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등 현장반발 확산.. ‘정시확대’ 전국자사고 선호도 상승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이 헌법소원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59개교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교장연합회(연합회)는 이회외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일괄폐지를 강행한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연합회는 현재 진행중인 고교입시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 이후 본격적인 법률검토를 마치고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시행령 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관련된 사립학교 법인들이 모두 나설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십년간 운영해 온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가 과연 적법한 것인지 헌법소원을 제기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에 따른 ‘후폭풍’이 격렬해지고 있다. 교원단체와 학교 관계자들은 이미 정부가 설립 근거가 되는 시행령을 삭제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괄폐지하려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낸 상황이다. 외고 동문들은 무료 변호인단을 조직해 실제 법률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까지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시행령을 없애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괄폐지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일차원적인 발상”이라며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들의 학생선발에 대한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밀어붙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행령을 삭제해 일괄폐지를 추진해도 사립고교들은 생존을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연합체를 구성해 단체로 행동하는 59개고교가 모두 행정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교육부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현장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밀어붙이면서 교육계 전반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서열화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공교육 롤모델’로 평가받는 전국모집 자율학교까지 폐교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자사고와 함께 일반고도 모집규모가 모두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서 학생모집이 어려워 일반고들이 전국모집으로 전환된 취지 자치를 무시한 채 시대를 역행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자율학교들이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는 듯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의 공동화가 겹치면서 지역 내 학생만으로 정원을 채우기 못하는 학교들이 속출한 것이 전국모집 전환의 배경”이라며 “특히 일부 학교들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교육과정을 갖추면서 ‘공교육 롤모델’로 부상했다. 그런데도 불분명한 서열화 논리를 이유로 모집단위를 축소하면서 소도시나 농어촌 소재 학교들이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지방 일반고 죽이기’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2025년 추진되면 교육특구 쏠림을 견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월성수요를 공교육에서 흡수하며 사교육을 억제해왔던 교육당국의 정책기조가 뒤집혔다는 비판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교육당국은 주로 교육특구의 폐해와 사교육의 막강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집중해왔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설립됐던 최초의 취지 역시 사교육 견제가 목적이었다”며 “물론 일부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교육당국은 파급효과가 큰 입시정책에서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 축소를 늘 염두에 두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사교육과 해외교육의 풍선효과를 아예 배제하고, 프레임 자체를 공교육에만 한정했다. 특권교육의 온상으로 자사고와 특목고를 지목하며 폐지까지 밀어붙인 양상이다. 그럼에도 여러 번 연기된 끝에 나온 일반고 역량강화를 위한 방안의 내용은 부실했다. 정책이 꾸준히 견제해온 사교육은 이제 교육당국이 공교육 기반을 약화된다는 신호를 받아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할 것이다. 동시에 고소득계층의 경우 해외유학을 대안으로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국단위 자사고의 원서접수 경쟁률을 상승할 전망이다. 12월18일 기준 원서접수가 마감된 전국자사고 8개교의 최종경쟁률은 1.94대1이다. 1789명 모집에 3463명이 지원해 작년 1.45대1(모집2180명/지원3161명)보다 지원자가 늘었다. 총 9개교의 원서접수가 끝났지만 지난해 사회통합과 임직원전형 경쟁률 비공개로 최종경쟁률이 집계되지 않은 포항제철고를 제외한 수치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하나고와 외대부고는 2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면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자사고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당초 정부가 발표한 일괄폐지 방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한 데다 정시확대로 특목자사고 선호가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이 헌법소원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59개교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교장연합회(연합회)는 18일 이회외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일괄폐지를 강행한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이 헌법소원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59개교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교장연합회(연합회)는 18일 이회외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일괄폐지를 강행한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장연합회 ‘헌법소원 제기 예고’.. ‘일반고 역량부터 증명해야’>
