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2개 고교 이과 학급 69%로 급증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통합수능의 구조적 유불리와 의약계열 선호 현상, 이과가 취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 등이 맞물리면서 전국 상위권 고교의 ‘이과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주요 일반고의 10개 학급 중 7개 학급이 이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8년 전인 2015수능에서는 이과반과 문과반 비율이 반반 수준이었다.

종로학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국 자사고 28개교와 2022대입에서 서울대 등록자를 다수 배출한 상위 일반고 24개교 등 52개 고교의 3학년 문과반/이과반 현황을 조사해 1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총 564개 학급의 68.6%인 387개 학급이 이과반이며, 문과반은 31.4%인 177개 학급에 그친다. 8년 전 이들 52개교의 문이과 비율은 문과반 46.3%, 이과반 53.7%였다. 이과반은 수능 탐구 선택과목으로 ‘과학탐구’를, 문과반은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들이 모인 학급이 대상이다.

고교유형별로 봐도 ‘이과반 쏠림’ 현상이 확연하다. 8년 전인 2014년(2015대입)과 비교해 전국단위 자사고 기준, 이과 비율은 59%에서 69.7%로 높아졌고, 서울 자사고 또한 55.7%에서 68.6%로, 지방 자사고는 69.9%에서 81.6%로, 전국 서울대 합격자 수 기준 상위 24개 일반고는 50.5%에서 66.5%로 사실상 상위권 고교 모두 이과반을 선택한 학생이 급증했다.

특히 자사고 중에서도 전국단위 자사고인 북일고(83.3%)와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인 보인고 휘문고(각 83.3%) 선덕고 세화고(각 81.8%),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인 해운대고(90%) 인천포스코고(87.5%) 대전 대성고(80%)는 이과 비율이 80% 이상으로 높다. 서울대 등록자 배출 상위 24개 일반고 역시 서울 강서고(83.3%)와 공주사대부고 분당대진고(각 83.3%) 경기 신성고(81.8%) 낙생고 분당중앙고 세마고(각 80%)의 이과 비율이 특히 높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이 같이 상위권 고교가 이과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서울권 대학 문과 선발에서는 우수한 학생 선발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른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을 가볍게 볼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문과 대학들의 구조조정,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발전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 자사고와 주요 일반고의 10개 학급 중 7개 학급이 이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전국 자사고와 주요 일반고의 10개 학급 중 7개 학급이 이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이과반 68.6%.. 8년 전보다 14.9%p 급증>
종로학원 조사 결과 올해 자사고와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일반고 등 전국 상위권 52개 고교의 문이과반 비율은 이과반 68.6%(387개 학급), 문과반 31.4%(177개 학급)로 나타났다. 8년 전인 2014년(2015대입)과 비교해보면, ‘이과반 확대’ 현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당시 52개교 중 이과반은 53.7%, 문과반은 46.3%였다. 거의 반반 비율에서 7대3 비율로 이과반이 급증한 것이다.

고교유형별로 보면 전국단위 자사고의 이과 비율은 8년 전 59%에서 69.7%(53개 학급)로 상승했고, 문과반은 41%에서 30.3%(23개 학급)로 하락했다.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중 학급 비율을 공개하지 않은 상산고와 민사고를 제외한 수치다. 고교별로 보면 이과반 기준, 특히 북일고(2014년 71.9%→2022년 83.3%)가 80%를 넘기며 가장 높다. 이어 인천하늘고(58.8%→75%), 김천고(57.5%→75%), 포항제철고(59.7%→75%), 외대부고(43.4%→70%), 현대청운고(72.9%→70%), 광양제철고(55.4%→50%), 하나고(53.5%→50%) 순으로 높다.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8년 전 이과반 55.7%, 문과반 44.3%에서 올해는 이과반 68.6%, 문과반 31.4%로 이과반이 급증했다.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17개교 중 문이과 구분이 없는 현대고를 제외한 수치다. 이과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휘문고(66.6%→83.3%)와 보인고(56.3%→83.3%)로 12개 학급 중 10개 학급이 이과반이다. 각 서울 강남과 송파 교육특구에 소재하고 남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어 남고인 세화고(65.8%→81.8%) 선덕고(61%→81.8%) 역시 80%를 넘긴다.

