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고 51명 ‘최다’ 서울과고 49명 한성과고 47명 톱3.. SKY 수시 합격도 21.9%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영재학교/과고 학생의 의약학계열 진학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2022학년 수시 모집에서 전국 영재학교/과고 출신 398명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의약학계열 수시 최초 합격자의 21.9%가 영재학교/과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Y의 2022수시 전형은 대부분 재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학종/교과전형의 비중이 높은 만큼 2022서울대 수시와 마찬가지로 학종 블라인드가 영재학교/과고의 의약학계열 최초 합격자 확대를 부추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게다가 정시 합격 인원까지 고려하면 영재학교/과고 출신 합격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우려를 더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은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2022학년도 수시 의약학계열 지원자 현황’을 18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SKY 의약학계열 수시 전형은 대부분 학종/교과전형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학종 블라인드 도입으로 학생부에서 프로그램 차별화가 두드러진 영재학교/과고의 합격률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대 2022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에서 정부가 추진한 고교 블라인드 영향으로 일반고 출신 합격자는 대폭 축소되고 자사/영재/과고/외고/국제고 출신 합격자는 일제히 확대됐다. 영재학교는 2021학년 312명(12%)에서 2022학년 313명(13.1%)으로 비율뿐 아니라 절대적인 숫자 자체도 늘었다. 과고 역시 2021학년 148명(5.7%)에서 2022학년 146명(6.1%)으로 비율이 확대됐다.

의약학계열은 대부분 학종과 교과전형으로 수시 전형을 운영한다. 의대는 2022학년 수시에서 1808명(60%)을 모집한 가운데, 이 중 교과전형 841명(27.9%), 학종 827명(27.4%), 논술전형 140명(4.7%) 규모다. 다른 의약학계열도 학종과 교과전형의 비중이 크고, 재수생이 주로 지원하는 논술전형의 비중은 3~4% 내외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약학계열 2022수시 지원자가 2021년 고3 인원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2021년 고3학생 대비 의약학계열 지원율을 추산해 볼 수 있다. 영재학교 의약학계열 지원율은 서울과고가 40%로 가장 높다. 123명 중 49명이 지원한 결과다. 이어 대구과고도 93명 중 29명이 지원하면서 31%의 높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강 의원이 발표한 ‘2019~2021 영재학교별 의약학계열 지원/진학 현황’ 자료와 비교해봐도 서울과고는 2021년 졸업자 134명 중 의학계열 수시/정시에 39명이 지원하면서 31.5%의 지원율을 나타냈다. 2022수시 지원율은 N수생 등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여서 작년 자료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수시/정시 합산 인원인 작년 지원율을 크게 뛰어넘는 결과다.

문제는 2022학년 정시는 물론이고 2023학년 대입에서도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영재학교/과고의 의약학계열 진학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영재학교/과고는 학교별로 장학금 환수, 졸업 포상 제외, 교사 추천서 미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의학계열 진학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대다수의 의대가 추천서 없이도 지원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대 지원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합형 수능과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 의대 증원 등의 교육정책의 흐름도 의학계열 쏠림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강 의원은 “영재학교/과고는 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학교이고, 국가가 재정적으로 전폭 지원하고 있는 학교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과고 학생이 과학 분야가 아닌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자 다른 학생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최근 영재학교/과고에서도 의약학계열 진학 방지를 위해 장학금 회수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의약학계열 진학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강 의원은 영재학교/과고 졸업생의 의약학계열 대학 진학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영재학교/과고 졸업생의 의약학계열 진학 제한은 법 시행 이후 입학한 학생부터 적용된다.

2022학년 수시 모집에서 전국 영재학교/과고 출신 398명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의약학계열 수시 최초 합격자의 20% 이상은 영재학교/과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학계열 지원자는 세종과고가 51명으로 가장 많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학년 수시 모집에서 전국 영재학교/과고 출신 398명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의약학계열 수시 최초 합격자의 20% 이상은 영재학교/과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학계열 지원자는 세종과고가 51명으로 가장 많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수시 의약학계열 지원.. 세종과고 51명 ‘최다’>
강 의원이 발표한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2022학년도 수시 의약학계열 지원자 현황’ 자료를 보면 영재학교와 과고의 의약학계열 쏠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수시 의약학계열 지원자 중 전국 영재학교/과고 출신 지원자는 398명이나 된다. 세종과고(과고)가 51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서울과고(영재학교) 49명, 한성과고(과고) 47명, 부산과고(과고) 37명, 대구과고(영재학교) 29명 순으로 톱5다.