자사고 외고 국제고 관계자들이 정부가 예고한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 방침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교장연합회는 18일 이회외고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밀어붙인다면 헌법소원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7일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한 후, 26일 후속 조치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일괄폐지 방침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중으로 시행령 개정이 공포될 전망이다. 연합회 대표를 맡은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가 1월6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90일 이내로 헌법소원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특히 일방적으로 정부가 일괄폐지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강한 의문을 드러냈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재지정평가와 단계별 전환을 시행한 지 3개월 만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 폐지 정책을 수행해야 할 어떤 긴급한 이유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재지정평가가 졸속이거나 의도적이었기 때문에 법적다툼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는 정부의 행정 무능력을 보여준 결과다. 반대로 절차와 정당성을 지닌 재평가과정을 거쳤다면 현재 시행령 변경은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자사고들에 대한 재지정평가가 마무리된 지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일괄폐지 정책을 내놓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고교서열화를 이유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사회의 서열화 또는 양극화는 사회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안고 있는 태생적 문제다. 고등학교의 형태를 획일화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다“며 “개인별 차이는 역시 인간 사회의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에 없앨 수 없고, 그에 따른 우열이나 서열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인위적으로 획일화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와 본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상급학교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직업에 있어서 선호도와 서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일방적으로 일괄폐지 방안을 발표해 혼란을 키우기보다는 수요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는 실질적 내용이 없는 계획만 내걸지 말고 시범운영 등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면서 교육수요자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라며 “교육법정주의에 합당한 절차와 기준으로 고교체제 개편을 실행하고, 사립학교 교육권과 학생 학부모의 자유로운 교육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교학점제 등 일반고 교육 역량강화의 실질적인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은 다음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법정주의 위반’ 시행령 개정.. ‘학교 교사단체 동문 학부모까지 가세’>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현장도 들끓고 있다. 학교 관계자와 교사단체가 잇따른 성명을 발표하고 있고, 동문과 학부모들까지 행동에 나선 상태다. 교육제도와 그 운영 등을 법률로 정해야 하는 ‘교육법정주의’를 위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수요자들이 있고, 그동안 학교 경영을 위해 사학재단들의 재산권도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 삭제해 이들 학교를 없애는 독단에 대한 반발은 자연스럽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총선을 앞둔 청와대와 여당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정치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교 현장에서부터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대표 자사고’로서 수월성교육의 선도모델을 이끌어온 민사고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일반고 전환 시 모집범위가 축소되면서 학교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사고 한 관계자는 “자사고를 죽이기로 결정한 처사다. 세부적인 검토 없는 정치적 발표”라며 “재지정 평가를 통해 부실한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방안 대신 갑작스럽게 극단적인 방법정책을 내놓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한 자사고 교장은 “마치 자사고들을 ‘악의 축’처럼 묘사하는 것이 부당하다. 초기에 국가가 제안한 대로 요건을 갖추고 재단과 동문의 지원으로 기숙사까지 세웠다. 그동안 학교운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정권이 앞장서서 매도하며 일반고 전환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서울의 자사고가 추첨방식으로 선발되지만 학생들의 자부심이 크다. 다른 일반고 학생들과 달리 스스로 학교를 선택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마치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적폐’로 몰아붙이면서 자사고를 운영하면서 학교들이 가졌던 나름의 자존심들이 모두 뭉개진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도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헌법 정신의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교육법정주의’를 명시한 헌법 제31조 제6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는 “4월 자사고 일반고 동시선발 관련 헌재 결정에서 재판관들은 ‘현재의 자사고 혼란은 고교의 종류 등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고교의 종류와 입학전형 방법 등은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더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시행령으로 없앨 수 있다면 언제든 손쉽게 시행령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과 교육의 미래가 정치이념에 좌우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혼란과 갈등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다. 차기 정권이 결정할 사안을 뚜렷한 대안도 없이 지금 밀어붙이는 것은 고교체제 개편을 내년 총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질 뿐이다. 다음 정권에서 또 뒤집힌다면 그 혼란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학교 동문들의 자발적인 행동도 눈에 띈다. 