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수학' 유료강의 운영.. 정작 대표는 선행판정 위원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선행학습 비판에 앞장서 온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이하 사교육걱정)이 정작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유료강의를 판매함으로써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교육걱정이 판매하는 강의는 중1부터 참가 가능하지만, 중2 과정을 강의내용에 포함한 전형적인 ‘선행교육’에 해당했다. 선행교육금지법의 ‘사각지대’인 시민단체라는 점에서 법적 처벌대상은 아니지만, 교육계는 유료판매에 잇속까지 챙겼다는 점에서 '치명적 정체성 위기' '안팎이 다른 내로남불'이라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전방위적으로 사교육은 물론 공교육인 고교 대학까지 선행학습을 토대로 무자비한 비판을 밀어붙여온 만큼 충격적이라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걱정의 송인수 대표가 선행교육 방지 대책, 선행교육/선행학습 유발행위 등을 심사/의결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스스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민단체의 장이 선행교육/학습을 판정하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걱정의 선행학습 조장행위는 처벌 대상은 아니다. 선행교육금지법 곳곳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학원의 선행학습 유발 광고/선전을 처벌규정이 없어 규제하지 못하고 자율개선을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교육걱정은 그간 이같은 법의 공백에 대해 법률개정이 필요하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며, "물론 이같은 시민단체의 활동의 공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작 단체 스스로는 법의 공백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데다 다른 단체/기관 등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들의 행동에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 게 문제다. ‘선행학습 조장 사교육 강의’를 판매하면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호부터 허황돼 보인다. 송 대표가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 위원인 점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시민단체 대표가 선행교육 방지대책 등을 세우고 선행학습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꼬집었다. 

선행학습 비판에 앞장서 온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유료강의를 판매해 도마 위에 올랐다. 법적 처벌대상은 아니지만, 그간 강하게 비판해온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강의를 유료판매해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점, 단체 대표가 선행교육 방지대책 등을 심사/의결하는 교육과정정상화 심의위원이란 점 등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사진은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던 당시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시민단체의 선행학습 조장.. 대표는 정작 선행교육 판정 위원?>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사교육걱정이 선행학습으로 분류되는 중/고생 대상 수학강의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강의는 중1부터 참가 가능한 ‘최00 선생님과 함께하는 신나는 중학수학 온라인 강좌’다. 비용은 단체 후원회원 4만4000원, 비회원 6만6000원으로 지난달 중순 시작해 10월 중순 마무리된다. 강의는 정해진 기간 동안 1시간30분에서 2시간 가량의 4개 강의를 온라인 수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미 강의가 시작되긴 했지만, 종료 전까지는 얼마든지 신청 가능하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강의 시작 시점을 넘기긴 했지만, 종료시점인 10월 중순까지 4강을 들을 수 있다면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강의가 그간 사교육걱정이 강하게 비판해온 ‘선행학습’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사교육걱정은 지난달 “중학생은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개념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얻어 수포자 예방을 할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중학교 1~2학년의 수학개념 본질을 직접 학습할 수 있도록 개념을 다지는 기반을 조성”한다고 강의를 홍보했다. 중1부터 참가 가능한 강의에 정작 중2 개념까지를 담아 판매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학년을 뛰어넘는 학습행위는 법적으로 ‘선행학습’에 해당한다. 현재 ‘공교육정상화법’ 또는 ‘선행교육금지법’ 등으로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선행학습을 ‘학습자가 국가교육과정, 시/도교육과정 및 학교교육과정에 앞서서 하는 학습’이라 규정하고 있다. 중1 학생이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중2 과정을 학습하도록 하는 사교육걱정의 강의는 명백한 ‘선행학습’이다. 

물론 사교육걱정의 이같은 선행학습 조장이 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시민단체라는 지위 때문이다. 현재 선행교육금지법은 초/중/고, 대학 등의 교육과정, 입학전형 등에서의 선행학습 조장을 규제하고 있을 뿐 시민단체에 대한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사교육걱정의 선행학습 조장 유료강의 판매는 도의적 비판을 받을 수 있을 뿐 법적 규제대상이 되지 못한다. 

