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하늘 일체함구로 수요자 기만'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대학과 사교육의 ‘잘못된 만남’으로 초중부문 선행유발의 최대 주범이란 지탄을 받아온 성대경시가 폐지된다. 성대 관계자는 성대경시가 올해까지만 실시된다며, 내년부턴 성대경시가 더 이상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20일 확인했다. 실질적 주관 기관이 사교육업체임에도 대학의 이름을 기반으로 권위를 내세워 수요자들을 혼란케 만들고, 사교육업체의 영리행위를 대학이 적극 돕는 부정적 선례로 남아있던 성대경시가 곧 막을 내리는 셈이다. 자체 폐지한 것으로 알려진 고대경시에 이어 성대경시가 폐지됨에 따라 이제 '유일하게' 선행 유발 경시대회를 종로하늘과 진행하고 있는 연대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성대경시가 사라지는 것은 계약관계 종료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사교육업체가 학생모집/출제/채점/기출문제 판매 등 대회 전반을 주관해온 실질적 ‘종로하늘 경시대회’에 성대의 이름이 사용됐던 것은 성균관대와 종로하늘이 맺은 계약 때문이었다. 성대 관계자는 “경시대회 시행기관과의 계약관계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성대경시 주관 업체인 종로하늘이 경시대회 종료 사실을 일체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자들이 일회성으로 경시대회에 응시하기보단 학업역량 측정 차원과 수상에 대한 갈망으로 여러 차례 경시대회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교육 윤리조차 내버렸단 평가다. 이미 종료 사실이 확정된 상황에서 또 다른 비판을 불러모으며 끊임없이 잡음을 생산해내고 있는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종로하늘이 사교육업체긴 하지만, 교육 관련 기관임은 분명하다. 최소한의 윤리를 지니고 있다면 종료 예정이라는 사실은 수요자 앞에 밝혔어야 한다. 경시대회 인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수요자들에게 일체의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은 눈앞의 이익만 쫓는 사교육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낸데다, 지속적인 학업역량 측정을 위해 경시대회에 접수한 수요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그간 성대경시가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될 만큼 잘못된 사교육과 대학의 결탁 사례였던 탓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폐지 결정이 내려져서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비슷한 성격을 지닌 연대경시의 향배도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 거론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도 꾸준히 선정된 성대가 경시대회를 통해 사교육을 돕는 것은 분명 긍정적으로 보긴 어려운 모습이었다. 성대도 그간 경시대회를 그만두려 노력했지만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불가능해 폐지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사례가 사라져서 다행”이라며 “다만 성대경시가 사라졌다고 해서 대학이 사교육을 돕는 모양새의 경시대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종로하늘이 실질적 주관 기관임에도 대학 경시대회처럼 위장한 상태인 연대경시(연세대 창의수학 경진대회)가 남아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탈락이 유력한 연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경시대회에 대학이 이름을 내줘가며 적극적으로 영리행위를 돕는 실질 탓에 교육계의 지탄을 받아온 성대경시가 올해로 막을 내린다. 다만, 성대경시의 실질 주관기관인 사교육업체 종로하늘이 종료 사실을 일체 함구하고 있어 또 다른 비판을 불러 모으는 형국이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성대경시 올해로 막 내린다.. 계약관계 종료>
20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성대경시는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성대경시를 실질적으로 주관해온 사교육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과의 계약이 올해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성대경시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올해 치러지는 2번의 대회까지만 계약관계가 유지된다”라며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성대의 이름을 건 경시대회가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대경시는 현재 올해 상반기 예정인 35회 대회를 접수 중인 상황. 성대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성대경시는 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36회 대회를 끝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성대경시는 성균관대가 주최기관으로 명시된 ‘전국 영어/수학 학력 경시대회’를 일컫는다. 외관만 봐선 상위대학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성대가 직접 여는 경시대회처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외관과 달리 성대경시의 실질적인 주관기관은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이다. 경시대회 홈페이지 URL부터 하늘교육의 도메인인 edusky.co.kr이 사용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안내된 고사진행본부의 주소도 ‘서울시 중구 청파로 456’으로 종로하늘 본사 주소와 같다. 종로하늘은 경시대회 홈페이지 운영은 물론이거니와 원서접수 문의사항접수 등 경시대회 전반을 맡고 있다. 문제 출제, 채점 등 경시대회의 핵심 내용도 전부 종로하늘이 주관한다. 

