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 ‘기존 정책 연장선?’.. ‘양극화 우려’ 현장반발 확산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정시확대로 고액 사교육을 받는 수험생들이 한층 유리해졌다는 현장의 우려가 사실이라고 교육부 당국자가 인정하면서 정시확대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1월29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정시확대 정책으로 인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더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다만 정시확대로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즉각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시의 비중이 늘었지만 일부 대학에만 국한된 조치이고, 여전히 학종과 교과 등 수시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에선 곧바로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시확대로 유발된 대입혼란에 대해 교육부가 전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비서관이 없고 정치인출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있는 현체제에서 입시정책을 주도적으로 담당해온 박 차관의 실질적 무게감을 고려하면 무능을 떠나 무책임하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확대' 유턴의 전면에 나선 것은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교육부가 밀려난 것처럼 비쳐진 측면도 있다. '조국 사태’로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자 청와대와 여권이 굵직한 교육현안인 정시확대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이끌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교육부의 ‘무능’이 ‘무책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청와대엔 교육분야 수석비서관이 없다. 사회수석 산하 교육비서관인 이광호 비서관이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다. 그렇지만 이 비서관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교장 출신으로 정책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 교육부 수장인 유은혜 장관도 정치인이다.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국 관료 출신으로 교육부 요직을 두루 거친 박 차관의 균형있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박 차관은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휘둘리는 교육정책을 그대로 실행하며, 교육계의 우려에 대해 반박하는 브리핑에도 여러 차례 직접 나서기도 했다. 11월29일 출연한 라디오 인터뷰에선 정시확대로 수요자들을 혼란에 빠뜨려왔다는 비판 자체를 수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박 차관은 교육정책의 혼란에 대해 휘둘리지 말고 학교생활에 집중하면 된다는 ‘훈계’ 식의 발언까지 내놨다. 아무리 관료는 영혼이 없다지만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당국자의 태도로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정시40%확대가 담긴 ‘학종 공정성 강화방안’이 사교육 과열을 유발해 ‘교육 양극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수능 위주 입시가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군 수험생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조사결과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수능선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일각에선 학종을 ‘금수저 전형’으로 몰아붙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고소득 계층에서 정시확대를 지지하는 셈”이라며 “그동안 교육부의 정책기조가 정시축소 수시확대였던 배경엔 사교육 과열을 견제한다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사고를 도입했던 이유 역시 교육특구와 사교육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교육당국의 노력이 지속되면서 고교평준화 이후 극심했던 사교육 열풍이 다소 가라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정시확대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수요자들은 다시 사교육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실제 정시확대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맞물리면서 대치동 학원가의 임대료는 물론 교육특구 인근 전셋값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교육을 통해 ‘계층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거꾸로 정시확대를 강행하면서 양극화만 키우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시확대로 고액 사교육을 받는 수험생들이 한층 유리해졌다는 현장의 우려가 사실이라고 교육부 관계자가 인정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곧바로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시확대로 유발된 대입혼란에 대해 교육부가 전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정시확대로 고액 사교육을 받는 수험생들이 한층 유리해졌다는 현장의 우려가 사실이라고 교육부 관계자가 인정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곧바로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시확대로 유발된 대입혼란에 대해 교육부가 전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불평등 심화하는’ 정시확대.. ‘사교육 과열 대책은 미비’>
‘학종 공정성 강화방안’이 발표된 직후 박백범 차관이 정시확대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달 29일 KBS라디오 프로그램인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시확대로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재수생도 증가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현장에선 최근 '사실상' 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박 차관이 밝힌 입장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정청이 발맞춰 정시확대를 추진했지만 교육부 인사가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맞다고 확인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정시확대로 교육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현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는 대목이다.

