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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고려대가 생각하는 학종 -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 (경영대학 교수)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16.08.24 12:47
  • 호수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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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실수도 ‘스펙’.. 학교생활 통한 성장과정 방점
-시대흐름 부합하고 고교현장 반전의 계기

입시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OO고등학교에서 내신이 O등급입니다. 고대 무슨 과에 지원해야 합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질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신 O등급까지 지원시키면 되겠습니까? 전년도 커트라인은 몇 등급입니까?”가 가장 주된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학생의 특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학생이 어떤 전공을 원하는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보다 학생의 인생에 ‘고려대’라는 이름표를 달아줄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내 아이의 20년간의 삶이 한 번의 시험성적으로 평가되고,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100세 이상을 사는 다음 세대에게 수능성적이 몇 점이고 내신이 몇 등급인가로 인생이 결정되는 삶을 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고려대 입학정책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고려대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은 단순하다. 고민하고 도전하고 성장하는 학생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런 도전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의 일상을 보면 자신의 미래나 적성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입시에 유리하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를 위해 엉뚱한 곳에 학생들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사교육 시장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는 현실 속에서 고려대는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대학이, 대학 입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대한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 교과 성적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일부 사교육컨설팅에 의한 영향력의 강화도 우려스러울 수 있고 학교간 교사간 격차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정량평가가 가장 공평한 입시라는 패러다임이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견고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공평한 입시라는 정량평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는 시대흐름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성인들의 충원에서도 입사 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정량평가의 흐름을 유지하지만 면접을 통해 가능성과 열정을 평가하는 정성평가의 새로운 흐름을 수용하고 있는 상태다. 교육제도는 사회시스템 안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성인들의 선발에서 정성평가의 흐름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제 대입도 미래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졌다고 본다. 여기에 중고교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절대평가의 움직임도 외면할 수 없다. 중학교 과정은 이미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넘어간 상태이고 대입의 기본으로 오랫동안 자리해온 수능에서도 국사와 영어가 절대평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대흐름과 함께 고교현장의 분위기도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고 본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고교현장의 공통된 의견은 바로 수업 시간의 정상화, 학교생활의 정상화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다양해지고 학생의 요구가 반영된 활동들이 생겨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위해 개별 학생에 대한 교사의 면밀한 관찰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의 수업참여도가 개선되고 있다. 학생들의 체험기회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일선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학종에 대한 분위기 반전은 많은 우려들을 시간이 지날수록 상당부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3년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성공의 경험만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 아니다. 진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방황의 시기를 겪었을 수도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무수한 실패와 실수를 경험했을 수도 있다. 실패했으니 감점, 실수했으니 불합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얼마나 성장하였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하겠다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에서 ‘어떤 길로 어디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화려한 수상실적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보고서 작성, 무리한 봉사활동 시간을 요구하는 전형으로 왜곡되어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 너무나 안타깝다.

공교육 정상화가 교육의 미래라는 확고한 믿음에서 시작된 고려대의 노력이 대한민국 교육을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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