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교 복귀시 교육과정 따라가기 어려워.. 사실상 '진학포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성급한 확대결정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오디세이학교’가 급기야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최초모집에 이어 추가모집까지 미달 사태를 맞으며 교육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료 학생들이 원적교 복귀 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면밀한 점검 없이 무작정 모집인원을 확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오디세이학교가 2차에 걸친 원서접수를 진행했으나 끝내 미달됐다. 오디세이 학교는 내달2일 개강을 앞두고 지난해 12월14일부터 23일까지 1차 원서접수를 받았으나 예정됐던 90명에 크게 부족한 66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서울교육청은 24명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무려 한달동안 원서접수를 진행했으나, 지원자는 16명 뿐이었다. 오디세이학교 관계자는 “10%가량의 결원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최초 지적됐던 인원확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많은 학생들을 받기 위해 2배 이상 인원을 늘린 것 뿐”이라고 변명에 급급했다. 

교육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서울교육청이 수료생들이 원적교 복귀시 겪을 어려움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모집인원을 확대해 이미 예상됐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모집설명회 개최 일정과 원서접수 일정 등을 공고하며, 90명의 확대계획을 발표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기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운영이 끝나지 않아 수료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40명의 2배가 넘는 확대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수료생이 원적교 복귀 후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 있을지 추적조사 등 면밀한 점검 없이 무턱대고 모집인원을 늘린 탓에 교육감이 역점을 두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확대일로를 걷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반고/자공고가 기본적으로 진학에 중점을 둔 학교인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진학이 당장의 목표인 일반고/자공고생이 오디세이학교 입학시 위탁기간동안 진학과 전혀 동떨어진 교육과정을 겪고, 본래 학교로 돌아가 뒤쳐진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방향이냐는 이유에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중학교와 고교의 1년은 시간상 같은 1년일 수 있으나, 교육과정 등을 볼 때 진학에서 가지는 의미차이가 크다. 대입준비에 사용할 1년을 버리는 것은 사실상 진학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서울교육청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본질적인 차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꼬집었다.

 중학교 자유학년제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진로에 중점을 둔 오디세이학교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교육 관계자는 “진로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올해부터는 중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1년간 자유학기제가 도입된다. 오디세이학교의 존재의의가 무색해질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아 추가모집을 다시 하기에는 어렵지만, 지원자가 있는 경우 교육과정 실시 이후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오디세이학교는?>
오디세이학교는 서울 지역 내 일반고 또는 자공고에 배정을 받아 입학이 예정된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학교다. 2015년 시범운영단계 40명의 인원 규모로 처음 실시됐으며, 올해 90명으로 규모가 확대돼 2년차를 맞았다.

오디세이학교는 일반고/자공고 학적이 있는 상태에서 오디세이학교로 고교1학년 과정 1년동안 위탁교육이 보내지는 형태로 대안학교와 비슷한 모습을 띈다. 위탁교육이 끝나는 다음해 2월말 원적교(원래 학교)로 복교하는 방식이다. 지원시 프로젝트, 인턴십, 문화예술, 공방작업, 시민참여 국제협력의 5개 교육과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위탁교육기간동안 학생부에는 보통교과는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에 따라 산출/기록되지만, 대안교과목 등의 평가는 이수여부만 기록된다.

오디세이학교의 목적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자신의 정체성, 공부하는 이유 등을 알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던 학생들이 자아 발견을 위해 진로탐색을 위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습을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서울교육청이 “비슷한 제도가 북유럽 국가들에서 수십년간 운영되고 있다”며 북유럽의 애프터스콜레 등의 사례를 근거로 오디세이학교의 우수성을 주장하지만, “국가간 서로 다른 교육활동을 무시한 채 드는 사례”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더하여 기존 수료생에 대한 추적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오디세이학교 위탁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교육감 본인의 신변거취조차 대법원 판결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오디세이학교의 존립지속이 이뤄지겠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디세이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수료 후 원적교 복귀시 정상적인 2학년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교육청은 오디세이학교 Q&A자료를 통해 수료 후 원적교에서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지에 대해 “오디세이학교에서는 일반고 수업처럼 교과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오디세이 학교 생활을 통해 이전에 비해 좀 더 분명한 삶의 의미/목표를 찾은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더라도 (교육)과정을 주체적으로 소화하며 미래를 찾아갈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답을 내놓는데 그치는 등 수료생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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