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 기여대학이 이래서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벗어난 논술고사를 출제해 ‘사교육 유발’대학이란 불명예에 더불어 모집정지 처분까지 받게 된 연세대가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사교육 경시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학별고사나 학원/교습소 등의 선행학습 유발만 선행학습 금지법이 규제하는 상황에서 경시대회를 통한 상위학년 응시 허용으로 선행학습을 유발,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는 모습에 ‘꼼수’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교육부 교육청 등이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집중점검하고, 국회에선 처벌 규정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등 선행학습 유발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날로 강도를 더하는 배경이지만 연세대는 이에 정면으로 ‘역주행’하며 정부방침에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간 ‘성대경시’의 실질적 주관기관으로 밝혀지며 물의를 빚어온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이 연대경시 역시 주관하고 있단 점이 드러나며 한층 충격을 더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소문만 무성했던 사교육과 대학의 ‘결탁’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란 반응이다. 종로하늘이 학생 모집부터 문제 출제까지 전부 관여하는 경시대회에 대학의 이름을 내주고 총장상까지 수여하는 탓에 사교육 유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단 오명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교육과정 밖 논술출제로 인한 모집정지에 사교육에 이름을 내주며 사교육 경시대회를 돕는 모습 때문에 당장 올해 실시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학이 이름을 내준 사교육 경시대회가 수요자들의 오해를 촉발하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성대경시’란 전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연대가 공교육정상화에 기여한 대학들에 주어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지원금을 받고 있으면서 사교육과 손잡고 사교육 기반 선행학습을 유발해왔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연대경시는 대회 이름에 연세대가 들어가 있고 연세대 주최, 연세대 미래교육원 주관으로 명시돼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종로하늘경시대회나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문제출제부터 학생모집까지 모든 것을 종로하늘이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추가선정되며 8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은 대학이 대학별고사를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한 것도 모자라 사교육과 손을 잡아가며 선행학습을 유발한 것은 결코 좌시해선 안 될 문제”라며 “연대경시의 가장 큰 문제는 가뜩이나 학년별 난이도가 낮지 않은 상황에서 상위학년으로의 응시를 무제한 허용해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으로 전방위적인 선행학습 유발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학 주관 경시대회는 제재 대상이 아니란 ‘틈새’를 활용해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연대가 우리나라 대학사회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해볼 때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셈”이라고 꼬집었다. 

2년 연속 교육과정 밖 대학별고사 출제로 모집정지 처분까지 받은 연대가 사교육 경시대회에 이름을 빌려주며 선행학습을 적극 유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탈락이 예정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사진=연세대 제공

<연대경시는? 창의수학경진대회.. 올해로 3회차>
연대경시는 연세대가 주관하는 창의수학경진대회를 일컫는다. 연대 산하기관인 미래교육원 주관으로 열리는 창의수학경진대회는 2014년 11월 처음 시작돼 2015년 12월 2회대회가 열린 후 한동안 잠잠했다. 2016년과 2017년의 2년간 대회가 열리지 않아 그대로 명맥이 끊기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1월6일 3회 대회가 열리며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이처럼 올해로 5년차를 맞았음에도 열린 횟수가 3회에 그친 것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경시대회가 아니란 데서 비롯됐다. 연대 관계자는 “창의수학 경진대회는 매년 열리는 성격의 대회가 아니다. 경시대회 시행기관과 협의해 경시대회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시행기관이 학생을 모집하고 문제를 출제해 우리 대학에 실시 의사를 타진하면 협약에 따라 경시대회를 진행하는 부정기적인 방식이다. 2016년과 2017년 경시대회가 열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특성 탓에 다음 경시대회가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다. 연대 관계자는 “시행기관이 사실상 모든 것을 주관하는 대회다. 우리 대학이 하는 것은 행정처리에 불과하다. 때문에 4회 대회가 언제 열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대회의 형식은 확실히 정립돼 있지 않았다. 응시학년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들쭉날쭉했다. 1회 대회는 초1부터 고2까지를 참가 대상으로 했지만, 2회와 3회 대회는 중3까지로 참가대상 상한을 낮춘 상태다. 1회와 2회 대회 때는 모 언론사가 후원기관으로 명시됐지만, 이번에 열린 3회 대회에선 제외됐다. 

<정부방침 정면충돌 ‘선행학습 유발’.. 상위학년 응시허용>
연대경시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선행학습 유발’에 있다. 연대경시는 대회를 부정기적으로 열고 참가대상도 바꾸는 등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1회부터 3회까지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상위학년 응시허용’이란 원칙에는 한 번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연대 창의수학 경진대회 홈페이지는 현재도 ‘응시자 유의사항’을 통해 “상위학년으로의 응시는 제한없이 가능하며 하위학년 응시는 불가능하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상위학년 응시는 2014년부터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에 위배된다. 교육과정에 앞서 하는 ‘선행학습’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행위란 점에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상위학년 교육과정 기반 대회 응시를 ‘무제한’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후 대회에 응시하란 얘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성대경시’ 등 여타 경시대회의 문제점으로도 그간 누차 지적됐던 사안이다.  