이어 중동고(65.8%→75%) 양정고(66.7%→72.7%) 한대부고(45.4%→70%) 배재고(59.8%→66.7%) 대광고(45.4%→66.7%) 신일고(62.6%→63.6%) 장훈고(51.9%→62.5%) 중앙고(53.2%→60%) 이대부고(52.1%→58.3%) 이화여고(34.4%→58.3%) 경희고(59.2%→57.1%) 순으로 이과반 비중이 높으며, 세화여고(41.3%→50%)가 가장 낮다. 여고 특성상 8년 전 유일하게 문과 비중이 6대4로 더 높았지만, 통합수능 영향으로 이과 비중이 소폭 올라 5대5 균형을 맞췄다.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이과반이 8년 전 69.9%에서 81.6%로의 상승이다.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7개교 중 문이과 구분 없는 안산동산고를 제외했고, 대전대신고 대구계성고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운대고(79.1%→90%)가 이과반이 가장 많다. 10개 학급 중 9개 학급이 이과반이다. 이어 인천포스코고(2014년 졸업생 미배출→87.5%) 대전대성고(64.1%→80%) 충남삼성고(2014년 졸업생 미배출→70%) 순으로 이과반이 많다.

2022학년 서울대 등록자 배출 기준 일반고 상위 24개교 기준으로 이과반은 8년 전 50.5%에서 66.5%로 상승했다. 일반고 24개교는 정경희(국민의힘) 의원이 2월 서울대로부터 받은 ‘2022 서울대 최종등록 출신고 순위’ 자료에 기반했다. 이과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강서고(54.3%→83.3%) 충남 공주사대부고(60.9%→83.3%) 경기 분당대진고(44%→83.3%)의 3개교다. 이어 경기 신성고(57.8%→81.8%) 낙생고(61.9%→80%) 세마고(59.9%→80%) 분당중앙고(58.9%→80%)까지 모두 80%를 넘겼다.

이들 24개교를 2022학년 서울대 등록자 높은 순으로 정리하면 상문고 24명(수시 10명+정시 14명), 경기고 22명(6명+16명), 단대부고 20명(3명+17명), 낙생고 19명(2명+17명), 화성고 19명(0명+19명), 공주 한일고 18명(5명+13명), 서울고 17명(9명+8명), 진선여고 16명(6명+10명), 세마고 15명(1명+14명), 분당중앙고 14명(5명+9명), 숙명여고 14명(9명+5명), 영동고 14명(9명+5명), 강서고 13명(1명+12명), 공주사대부고 13명(11명+2명), 반포고 13명(4명+9명), 수지고 13명(2명+11명), 서울 중산고 12명(7명+5명), 경기여고 11명(6명+5명), 분당대진고 11명(4명+7명), 신성고 11명(5명+6명), 양서고 11명(4명+7명), 한민고 11명(9명+2명), 대륜고 10명(8명+2명), 동화고 10명(6명+4명), 서울 한영고10명(8명+2명) 순이다. 이 중에서 공주 한일고는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서울 대학 문과 선발이 더 많아.. 문과 51.9%>
상위권 고교의 이과반 비중이 7대3으로 기울어진 것은 통합수능의 구조적 유불리로 이과 수학을 선택한 학생이 점수획득에 유리하고, 가속화하는 의약계열 선호 현상 등이 맞물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취업에 있어서 이과에 비해 문과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인식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 등이 신설되면서 ‘이과 쏠림’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입시업계는 전망한다.

통합수능의 문이과 유불리 폐해는 전년 학습효과로 인해 올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통합수능의 문이과 격차가 재수생 확대와 선택과목 쏠림 현상을 키우면서 선택과목별 점수 변동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위권 학생이 집중된 과목은 상대적으로 공통과목의 평균점수가 높고, 이는 그대로 표준점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임성호 대표는 “통합수능 2년 차인 올해도 선택과목 간 응시비율 차이, 미적분 등 특정 과목에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선택과목 간 점수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험생 혼란은 지난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난해 수능은 문이과 유불리로 인해 ‘문과 침공’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가 하면, 수능최저 미충족, 재수/반수생 증가, 사교육비 증가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각종 문제점들이 현실로 드러났음에도 교육당국이 올해도 개선 없이 통합수능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사태악화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의약열풍과 정시 확대 그리고 통합수능의 폐해가 맞물리면서 이과생 재수생 역대 최대 사태는 대입지형 자체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23대입에서 문이과 선발비율은 서울권 대학의 경우 51.9%가 문과, 48.1%가 이과로 오히려 문과 선발비중이 높다. 이처럼 상위권 고교가 이과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서울권 대학 문과 선발에서는 우수한 학생 선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 대표는 “통합수능 시행 이후 서울 소재 SKY대학 등 상위권 대학의 문과 합격 점수가 대폭 하락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학생들이 대부분 이과를 선택해 사실상 문과에서 ‘학생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송’ 현상은 가볍게 볼 만한 상황은 아니며, 대학의 문과 구조조정, 발전방안에 대해서 대학과 정부가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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