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고 일반고 전환시 기초학력 저하 확대 우려'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2019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 모두 수학에서 10명 중 한명은 기초학력 미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는 11.8%, 고교는 9%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기록했다. 기초학력 미달은 해당 학년의 교과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을 말한다. 특히 중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5년 전의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평가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올해 더 늘었다. 고교생 중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지난해 10.4%에서 올해 9.0%로 줄었지만, 중·고생을 합하면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자는 10명 중 1명꼴에 달한다. 교육부는  전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약 3%인 2만4936명을 대상으로 올해 6월 치러진 올해  성취도 평가 시행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 내용을 충실히 학습했는지 매년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파악하는 시험으로 1986년 처음 시행돼 2008년부터 전국 모든 중·고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졌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일부 학생만으로 시험을 보는 '표집(標集)' 평가로 다시 바뀌었다. 평가결과는 교과별 성취수준을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로 구분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 파악을 통해 기초학력 향상 지원 근거자료 확보하고 학교의 교육성과도 점검해 국가 수준 교육정책의 수립과 개선을 위해 활용한다는 목적이다. '표집 3년차'인 이번 조사결과는 전체 학생의 3%에 해당하는 표본을 토대로 모집단에 대한 추정치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개인별 학력에 대한 진단과 피드백이 불가능한 표집방식 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교에서도 학력저하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혁신학교 확대 등 그동안 추진해온 교육정책과 무관하다는 교육당국의 안일한 인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2025년부터 특목/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통해 고교유형을 단순화하는 정책을 공개해, 기초학력 미달 문제를 전체 고교로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019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 모두 수학에서 10명 중 한명은 기초학력 미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의 경우 국어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는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19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 모두 수학에서 10명 중 한명은 기초학력 미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의 경우 국어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는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2 수학/영어 기초학력 미달 ‘소폭 완화’.. 국어 ‘소폭 상승’>
평가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은 수학의 학업성취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소폭 줄었지만,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줄었기 때문이다. 영어의 경우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줄었지만,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줄었다. 반면 국어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줄어 학성성취도가 전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해 고2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수학이 10.4%에서 9%, 영어 6.2%에서 3.6%로 하락했다. 두 과목 모두 지난 10년 사이 최고수준을 기록한 전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보다 하락한 수치다. 수학의 경우 비율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이었다. 영어는 2016학년 5.1%, 2017학년 4.1%, 2018학년 6.2%로 2017학년 잠시 감소했다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6.2%를 기록했지만 올해 다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수학의 경우 전년 70.4%에서 65.5%, 영어는 80.4%에서 78.8%로 감소했다. 국어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3.4%에서 4%로 늘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81.6%에서 77.5%로 줄었다.

<중3 수학 기초미달 ‘증가’.. 올해도 수학 ‘상승’>
중학생의 경우 수학에서 학업성취도가 떨어졌다. 국어와 영어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소폭 감소한 반면 수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율이 상승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에서도 국어와 영어는 비율이 상승한데 반해, 수학만 비율이 떨어졌다.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경우 2017년 7.1%에서 지난해 11.1%로 4%p가 오르면서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올해는 11.8%로 역대 비율 최대치를 갱신했다. 국어는 지난해 4.4%에서 4.1%, 영어는 5.3%에서 3.3%로 하락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에서 수학은 62.3%에서 61.3%로 하락했다. 국어의 경우 81.3%에서 82.9%, 영어는 65.8%에서 72.6%로 상승해 국어와 영어는 지난해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당국은 중학교와 고교 모두 다른 교과에 비해 수학에 대한 자신감/가치/학습의욕이 낮고 기초학력 미달률이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부는 수학에 대한 흥미 자신감 성공경험을 높이기 위해 활동 탐구 중심의 ‘생각하는 힘으로 함께 성장하는 수학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는 의견이다. 실현을 위해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해 내년 1월에 발표할 계획이다.

<국어/영어 ‘성별격차 뚜렷’.. ‘기초학력 미달 비율 남학생 높아’>
성별로 살펴보면 고등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교과영역에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았다. 특히 국어와 영어에서의 차이가 뚜렷했다. 중학교의 남학생과 여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성별 비율 차이는 국어 12.9%p, 영어 10.9%p로 나타났다. 국에선 남자 76.7%와 여자 89.6%, 영어는 남자 67.4%와 여자 78.3%가 각각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었다.

