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4개..‘일반고 역량강화 의구심 여전’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내년부터 서울에서 학생이 같은 지역 내 지정된 다른 고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유캠퍼스’ 제도가 시범 운영된다. 서울교육청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대비해 학교별로 특성화 교육과정 마련해 연계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유캠퍼스 운영 기본계획’을 2일 공개했다. 공유캠퍼스는 특정 권역의 3~5개고교를 모두 교과특성화학교로 지정해 교육과정을 학교별로 특성화시키는 단위를 의미한다. 학생들이 인근 다른 학교의 수업이나 비교과 프로그램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공유캠퍼스는 학교간 협력과 연대를 통한 일반고 역량강화 및 동반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학교가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학교간 연계 강화를 통해 교육과정의 수평적 다양화와 모두를 위한 수월성교육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공모/심사를 거쳐 13일까지 공유캠퍼스 시범 시행 권역을 지정할 계획이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실제 운영상황을 내년 3월 공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공유캠퍼스만으로는 수요자 사이에서 팽배한 일반고의 ‘수업파행’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직업계고 확대와 같이 일반고 역량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고교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예견됐던 정책이다. 교육부가 이미 지난달 7일 비슷한 내용을 언급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교과특성화학교를 연계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수업의 질이다. 일반고의 다양한 수업이 부족하다는 지적보다 교육역량 자체에 대한 의구심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서울교육청의 공유캠퍼스 추진 계획에는 일반고 수업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 어렵다.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수업의 질을 높여왔던 ‘인센티브’에 대한 세밀한 설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장논리를 외면한 채 모두를 위한 수월성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서울교육청의 ‘근거 없는’ 낙관론을 믿을 수요자는 없을 것”이라며 “일반고의 ‘교실붕괴’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도 공유캠퍼스 등의 방식보다 획기적인 고교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고입의 구조상 진학의지가 없는 학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일반고의 교육역량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일반고에 비해 직업계고인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학교부터 적극적인 진로교육을 꾸준히 제공해 학생들이 일반고 혹은 직업계고의 진학여부를 빨리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서울에서 학생이 같은 지역 내 지정된 다른 고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유캠퍼스’ 제도가 시범 운영된다. 서울교육청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대비해 학교별로 특성화 교육과정 마련해 연계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유캠퍼스 운영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내년부터 서울에서 학생이 같은 지역 내 지정된 다른 고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유캠퍼스’ 제도가 시범 운영된다. 서울교육청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대비해 학교별로 특성화 교육과정 마련해 연계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유캠퍼스 운영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고교 ‘공유캠퍼스 추진’.. 2020년 3~4곳 시범운영>
서울교육청은 단위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 간 연대 및 인적/물적 자원 공유를 내용으로 하는 ‘공유캠퍼스 운영 기본계획’을 2일 밝혔다. 공유캠퍼스는 권역 내 학교를 모두 각기 다른 교과의 교과특성화학교로 지정해 인근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고교에서 개설되지 않은 과목까지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 내 학교들이 교과교육과정, 창의적체험활동, 학교별 특색프로그램 등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공유캠퍼스는 이웃 학교 간 자율협의체 단위로 공모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2020년 3~4개 캠퍼스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자치구별 1곳 수준인 25개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공유캠퍼스 확대를 위해 서울교육청은 다양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유캠퍼스를 운영하는 고교는 교당 평균 1억7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기존 일반학교에 지원되던 일반고 전성시대 운영비와 소인수과목 강사비 외에도 교과특성화학교 운영비, 학교 간 협력교육과정 운영비, 공유캠퍼스 운영비 등이 추가된 결과다. 전입요청 대상인원 추가나 교과특성화 관련 전공교사 배치 등 학교의 요구 역시 적극 반영한다. 각종 시설개선 사업에도 공유캠퍼스 운영고교를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수요자들의 과목선택권과 학교선택권 확대로 학생, 학부모의 공교육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 특성화된 질 높은 수업은 물론 특색 있는 비교과 프로그램까지 활용해 학생이 직접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단위학교 내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과목 희망 수요를 충족시키려 노력해 왔다. 그렇지만 편성과 수업여건상 단위학교의 인적/물적 한계가 있었으며, 학교 간 협력교육과정은 주로 방과후나 주말을 이용하여 운영되는 등 전체 일반고에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와 달리 공유캠퍼스는 단위학교별로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을 모두 개설해야 하는 피로도가 적어진다. 정규수업시간에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잠자는 학생이 줄고 수업의 질이 제고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인센티브 부족’ 한계 지적.. ‘수업의 질 개선 어려워’>
