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교아닌 학생평가' ..'대학 오해 불식 노력 필요'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입에서 고교별 TO는 존재할까. 고교 현장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들이 대학이 파악한 고교별 역량에 따라 합격인원을 미리 정해두는 게 아는가 하는 끈질긴 오해가 여전히 일반고를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매년 일정한 수준의 서울대 실적을 내는 학교와 몇 년간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합격자조차 배출하지 못한 고교를 예로 들며 고교 수준에 따라 합불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겠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최근 대구진학지도협의회(대구진협)에서 발간한 ‘2017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합격사례모음’에 실린 현장의 반응에서도 의혹의 자락은 드러난다. “이때까지 (서울대에) 합격한 사례를 봤을 때 일단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는 학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거의 5년 전부터 문과 지균이 계속 합격해왔는데 그 부분도 무시 못 할 것 같다.”는 교사의 분석도 있었고 자신의 합격요인을 분석하면서 ‘학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표현한 서울대 합격학생의 반응도 있었다. 재학한 고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칭찬하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이 어느 고교 출신인지에 따라 합/불을 결정하는 것으로 수요자들이 느낀다고도 볼 수 있는 표현이다. 

고교별 TO가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일부 고교 교사들도 ‘대학들이 내부적으로 고교별 TO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가진 경우가 있다. 고교별 교육 프로그램이나 기존 합격 인원 등을 기준으로 이미 대략적인 합격 인원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한 고교 교사는 “합격자 수가 매년 비슷하다거나 서울대 지균과 같은 고교추천 전형에서 합격이나 불합격이 몇 년간 연속되는 일을 보면 대학들이 고교별 TO를 사실상 배정해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한 자사고에서는 해외대학을 목표로 하는 국제과정 학생들이 ‘보험용’으로 국내대학에 진학, 국내대학 진학이 목표인 일반과정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안긴다는 이유로 국제과정 폐지를 검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역시 고교별 TO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결국 학생, 일선 교사를 비롯한 고교 현장 전반에 고교별 TO에 관한 오해가 깔려 있는 형국인 셈이다. 과연 출신 고교에 따라 합/불 여부가 갈리고 고교별로 합격 규모가 배정된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최근 2년간 지균 합격자 수 동일한 고교 22.4% 불과> 
의혹의 가장 직접적인 타깃은 서울대 지균이다. 소수만이 지원하는 특성 때문이다. 서울대 지균은 소속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고교별로 2명씩만 지원할 수 있다. 다양한 합격자 수로 나타나는 일반전형과는 달리 지균은 매년 합격자수가 0명, 1명, 2명 사이에서 결정된다. 그마저도 통상 문과계열 1명, 이과계열 1명으로 추천하기 때문에 계열별로 ‘합격했느냐, 불합격했느냐’하는 비교적 단순한 잣대로 눈에 드러나는 셈이다. 그 때문에 합격이나 불합격이 연이어 발생하는 경우 ‘학교 이름’ 탓에 붙고 떨어지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고교별 TO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최대 근거는 합격데이터이다. 최근 2년간 서울대 지역균형 합격자를 1명이라도 배출한 729개교 가운데 전년도와 동일한 합격자 수를 유지한 곳은 163개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케이스를 볼때 개연성이 있게 들릴 수 있지만 전체 학교를 한데 높고 연도별 실적을 비교하면 TO의 전설은 개입할 여지가 아예 없다. 

최근 2년간을 비교했을 때 학교별 지균 실적은 다양했다. 163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566개교에서 합격자 수가 늘었거나 줄었다. 2016학년에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학교에서 지난해 2명을 모두 합격시켰거나(29개교) 그 반대인 사례(31개교)만도 총 60개교가 존재했다. 유형별로 보면 2016학년 0명에서 2017학년 1명으로 늘어난 고교가 가장 많아 총 210개교였다,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고교는 45개교였다. 반대로 2016학년 2명이었다가 1명으로 줄어든 고교는 52개교였다. 2016학년 1명이었다가 지난해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고교는 199개교였다. 결국 합격자 수가 매년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것은 ‘고교별 TO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 ‘착시현상’인 셈이다. 

<서울대 일반 역시 고교별 합격자 수 매년 변동>
고교별로 TO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소문에 휩쓸리기 쉬운 학생 학부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교사를 비롯한 고교 현장에서도 종종 돌출하는 경우가 있다.  

대입전형을 주관하는 대학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정량평가를 중심으로 한 교과/논술/정시의 경우에는 적용 불가능한 얘기일뿐더러 모집단위별로 진행하는 정성평가 형태의 학종에서도 고교별 TO적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학들의 설명이다.

대학들의 설명처럼 한 고교 내의 전형별 합격자 비중만 봐도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한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2017학년 서울대 수시 최초합격자 수는 51명인 반면 정시 최초합격자는 6명에 불과했다. 반면 수시 최초합격자 수는 2명이지만 정시 최초합격자 수는 13명에 달한 경기 소재 일반고도 있었다. ‘고교의 수준’에 따라 TO가 나뉜다면 정시 합격자 수와 수시 합격자 수 사이에도 연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셈이다.

