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는 학생이 10여 명 남짓 모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수업이 시작된 지 시간이 좀 되었지만 선생님은 들어오시지 않고 있다. 오늘은 새로운 한국사 토론 선생님이신 HK-102A께서 수업을 맡기로 하셨는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 지난번 수업까지 가르쳐 주시던 HK-101C 선생님은 실시간 통역 기능에 한계가 있어서 이번에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HK-102급으로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고 A형은 첫 모델이어서 모두 기대가 컸는데 말이다. 5분쯤 지났을까?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인사를 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국적은 전 세계를 망라한다. 자신의 혈통에 1/16만이라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면 모두 한국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해서 겉모습은 한국인과 다르고 한국어가 서툴러도 이 수업은 꼭 이수해야 대학교 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AI 선생님은 각 학생이 선택한 언어로 강의하면 중간중간 질문에 대한 상호작용도 학생들이 정해 놓은 방식을 따르므로 같은 수업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의 아바타 학생을 통해 수업을 듣고 수업 내용도 본인의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저장되어 언제나 복습할 수 있다. 숙제도 시험도 없다. 모든 수업 내용은 100% 성취도를 가지고 학생에게 전달되며 학생들은 저마다의 창의 학습연구 활동에 몰입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 학령인구 감소로 이제는 오프라인 학교가 존재하지 않는 2053년의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과정 교육센터의 가상 교실에 와 있다....”

학생들이 사라지고 선생님의 자리도 AI에 내어 준 가상의 미래, 2050년대의 대한민국을 그려봤다. 이게 과연 상상에만 머무는 이야기일까?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에 그치는 게 아니다. 모든 국가가 전쟁이나 국가재난 없이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라는 데 있고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는 데 있다.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구조를 조정하는 전략과 정책을 논하기는 어렵고 그 해답이 있기나 할까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정부의 재정투자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을 이미 확인했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필자는 대학의 입학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쓰나미처럼 몰려올 학령인구 감소의 파고에 현재 대학입시의 제도와 우리 교육의 체계가 어떤 위협을 받게 될지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라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대입에 크게 3가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대입 정원보다 지원하는 학생의 숫자가 적어지는 상황이므로 지역과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미충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2023학년도 입시에서 이 문제가 전국적으로 추가모집을 실시하는 대학의 증가로 나타났다. 둘째, 지원자가 정원을 간신히 넘기는 상황에 거의 모든 대학에 놓이게 되므로 평가를 통한 우수 학생 선발의 의미가 희박해진다. 셋째, 대학의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각 대학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히게 되어 국공립대학의 통폐합과 사립대학의 재정위기가 수면 위로 더욱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현재와 같은 경쟁을 통한 대학입시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길 끝에 벼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아무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만 간다면 우리 스스로 위기를 헤쳐갈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닐까?

학령인구 감소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교육 인프라 특히, 교원의 숫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초중등 학교와 대학교 교원의 숫자가 과연 현재의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정된 직업 중의 하나였던 학교 교원이 어려운 학업과 시험을 통과하고도 발령이나 배정이 미루어지는 사태가 전국에 걸쳐 발생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 학교에서 행정은 여전히 교사의 업무로서 과도하게 책정된 바, 단일 학교 교사의 숫자가 줄어든다면 수업을 포함한 학교 운영 자체에 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등록금 수입에 재정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경우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철저한 준비 없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의 학력도 저하되고 학사과정 운영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적정 인원의 교원 확보 및 유지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인 정책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에서는 모집단위로 표현되는 학과와 전공의 규모를 결정하는 요소로서 교원의 숫자가 매우 중요하다. 대학 내에서는 복잡한 학내 관계로 교원의 숫자를 조정하기 어렵지만, 이제는 미루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두에 언급했듯 엄청나게 진보하고 있는 AI 기술을 생각하면 더 빠르고 강한 변화가 30년 후가 아니라 불과 5년 이내에 온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열풍처럼 불고 있는 챗GPT와 뉴Bing과 같은 AI 기술은 가장 먼저 지식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고 교육 현장에서 이번 학기부터 거세게 불어닥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마냥 금지하는 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AI가 교원의 교육 기능을 대체하고 학교의 운영과 행정도 대체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더욱 고도화된 오프라인-온라인 병합 교육 시스템에서 학습하게 되고 개인맞춤형 교육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의 경우 1인 1전공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공의 구성과 교과과정 그리고 학습의 형태도 다양하게 제공될 것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인 무리를 지어 한 곳에 동시에 모여서 같은 시간에 수업을 듣는 일은 아마도 사라질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숫자는 줄고 교원도 줄고 기술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조윌렴 이화여대 입학처장(물리학과 교수)
/조윌렴 이화여대 입학처장(물리학과 교수)

이런 상황에서 대학입시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존의 방식을 고치고 새로운 시스템을 탐구해 미래의 환경에 적응하는 경우에만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존립을 걱정하게 만드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는 AI 기술의 폭풍우를 만나 몇 배 더 가속된 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인 입시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고 현재 대입의 골격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자가 살아남고 살아남은 자가 승리하는 입시생태계의 변화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대입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여전히 각 개인의 인생의 방향과 경제적 토대를 좌우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 학벌이고 이를 결정하는 것이 주로 대학이라는 인식이 강하므로 지금은 쉽게 다루기 어렵고 변화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인재를 뽑아서 육성하고 개발한다는 대학교육의 취지에 따라 현재의 입시는 입학의 단계에서 우수한 학생을 최선의 기준으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것’을 절대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 대학입시에도 학생들의 선택이 더 중요해지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대학들이 닥쳐올 미래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생존하려면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여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의미의 대입이 아닌 학생이 좋은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으로서의 대입의 개념과 과정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5학년도 전형계획 마련하기 위해 각 대학이 지혜를 짜내는 시기에 과연 2년 뒤의 상황이라도 제대로 예측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글을 맺는다.

/조윌렴 이화여대 입학처장(물리학과 교수)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