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대회 비수상자’ 기재 금지..'과정 드러낼 통로 차단'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부터 교내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 경우 해당 활동을 학생부에 기재할 방법이 사라진다. 교내대회를 ‘활동’으로 바꿔 적는 행위를 막겠다는 의도지만, 수상여부와는 무관하게 학생의 참여과정을 드러낼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덕원여고 김상근 교사(EBSi 수능 방송 강사)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 위주로 수상하는 상황에서, 대회관련 활동 기재는 일종의 ‘완충작용’을 해주던 것”이라며 “활동 기재를 금지할 경우 일부학생 몰아주기가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간 교내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회’라는 이름을 빼거나 ‘활동’ 등 다른 명칭으로 바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 기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내대회의 경우 수상 경력 란에만 기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비록 대회에는 참가했더라도 수상을 하지 못한 경우라면 ‘대회’의 이름으로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어 명칭을 바꾸는 편법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편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재금지 원칙을 손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기재금지 원칙을 세웠다는 점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편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서도 “결과만이 아닌 ‘과정’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교육적인 취지와는 달리, 과정을 드러낼 통로 자체를 차단한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후 수상경력사항을 아예 삭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상자’와 ‘비수상자’의 간극이 커져 폐지 여론이 심화될 가능성 때문이다. 교육부는 꾸준히 ‘학생부 간소화’ 방침을 드러내면서 대표적으로 수상경력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발표된 ‘2018 학생부 기재요령’은 전년 대비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교육계는 추후 발표될 학생부 기재 개선사항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불통 논란’으로 좌초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당장 2018 기재사항에 반영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장 학생부가 대폭 간소화되진 않았지만 교내대회 비수상자의 활동내용 기재를 금지하는 등 간소화의 포석을 깐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교내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 경우 해당 활동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금지된다. 교내대회를 '활동'으로 바꿔 적는 행위를 막는 의도지만 비수상자의 경우 대회준비 과정 등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내 대회 비수상자 기재방법 없어>
‘2018 학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학생부에 교내 대회 준비과정 등을 기재하는 것이 금지된다. 올해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유의사항에는 ‘교내/외 대회 관련 사항을 입력할 수 없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수상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대회준비 내용 역시 일체 기재할 수 없다. 대회의 명칭을 단순 행사로 변경해 입력하는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교과학습발달상황뿐만 아니라 수상경력을 제외한 다른 어떤 항목에도 입력할 수 없다. 

금지사항이 추가된 이유는 그간 고교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편법’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학생부 기재개선사항에 따라 대회수상사실은 수상경력 란에만 기재할 수 있도록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교 현장에서는 ‘대회’의 이름을 ‘활동’ 등으로 바꿔 학생부의 다른 항목에 기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상하지 못한 학생들 역시 준비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 등을 기재하려는 요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편법’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금지사항’을 추가해 일체 관련 내용을 학생부에 쓸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학생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만 교내대회와 관련해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상 실적이 뛰어난 일부 학생들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기재금지 원칙이 일으킨 편법 문제를 또 다른 기재금지 원칙을 세워 막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수상자/비수상자 간극을 줄이는 ‘완충 작용’ 역할을 아예 차단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식적으로 기재할 공간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기재요령에 교내 대회 관련 금지사항이 추가되면서 ‘학생부 간소화’의 포석을 깔았다는 시각도 있다. 내년부터는 학생부에 아예 교내 수상경력을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현행 총 10개 항목에서 7개 항목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상 경력’ ‘진로희망사항’이 빠지고 ‘인적사항’과 ‘학적사항’을 합치는 방안이 유력하다. 

수상경력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개선을 거쳤다. 학교별로 사전 등록된 교내상 만을 기재할 수 있도록 했고 수상사실은 수상경력 란에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전 등록된 교내상 만을 기재하도록 한 것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강남권 고교에서 학종 때문에 교내상에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부에 기재되는 교내상의 수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됐다. 