박 차관은 정시확대로 사교육을 받는 수험생들이 고득점을 얻기 수월해진다는 현장의 우려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정시확대로 고액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박 차관은 “그런 경향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수능은 단순히 교과를 암기하는 것이 아닌 만큼 학교공부를 충실히 해서도 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시골의 고교를 나온 학생 가운데 수능에서 고득점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물론 거기에다가 사교육을 받으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시확대와 재수생 증가로 초래될 수 있는 사교육 과열의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기존의 학종과 교과전형 비율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만 내비쳤을 뿐이다. 박 차관은 “정시확대로 사교육 시장이 반응하는 문제가 커진다는 데에 우려가 있다. 그다음 재수생이 증가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일선 학교에서 좀 더 충실하게 교육한다면 굳이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수능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입에선 아직도 학종과 교과 전형이 많은 편이다. 언론이나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모든 대학들이 수능으로 쏠리는게 아니다. 여전히 교내에서 교과활동 또는 정규적인 비교과활동을 중심으로 학창생활을 충실히 하면 대학 진학하는 데에 대비가 충분히 될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이나 일반고에서 대학진학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학종의 고른기회전형이나 지역균등전형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현재 교육부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박 차관의 무책임한 발언이 모순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정시확대에 따른 사교육 수요 증가에 대해 교육부가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도 크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인 유은혜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게다가 총선이 다가온 만큼 현 시점에서 유 장관보다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교육부 정통 관료출신인 박 차관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렇지만 '조국 사태' 이후 교육정책 혼란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박 차관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정책뒤집기'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그동안 현장에선 정시를 확대한다면 사교육 시장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전혀 그와 관련된 반응을 내놓지 않다가 일방적으로 서울 소재 16개대학의 정시확대를 확정한 이후 사교육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차관이 발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정시확대로 인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입장을 바꿔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사교육을 견제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우려스럽다. 오히려 그간 문제가 있다고 겨냥해온 학종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폐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만 내놨다. 사교육 과열이 심화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설명은 없었다. 교육부가 사실상 정시확대에 따른 사교육 문제가 불거저도 방치하겠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안일한 인식’ 다시 드러낸 교육부.. ‘현장혼란 외면하는 박 차관’>
정시확대가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박 차관의 발언도 현장의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취임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입시비리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정시확대를 밀어붙이면서 현장혼란이 극심해진 상황 자체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유 장관과 대통령 발언이 엇박자를 빚으면서 불거진 ‘교육부 패싱’ 논란에 대한 해명도 부족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심지어 교육부가 유발한 대입혼란의 책임을 묻는 청취자의 지적에 대해 정책 변화에 상관없이 학교생활만 충실하면 된다고 답한 박 차관의 인식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박 차관은 대통령이 주도한 정시확대가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때문에 추진된 것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입시제도의 방향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박 차관은 “언론은 항상 대학입시 정책에 대해 크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냉정하게 보면 지난해 발표했던 2022대입개편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체대학과 입시제도의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공정성 강화방안’은 그동안 지적됐던 학종의 불공정성 내지는 불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라며 “작년에 발표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기존의 정책에 바탕을 두고 바꾸어야 될 것을 바꾸어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유은혜 장관이 정시확대보다는 학종 문제점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대통령이 정시확대를 공식화했던 만큼 현장에선 교육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2022학년 대입을 치르는 현 고1 학생들부터 입시제도의 변화에 적응할 시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청취자의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박 차관은 “질문을 주신 분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고1학생이면 당연히 학교 교육에 충실히 해야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학종이든 수능이든 다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아야 대비가 되기 때문”이라며 “고1,2를 지나면서 내신이나 학교교육에 소홀히 한 측면이 있는 학생들은 수능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수능비중이 너무 적으면 소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 내지는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정시확대는 재도전의 기회를 늘리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어떤 제도가 됐든지 간에 일단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게 제일 좋은 방법이고 왕도다. 너무 이것저것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에게 대입제도의 변화 자체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현장에선 교육부가 입시정책의 혼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부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의 해결 자체도 막고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권 가운데 대입정책을 가장 많이 뒤흔들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2년반동안 벌써 대입개편을 세 번이나 실시했다. 첫 번째 개편인 2017년의 2021수능개편이 1년 유예된 이후 2022대입개편도 ‘졸속’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정시확대를 또다시 추진한 것”이라며 “교육부가 안일한 인식을 계속 드러내고 있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이 뒤집혔는데도 교육부는 지난달 11일 열렸던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에서 사전예고제를 포함한 그동안의 정책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박 차관은 교육정책 혼란에 대한 청취자들의 우려를 휘둘릴 필요 자체가 없다는 식으로 일축했다. 문제의 발원지가 교육부라는 사실 조차 잊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교육특구 쏠림’ 확인된 정시.. 서울대 등록자 추이 분석>
정시확대가 교육특구 쏠림을 심화한다는 지적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2007~2018년 서울지역 고교의 서울대 등록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정시의 교육특구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정시 등록자 중 교육특구 출신이 차지한 비율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제공한 2007~2018학년 서울 소재 고교 서울대 최종 합격자(최종 등록자 기준)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정시 비중이 절반을 넘기고, 수시는 특기자(논술) 선발을 실시하던 2007학년을 시작으로 수시 전 전형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2012학년, 학종이 본격 도입된 2014학년, 가장 최근인 2018학년을 기준으로 구분해보면 2007학년 정시 등록자의 54.5%를 차지했던 교육특구 비율은, 2012학년 57.7%, 2014학년 61%, 2018학년 63.8%로 꾸준히 늘었다. 

정시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정시 선발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체 등록자에서 교육특구 쏠림현상도 커졌다. 수시/정시 합산 전체 등록자 기준으로 살펴보면, 교육특구 등록자 비율은 2007년 42.3%에서 2012년 43.2%로 소폭 확대됐다가 2014년 39.5%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2012년 서울대 수시 선발 비중이 60.8%에서 2014년 82.6%로 대폭 확대되면서 정시 비중이 줄어든 것과 영향 있다는 분석이다. 2014년 대폭 확대됐던 수시 비중이 2018년 78.5%로 다시 줄어들면서 교육특구 등록자 비율 역시 42.2%로 확대된 특징이다. 