현장에선 서울교육청의 공유캠퍼스 운영계획을 11월7일 발표됐던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의 후속조치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당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와 함께 일반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학생 맞춤형 교육, 진로/학업설계 지원, 교원 전문성 강화, 학교 교육여건 혁신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부는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높이기 위해 학생의 학습역량에 따른 응용/심화교과를 편성할 수 있는 교과특성화학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일반고 체제로 운영되는 교과특성화학교는 현재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비해 자체적으로 수업의 질을 끌어올릴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교육청의 공유캠퍼스는 여러 곳의 교과특성화학교나 교과중점학교를 연합한 형태로 운영된다. 교과특성화학교는 자율적으로 SW 사회 제2외국어 인문 정보 등 특정분야의 심화된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교과중점학교에서 명칭을 변경했다. 기존의 과학 음악 미술 체육 과목에 국한된 중점학교는 그대로 운영된다. 중점학교와 교과특성화학교 모두 공유캠퍼스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공유캠퍼스 내의 학교를 모두 교과특성화학교로 지정해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한 후, 정규수업시간 안에 학생들이 본인이 원하는 과목이 개설된 학교로 이동하여 각 학교별로 특화된 수업을 듣는 방식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실질적 수업의 질을 개선할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공유캠퍼스 역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교과특성화학교로 사실상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구상이지만, 일반고 체제 하에선 고교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유인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교육청은 공유캠퍼스를 통해 단위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교학점제를 선도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고교의 수평적 다양성을 확대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렇지만 수요자들은 일반고 수업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일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불신이 큰 부분은 고교체제나 유형이 아닌 수업내용 자체에 있다. 단순히 교과특성화학교를 지정해 예산을 지원한다고 수업 수준이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향상될 것처럼 설명는 교육부의 시각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이유”라며 “반대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교육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 배경은 이들 고교에 ‘인센티브’가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고와 달리 특목고와 자사고들은 학생선발권을 가지면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단순히 일반고들을 특정 교과에 특화시킨다고 해서 비슷한 성과가 나타난다고 예측하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향전환 필요한’ 일반고 강화.. ‘직업계고 확대로 개편해야’>
애당초 교육당국이 문제해결의 방향을 잘못 설정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진다. 교육계에선 일반고 수가 지나치게 많아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가 부족해 취업이 목적인 학생들까지 일반고로 진학하면서 수업 분위기가 열악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 소재한 2345개 고교 가운데 일반고는 1650개로 전체 70.4%의 비중이다. 반면 특성화고는 513개교로 21.9%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직업계고 대폭확대를 통해 일반고가 대학진학을 위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고교체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직업계고의 비중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 늘어날 경우 ‘일반고 황폐화’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대입 진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하면서 ‘교실붕괴’가 유발됐다. 직업교육을 받고 싶어도 직업계고 정원 자체가 적어 어쩔 수 없이 일반고로 가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라며 “물론 서울교육청의 공유캠퍼스는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직업교육의 기회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의 교육역량 자체도 분산되면서 오히려 학생들이 소외될 수도 있다. 차라리 직업계고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을 직업계고가 충분히 수용한다면 일반고의 교육도 대학진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고 전했다.

이른 시기부터 진로교육을 활성화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교육청은 단위학교가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며 학교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대안을 내놨다. 공유캠퍼스 내 모든 학교를 교과특성화학교로 지정해 모든분야를 위한 수월성교육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마치 경쟁 때문에 그동안 수월성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인식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맞춤형 교육과정을 지향해도 일반고는 모든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학생들은 결국 학교를 다니며 다른 학생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한다. 공부에 소질이 있다면 일반고를 선택해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른 시기부터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직업계고 진학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경험을 딛고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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