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논리' 적용 가능할까.. 지역안배 '역차별' 해결해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기존 5만명에서 2만명 안팎으로 감축규모를 대폭 줄인다. ‘시장논리’를 적용해 선제적 대응의 규모는 대폭 줄이고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자생력 없는 대학은 ‘도태’되도록 사후조치를 가하겠단 것이다. 정원감축 권고대상이 되는 대학의 비율은 기존 16%에서 60%로 크게 확대하며, 이를 위해 1주기 평가에서 6단계였던 평가등급은 자율개선 역량강화 재정지원제한의 3단계로 폭넓게 조정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평가 전면개선 방안을 30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대학가에선 이번 정부의 계획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학 자율성 확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령인구 절벽이 눈앞에 다가온 상태에서 ‘시장논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애초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시행취지와 크게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4년제대학 정원이 고졸자보다 많은 현 구조가 직업교육 확대 등을 가로막는 걸림돌인데 이번 발표안대로라면 여전히 학령인구 감소로 고졸자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4년제대학 정원은 크게 줄지 않음으로써 직업교육보단 4년제 대학으로의 진학을 유도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대학들의 등쌀에 밀려 정부가 사실상 학령인구 감소 문제에 뒷짐을 지는 모양새란 비판 역시 유효한 상황이다. 

지역안배 역시 문제란 평가다. 1주기 평가는 지역안배 없이 6개 등급으로 대학들을 나눠 대다수 대학들에게 정원감축을 권고함으로써 자율정원감축을 할 수 있는 대학이 16%선이었지만, 바뀐 평가는 권역별 균형을 전제한 상태에서 60% 내외 대학에 자율정원감축 권한을 주겠다 것인 때문이다. 대학이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지역인재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선호도 낮은 지방대학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긴 하지만, 역량미달 대학이 살아남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바뀐 2주기 평가에 부정적인 평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전임교원확보율 평가 방법, 시간강사 보수수준 등 교원일자리 관련 평가방식 변화나 대학의 책무성을 위해 법정부담금 등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은 긍정적 평을 받고 있다. 다만, 이는 평가지표 등 세부내용에 불과한 것일 뿐 근본적인 정원감축 규모 등에 문제가 있는 만큼 부정적인 시선이 더 강한 상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미 고입에선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로 다가온 상태다. 당장 중3 학생 수가 7만명, 2년전과 비교하면 13만명 가까이 줄어든 탓에 선발을 실시한 고교 대부분에서 경쟁률 하락이 나타나는 등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입 역시 조만간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정부주도 정원감축이 옳은 방향이 아닌 데다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미충원 발생 대학 등에 추가적인 진단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과도한 대학진학률로 인한 부작용 등은 뒷전으로 미뤄둔 처사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중/고교 단계에서 직업교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이번 정부안대로라면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직업계열 고교 비율을 OECD 평균인 30%까지 늘리겠다면서 정작 4년제 대학 정원은 방만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4년제대학을 대폭 줄여 직업교육 비율 확대와 유기적으로 맞물릴 수 있게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기존 5만명에서 2만명 안팎으로 감축규모를 대폭 줄인다. 기존 6등급 판정 구조에서 3등급 판정 구조로 바뀌면서 자율 감축권 획득 대학의 비율을 16%에서 60%로 대폭 늘린 탓에 감축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사진=교육부 제공

<모습 드러낸 2주기 대학평가.. 어떻게 바뀌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추진방향이라며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기존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이름을 바꾼 것으로 향후 학령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대학정원을 감축한다는 실질에는 변함이 없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하 2주기 평가)이 1주기 평가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평가등급을 보다 큰 틀로 바꾼다는 데 있다. 1주기 평가는 A등급, B등급, C등급, D+등급, D-등급, E등급의 6개 등급으로 대학들을 평가했는데, 2주기 평가는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의 3개영역으로만 대학들을 구분한다. 

