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설립자의 교비 횡령 등으로 시작된 서남대 의대 인수경쟁이 삼육대 서울시립대 온종합병원(부산) 구재단(설립자) 4파전으로 확정됐다. 12일까지 서남대 정상화 추진계획안을 접수한 결과로, 이들은 서남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대학 정상화 방안을 14일 설명할 예정이다.

서남대를 인수할 재정기여자 모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명지의료재단과 예수병원 컨소시엄이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교육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중도 탈락했다. 재정 능력이 걸림돌이 됐다. 설립자의 교비 횡령액인 330억 원에 더해 기여금까지 내야하는 터라 막대한 재정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의대 경쟁에 뛰어든 온종합병원은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0년까지 서남대 의대에 15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교직원 체불임금 등을 해소하고 의대 기숙사/실습동/연구시설 확충 등에도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육대는 서남대 의대를 인수한 후 기존의 약학, 간호, 물리치료, 상담심리, 보건관리학과 등과 연계한 보건의료전문인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대가 있는 남원캠퍼스를 그대로 유지해 보건/의료 특성화 캠퍼스로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삼육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고, 낙후된 교육환경개선을 통해 조속한 의학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육대는 삼육서울병원과 삼육부산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자의 교비 횡령 등으로 시작된 서남대 의대 인수경쟁이 삼육대 서울시립대 온종합병원(부산) 구재단(설립자) 4파전으로 확정됐다. /사진=가천대 제공

대학들이 서남대 의대 인수에 뛰어든 데는 ‘의대 정원’ 확보를 위해서다. 전체 대학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에 의해 규제를 받기 때문에 의대 설립을 희망하더라도 총 정원이 늘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남대의 의대 정원은 49명으로 가천대(28명) 인하대(34명) 대구가톨릭대 단국대 성균관대 아주대 울산대(40명)보다 많은 인원이며 가톨릭관동대 건양대 동국대(경주) 동아대와는 동일한 인원이다. 서남대 의대를 인수할 경우 정원 49명의 의대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서남학원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인수 주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의결된 결과를 토대로 정상화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계획서를 토대로 횡령액 보전방안이나 의대 발전방안의 실현가능성을 심사한 뒤 서남학원 정이사 선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남대 의대 불인증..2018 입시는 어떻게?>
서남대 의대는 최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의 ‘2016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불인증 판정을 받은 가운데 재심사 신청 마감일인 11일까지 재심 신청을 하지 않아 불인증이 최종 확정됐다. 의평원은 지난해 하반기 가톨릭관동대와 서남대 등 2개 의대를 대상으로 평가인증을 실시한 결과 가톨릭관동대는 4년간 인증 판정을 받았지만 서남대는 불인증으로 판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인증평가는 2016년 6월23일 시행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에서 의학 치의학 한의학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인정기관의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데 따른 조치다. 해당 교육과정 운영을 개시한 날부터 3개월 내에 인정기관에 평가/인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인정기관은 신청을 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인증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지난해 9월22일까지 의학교육 평가인증 신청서를 가톨릭관동대와 서남대로부터 제출받아 평가를 실시한 결과가 12일 외부공시됐다. 평가항목은 ▲대학 운영체계 ▲기본의학교육과정 ▲학생 ▲교수 ▲시설/설비 ▲졸업 후 교육 영역의 평가기준 등이다. 가톨릭관동대에 대한 판정 기준에 대해 의평원은 “가톨릭관동대는 2014년에 소유권이 변경된 후 의학교육에 대한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로 교육기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단 미비사항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선계획서와 2년마다 실시하는 중간평가보고서를 통해 지속적인 질 관리를 도모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관동대는 3개월 이내 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서남대는 “행/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하고 무엇보다도 재정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며, 그런 열악한 상황 가운데서도 교수들은 열정적이고 학생들은 매우 의욕적이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전체 평가영역에 걸쳐 평가인증 기준을 상당 부분 충족하지 못했고 대학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많은 개선노력이 필요한 상태였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배출된 의사들에게 치료받아야 할 국민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불인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평원은 이같은 판정결과를 12일 교육부,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남대가 재심신청을 하지 않음에 따라 불인증이 확정돼, 서남대는 앞으로 시정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처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시정명령은 서남대가 다시 의평원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행기간은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는 타 사례를 검토해 이행기간을 설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8학년 신입생 모집을 실시하기 전까지 의평원의 인증을 다시 받을 경우 신입생 선발에는 차질이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행정처분에 따라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게 된다. 행정처분이란 신입생 모집정지와 폐과수순을 의미한다. 

교육부의 ‘신입생 모집정지’라는 행정처분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하면 2018학년도 신입생들은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에 신입생 선발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의료법 제5조제1항1호에 따르면 “고등교육법 제11조의2에 따른 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은 의학/치의학/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할 것)”을 면허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현재 서남대 의대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2018학년 신입생부터는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다. 

서남대 의대를 인수하게 될 재정기여자는 인증을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남대 의대가 최종 불인증을 받게 될 경우 의대를 인수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018 의대 38개교 2601명 선발, 서남대 인증 전제>
서남대가 재정기여자를 확정해 재정문제를 해결한다면 2018 입시를 실시하는 의대/의전원은 38개교로 총 2601명을 모집한다. 학부모집을 실시하지 않는 강원대 견국대(글로컬) 차의과대 등 3개 의전원을 제외한 수치다. 2017학년도의 2482명에 비하면 119명이 늘었다. 

모집인원 확대는 서울대 연세대 동국대(경주)의 모집인원 변화에 따른 결과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의전원/의대체제를 병행하다 의대로 전환하면서 2019학년까지만 학사편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부 모집인원을 2018학년부터 원래대로 환원하면서 모집인원이 증가했다. 서울대가 2017학년 95명 선발에서 2018학년 135명으로, 연세대가 77명에서 110명으로 각각 40명, 33명씩 확대됐다. 동국대(경주)는 의전원에서 의대로 전환하기로 한 경우다. 2018학년부터는 49명의 정원을 모두 의대모집으로 선발한다. 

서울대 연세대 동국대(경주)의 증가분을 모두 합치면 122명이지만 2018학년 증가분이 119명인 이유는 각 대학에서 2년 전 전형에서 미선발했거나 초과선발한 인원을 증원/감원해야하는 구조 탓이다. 최종 등록 과정에서 이탈했거나 동점자 처리로 초가선발한 경우 2년 뒤 입시에서 정원을 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2017학년 대비 모집인원 변화가 있는 의대는 한양대 인제대 경북대 서남대(각 1명 감원)와 영남대(1명 증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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