최근 국회 교문위 소속 김병욱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서울대 수시 합격생이 받은 교내상 수가 최대 12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명문대에 입학할만한 학생들을 위주로 교내상을 수여하는 ‘상 몰아주기’와 1년간 교내상이 한 번도 없는 학교가 있는 반면 한 학교에서 수십 수백건을 수여하는 ‘교내상 남발’이 문제로 지적된다. 학업능력 신장이라는 목표 아래 학습동기부여 차원에서 상을 수여했다면 학업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만, 모든 학생들이 많은 상을 받는다면 교내대회와 상이 가진 의미가 흐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교내상 양산은 고교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대학들은 교내상이 평가지표로 활용되긴 하지만 당락을 좌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수에 따른 가산점도 없다고 밝혀 왔다. 2016년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이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교내대회 입상과 학종 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 이상)의 경우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는 102개 학교 가운데 33위를 기록했고, 1인당 입상 수의 경우 72위를 기록했다. 하나고의 뒤를 이은 경기과고(52명 이상) 역시 대회 개최 수 20위, 입상 수 39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교내대회 개최 수 3위, 입상 수 3위를 기록한 대전동신과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교내상이 평가 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어도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 때문에 무작정 학생부에서 제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교외상이 더 이상 대입에서 활용도가 없어지면서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돌아온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에 교내상까지 기재를 금지한 것은 납득이 어렵다. 이제까지 교내대회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조금씩 운영노하우가 생기고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데 없앤다니 허탈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내대회의 횟수를 일정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식으로 운영방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는데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없애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수상경력은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 시절부터 도마에 올랐던 평가항목이다. 교육부는 2011학년부터 학생부에 교외 경시대회나 교외상 수상실적 기재를 금지했다. 올림피아드 등 각종 교외대회는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해 준비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과도한 사교육 유발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교외상을 더 이상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되면서 교내 경시대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교과 비교과 등 다방면에서 교내대회가 열리면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이끌어내고 성취감을 돋우는 수단이 돼왔다. 

<전년과 대동소이.. 추후 개선방향 촉각>
올해부터 고2의 경우 ‘진로희망사항’ 항목에서 ‘특기 또는 흥미’가 사라지고 학생/학부모로 나눠 적던 ‘진로희망’ 란도 하나로 통합한다. 기존에는 1학년의 경우에만 △진로희망 △희망사유로 나눠 작성하고, 2, 3학년은 △특기 또는 흥미 △학생/학부모 진로희망 △희망사유로 나뉘어 있었다. 올해 3학년은 기존의 기재항목을 그대로 유지한다. 특기/흥미는 성장과정에서 수시로 변화할 수 있음에도 학년별로 다르게 기재된 경우 상급학교 입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머지 항목의 경우 큰 변화는 없다. 현행 학생부는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상황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진로희망사항 ▲창의적체험활동(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으로 구성돼있다. 

글자수 규정도 전년과 동일하다. 창체에서는 자율활동 1000자, 동아리활동 500자, 봉사활동 500자, 진로활동 1000자, 봉사활동실적 활동내용 250자를, 일반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과목별 500자,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500자를 기록할 수 있다. 독서활동상황은 공통 500자, 과목별 250자이며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1000자 등을 기록할 수 있다.  

‘창체’라고 불리는 ▲창의적체험활동상황은 기존대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으로 나눠 기입한다. 학생의 영역별 활동에 대해 교사가 상시관찰/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구체적 활동 사실과 학생의 활동 태도/노력에 의한 행동 변화와 성장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자율탐구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이수 과정에서 사교육 개입 없이 학교 내에서 학생 주도로 수행된 연구 주제 및 참여 인원, 소요 시간만을 기재하는 점도 동일하다. 