이 중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에 대한 자율권을 확보하게 된다. 정원감축 권고 대상에서 제외, 대학의 판단에 따라 정원감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자율개선대학의 비율은 60% 내외다. 이들 대학은 내년 시행되는 진단 결과에 따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대학 간 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성과관리를 통해 지원규모를 조정한다.

교육부는 2주기 평가를 2단계로 나눠서 시행할 계획이다. 1단계 서면/대면 진단을 통해 교육여건/대학운영 건전성, 수업/교육과정 운영, 학생지원, 교육성과 등을 평가한 후 일정수준 이상인 60% 내외 대학들을 권역별 균형을 고려해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한다. 이들 대학에는 정원감축 자율권을 부여하고 재정지원 관련 불이익은 주지 않을 예정이다. 4년제대학의 권역은 수도권, 대구/경북/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으로 구분된다. 

강력한 지역안배 역시 이번 2주기 평가의 특징 중 하나다. 1주기 평가 때는 지역균형이 없이 대학들의 역량만이 평가 대상이었다. 정부는 개선안을 통해 “특정 지역의 입학정원이 지나치게 감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권역별 입학정원 비중에 대한 하한선을 설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한 후 이뤄지는 2단계 서면/현장 진단에서는 전공/교양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기여, 재정/회계 안정성 등을 평가해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1단계와 2단계 진단결과를 합산해 권역 구분없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을 각각 선정한다. 이 때 재정지원대학은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구분해 재정지원에 차등을 준다. 1단계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대학이라 하더라도 1단계/2단계 합산결과가 우수하면 자율개선대학으로 등급이 상향조정될 수 있다. 

역량강화대학에는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되지 않는다. 일반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지원사업 중 특수목적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정원감축을 권고해 적정 규모를 유도하고 특수목적 사업 참여를 통해 특화발전을 지원하겠단 계획이다.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에 들지 못한 대학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된다. 이 유형은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다시금 구분된다. Ⅰ유형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일부 제한으로 운영 효율화를 유도하는 반면, Ⅱ유형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와 함께 재정지원을 전면 제한함으로써 사실상의 ‘부실대학’으로 판정,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1주기평가에서의 E등급 판정과 마찬가지로 Ⅱ유형 대학에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이 전면제한된다. Ⅰ유형 대학은 국가장학금의 경우 소득연계형은 지원하되 대학노력이 부가되는 Ⅱ유형을 제한받으며, 학자금대출도 취업후상환학자금은 허용되지만 일반학자금 대출이 50% 선에서는 허용된다. 교육부는 “Ⅰ유형의 경우 운영 효율화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일부만 제한하지만, Ⅱ유형은 다르다. 재정지원이 대학의 연명 수단이 되지 않도록 재정지원사업,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 재정지원을 전면 제한한다”라고 밝혔다.

Ⅰ유형과 Ⅱ유형에 공통 적용되는 정원감축 권고의 경우 아직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진단 결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합리적 수준에서 정원감축을 권고할 것”이라며, “일반대와 전문대 간 형평성 유지에도 신경쓰겠다. 1주기 평가에서 감축권고를 받은 대학의 경우 초과감축한 부분은 내년 진단에서 감축 실적으로 인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감축에도 일부 예외조항은 있을 예정이다. 1000명 미만 편제인 소규모대학의 경우 유형Ⅱ가 아닌 이상 최소 운영규모 보장을 위해 정원감축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사계열 등 국가인력 수급 차원에서 타 부처의 건의가 있는 경우에도 별도심의를 통해 정원감축 여부를 결정한다. 종교지도자 양성대학도 1주기 평가 때와 마찬가지로 정원감축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정부는 1주기 평가 때와 마찬가지로 자생력이 부족한 대학들에는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율개선대학을 제외한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 중 희망대학에 한해 제공되는 일종의 서비스다.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단이 진단결과와 대학여건을 분석해 적합한 개선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밖에 평가지표 등이 일부 변경되는 것도 차이점이다. 교원의 일자리 수준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목적 아래 전임교원 보수수준의 하한값을 설정하고, 정년/비정년 전임교원 운영실태 진단도 함께 이뤄진다. 기존 1주기 평가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등만 평가하다보니 대학들이 비정년 저보수 전임교원을 양산했단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강사 보수수준 상향도 함께 이뤄질 계획이다.  

