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형 사립대 2019년 5개 선정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학 총장들이 대학재정지원법 제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19일 국회교육희망포럼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공동 개최한 ‘대학 경쟁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 주제 토론회에서다. 이 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자리해 재정 지원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학 총장들은 하나같이 대학 재정 악화를 호소했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은 “이 자리에 많은 총장, 교수가 참석한 것만 봐도 대학 재정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다”며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는데 대학들은 의견을 모았다. 현재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강제성이 부족해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학 총장들이 대학재정지원법 제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현재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강제성이 부족해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등교육 재정지원법 제정해야”.. “대학 재정 갈수록 어려워져”>
이날 대학 재정 위기를 둘러싸고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과 관련한 열띤 논의도 이뤄졌다. 토론에 앞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민희 대구대 교수는 고등교육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 고등교육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현재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는 미약하고 강제성이 부족해 적극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7년 고등교육예산 기준, 국립대 운영지원비 25.3%, 국가장학금 42.5%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고등교육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32%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대학 경쟁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 방안’이 논의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먼저 ‘대학의 기여도에 대한 정부의 낮은 인식과 과소 평가’를 꼽았다. 대학교육경쟁력은 낮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고, 2013년 이후 국가경쟁력 역시 동반하락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열악한 고등교육의 공교육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던 사학의 기여도와 여전히 사립대학이 80%에 이르는 고등교육의 구조에서 국가의 책임 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재정투자 기반은 미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등교육예산 확보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고등교육예산의 상대적 비율이 변하면서 예산확보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대학들은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으로 재정 한계 상황에 달했다. 장기적인 등록금 인하/동결, 입학금 폐지 등 대학의 수입 감소와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대학 대응투자 방식, 등 대학의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비슷한 맥락에서 장호성 대교협 회장은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 등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에 재정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고등교육 공교육비 총액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총액의 절대적 수준이 OECD 평균의 59.3%, 정부지원에 해당하는 공공재원은 OECD 평균 공공재원의 28.8%로 정부지원 수준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사립대 국고지원금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2016회계연도 기준 사립대 국고지원금은 교비회계 총액의 15%에 해당하지만 이 중 국가장학금이 10.9%를 차지해 실질적인 사립대 국고지원금 규모는 4.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대학생 개개인의 가계소득수준에 따라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생복지정책으로, 고등교육예산이 아닌 학생복지예산으로 구분돼야 한다고 봤다.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사립대 적립금 규모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연도별로 인출해 사용한 금액은 증가한 반면, 적립금은 감소해 2014년을 기점으로 인출금이 적립금을 초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대/사립대 막론 재정투자 확대 필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립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답보상태에 있다. 2010년부터 국립대 운영지원예산이 2조3000억원대에 머물러 고등교육예산 중 국립대 운영비 비중은 2010년 45.8%에서 2017년 25.4%로 낮아졌다. 최일 반상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운영의 필수 경상비인 강사료, 공공요금, 시설용역비 등은 전액 국고에서 지원돼야 하나, 대학회계를 통해 평균 40% 이상을 학생등록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거점 국립대 재정규모는 수도권 주요 대학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거점 국립대의 대학당 평균 총 재정규모는 1300억원으로 서울대의 15%, 수도권 주요 사립대의 19%에 불과하고, 이공계중심대학인 포스텍, KAIST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며 “학생 1인당 교육비도 1500만원으로 서울대 36%, 수도권 주요 사립대 7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국립대학교법(가칭)을 제정해 국립대 재정의 안정적 확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은 국립대 필수 경상경비의 40% 이상을 대학회계를 통해 학교(학생)가 부담했지만 설립주체인 국가가 이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특히 시간강사료, 실험실습기자재/시설 확충, 공공요금 등은 100%국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형 사립대 전환육성’ 촉구.. “2019년 5개 선정해야”>
사립대의 경우 현 정부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육성도 촉구했다. 공영형 사립대는 사립대에 정부가 경비 50%를 지원하는 대신 이사회 절반을 공익이사로 채워 정부와 사립대가 함께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사립대로서 역사성과 전통은 존중하되 개방이사의 수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2019년 일반대 4개, 전문대 1개로 총 5개를 선정하기 시작해 연차별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30개를 선정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재원확보방안으로는 고등교육분야 예산을 확대하는 것을 언급했다. 국가장학금 배분방식도 운영비 지원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퇴출대학 시설비를 기금으로 확보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공영형 사립대의 경우 반상진 전북대 교수에 따르면 30개 육성에 연간 1조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입학금 폐지 논의에서도 불거진 대학 재정 문제>
대학의 어려움은 올해 하반기 내내 논란이 됐던 입학금 폐지 논의 중에도 대학들이 호소한 문제다. 정부 주도에 의해 입학금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될 당시 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는 “당장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대학 재정 확충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금 감축/폐지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방안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다.  

사립대가 입학금 폐지에 난색을 표한 이유는 입학금이 사실상 등록금 동결의 자구책으로 활용돼왔기 때문이다. 국립대 39개교의 2015년 세입 총액 3조9517억원 중 입학금 수입은 111억원으로 0.3%에 그친다. 반면 159개 사립대의 입학금은 1년 등록금 대비 9.2%를 차지한다. 전국 19개 국공립대는 내년부터 대학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지만 사립대는 이같은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다.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을 요구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시 사총협은 사립대 입학금이 대학 등록금의 한 부분으로 인정돼왔으며, 대학 재정에도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폐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대학별로 자율 인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사총협은 “자율인상을 제한하고 있는 조치인 국가장학금Ⅱ 연계, 목적별 과제 평가 시 규제는 모두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적 소지가 있는 간접적 규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총협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이었다.  고등교육법령상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등록금 책정 자문위원회’로 개정해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입학금 폐지에 따른 정부 재정 지원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국가장학금Ⅱ유형, 자율협약형 재정지원 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립대는 등록금 인상 없이는 입학금 폐지의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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