물론 연대경시에 규정된 상위학년 응시는 불법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대학의 이름을 내건 경시대회는 선행학습법의 규제대상에서 제외돼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초/중/고 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위해 교육관련기관의 선행교육과 선행학습 유발행위를 규제하는 선행학습 금지법은 ▲학원/교습소/개인과외교습자의 선행학습 유발광고/선전 ▲학교의 교육과정을 벗어난 지필평가/수행평가 ▲입학 예정학생 대상 선행 교육과정 운영 등만을 규제하고 있다. 대학의 경시대회는 제재 대상이 아닌 것이다. 대학의 경우 대학별고사를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하는 것 외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비판에서마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엄연한 교육관련 기관인 연대에서 선행학습 유발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법의 부재로 처벌이 불가능한 것에 불과하다. 

대학 경시대회의 선행학습 유발행위는 정부 방침과도 정면 충돌한다. 최근 정부는 선행학습 유발 행위에 대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교육부와 공정위 여성부 등 9개 관계부처는 학원 등 특별점검 범부처협의회를 열어 합동으로 선행학습 유발 광고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국회도 선행학습 유발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동섭(국민의당) 의원은 올해 1월말 학원/교습소/개인과외교습자가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선행학습 금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선행학습 금지법에 선행학습 유발 광고/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규정만 있을 뿐 처벌규정이 없다는 비판 때문이다. 

상위학년 응시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연대 경시대회에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적정학년에 응시하더라도 사실상 선행학습을 강요하는 경시대회 난이도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창의수학이란 이름으로 공간지각력 논리적추론력 등의 문제들을 내고 있어 교육과정을 정확하게 판별하긴 쉽지 않지만, 난이도가 결코 낮은 문제들은 아니다. 기출문제만 봐선 성대경시보단 다소 쉬운 편이지만, 절대적인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융합형 문제인 특성까지 더해져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대비할 수 있는 문제로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결국 연대경시는 선행학습을 직접적으로 유발하고 있음에도 법의 부재로 인해 처벌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데 불과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선행학습 금지법은 아직 시행된지 몇 년 되지 않다보니 여러 구멍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선행학습 유발 광고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교육부나 교육청 등은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적발하는 경우 학원법 등을 활용해 간접적인 처벌만 실시하고 있다. 직접적인 처벌규정이 없다는 비판 때문에 최근 과태료 처분 내용이 담긴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선행학습 금지법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교육관련 기관의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란 점을 고려해보면 대학의 이름을 건 경시대회 역시 제재 대상이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행학습 유발 전례.. 비판 가중>
연대가 이처럼 경시대회를 통해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있는 데 대해 교육계의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다. 이미 선행학습을 유발해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연대는 올해 치러지는 2019 대입에서 서울캠 34명, 원주캠 1명의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라 대학들이 발간한 선행학습 보고서를 기반으로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한 결과 2년 연속 서울캠과 원주캠 모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출제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교육과정 밖에서 대학별고사를 출제한 대학에 시정/변경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고 연속된 교육과정 위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대학별고사를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했다는 것은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대비할 수 없는 문제를 출제, 수험생들에게 공교육을 벗어나 사교육을 통해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아무리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예방 시스템을 가동해도 판정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 교육과정 위반 여부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연대가 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이 ‘고의’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셈이다.

이처럼 ‘고의’ 여부가 불투명한 연속된 교육과정 위반, 그로 인한 모집정지 처분과는 달리 경시대회는 연대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문제였단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훨씬 크다는 평가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미 연대는 모집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사교육 유발 대학’이란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다. 판정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긴 하지만, 2년 연속 서울캠과 원주캠 모두 교육과정을 위반했단 점에서 변명의 여지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판정과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모집정지 처분과 달리 선행학습 유발 가능성이 매우 큰 상위학년 응시 허용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도 통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대학의 직접적인 선행학습 유발이란 점에서 교육과정 위반 대학별고사 출제 못지않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업체에 이름내준 연대.. 실질은 종로하늘 경시대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연대경시는 대회 이름에만 연대가 포함돼있을 뿐 대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시대회란 점 때문이다. 실제 연대경시는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이 대회 전반을 주관하는 ‘사교육 경시대회’로 봐야 했다. 대학의 이름을 내걸고 있을 뿐 실질은 달랐던 셈이다.

