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내몰린 문과생.. 수학 변별력 강화에 국어까지 쉬워지며 ‘불리 심화’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지난해 극심했던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이 올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이 수능 이전인 4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263명의 응답자 기준 이과생 59%가 올해 정시에서 문과 교차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총 3장의 정시지원 기회 중 문과에 교차지원할 경우 몇 번이나 지원할지에 대한 물음에는 ‘1회’가 81.3%로 가장 높다. ‘2회’ 13.4%, ‘3회’ 5.2% 순이다.

지난해보다 교차지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67.1%가 긍정했다. 아니라고 답한 비율은 3.9%에 불과하다. 교차지원해 합격하면 반수(대학 다니며 수능 재도전), 재수 의향이 있는지 묻자 43%가 그렇다고 답해 추후 시험에서 N수생이 늘어날 가능성에도 힘을 실었다.

반면 문과생의 경우,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이 많은 학과의 경우 정시 지원전략은 ‘하향지원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40.4%, ‘상관없이 지원하겠다’가 59.6%로 나타났다. 문과생들은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을 우려해 수능 전부터 미리 하향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험생 문이과 교차지원 여부 설문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올해 2023정시에서 이과생 59%가 문과 교차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2023정시에서 이과생 59%가 문과 교차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이과생 60% ‘교차지원 희망’>
올해 이과생 중 60%가 다가오는 정시에서 교차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지난해보다 더욱 극심한 ‘문과 침공’이 벌어질 전망이다. 종로학원 설문조사 결과 ‘정시에서 교차지원을 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과생은 전체 응답자의 59%로 나타났다. 그중 고3 수험생은 63%, 재수생은 50.7%가 문과 교차 검토의향을 나타냈다. 재수생보다 고3수험생이 교차지원 의향이 더 높은 것이다. 

총 3회의 정시지원 기회 중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의향은 ‘1회’ 지원이 81.3%로 가장 높다. 이어 ’2회’ 13.4%, ‘3회’ 5.2%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간판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문과 교차지원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3.7%가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할 경우 가장 우선시하는 결정 변수는 학과에 상관없이 대학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것이라 꼽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희망 계열을 묻는 질문에는 무조건적으로 대학 브랜드만 고려하지 않고 학과도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경제 등 상경계열이 65.2%로 가장 높고, 사회과학계열이 9.3%다. 학과 상관없이 무조건 대학 브랜드 선호라 답한 비율은 20.4%다. 이외에도 사범계열 2.6%, 국어국문/영어영문 등 어문계열 1.6%, 철학/사학 등 인문 일반학과 계열 0.9%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교차지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 26.9%, ‘그렇다’ 40.3%로 67.2%가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비슷’ 28.9%까지 합산하면 전체 응답자 중 96.1%가 지난해와 같이 교차지원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아니다’고 답한 응답자는 3.9%, ‘매우 아니다’는 0%에 불과하다. 

문과생의 경우, 이러한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이 많은 학과의 경우 정시 지원전략은 하향지원 의사가 40.4%, 상관없이 지원하겠다가 59.6%로 나타났다. 즉, 수능 이전부터 문과생 40%가 지난해 극심했던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하향지원을 고려해 온 셈이다. 문과생 입장에서는 ‘삼중고’에 빠졌다. 문과생은 올해 수능에서 수학 변별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수시 수능최저 미충족 우려와 함께 이과생의 교차지원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4차산업 분야 등 자연계 신설 학과 확대로 인해 갈수록 좁아지는 문호를 감내해야 한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이는 수능 시험 직전에 이루어진 조사로 향후 실제 수능 결과가 나오고 수시 합격생이 발표된 이후 최종 정시 지원 수험생의 의사 변화도 정시 지원 패턴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문과생, 국어 표점 격차 만회 “올해는 불가능”>
수능 가채점 결과, 올해 수능은 지난해보다 국어에 대한 변별력이 약해지고, 이과생이 고득점을 확보하고 있는 수학의 변별력이 강화된 특징이다.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에 대한 유리한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올해 정시에서 교차지원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문과생은 비상이 걸렸다. 

종로학원은 18일 세종대에서 열린 대입설명회에서 올해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추정치를 선택과목에 따라 언어와매체 135점, 화법과작문 132점이라고 제시했다. 반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미적분 145점, 기하 144점, 확률과통계 142점으로 추정했다. 국어와 수학 간 표점 최고점 차이가 최대 13점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작년에는 국어 표점 최고점이 언매 149점, 화작 147점이며, 수학은 미적/기하 각 147점, 확통 144점 등으로 추정됐다. 즉, 작년엔 수학보다 국어 표점이 더 높아 상대적으로 국어에 강한 문과생은 낮은 수학점수를 국어에서 만회했지만 올해는 그게 어려워진 셈이다. 임 대표는 “올해 수능에서 아무리 국어를 잘 봤더라도 수학을 못 봤다면 구조적으로 극복이 불가능하다”며 “국어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의 67%가 언매를 선택과목으로 선택했다고 답했는데, 대부분 이공계 학생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문과생은 ‘삼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2년 차 통합 수능의 구조적 유불리로 인한 교차지원뿐 아니라, 수시 수능최저 미충족 우려와 함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차산업 첨단 학과와 정부의 반도체 관련 분야 계약 학과 등의 확대로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수능에서 국어 17번 문제 등 변별력을 가르는 ‘킬러 문항’으로 수학적 개념을 필요로 하는 문항이 잇따라 등장하고 영어도 듣기평가 음질 문제 등이 불거지며 통상 국어나 영어에서 강세를 보이는 문과생들의 점수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번 수능에서 문과생은 국수영 ‘삼중고’에 빠진 상황이다. 국어는 상대적으로 전년 대비 평이하게 출제되고 수학은 비슷하게 출제돼 지난 수능보다 수학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졌다. 영어 역시 9월모평과 다르게 ‘불수능’으로 출제되고 음질 문제도 불거지면서 문과생은 수능최저 확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출제 당국조차도 현행 수능 체제에서는 이런 격차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고 시인한 상황에서 교육전문가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규민 원장은 수능 당일인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사실 이 문제(문/이과 유불리)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공통과목에 응시하는 점수를 활용해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해서 전체 표준점수를 산출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현재 상태에서는 그나마 유불리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3수능에서도 유불리를 완화하기 위해 공통과목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소 어렵게 출제되고 선택과목은 공통과목에 비해서는 평이하게 출제되는 6모/9모 패턴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나, 유불리 문제를 온전히 해소하는 것은 통합 수능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문제다. 

임 대표는 “올해는 수학 변별력이 가장 커서 상대적으로 수학을 잘본 이과생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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