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교육계에서 정시40% 폐지 공감대가 형성된 지는 오래됐습니다. 애초 도입부터 정치적인 이유로 도입됐을 뿐 아니라 교육부가 추진하던 고교학점제와도 상충되는 정책이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진행된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총장 과반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수능위주 전형은 40% 미만이 적정하다고 응답했으며 되레 70%는 학생부 위주 전형을 늘리겠다고 답했습니다. 2023년 제4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도 현장 전문가들이 모여 “정시40%는 과도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현장에서는 꾸준히 정시 축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결국 지난해 10월 발표된 2028대입개편안에서도 정시40%는 유지됐습니다. 대학들은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2024년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 54%는 2028대입 정시에 내신 반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서울대와 고려대에 이어 내년에 연세대까지 합류하면서 최고학부인 SKY 모두 정시 학생부 평가를 진행하는 셈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서울대는 ‘2028학년 서울대 대입전형 개편을 위한 대입정책포럼’을 열고 아예 정시40%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종 본산으로서 선제적으로 정시 교과평가를 도입하는 등 공교육 강화에 힘써왔지만 정시확대와 의대 선호가 맞물려 이탈률이 심화하자 수시/정시 선발 비율 재고 요청을 개선방향으로 꼽은 셈입니다.

교육계는 왜 정시40% 폐지를 강조할까요? 가장 큰 문제는 공교육 붕괴입니다. 수시이월까지 합하면 정시 문호가 절반 가까이 열린 이상 학생들은 언제든지 내신을 버리고 정시를 준비하면 되는 상황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내가 수시로 대학에 가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 시간에 수능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이득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셈입니다. 특히 초기 내신 경쟁에서 밀린 고1 학생들은 아예 자퇴 후 검정고시를 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국 일반고 1학년의 학업중단자는 2020학년 5015명, 2021학년 6330명, 2022학년 8050명으로 3년새 60.5%가 늘었습니다. 한 학부모는 “1학년1학기만 끝나봐도 수시를 통한 최상위권 진학이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초반에 밀린 내신성적은 아무리 나머지 학기 동안 좋은 성적을 받아도 극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수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자퇴 후 재수학원에서 2년 동안 정시 준비에만 매달리는 편이 좋지 않겠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고교를 넘어 대학교에서도 정시 확대는 골칫거리입니다. ‘제4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022학년 수능 위주 전형으로 뽑힌 학생들의 평균 평점은 3.0점으로 학종 3.5점, 교과전형 3.5점보다 낮았다고 합니다. 사정관들은 학종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성과가 훨씬 뚜렷한 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N수를 위한 잇따른 중도이탈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자퇴 미등록 등으로 중도 탈락한 신입생 비율 역시 2022학년 기준 수능전형 출신은 5.4%로 학종 0.6%, 교과전형 2.2%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정시40%를 폐지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흔들지 않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정설입니다. 무한N수를 지원할 수 있는 기득권 학부모들의 정시 지지를 배경으로 정시40%에 맞춘 총선용 입시개편안이라는 지적도 쏟아집니다. 여러 차례의 대입개편안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정시40% 폐지가 강조되어 왔기에 교육부도 이미 정시40%는 폐지가 답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수시/정시 비율이 찬성/반대 싸움으로 번진 이상 용산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 들썩여서 좋을 것은 없었겠지요. 어쩌면 2022년 국회 교육위원회에 참석한 교육부 차관이 대통령실로부터 쪽지를 받을 때부터 컨트롤타워는 용산이 아닌가 하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용산은 공교육을 살리겠다면서 정시 비율을 줄이기는커녕 50%확대까지 요구했다는 깜짝 놀랄만한 후문까지 들려옵니다. 공교육 현장과 대학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미 교육부에서부터 불통입니다. 전 교육부 차관은 정시40%가 바뀔 순 없다고 시사하면서 대통령비서실로 향했고, 그나마 대학과 교육부 사이 중재역할을 하던 인재선발제도과장은 해외로 파견되면서 일각에서는 정시 비율이 축소되긴커녕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반면 현장에선 이전보다도 더 정시40%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입 이후 통합형 수능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이 겹치면서 대입지형이 왜곡되자 이제는 정말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평입니다. 총선이 중요한 용산과 변화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음에도 얘기도 못 꺼내는 교육부…정치공학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대입은 과연 총선이후에는 달라질까요? 오히려 총선이후 자신감을 얻어 되레 정시를 늘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요즈음입니다. 

사진=베리타스알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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