베리타스알파 취재 결과 연대경시는 연대 주최, 연대 미래교육원 주관 대회지만, 연대와 관련성은 희박했다. 학생 모집, 채점, 시상식 등 경시대회 전반을 주관하는 것은 종로하늘이었다. 상담전화 역시 전화번호는 달랐지만 성대경시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었으며, 문제출제도 종로하늘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연대 총장상이 수여되는 외관만 봐선 연대가 직접적인 시행기관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던 셈이다. 문제출제 학생모집 채점 등 전 과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종로하늘이 단순한 위탁기관인 것도 아니었다. 도리어 종로하늘이 하는 경시대회에 대학이 이름만 빌려준 것으로 봐야 했다. 

연대경시가 사실상 종로하늘 경시대회라는 점은 연대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연대 미래교육원 관계자는 “창의수학 경진대회는 우리 대학이 시행하는 대회가 아니다. 실제 시행기관은 하늘교육”이라며 “하늘교육 쪽에서 학생을 모집해 대회를 진행한다. 하늘교육과 MOU를 맺고 경시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보조 역할로 행정처리 부분만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대가 상위학년 허용으로 인한 선행학습 유발이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경시대회를 주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연대 미래교육원 관계자는 “선행학습 유발이란 얘기는 처음 듣는다. 현재 경시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곳은 하늘교육이다보니 상세한 내용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간 대학가에서는 연대 경시대회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사교육과 손잡고 시행하는 대회란 추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성대경시 뿐만 아니라 연대경시도 사교육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란 소문은 많았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었다. 한 때 사교육업체가 연대경시 홍보배너를 홈페이지에 내걸어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냔 예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주관 기관이 미래교육원으로 명시돼있어 사교육에 단순 홍보를 맡긴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대경시에 대해 뜬소문만 나돌았던 것은 연대와 종로하늘의 관계가 철저히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창의수학 경진대회 홈페이지만 봐서는 종로하늘과의 연관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소도 연대 미우관으로 명시돼있으며, 전화번호 역시 하늘교육과는 관련이 없는 번호만 내걸어져 있다. 고사진행본부 주소가 하늘교육 주소와 동일하고 홈페이지 주소 역시 하늘교육 도메인을 활용하는 등 조금만 둘러보면 종로하늘 주관 대회란 점을 알 수 있는 성대경시와는 차이가 크다. 때문에 그간 연대경시는 연대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경시대회로 통상 인식돼왔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주관기관과 실질적 주관기관이 다른 것을 두고 교육계는 ‘위장전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학의 브랜드를 내세워 공공성과 권위를 얻고 실제 실익은 사교육업체가 가져가는 실질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그간 대학의 이름을 빌린 사교육 경시대회는 성대경시가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었다. 연대는 그간의 사정을 알면서도 의뭉을 떤 셈”이라며 “대학의 이름을 빌려 사교육경시대회를 마치 대학이 주관하는 경시대회로 위장한 종로하늘도 문제지만, 연대 역시 수요자들을 착각하게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과 대학의 ‘결탁’으로 인해 연대경시의 불법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학원/교습소/개인과외교습자는 선행학습 유발 광고/선전을 할 수 없다고 선행학습 금지법에 규정돼있는 상황에서 경시대회가 광고/선전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 더 이상 주체가 대학이란 이유만으로 불법을 교묘히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종로하늘 경시대회란 점이 드러난 이상 연대경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대학 주관 경시대회라면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부재로 인식되겠지만, 사교육 주관 경시대회라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꼼수’로 봐야 했다. 처벌대상인 학원이 ‘가림막’으로 대학을 내세워 단속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불법과 합법 여부를 떠나 사교육 경시대회를 근절 대상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얼마간의 돈을 받는 행태의 성대경시나 연대경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행태다. 대학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수험생들을 기만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영향력 큰 상위대학들이 사교육과의 ‘결탁’을 멈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별다른 실익도 없는 사교육 경시대회를 대학이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단 지적도 있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연대나 성대가 사교육업체에 대학 이름을 빌려주는 것은 아무런 수고로움 없이 수익을 얻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들 대학이 사교육에 이름을 내주고 받는 돈은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경시대회를 이어나가야 할 실익조차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명목상 주관기관인 연대 미래교육원도 대학 이름을 빌려주고 받는 돈은 미미하다고 털어놨다. 연대 미래교육원 관계자는 “협약내용에는 대학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금액이 명시돼있지 않다. 시험 장소를 내주고 받는 대관료나 행정처리에 따른 부대비용 정도가 전부”라고 말했다.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적신호’>
사교육 경시대회에 일조하고 있음이 밝혀짐에 따라 당장 연대는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이미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으로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사교육과 손잡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경시대회를 연 대학이 고교교육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인 때문이다. 