대원외고와 대일외고 등 외고 6곳 출신의 변호사들이 무료 변호인단을 구성해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원외고 출신 1호 검사’로 알려진 김윤상 변호사는 시행령 개정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교육부장관 처분 취소소송도 제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외고 폐지 정책을 무력화시키고자 법정 투쟁에 나서겠다. 모교를 대리해 권익을 지켜낼 것이다. 조만간 모교를 방문해 선임계 작성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 계획을 잡을 예정”이라며 “제 인생과 자존심을 걸고 전면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학부모들까지 정부의 일괄폐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외고/국제고학부모연합회는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문을 통해 “외고와 국제고는 획일적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다. 학생들도 적성과 특기에 따라 공교육 내에서 외고 국제고를 선택했을 뿐인데 특혜를 받은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당사자인 학교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마치 ‘마녀사냥’ 하듯 여론을 몰고 있다. 정부가 교육 문제를 정치적 관점에서 다루면서 힘의 논리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모집범위 축소’ 자율학교 타격 불가피.. ‘탁상행정으로 공교육 붕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의 ‘유탄’을 맞은 전국모집 자율학교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가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통해 전국단위 선발을 실시하는 일반고 49개교의 모집범위도 축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 고교는 전국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전국의 학생들이 지원가능한 구조지만, 2025년 3월부터는 소재한 지역에 따라 일반고의 배정/선발방식을 따르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해도 농어촌 자율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유지하면 또 다른 형태의 고교서열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모집 특례를 폐지하려 한다”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 시행되는 2025년 3월 동시 적용해 학교현장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곧바로 교육부의 ‘탁상행정’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다.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일반고들은 대부분 지방의 외진 지역에 자리한 경우가 많다. 전국단위 선발이 허용된 배경도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를 위해 상당수 고교가 기숙사체제까지 갖추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왔다. 그럼에도 현장과의 소통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모집범위를 줄인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위기에 몰렸던 농어촌 지역 학교들은 자율학교 전환을 통해 반전을 꾀한 사례가 많다. 전국모집이 가능해진 데 더하 재단의 과감한 투자가 동반된 남해해성고가 대표적이다. 사교육 없이도 꾸준한 대입실적으로 학교가 소재한 외딴 지역까지 전국의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다”며 “그런데 광역모집을 실시하게 되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 지역 인근의 일반고 3곳과 신입생 정원을 합칠 경우 남해군 중학생 인원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이 우수한 공교육 모델을 붕괴시킬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전국모집 자율학교들이 지역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고교서열화를 우려하는 정부의 시각 자체가 지나친 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학교 대표주자’ 한일고는 신입생 140명 중 30%인 42명을 충남 출신 학생들로 선발한다. 나머지 70%(98명)를 전국단위로 모집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한일고는 충남모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 인구가 감소하면서 매년 미달을 빚고 있다. 충남 중학생만으로 모집정원 자체를 채울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모집범위 축소를 결정하기 이전에 학교들의 지원현황만 미리 파악했어도 이렇게 무책임한 정책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소도시 학교들이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전국모집 자율학교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 받는다는 긍정적인 교육적 가치를 실현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편향된 시각에만 머물러 교육거점으로 부상하며 ‘지역 살리기’의 동력이 됐던 전국모집 자율학교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특구 사교육 명문고 쏠림’ 가속화.. ‘고교평준화 폐해 그대로 반복’>
교육계에선 실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교육부의 계획이 실현되면 교육특구 과열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요자들의 우려를 덜 만한 뚜렷한 일반고 강화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월성교육을 담당했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공교육 약화’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교육특구와 사교육 쏠림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고교평준화 시기처럼 일반고로 전환된 일부 특목자사고를 포함해 지역내 명문고를 선호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유학 수요를 흡수해왔던 전국자사고가 무력화되면서 고소득계층 우수학생의 해외유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는 ‘강남8학군’으로 대표되는 교육특구의 부활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과거처럼 일반고 서열화까지 공고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수월성교육 수요가 꾸준하게 지속됐던 만큼 뚜렷한 대안 없다면 교육특구와 일부 ‘명문고’들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과 교육특구의 과열이 극심했던 70~80년대의 폐해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총 관계자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없앤다고 입시경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남8학군이나 지역 명문고가 다시 부활할 것이다 입시경쟁의 근본 원인은 임금차별과 학벌주의가 공고한 사회/노동 구조에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에게 그 책임을 온전히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고교평준화 시기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교육 양극화’까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설립당시 지역적 분산이 최우선 과제였다. 