▲독서활동상황은 독서과정의 관찰/확인이 어려운 독서 성향 등을 기재하지 않고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기록한다. 읽은 책을 ‘도서명(저자)’의 형식으로 입력한다. 지난해 한 차례 개선을 통해 ‘독서성향’ 란을 삭제한 것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이다. 당시 교육부는 “현재도 교사가 모든 학생의 독서활동을 관찰/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독서기록장 등 학생의 기록물을 근거로 기재하고 있다”며 “개선안도 학생의 독서기록물 등 증빙자료를 교사가 확인한 후 기재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교사가 학생의 독서활동을 직접 관찰하고 독서성향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제목과 저자만을 기록하도록 개선, 교사의 업무부담을 완화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은 교과/과목/단위수/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성취도(수강자수)/석차등급 등의 성적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구성된 항목이다. 학생의 수업 참여 태도와 노력, 교과별 성취기준에 따른 학습목표 성취를 위한 자기주도적 학습에 의한 변화와 성장 정도를 중심으로 기재하며 방과후학교 활동 내용은 교과담당 또는 담임교사가 강좌명과 이수시간만을 기재하도록 한 점이 지난해와 동일하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큰 차이점은 없다. 학생의 학습, 행동 및 인성 등 학교생활에 대한 상시관찰/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변화와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기재하면 된다. 행특은 다른 항목들을 통해 설명하지 못했던 학생의 학업능력, 기본소양 등 전반적 사항을 설명하고 교사가 학생에 대해 느낀 점까지 풀어낼 수 있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당초 교육부는 인적사항에서 학부모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는 란을 삭제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기재요령에는 담기지 않았다. 학부모 신분을 가려 학생의 배경을 최대한 나타내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논의됐으나, 학생 관리를 위해서는 보호자인 부모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추후 ‘수상경력’ 항목 삭제 가능성.. 동아리도 기재금지 유력>
2018 학생부 기재요령은 전년 대비 큰 변화가 없었지만 교육부가 학생부 간소화 방침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2019 기재요령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그간 꾸준히 ‘학생부 간소화’ 방침을 피력해왔지만 이번 기재요령에는 담지 않았다. 최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등 일련의 교육정책들이 ‘불통’ 논란으로 좌초되면서 섣부른 도입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후 ‘자율 동아리 활동’도 기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대학들은 수상실적, 동아리, 소논문 활동 등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꾸준히 설명해왔지만 여전히 이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는 일부 고교 현장에서는 과잉 경쟁이 유도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에 앞서, 항목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항목 자체가 사라지면 해당 활동이 교육적 의미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종이 얼마나 많이 했는가에 주목하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서울대가 공개한 ‘2018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서도 동아리개수보다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주요 평가요소로 둔다고 밝히고 있다. 개수는 물론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도 없다.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순기능이 사라진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열린 대입개선포럼에 참석한 인천의 한 고교 교사는 “과거에는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으면 정신 나간 학생이었고, 동아리를 한답시고 동아리실에 있으면 철이 없는 학생으로 비춰졌다”며 “미래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5지선다형에서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인 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이다. 학종이 학교현장에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 냈는데 학생들의 활동내용을 평가요소에서 제외하는 것이 제대로 된 평가인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부에 대한 과도한 기재제한 논란은 2016년 서울대가 주최한 ‘사교육포럼’에서도 논의됐던 사안이다. 당시 안성환 대진고(서울) 교사는 학생부를 평가도구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 교사는 “학종의 취지가 충실한 학교생활인 만큼 학교생활을 기록한다는 교육적 활용을 위해 학생부를 어떻게 기록하게 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글자수를 제한하는 것은 평가도구로서의 역할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적위주의 나열이 될 수밖에 없고, 학생부 동질화로 이끈다는 지적이다. 

<소논문 기재 찬반 분분>
소논문 항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대학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례가 다수 적발되면서 ‘금수저 항목’이라는 인식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 고액을 들여가며 소논문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소논문은 교과과정을 심화학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지만, 이를 오해한 일부 고교에서 소논문이 마치 학종에서 갖춰야 할 필수스펙인 것처럼 인식해 일어난 불상사다.  