서울대는 이미 2013년 고교별 TO 괴담을 적극 해명한 바 있다. 당시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TO는 분명히 없다”고 일축하며, “TO설이 맞다면 특정 연도에 5명 이상을 합격시킨 학교에선 계속 5명 이상의 합격자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합격자 수는 매년 다르다. 작년에 10명 합격시킨 고교라 해서 올해는 3명만 합격할 듯하니 7명을 추가로 합격시키는 일이 상식적으로 가능한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서울대 일반전형 최초합격자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적어도 한 해 이상 5명 이상의 실적을 낸 91개교(2017년 원년인 4개교 제외) 가운데 64개교가 2명 이상의 실적 변화가 있었다. 2016년 대비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한국과학영재학교로 2016학년 34명에서 2017학년 19명으로 줄었다. 이어 대구과고가 14명(45명→31명), 명덕외고가 10명(24명→14명)씩 줄어들었다. 고교별 TO가 적용됐다면 비슷한 합격자 규모가 유지됐어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탄탄한 교내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성장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
고교별TO가 '괴담'에 불과하다는 의견에는 대학 뿐만 아니라 고교 전문가들도 입을 모았다. 서울대 합격자 수가 많은 고교는 그만큼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과 열의있는 교사진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로 봐야지 학교의 브랜드가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휘문고만 보더라도 일반전형에서 9명이 가는 해도 있고 5명이 가는 해도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학교 인원이 할당돼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목/자사고나 강남 고교에 할당된 인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어떤 때는 A고교가 많이 합격하는 해도 있고 B고교가 많이 합격하는 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 할당보다는 고교 교육과정이나 학생의 학업역량 등의 특징에 의해서 나타나는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또한 “고교별 TO 문제를 논하기 전에 학생들이 무엇이 부족한지, 서울대가 보고자 하는 인재상이나 평가방법 등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상적으로 숫자가지고만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교에 들어가서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각 고교는 교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를 성장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교장은 “서울대뿐만 아니라 어느 대학이든지 공부 잘할 것 같은 아이를 뽑는 것이지 열심히 했다고만 뽑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등을 통해 아이가 우수한 점을 드러내 줘야 한다. 그런 것들이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리 그 지역에서 잘하는 아이들이 고교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중학교 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해서 서울대에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수하다’는 관점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지 학교마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일 고교별로 할당이 돼 있다면 한 학교 내에서 합격자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도 꼽았다. 신동원 교장은 “만일 학교별로 할당이 돼 있다면 ‘이 아이는 붙겠다’ 싶은 아이는 붙고 ‘떨어지겠다’ 싶은 아이는 떨어져야 한다. 내신성적순이라든지 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붙을 만한 아이가 떨어지는 등의 예상 밖 결과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과별 합격자 인원을 고려해 전체 합격자 인원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근거가 된다. 신 교장은 “2단계 전형 과별 평가에서 나온 결과를 고교별로 짜 맞추려면 정교한 작업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체 합격자 인원을 일정 수준에 맞게 하기 위해서는 개별 모집단위의 합격자 수 간 조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은 ‘학교’(고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주 교장은 “학생이 지적 호기심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의 배려 등을 통해 학생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학교의 ‘프로그램’을 평가한다는 말이 아니다. 학생의 노력을 보는 것"이라며, "학생이 노력할 수 있게 격려하고 채찍질 하는 것은 선생님과 학교가 할 일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예측가능한 평가 통해 오해 불식시킬 수 있어>
'고교별 TO'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영고 유제숙 연구부장은 실적을 바라보는 ‘온도 차’에 대해 지적했다. “일반고에서 서울대 진학실적을 두 자릿수로 내는 게 쉽지 않다. 대학 입장에서는 한두 명이 소수 인원이지만 개별 고교에서는 그 한두 명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이런 논란은 “일반고의 피해의식”이라고도 말했다. 유 연구부장은 “피해의식에서부터 비롯된 감시, 또는 예민한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정 학교를 지속적으로 지목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현장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반고 인원수는 이렇게 많은데 뽑히는 아이들은 소수고, 자율고/특목고는 인원이 적은데 이렇게 많이 뽑힌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전체 합격자 인원수에서 보면 일반고 인원이 많다. 대학 입장에서도 일반고를 다른 유형의 고교보다 많이 뽑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교 입장에서는 일반고의 설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차이가 있다”고 유 연구부장은 덧붙였다. 

고교 현장의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학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유 연구부장은 “대입에서는 예측 가능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평가요소를 발표했다면 그에 따라 뽑히는 아이들 80%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나머지 20%는 상대평가에 의해서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과반수가 달라진다면 예측 가능하지 않은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교 현장은 혼란이 오고 고교별 TO와 같은 의심을 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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