2월 발간된 교육감협의회의 대입제도개선연구단 1차 연구보고서도 역시 교육특구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거대한 사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강남과 목동 지역의 2016~2018학년 서울대 정시 입학생 수는 서울 전체의 59.67%에 달한다”며 “2016~2018학년 서울대 정시 입학생 전체(전국)의 24.58%, 즉 서울대 정시 입학생 4명 중 1명이 강남 또는 목동 출신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N수생 유리’도 입증.. ‘반복학습이 가능한 영향’>
정시의 비중이 늘어날 경우 N수생 강세가 뚜렷해진다는 결과도 있다.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대입에서 상대적으로 재학생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고려대 연세대의 입학생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것이 확인됐다. 매년 재학생보다 N수생이 더 많았던 특징이다. 특히 2018학년 N수생 비중은 고대 64.4%, 연대 58.3%로, 10명 중 6명 꼴에 달했다. N수생 수능 응시자가 현역 재학생의 3분의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베리타스알파가 단독 입수한 ‘2016~2018학년 고려대 연세대 정시 입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대 연대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연대의 경우 N수생 비율이 2016학년 50%에서 2017학년 55.1%, 2018학년 58.3%로 꾸준히 상승해 60%에 육박했다. 고대는 N수생 강세가 더 뚜렷했다. 2016학년 50.8%에서 2017학년 53.1%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8학년 64.4%로 뛰어올랐다. 2018학년은 고대가 정시 비중을 대폭 줄여 입시 지형에 큰 변화를 준 해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상위권 N수생 비중이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N수생 확대 양상은 서울대 입시에서도 드러난다. 서울대가 1월 발표한 ‘2019 서울대 정시모집 선발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합격 비중은 55.4%로 2017학년 이후 2년 연속 확대 추세였다. 2017학년 46.4%(451명), 2018학년 55%(477명), 2019학년 55.4%(504명) 순의 증가세다. 2019학년 수치는 서울대가 졸업연도별 현황을 공개한 2014학년 이래 최고 수치다. 일명 ‘SKY'로 불리며 국내 최고 선호대학으로 군림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현역‘정시로 입학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던 셈이다. 

<‘사교육 키우는’ 정시.. ‘거세지는 교육계 반발’>
현장에선 사실상 교육특구와 N수생 강세가 모두 사교육 강화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대형 사교육업체들은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 모아두고 끊임없는 문제풀이식 교육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입시성과를 내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대입의 결과 역시 부모가 얼마나 사교육 등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지로 판가름나면서 교육특구 출신이 독식해왔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을수록 정시의 합격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수년간의 데이터가 말한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동아줄로 여겨졌던 정시가 이제는 고액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수험생들은 넘보기조차 어려운 전형이 됐다는 얘기다”고 전했다.

재수생의 합격비율 증가는 결국 사교육과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소득이 없는 학생들이 고교 졸업후에도 사교육을 통해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선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재수를 위해서는 학원비, 교재비, 인터넷 강의 수강료 등 연 20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기숙학원일 경우 3000만원까지 든다. 실제 N수생들의 경우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때까지 수능을 계속 치르는 경우도 많은 만큼 경제력이 재수여부를 가늠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특히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재수생 양산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정시실적이 교육특구 중심으로 쏠리는 현상과도 연관 깊다. 정시확대가 재수생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정시40%확대 방안을 발표하자마자 교사단체들은 일제히 사교육 과열을 우려하는 논평을 내놨다. 특히 진보성향 교사단체인 전교조 한 관계자는 “정시확대 방침이 발표되자 강남 집값과 사교육 주가가 치솟고 있다. 각종 통계자료는 정시가 어느 계층, 어느 지역에 유리한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 확대를 결정한 것은 안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하는 것으로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꼬집었다. 각종 교육단체가 모인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관계자는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합하면 정시 비율이 50%를 넘을 수 있다고 사교육 시장이 선전할 것이고, 정시 중심으로 대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나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과 고교현장 일선에서 입시업무를 담당하는 입학처장과 고교 진학지도교사들은 정시확대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이 사교육 과열을 이끌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정시수능전형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리 사회와 교육의 희망찬 미래보다 개인의 부와 권력의 획득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앞세워온 일부 N수생과 학부모, 이들과 경제적 이해관계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일부 사교육 관계자,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소수 집단의 목소리를 마치 전체 국민의 뜻인 것처럼 부풀리고 지속적으로 여론을 왜곡해온 일부 언론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하여 많은 대학에서 실제 그동안 시행되어온 입학전형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였음에도 언론과 정치권은 이러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였고, 급기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출한 결과를 다시 바꾸어 버리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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