선행교육금지법의 ‘사각지대’는 시민단체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학원의 선행학습 유발 광고/선전 등은 선행교육금지법에서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행위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규제 불가능한 대목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같은 법의 허점을 꾸준히 지적해온 시민단체가 정작 자신들은 법의 허점을 활용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이로 인해 챙겨온 잇속 역시 만만찮은 수준이다. 사교육걱정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7월 수지결산서를 보면 중학수학 강의 판매 수입은 2180만원으로 집계됐다. 후원회원과 비회원이 어느 정도 섞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50명 이상에게 강의가 판매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사교육걱정의 송인수 대표가 선행교육 방지 대책에 관한 사항 등을 심사/의결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의 위원이란 점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선행교육금지법에 규정돼있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는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 등을 최종 판정하는 위원회인 동시에 ▲선행교육 방지대책에 관한 사항 ▲선행교육/선행학습 유발행위 여부에 관한 사항을 심사/의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원회 구성원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시민단체를 통해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의 궁색한 변명.. ‘부모 동반 학습은 선행교육 아니다?’>
사교육걱정은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학생 학부모가 함께 듣는 강좌’여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중1 수준을 넘어서는 강의가 있는 것은 맞다”며 선행교육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강의 취지가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실습하는 기회를 만드는 데 있기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강의 취지를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교육걱정의 해명에 대해 교육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동안 공교육인 대학이나 고교의 경우에도 결과물만을 놓고 엄정한 잣대로 선행학습을 강하게 비판해왔음을 상기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었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걱정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그렇다면 학원에서 부모와 함께 듣는 선행학습을 개설한다면 이는 허용해도 괜찮단 얘긴가”라며, “선행학습이 곧 과도한 경쟁 조장이라며 법 발의 당시부터 참여한 시민단체가 선행교육으로 ‘수익사업’을 벌인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엄밀히 따지면 사교육걱정은 공교육기관이 아니다. 사교육걱정의 강의도 ‘사교육’에 해당한다. 본인들 스스로가 하는 사교육은 ‘착한 사교육’이라고 생각할 만큼 안하무인 격이 된 듯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사교육걱정이 유독 강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 부분이 ‘선행학습’이었다. 학원가 선행학습 조장 광고는 물론이거니와 공교육에서 주관하는 선행교육의 일시적 예외인 방과후학교 역시 비판의 대상이었다. 방과후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이 전면 금지된 후 소득격차에 따른 사교육비 양극화 추세가 드러나자, 지난해 교육부가 농산어촌 지역, 대통령령으로 정한 도시 저소득 밀집지역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방과후학교를 통한 선행학습을 허용할 때 사교육걱정은 비판에 나섰다. 당시 사교육걱정은 선행교육을 가리켜 ‘유해교육’이라며, “유해교육인 선행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게 한 모처럼의 개혁 법안을 후퇴시키는 처사”라고 교육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가 정상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실제 결과와 큰 차이가 있는 자체판정 결과를 내놓으며 선행학습 조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사교육과열지구라며 몇몇 지역의 중학교 시험지를 입수, 선행출제가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학원 등 사교육기관이 입시에 대한 수험생/학부모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선행교육을 조장한다"며 비판성명을 연이어 낸 곳도 사교육걱정이다. 

이처럼 사교육걱정의 그간 행적에 비춰봤을 때 선행학습 조장 강의판매는 ‘모순’을 넘어서 자체 회원들마저 무시한 행위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걱정은 2012년 선행교육금지법 제정운동을 시작해 2013년 법안 발의까지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100인 릴레이 시위, 1만명 서명운동, 지하철 1232곳 광고 설치 등 사실상 선행교육금지법이 발효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라며, “이처럼 선행학습/선행교육 규제에 앞장서온 단체가 뒤로는 선행학습 내용이 담긴 유료강의를 판매해가며 잇속을 챙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진심으로 단체의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 행동에 참여해 온 회원들마저 우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년군제 교육과정?.. 실제 현장에선 학년 구분>
현재 중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학년군제’로 운영되고 있기에 중2과정을 중1이 듣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란 주장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란 게 중론이다. 한 중학교 수학교사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년군제를 활용한다. 학년별 교육과정이 아닌 중1부터 중3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로 묶어 교육과정을 제시하는 방식”이라며, “다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학년별 교육과정이 분리돼있다고 봐야 한다. 교육과정의 일부 유연성이 있는 정도이지. 3학년 과정을 1학년부터 듣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도 학년구분이 돼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년군제를 첫 도입한 이유로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유연화/효율화’를 제시한다. 명확하게 학년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현장여건에 맞춰 자율성을 부여하려는 취지일 뿐 실제로도 아무런 구분 없이 교육과정이 한 데 묶여 있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는 물론이거니와 EBS 강의 등도 전부 학년 구분에 따라 강의순서를 내놓고 있다. 

사교육걱정도 이같은 학년별 과정이 실제로는 존재한다는 데 동의하는 입장이다. 강의내용을 두고 ‘중 1~2학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관계자 역시 중1 교육과정을 벗어나 있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올해 초 사교육걱정이 사교육과열지구의 수학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라며 제시한 문항예시에서도 ‘3학년 2학기 과정인 피타고라스의 정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학년/학기별 과정이 존재함을 강조했다.

교육부 역시 교육과정 구분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이다. 교육부가 발표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 확정’안에 따르면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비교하면서 1학년 과정인 도수분포표 평균은 지나친 계산 유발로 삭제했고, 2학년 과정인 등식의 변형, 곱셈공식, 기하교육 등은 각자 이유로 삭제/통합/강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피타고라스정리 이차함수의 최대/최소 등은 3학년 과정으로 2학년 또는 고1로 하향/상향 이동시킨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들이 학년별로 구분됨을 나타내는 사례다. 

결국 사교육걱정의 이번 유료수학강의 판매가 ‘선행학습’이란 사실은 명확한 셈이다. 교육계에선 시민단체의 ‘내로남불’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사교육걱정은 최근 고위간부인 모 이사가 대치동 사교육을 통해 아들을 영재학교에 진학 시킨 것을 시작으로 단체 내 포럼 대표가 440만원의 고가 해외체험을 운영하는 등의 행동들이 속속 드러나며 진정성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 사태 역시 내눈의 들보는 무시하고 남들의 티끌만 비난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위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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