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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홀대정책 책임론 불가피'.. 일반고가는 특성화고생 연750명특성화고 초토화 이어 일반고 황폐화까지 부추겨..'교육당국 방관'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9.09.0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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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지난 5년동안 서울 특성화고에서 연평균 750여 명의 학생들이 일반고로 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육청은 올해도 특성화고 학생 708명이 ‘진로변경전학제도’를 통해 일반고로 옮겼다고 1일 밝혔다. 서울에 있는 특성화고는 모두 70곳인 만큼 올해 학교당 10명가량 일반고로 전입한 셈이다. 반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한 학생은 매년 140명 정도에 불과했다. 취업률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특성화고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번진 것이 매년 상당수가 이탈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2017년 74.9%였던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지난해 65.1%로 10%p 가까이 떨어졌다. 향후에도 취업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판단한 특성화고 재학생들이 대학진학으로 진로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반고 유입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반고 황폐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성화고를 졸업해도 당장 취업이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매년 많은 학생들이 일반고로 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고가 특성화고에서 전학한 학생들을 위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을지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반고의 재학생과 특성화고로부터 전학온 학생 모두 제대로 된 수업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2015년부터 꾸준히 전입규모가 적지 않았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던 교육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제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기는커녕, 시일이 한참 지났음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 애초에 문재인 정부가 고졸취업 자체를 홀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렇다 할 지원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분별한 ‘정책 뒤집기’로 수요자의 혼란만 키웠다. 특성화고는 물론 일반고까지 무너질 수 있는 데도 교육당국은 여전히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년동안 서울 특성화고에서 연평균 750여 명의 학생들이 일반고로 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한 학생은 매년 140명 정도에 불과했다. 취업률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특성화고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번진 것이 매년 상당수가 이탈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사진=서울로봇고 제공

<학생 빠져나가는 특성화고.. 지난 5년간 ‘평균 750명’>
최근 5년간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이 연평균 750여 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육청에 의하면 올해 서울 소재 특성화고 학생 708명이 일반고로 전학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반고 전학은 '진로변경전학'을 통해 한 해 두 번 실시된다. '진로변경전학'은 소질과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들이 다른 계열의 학교로 전입학할 수 있는 제도다. 올해 3월 2학년 학생 245명, 지난달 21일에서 27일 사이 1학년 전학기간에 463명이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했다. 2018년 777명, 2017년 947명, 2016년 710명, 2015년 615명으로 매년 전입학 규모도 상당하다.

일반고로 전학을 선택한 특성화고 학생이 매년 많았던 이유는 취업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엔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도 급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65.1%였다. 전체 졸업생 9만1886명 중 3만7995명이 취업했다. 3만3072명은 대학에 진학했고 2만330명은 졸업 후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취업률 74.9%보다 10%p나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됐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3년 동안 67%대인 대졸 취업률보다도 낮아졌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대졸자들의 취업률보다도 못한 것이다. 실제로 특성화고를 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고졸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만큼 대학진학이 더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반고 전입학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점도 전학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진로변경전학을 택한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과 진학이 모두 어려운 특성화고에 남기보다 일반고 전학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진로변경전학이 쉽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반고 전학 규모는 연평균 750여 명이었던 반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한 학생들은 매년 140여 명 수준이다. 특성화고 학생의 일반고 전학은 별도의 심사 없이 교육감 배정에 따라 이뤄지지만, 반대의 경우엔 학교장 심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내신성적이 낮아 일반고로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의 '우회로'가 될 수도 있다. 입학 시 성적을 보지 않고 봉사시간 학업계획 등을 통해 평가하는 ‘미래인재특별전형’으로 특성화고에 진학한 후, 진로를 변경해 일반고로 전입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고 황폐화’ 위기 확산.. ‘문제 방관한 교육당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탈이 ‘일반고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사고가 초래한 ‘고교서열화’를 문제 삼는 정부의 시각과 달리 전문가들은 대학진학 의지가 낮은 학생들까지 입학하는 것을 일반고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입한 학생은 대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해왔던 만큼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다.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교내 프로그램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면 매년 발생하는 특성화고 학생의 전입이 일반고 교실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특성화고 학생이 계속 전입하는 것이 일반고의 수업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직업교육을 받던 도중 대학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한 학생들이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곧바로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고의 교육여건 상 학습수준의 편차가 큰 학생들이 모두 한 학급에서 수업을 받는다. 결국 상위권은 물론 중하위권들도 만족할 수 없는 교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낮은 취업률을 우려해 전입을 선택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설계를 지원할 일반고의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당국의 안일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특성화고 학생들의 전입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입 진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한다는 게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이다. 중학교 때부터 직업교육을 택할 학생과 대입진학을 할 학생을 나눠줘야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구제방안으로서 ‘진로변경전학제도’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매년 상당한 규모의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반고 전학해온 상황 자체에 대해 교육당국의 문제의식은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다수의 학생들이 중도에 이탈한다는 것은 현재의 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봤어야 했다. 그렇지만 교육당국이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특성화고와 일반고 모두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부진한 고졸취업.. ‘상황 악화시킨 정부정책’>
학생들의 ‘일반고 러시’를 촉발한 취업률 급락 자체도 전적으로 정부책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상대적으로 고졸취업과 특성화고 육성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가능성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근로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전환했다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원상복귀한 정책실패도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밝힌 고졸취업 확대 정책의 핵심은 미래 신산업/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산업맞춤형 학과개편과 직업계고 고교학점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1일 내년부터 전국 마이스터고 51개교에 우선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적용한 후, 2022년 일반고 일부와 특성화고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외에도 실무교육 강화, 공공부문의 고졸 채용, ‘선취업-후학습 우수기업’ 인증제 도입 정책자금 지원, 공공입찰 가점 인센티브 제공, 지역산업 밀착형 직업계고 도입/운영 등도 제시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직업계고를 위한 실질적 정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단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것이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취업률 저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른 대책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교육당국은 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한 선취업-후학습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2017년 53.6%에서 2018년 44.9%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되려 직업계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32.4%에서 35.6%로 상승했다. 직업계고로 학생들이 진학하는 이유인 ‘빠른 취업의 기회’를 위축시키는 정책들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예산이 삭감됐으며, 교육감들은 정치색 짙은 자사고 외고 폐지에 몰두하면서 혁신학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해부터 교육이 강조된 ‘학습중심’으로 전환됐던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을 다시 ‘근로중심’으로 원상복구한 점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현장의 반발이 컸던 사안이지만 ‘정책뒤집기’를 반복하는 무책임한 행태로 수요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현장실습체계를 학습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부터 학교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문제를 교육부가 스스로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성화고의 취업률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없었으면서 현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교육정책을 추진한 후 이를 다시 뒤집었다. 특성화고 정책에서도 도입 가능성을 제대로 타진해보지 않고 어설픈 정책을 내세웠다가 엎어지는 것이 반복된 셈이다. 혼란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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