지금 돌아보면 공과는 있지만 특목자사고가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 축소 어느 정도 역할을 해왔다”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로 정부가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한 교육특구가 유리해지는 환경을 다시 만든 셈이다. 정시확대기조인 대입의 영향도 더해지면서 사교육 영향력을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일반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만큼 과거 특목자사고였던 특정 고교들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릴 수도 있다. 사교육과 지역에 따른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외계층의 박탈감 역시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해외유학 수요까지 늘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 주도로 공교육 흔들기가 시작되면서 수월성수요를 충족해왔던 특목자사고가 일방적으로 폐지될 위기다. 이미 선보인 일반고 강화대책 역시 혁신학교 전국 확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교육에서 수월성을 아예 제외시킨 것이나 다름없는 하향평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상 정부가 우수학생들에게 해외로 빠져나가라고 밀어붙인 셈”이라며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8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월평균 소득이 600만원이상인 학부모들의 경우, 약 10명 중 7명이 자녀의 유학을 원했다. 공교육 붕괴가 현실화된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할 것이다. 사람 기업 자본이 동시다발적으로 빠져나가는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에 교육여건까지 영향을 미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쟁률 상승’ 2020전국자사고.. ‘정시확대 영향’ 8개교 1.94대1>
확정된 방안을 교육부가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교육부가 전환 시점을 2025년 3월로 정한 만큼 정책의 실현에 대한 부담을 다음 정권에게 모두 떠넘겼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시확대로 대입기조가 뒤집히면서 확실한 학교경쟁력을 갖춘 전국단위 자사고를 찾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서접수를 마감한 9개교 가운데 포항제철고를 제외한 8곳의 최종경쟁률은 1.94대1(1789명/3463명)로 지난해 1.45대1(2180명/3161명) 대비 상승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하는 상황에선 지난해 경쟁률과 엇비슷하게 나와도 실질적으로는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과적으로 올해 전국자사고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커진 것으로 봐야 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현대청운고를 제외한 전국자사고 9곳의 원서접수가 마무리됐다. 이 가운데 7곳이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올랐다. 작년에 2.35대1(200명/470명)로 최고경쟁률을 차지했던 하나고는 올해 지원자가 8명 늘면서 작년대비 소폭 상승한 2.39대1을 기록했다. 정원내 200명 모집에 478명이 지원해 최종경쟁률이 확정된 8개교 가운데 가장 높은 결과다. 외대부고 역시 250명 모집에 무려 784명이 지원하며 2.2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민사고1.76대1(160명/282명) 상산고1.59대1(360명/574명) 김천고1.22대1(240명/294명) 북일고1.17대1(360명/422명) 광양제철고1.13대1(224명/252명)의 경쟁률로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반면 인천하늘고의 경우 2019학년 1.72대1(225명/388명)보다 지원자가 10명 줄면서 1.68대1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하락한 고교다. 포항제철고는 지난해 사회통합/임직원의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증감을 비교할 수 없었다.

전국자사고의 경쟁률 상승은 정부가 일괄전환 시점을 2025년으로 못 박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고입 수요자들 입장에선 오히려 일반고 전환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 발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도 경쟁률이 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보인다. 차기 정권이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일괄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고교들이 동시에 제기할 행정소송을 교육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일괄폐지 방안 자체를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 결집을 위해 터뜨린 ‘폭탄발언’에 불과한 것으로 내다보고 상당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자사고 지원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정시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만큼 수요자들의 자사고와 외고 선호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고와 외고는 수험생의 의지에 따라 지원하는 선발체제 고교유형이기 때문에 학습동기가 높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다수 진학한다.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만큼 이른 시기부터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많다. 학종 중심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나 외고가 학종과 수능대비를 병행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이유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당국의 자사고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국자사고의 경쟁률이 전년대비 소폭 올랐다”며 “정부가 정시 확대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면학 분위기가 좋고 수능 대비에 강한 자사고 외고에 대한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학교별로 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고 전환 전인 2024년까지 인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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