정부는 기존 1주기평가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했단 입장이다. 기존 평가가 정원감축, 재정지원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대학 등급화/서열화가 발생한 데다 지역대학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고, 정원감축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지원과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교육여건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내달 1일 한국교원대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거쳐 내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진단결과 발표는 내년 8월말로 계획됐다. 

개선안이 확정되면 법 제정도 추진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개선된 진단방향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률 제/개정 추진이 필요하다. 대학 혁신을 위한 대학진단 및 지원에 대한 법률을 제정할 예정”이라며, “정책연구를 통해 대학 폐교 시의 교직원보호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 등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시장논리’ 적용 가능할까.. 선제대응에서 사후조치로 바뀐 정책방향>
교육계에서 지적하는 이번 2주기 평가방안의 문제점은 정원감축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본래 1주기 구조개혁평가 시행 전 제시됐던 5만명과 비교하면 줄어든 감축 규모는 3만명에 달한다. 

감축 규모가 줄어든 것은 자율감축권을 부여받는 대학들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래 1주기 평가에서는 A등급(최우수) B등급(우수) C등급(보통) D+등급(미흡) D-등급(미흡) E등급(매우 미흡)의 6개 등급으로 대학들에게 평가결과가 통보됐고, 이 중 A등급만 대학 자율로 감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A등급 대학은 4년제대학 34개교, 전문대학 14개교로 전체 대학의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개선안은 60% 내외 대학에 자율감축권을 주는 것인만큼 정원감축 대상 대학 숫자부터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브리핑 질의응답에 참여한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진단으로 바꾸면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전환된 패러다임에 따라 상위 60% 대학에는 정원감축 권고를 하지 않기에 정원을 감축할 수 있는 모수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이름을 바꾼 대학기본역량 진단은 총 3주기 시행이 예정돼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주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주기, 2020년부터 2022년까지가 3주기다. 3년을 각 1개 주기로 설정, 주기별로 정원 감축 계획을 달리했다. 1주기에는 4만명, 2주기에는 5만명, 3주기에는 7만명을 감축함으로써 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춰 총 16만명의 대학정원을 줄이겠단 계획이다. 

물론 이전 주기에서 초과 감축이 이뤄진 만큼 2주기 평가의 감축목표가 다소 줄어들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강제적인 정원감축을 피하겠단 일념으로 대학들이 미리부터 자발적인 정원감축에 나서면서 1주기 감축인원이 목표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이미 1주기 대학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대학들이 감축한 정원은 4만2000여 명에 달했으며, 2015학년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5만6000명의 정원을 감축해 목표보다 1만6000명을 더 감축했다. 이를 적용하면 2주기 감축인원은 5만명이 아닌 3만4000명 수준으로 조정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이번 2주기 감축 목표를 ‘2만명 이내’로 명시한 상태다. 앞서 10월 김 부총리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감축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이다. 1주기 평가의 초과 감축분을 고려하더라도 1만4000명 가량이 추가 감축돼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본래 보건계열의 의무정원 감축분, 한계대학들의 퇴출 등을 고려하면, 1만4000명 정도는 추가감축이 가능하단 입장이었다. 김 부총리의 취임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보건계열 학과들은 신/증설 시 정원을 의무적으로 감축하게 돼 있다”며 “의무정원 감축분과 한계대학들이 스스로 문을 닫는 경우 등을 통해 1만4000명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 발표에선 해명이 다소 달라졌다. 류 위원장은 “최초 주기별 계획이 타당한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정부가 정원감축량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원감축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을 정부가 떠맡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다. 점차 학령인구가 주는 상황에서 시장기능과 정부기능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만명의 50% 미만인 2만명 정도는 정부정책을 통해 감축하고 나머지 비율은 시장(선택)에서 상당 정도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바뀐 입장을 보이는 탓에 그간 구조개혁평가의 원칙이었던 ‘선제대응’이 아닌 ‘사후대응’으로 정책방향이 이동했단 평가가 제기된다. 본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줄어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정원을 미리 감축, 대학진학 희망자보다 대학정원을 적게 만들겠단 것이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이러한 취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인 때문이다. 