고2 학생들도 국어와 영어의 성별 격차가 컸다. 국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남자 71.4%, 여자 84%로 12.6%p 차이가 났다. 영어도 남자 75.5%, 여자 82.4%로 6.9%p의 격차였다. 국어의 경우 지난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남자 75.9%, 여자 87.5%로 11.6%p 벌어졌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영어도 지난해 남자 75.4%, 여자 85.6%로 10.2%p의 격차보다 격차가 조금 더 벌어진 수치다.

수학의 경우 국어와 영어만큼 성별차가 크진 않았다. 고2가 남자 66.8%, 여자가 64%로 유일하게 남학생이 더 높았다. 중3은 남자 60.2%, 여자 62.5%로 2.3%p의 격차에 불과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중고교 모두에서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았다. 중3의 성별 격차는 국어 4.3%p(남자6.2%/여자 1.9%), 영어 3%p(남자4.7%/여자1.7%), 수학 3.9%p(남자13.6%/여자9.7) 순이었다. 고2의 경우 국어 3.8%p(남자5.8%/여자2%), 영어 2.9%p(남자5%/여자2.1%), 수학 1.2%p(남자9.6%/여자8.4%) 순의 격차였다.

<중3 수학 지역규모 격차 심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비슷>
지역별규모별 학업성취수준은 전반적으로 대도시가 읍면지역에 비해 수학과 영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국어의 경우 중/고등학생 모두 지역규모에 따른 눈에 띄는 격차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중학생의 수학에서 지역별 학업성취도 격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중3 학생의 지역규모별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대도시 64.9%, 읍면 51.8%로 13.1%p의 격차였다. 영어도 대도시 대도시 75.4%, 읍면 65.9%로 9.5%p의 격차를 보였다. 국어는 대도시가 84.9%, 읍면이 79.6%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의 지역간 격차가 5.3%p에 그쳤다.

고등학생의 지역규모별 비율차이도 상당했다. 수학은 대도시 68.2%, 읍면 61.1%로 나타나 7.1%p의 격차가 있었다. 영어의 경우 대도시가 80%, 읍면이 75.4%로 5.3%p의 격차를 보였다. 국어는 대도시 77.7%, 읍면 74.9%로 2.8%p의 격차를 보였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모든 교과에서 지역에 따른 큰 차이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중3에서 지역간 격차가 약간 더 컸다. 특히 중3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의 지역별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10.3%, 읍면 15.2%로 4.9%p의 격차였다. 수학 다음으로는 국어 1.1%p(대도시3.8%/읍면4.9%), 영어 0.2%p(대도시3.4%/읍면3.6%)의 격차였다.

<학교생활 행복도, 중학교 64.4%, 고교 64.7% '높음'>
학업성취도 평가 시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는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의 64.4%, 고등학생의 64.7%가 학교생활의 행복도가 높다고 응답했다.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도 중/고교 모두 전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높아진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학업성취 수준이 높을수록 교과 기반 정의적 특성이 높았고, ‘가치’와 ‘학습의욕’이 ‘자신감’, ‘흥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학력 파악 어려운 ‘3% 표본’>
2017년부터 전수평가 시행 9년 만에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집방식 적용을 시작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국정기획위 간담회에서 일제고사 전수평가를 표집평가로 대체할 것을 제안한 데 따른 결과다. 협의회는 평가 결과 공개에 따른 시도별 학교 간 등수 경쟁과 시험에 대비한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으로 본래 취지에 벗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지적했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표집방식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외부의 상황이 변해도 표집평가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으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평가가 계속 진행되기 위해선 정권이 달라지더라도 바뀌지 않는 연속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한 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교육부가 좋은 표집평가 방법을 만든다면 정권이나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교육계에서는 표집조사로 인한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불과 3% 학생만으로 조사된 결과를 전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일부만 파악 가능한 표집평가로는 학력 진단과 평가 피드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수평가 폐지로 단위학교의 학력 파악이 어려워지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결손을 보충하고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다는 교육당국의 논리가 비약이라는 지적도 있다. 평가결과 산출도 구체적 점수 공개방식이 아닌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등 4단계 구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교알리미 공시는 우수학력 비율을 보통학력 이상에 흡수해 3단계 비율로 나타낸다. 결과의 분포가 넓은 만큼 학생들의 경쟁의식을 유도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학업성취도평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파악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편이다. 학력 파악보다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결국 평가결과에 민감한 주체는 학생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높은 단위학교나 교육청에게 개선방향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육의 질 저하와 수월성교육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성적과 점수 중심의 평가로 인한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으나 경쟁이 배제되면 평균학력 수준이 낮아지고 교육 현장의 활력이 저하돼 사교육을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학부모는 “전국 모든 학생들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봐 본인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일제고사를 폐지하면 아이와 학교 수준은 어디서 파악하냐"며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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