생들은 이 말을 ‘기록하는 한 영원하다’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한민고는 잦은 이동과 전학으로 어려운 교육환경에 처해 있는 군인 자녀들의 교육여건을 개선해주고자 2014년 개교한 학교다. ‘나라를 사랑하고 함께 나누며 미래를 준비하는 한민인’이라는 교훈에서 드러나듯,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소중한 교육목표라는 설명이다. 

곽상도(미래통합)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20 서울대 최종등록 출신고 순위’에 의하면 한민고는 수시13명, 정시3명으로 총 16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했다. 전국 고교 중 32위의 실적이다. 경기도 파주시 농어촌 지역에 자리한 여건상 오로지 ‘공교육 저력’으로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민고가 발간한 6.25 참전용사 자서전 /사진=한민고 제공
한민고가 발간한 6.25 참전용사 자서전 /사진=한민고 제공

<‘기록하는 한 영원하다’>
자서전 발간 프로젝트는 재학생들이 지역내 6.25 참전용사들을 방문하는 데서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은 자서전에 들어갈 내용을 확보하고 정리하기 위해 인터뷰를 준비했다. 김형중 교감은 “학생들은 6.25전쟁을 역사책으로만 배워왔다. 참전용사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은 6.25전쟁과 관련된 사료, 영화, 소설 등을 함께 읽고 보고 토론하며 인터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학생들이 느낀 감동도 전해왔다. 김 교감은 “학생들의 긴장과 설렘과는 달리 인터뷰에 응한 참전용사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러나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가던 목소리에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관통해 온 고뇌의 슬픔, 좌절과 절망이 묻어 있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짓고, 전우들을 떠나보낸 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던 참전용사들의 삶이 여느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감동적이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고 말했다.

자서전을 준비하는 동안 몇 분의 참전용사가 돌아가시는 일도 있었다. 김 교감은 “학생들이 가장 우려했던 점은 하루하루 다르게 느껴지던 참전용사들의 건강 문제였다. 한 번은 참전용사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누운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내 반드시 건강을 되찾아서 인터뷰에 끝까지 응할 테니 자서전을 꼭 마무리해달라’고 당부말씀을 하기도 했다. 이후 자서전은 완성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참전용사의 건강이 악화되어 직접 자서전을 전달해드리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자서전을 준비하는 동안 돌아가신 분이 몇 분 계셔서 결국 고인의 가족들에게 자서전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민고 학생들은 한층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는 후문이다. 금일철 교장은 “자서전 집필에 참여한 한 학생이 ‘참전용사들의 삶을 글로 정리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이분들의 말씀을 통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편하게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참전용사 21명 자서전.. 4년 걸쳐 발간>
이번 자서전 통합본에는 총 21명의 참전용사 자서전이 실렸다. 말미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의 소감문도 실었다. 한 학생은 “이런 봉사가 계획되지 않았다면 어쩌면 사라졌을지 모를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에 대한 참전용사분들의 경험과 솔직한 감정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고 말했다.

인생이야기를 통해 지혜를 배우기도 했다. 한 학생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생생하게 우리나라의 역사를 들었고, 한 분의 인생이야기를 통해 그 희로애락에 공감하기도 했으며, 인생의 지혜를 배우기도 했다. 항상 할아버지께서는 ‘별로 한 것도 없다, 뭐 얘기해줄 것도 없다, 도움이 되냐’는 걱정과 질문을 많이 하시고는 하셨다. 항상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시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시고 겸손해하셨다.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이 계셔서 우리가 있을 수 있기에 당신의 삶에 감사하고 그 겸손함에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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