2년전 교육부가 집계한 중3학생 수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고1인 2001년생은 중3 기준 52만6000여 명으로 한학년 위인 2000년생이 59만60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7만여 명 가량이나 적다. 올해 고입을 치르는 2002년생의 경우 46만3000여 명으로 6만3000여 명 가량 또 줄었다. 2년 새 무려 13만명이 넘는 학생수가 줄며 ‘학령인구 절벽’으로 불릴 정도다. 때문에 이에 발맞춰 대입정원도 감축하겠다는 것이 본래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목적이었는데, 이번 정부 방안대로라면 고졸자가 대입정원보다 적어 무분별한 4년제대학 진학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선 시장기능을 온전히 신뢰하는 것은 어려우며, 기준점 설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명명백백한 부실대학으로 올해 퇴출목록에 오른 대학들에조차 원서를 접수하는 수험생들이 있다. 대학 진학 자원인 고졸자가 대학정원보다 많은 상황이 지속되면 계속해서 부실대학들이 연명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시장선택을 못받은 대학들의 미충원 인원/비율 등을 고려하겠단 입장이지만, 그 기준선을 설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 미충원된 대학부터 칼날을 들이댈지 결정하는 것은 대학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고질적 문제는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이 있지만 그 비율이 크지 않기에 고입 단계에서부터 대학 진학자와 직업교육 대상이 명확히 나눠지지 않고, 맹목적인 대학진학이 이뤄지면서 사회적 비용낭비가 심각하다. 시장 기능에 맡기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입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지역균형, 자생력 없는 대학 연명수단 전락과 역차별 우려>
정부가 들고 나온 지역균형 역시 문제란 지적이 많다. 역량 미달인 대학들이 지역안배에 따라 연명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각에선 수도권 대학들이 역량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지리적 이점을 등에 업고 단순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히려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수도권 대학들이 내실을 갖춘 경우가 많다. 물론 지방에도 뛰어난 역량을 지닌 대학들이 존재하지만, 그 비율은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권역별로 자율개선 대학을 선정하는 것은 역량을 잘 갖춘 수도권 대학은 정원감축을 권고당하는 반면, 그보다 역량이 부족한 지방대학은 정원감축의 칼날을 피하는 ‘역차별’로 이어지기 쉬워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지역균형으로 인해 자생력 없는 대학이 연명하는 경우가 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원은 대학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지표다. 대학의 설립목적인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선 충분한 정원이 확보돼야 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학들의 특성 상 대학 운영에 필수적인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원감축은 형평성과 공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역량을 최우선으로 해서 등급을 매겨야지, 지역논리를 적용해선 안된다. 결국 자생력 없는 대학들이 계속 연명해 나가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균형에 대한 옹호적인 시선 역시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 지방대 입학 관계자는 “지방대학들은 기본적으로 역량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일부 대학들은 탄탄한 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서울권 대학 못지 않은 역량을 보이기도 하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이 너무 심한 탓에 우수자원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지표로 정량평가 시 수도권 대학에게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입에서도 지역인재전형 등을 통해 지역안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역량진단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지역별로 비슷한 감축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다. 비슷한 여건을 가진 권역 내 대학들이 경쟁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권역 내에서 역량이 없는 대학은 퇴출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1주기 평가에 비해서는 훨씬 실질적인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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