하지만 실제 소논문은 서울대 입학사정관 시절 “소논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의 발언처럼 학종 평가과정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 한 입학사정관은 “소논문 논란은 학종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학종이 평가의 중심축으로 삼는 것은 학생부다. 학생부에서 드러나는 학업역량이 최우선이고, 그 외 사항들은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소논문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평가과정에서 고려대상조차 아니다. 소논문 관련 이상적인 사례인 과학과목의 성적이 우수하고, 관련 활동도 많은 학생이 자연스럽게 소논문 작성까지 한 경우에도 학업역량을 쌓기 위한 노력의 일환 정도로 인정하는 정도지 소논문을 썼으니 뛰어난 인재라거나 하는 식으로 평가하진 않는다. 고교 수준으로 보기 의심스러운 소논문의 경우 면접에서 철저히 파고들어 진위여부도 따진다”고 증언했다. 

학종의 본질을 보더라도 소논문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이 도입된 초기에는 교외 ‘스펙’ 위주의 입시가 진행되면서 소논문이 눈길을 끌만한 요소였지만, 학생부를 중심에 두고 지원자의 교내활동을 주로 평가하는 학종이 고액의 수익자부담과 사교육 등으로 통해 만들어진 R&E에 좋은 평가를 내릴 리는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 ‘간소화’보단 ‘내실화’ 필요>
학생부 기재항목을 기존 10개에서 7개까지 줄이려는 움직임을 두고 ‘학종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학생부 기재수준의 간극을 좁히는 데만 집중해 학종이 목표하는 정성평가의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우려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정량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정성평가 학종은 기재항목이 많을수록 학생 잠재력 평가에 도움이 된다”며 “무조건 학생부 기재내용을 축소 폐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적 축소로만 접근할게 아니라 입학사정관 수를 늘리고 전문성을 키우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가 시행 주체인 대학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평가의 소재가 많을수록 좋다. 가뜩이나 2014년부터 과도한 글자수 제한이 도입돼 평가 소재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또다시 평가 소재를 줄여나가는 교육부 행보는 학종을 줄이라는 얘기로 비춰질 정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종의 주된 평가요소는 학생부임은 분명하지만, 학생부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 대학이 더 알고 싶은 부분을 자소서와 교사추천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특 방과후활동, 독서활동 등은 현행 학생부 기재사항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이미 개선을 거치면서 사실상 평가요소의 기능을 대폭 잃은 상태라는 점도 지적된다. 강좌명/이수시간, 제목/저자만을 기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면접이 있는 학종에서는 해당 활동에 대한 추가 질문을 실시해 평가 과정에서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사실상 평가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단순히 활동명, 도서명만으로 정량평가를 실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미 많이 간소화돼있는 상황에서 더 줄인다는 것은 평가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학생부 간소화는 전반적인 기재수준 하향 평준화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간소화가 아닌 내실화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제한 강화가 아닌 제한완화를 통해 학생부에 충분한 이야기를 담아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 입장에서는 학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고 대학 입장에서는 충분한 내용이 담긴 학생부를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학생부 간소화의 근거로 교사의 업무부담 경감도 언급되지만 업무부담 경감을 이유로 이미 학생부 제한상황을 강화해놓은 상황에서 또다시 줄여나가는 것은 학종을 ‘절름발이’로 만든다는 지적이다. 2016년 샤교육 포럼 당시 인천 광성고의 송선용 교사는 “학종은 학교생활을 기본으로 학생의 지금까지의 삶의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반면 학생부엔 학생의 삶과 과정을 외면하도록 하는 요소가 많다. 교육당국의 규제 탓이다. 외부수상을 학생부에 적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교육규제라는 측면에서 조금은 이해가 되나, 교내상까지 포함한 수상경력 내용기술의 규제는 이해되지 않는다. 학생부 자수제한인 장수제한도 교육의 본질에 어긋난다. 학종을 절름발이로 만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고교 교장은 “업무부담이 준다며 환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교사들은 매우 바쁘지만 얼마든지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불공정한 경쟁요소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결과가 학생부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기록, 이를 평가한다는 학종의 기본 취지 구현을 위해 제한강화와 완화 중 어느 방향을 택해야 할지 교육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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