대학이 사교육에 이름을 내준 경시대회는 그간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다. 2년 전 국감에서는 성대가 종로하늘과 함께 ‘성대경시’를 연 것이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박경미(더불어민주) 의원은 성대경시는 성균관대가 주관하는 경시대회처럼 보이지만 종로하늘이란 학원과 결탁해 여는 경시대회라며, 이런 대학들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원금이 돌아가는 것을 비판했다. 

성대경시에 대한 비판은 연대경시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사안이다. 사립이긴 하지만 엄연히 공적 책무가 있고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이 영리성이 큰 경시대회에 참여했다는 점, 사교육의 영리행위에 대학이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는 점, 그 과정에서 선행학습 유발행위에 적극 동참했다는 점 등 문제될 부분들이 많다. 

때문에 올해 연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연대경시에 대한 지적이 없었더라도 이미 연대는 지난해 사업선정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을 불러일으켰기에 사업선정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지원대학 선정 과정에서 연대는 중간평가에서 탈락했음에도 재선정평가를 통해 선정, 끝내 지원금을 거머쥐었는데 대학가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컸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예산 규모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연대 등이 추가선정 된단 사실을 미리부터 알 수 없었다면, 딱 맞춰 예산을 분배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라며 “중간평가 자체가 ‘쇼’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모집정지 처분을 받으며 공교육 정상화에 반하는 대학으로 낙인이 찍혀있다는 점도 올해 연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탈락을 예상케 만드는 요인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주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예산안 분석 과정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하거나 사업운영성과가 미흡해 중간평가에 탈락한 대학이 사정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은)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이미 내놓은 상태다.

<대학 이름내준 사교육 경시대회 왜 열리나?>
대학들이 이처럼 사교육에 기꺼이 이름을 내줘가며 열리는 경시대회의 대표적인 예는 ‘성대경시’다. 올해 35번째 시험을 앞두고 있는 성대경시는 3회째 열린 연대경시 등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경시대회는 크게 ▲대학이 이름을 빌려주는 사교육 경시대회 ▲대학 주관 경시대회 ▲사교육 주관 경시대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이 이름을 빌려준 사교육 경시대회의 대표적인 사례는 연대경시와 성대경시며, 대학 주관 경시대회는 올해부터 폐지된 고대경시 등을 들 수 있다. 사교육 주관 경시대회는 업체명을 내건 경시대회를 일컫는다. 

대학의 이름을 빌린 사교육 경시대회를 비롯해 경시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것은 2010년을 전후해서다. 성대경시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모습에 대학들이 하나 둘 경시대회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이 경시대회에 뛰어든 것은 수입이 꽤 괜찮다는 소문이 난 2010년 전후쯤이다. 연대경시 성대경시 외에도 고대 외대 서울교대 등 대학들 상당수가 경시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사교육업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여는 경시대회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경시대회는 한동안 학부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0년 전후로는 특기자전형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고, 현 학생부종합전형과 달리 입학사정관전형에서 교외활동이나 수상실적을 반영할 수 있다보니 경시대회 성적을 대입에서 활용할 수 있었던 때문이다. 이후 교외활동이나 경시대회를 일체 반영할 수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각광받으며 경시대회에 대한 열기는 다소 사그라 들었지만 특기자전형에선 여전히 경시대회 성적을 활용할 수 있던 탓에 경시대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했다. 

경시대회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킨 데는 정부의 탓도 컸다. 수요자 부담감소란 명목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집방식과 전수방식을 넘나들고 고교 시행 여부가 엇갈리는 등 갈짓자 행보를 보이자 자녀들의 학업역량 측정을 위해 경시대회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난 때문이다. 한동안 이 같은 추세는 이어져 경시대회들은 접수 마감일이면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몰려드는 인파에 시험장을 갑작스레 늘리기도 하는 등 인기를 이어나갔다. 

이같이 높던 경시대회의 인기는 최근 들어 다소 사그라든 상태다. 특기자전형이 사교육유발전형으로 지목되며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입에선 경시대회 성적을 일체 활용할 수 없도록 돼있는 상황에서 대입에서마저 경시대회 성적을 활용할 여지가 없어진 탓에 경시대회를 찾는 발걸음은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다만 경시대회가 다시 살아날 불씨는 존재한다. 현 정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에서 표집조사 방식으로 9년만에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교육부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제안을 수용하며 학업성취도 전수조사를 폐지했다. 일부 학생의 학업역량만 파악하는 표집평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 등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녀들의 학업역량 측정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열망은 사교육 경시대회 등을 통해서만 채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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