경시대회에서 나오는 수익도 종로하늘이 대부분 차지한다. 기출문제 판매는 물론이고 동영상 강의도 종로하늘의 몫이다. 성대경시 홈페이지에서 기출문제집 판매 링크를 통해 들어가면 하늘교육 홈페이지로 접속되며, 동영상 강의 링크는 하늘교육이 운영하는 온라인강의 사이트인 에듀원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성대경시는 실질을 들여다보면 ‘종로하늘 경시대회’에 성대의 이름을 덧씌운 것에 불과하다. 사교육의 영리행위를 대학이 이름까지 내줘가며 적극적으로 돕는 모습으로 볼 여지가 크다. 

때문에 성대경시는 그간 누차 지적 대상이 돼 왔다. 성대가 정부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대학인 탓에 잘못된 재정지원이란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오기까지 했다. 2016년 국감에서 박경미(더불어민주) 의원은 “성대경시는 성균관대가 주관하는 경시대회처럼 보이지만 종로하늘이란 학원과 결탁해 여는 경시대회”라고 꼬집으며 재정지원사업 운영의 부당함을 꼬집었다. 

성대경시에 대한 성토는 고교 현장 등 교육계 전반에서 흘러 나오기도 했다. 한 고교 교사는 “성대가 왜 사교육과 손잡고 경시대회를 진행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017학년까지만 하더라도 특기자전형 성격의 과학인재전형이 있었던 탓에 특기자전형 합격을 위해선 성대경시 수상실적이 있어야 하는 오해도 무수히 많았다. 선호도 높은 상위대학이 현장의 오해를 방치했단 점은 결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성대경시가 이처럼 비판을 한 몸에 받은 것은 경시대회가 지닌 여러 문제점들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현재 성대경시는 사교육과 대학의 부정적 협력관계란 점만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본래는 지닌 문제점이 많았던 대회다. 상위학년 응시를 허용함으로써 사교육없이는 도저히 경시대회 대비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가 하면, 영리목적으론 대여 불가능한 공립 시설물을 ‘경시대회’란 미명 아래 이용해 서울시 조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인 에듀원을 통해 ‘하나고 등 서류전형 시 교과 관련 우수성 입증 필요’라며 고교 입시에 성대경시 성적을 마치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를 내걸었던 것은 비판의 여지가 컸던 부분이다. 종로하늘이 성대경시가 마치 하나고 입시에 활용될 수 있던 것처럼 허위광고하던 것은 불과 2년 전 일로 당시 고입은 현재와 동일하게 교내/외 각종 경시대회 입상실적을 기재하면 불합격하는 구조였다. 

성대가 올해로 종로하늘과의 계약을 끝낸다는 것은 다시 말해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성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성대경시의 문제점들로 인한 교육계의 전방위적인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성대가 경시대회에 대한 비판을 두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대학이 왜 사교육 배불리기를 돕고 수요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냐는 비판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당장 경시대회를 없애고 싶어도 일방적인 계약해지 시 물어야 할 위약금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시간이 다소 필요했던 것으로 안다. 지금이라도 성대가 경시대회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종료 사실 은폐 종로하늘.. 윤리 부재, 수요자 분통>
문제는 성대경시 주관기관인 종로하늘이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성대가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대학 이름을 내주지 않겠단 결정을 내린 상태지만, 성대경시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대회 종료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성대경시 진행을 맡고있는 종로하늘 측에서도 관련 사실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는 실정이다. 종로하늘 관계자는 “경시대회 종료 여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물론 성대경시가 올해로 종료된단 사실을 알고 홈페이지를 보면 종료 여부에 대한 ‘단서’를 일부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후기시험부터 도입된 ‘연기불가’ 제도 도입이 경시대회 종료를 앞둔 포석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본래 성대경시는 접수 후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경우 다음 대회에 응시하는 ‘연기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후기시험부터 이를 없앴다. 

종로하늘이 지난해 후기시험부터 연기제도를 없앤 것은 경시대회가 종료될 수도 있단 점을 의식한 결과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본래 성대경시는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종로하늘이 갑작스레 연기불가 제도를 만든 것은 갑작스레 경시대회가 없어질 수 있단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성대 측에 따르면 법적 계약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데 1년 가량 더 시간이 필요해 지난해가 아닌 올해까지 경시대회를 진행한 후 종료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종로하늘의 이 같은 종료사실 은폐를 두고 교육계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여러 차례 응시하는 경우가 많은 경시대회의 특성에 비춰볼 때 종료 사실은 필히 고지됐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한 사교육 관계자는 “통상 성대경시는 사교육을 통해 대비하더라도 단기간 내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 어려울 만큼 어려운 경시대회에 속한다.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갖기 위해 3~4회 이상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경시대회 유지 여부는 수요자들이 선택을 받는 데 있어 주요 기제로 작용한다. 확정된 종료 사실을 숨기는 것은 종료 예고 시 응시자가 대폭 줄어들 것을 의식한 종로하늘의 궁여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하늘이 지금이라도 종료 사실을 알리고, 지속적인 학업역량 측정이란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수요자들에겐 환불 제도를 고지해야 할 것이란 지적의 목소리도 높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종로하늘이 최소한의 교육윤리가 있는 사교육업체라면 종료 여부가 확정된 시점부터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종료 사실을 적극 알렸어야 한다. 물론 성대경시가 사라진다는 것은 성대가 더 이상 경시대회에 이름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로하늘이 다른 대학의 이름을 빌리거나 자신들이 주관하는 종로하늘 경시대회로 남겨놓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 성대경시 응시자들은 ‘성대’란 브랜드를 믿고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이 손을 뗀 단순 사교육업체 주관 경시대회라면 인기가 예전만 못할 것이란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의 ‘돈벌이’에 혈안이 돼 알려야 할 사실조차 은폐하는 모습인 셈”이라며 “문제는 종료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시험에 접수한 수요자들이다. 내달 25일까지 활용할 수 있는 환불제도 등을 적극 이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종료 사실을 은폐해 온 종로하늘이 접수자들에게 연락해 경시대회 종료 사실과 환불제도 활용 등을 고지하는 것이 순서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볼 때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교육-대학 결탁 사라질까.. 연대경시 귀추 주목>
영리목적의 사교육 경시대회에 대학이 이름을 내준 대표적 사례인 성대경시가 막을 내리는 탓에 남은 대학-사교육 경시대회인 연대경시의 행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일한 사교육업체 종로하늘이 대회 전반을 주관하는 연대경시마저 사라지면 대학이 사교육의 영리행위를 돕는 불상사가 완전히 근절될 수 있어서다.

교육계에서는 연대경시가 사라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상황이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 8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은 연대가 사교육의 영리행위를 돕는다는 것은 향후 사업탈락을 굳히는 행위이며, 연대경시가 성대경시와는 달리 상위학년 응시를 무제한 허용하는 등 선행학습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선행학습 금지법과도 정면 충돌하고 있는 형국인 때문이다. 

다만 연대경시가 당장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도 존재했다. 성대경시와 연대경시의 실질적 주관기관인 종로하늘이 성대경시를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연대경시마저 손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단 이유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성대경시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단 사실을 고려하면, 종로하늘의 의중이 다소 선명하게 드러난다. 2016년 실시되지 않아 폐지된 것처럼 보이던 연대경시가 2017년 갑작스레 부활, 2018년 1월 시험이 실시된 배경에는 성대경시 종료사실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에 따르면 성대는 2017년을 끝으로 성대경시 종료를 추진했는데 계약관계 때문에 2018년까지 성대경시를 유지하게 된 상황이다. 종로하늘 입장에선 수익사업이 사라지게 되는 만큼 당장 대체재가 필요했을 것이고 아직 협약관계가 살아있는 연대경시를 되살려 성대경시의 맥을 이어나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연대가 종로하늘과 어떤 계약관계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성대도 경시대회 종료까지 시간이 다소 허비한 것을 보면 연대 역시 계약이 더 지속돼야 하는 사정 등으로 경시대회를 당장 그만두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연대가 경시대회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면 가뜩이나 교육과정 위반으로 인한 모집정지까지 있는 탓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탈락은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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