고교유형별로 살펴보면 영재학교의 경우 서울과고가 49명으로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의약학계열 지원자가 가장 많다. 세부적으로는 의대 48명, 치대 1명이 지원했다. 이어 대구과고가 29명으로 2위다. 의대 7명, 약대 22명이다. 경기과고는 의대 19명, 치대 1명, 한의대 1명으로 총 21명이다.

한국영재를 제외한 다른 영재학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전과고 13명(의12명/치1명), 세종영재 12명(의11명/약1명), 인천영재 10명(약10명), 광주과고 7명(의6명/약1명) 순으로 지원자가 많다. 반면 한국영재는 2022학년 의약학계열 수시에 지원한 학생이 한 명도 없다. 한국영재는 2013년부터 의대 진학 학생의 졸업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과고의 경우 세종과고가 2022학년 수시에서 의약학계열로 지원한 학생이 51명으로 전국 20개 과고 중 가장 많다. 의대 22명, 약대 28명이 지원한 결과다. 이어 한성과고가 47명으로 뒤를 잇는다. 의대 29명, 치대 4명, 약대 14명이다. 부산과고는 총 37명으로 의대 24명, 치대 3명, 약대 10명이 지원했다.

과고 역시 제주과고를 제외하고 의약학계열 진학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고 중 의약학계열 지원자가 10명 이상인 곳은 울산과고 26명(의13명/치2명/약11명), 대구일과고 16명(의6명/약9명/한1명), 강원과고 14명(의6명/치1명/약7명), 대전동신과고 13명(의4명/치1명/약8명) 순이다.

5명 이상도 충남과고 8명(의3명/치1명/약4명), 경남과고 8명(의3명/치1명/약4명), 인천과고 6명(의3명/약3명), 부산일과고 5명(의4명/약1명), 충북과고 5명(의1명/약4명), 경북과고 5명(의3명/치1명/약1명) 순으로 많다.

5명 이하는 전북과고 4명(의1명/치2명/약1명), 창원과고 4명(의2명/약2명), 전남과고 3명(의2명/약1명), 인천진산과고 2명(의1명/약1명), 경기북과고 2명(의1명/약1명), 경산과고 1명(약1명)이다. 제주과고는 한국영재와 마찬가지로 의약학계열 지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2022학년 대입에 지원한 2021년 고3학생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영재학교 중에서 의약학계열 지원율은 서울과고가 40%로 가장 높다. 이어 대구과고 31%, 경기과고 17%, 대전과고 15%, 세종영재 13%, 인천영재 14%, 광주과고 8%로 지원자 순위와 동일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조기졸업 제도를 운영하는 과고의 경우 고2학생과 고3학생 수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등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 참고용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SKY 수시 최초 합격자 21.9% 영재학교/과고 출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의약학계열의 2022학년 수시 최초 합격자의 21.9%는 영재학교/과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대 의예과는 최초 합격자 98명 중 34명이 영재학교/과고 출신으로 그 비율이 34.7%나 된다. 고대 의대는 52명, 서울대 의예과는 5명의 최초 합격자가 영재학교/과고 출신이다.

영재학교/과고 출신 합격 비율이 높은 순으로 살펴보면 30%가 넘는 곳이 2곳이다. 연대 의예과가 34.7%로 가장 높다. 전체 합격인원인 98명 중 영재학교 출신이 25명, 과고 출신이 9명이다. 이어 연대 약학과가 32% 비중이다. 전체 25명 중 영재학교 출신 4명, 과고 출신 4명이 합격했다.

20%가 넘는 곳도 2곳이다. 고대 의대는 29.4%로 177명 중 영재학교는 39명, 과고는 13명이 합격했다. 연대 치의예과도 25%가 영재학교/과고 출신이다. 전체 모집인원 52명 중 영재학교 5명, 과고 8명이 합격했다.

이어 서울대 약학계열 16.3%(영재학교 5명/과고 3명/총 인원 49명), 서울대 치의학과 15.6%(영재학교 5명/총 인원 32명), 서울대 의예과 4.7%(영재학교 5명/총 인원 107명) 순이다.

반면 고려대(세종) 약학과는 전체 모집인원 30명 중 영재학교/과고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

<최근 3년간 의약학 지원 영재학교.. 서울과고 117명 ‘최다’>
지난해 7월 강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이 공개한 ‘전국 영재학교 졸업생 의학계열 진학 실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영재학교 7개교(서울과고 경기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세종영재 광주과고 인천영재, 의학계열 지원 및 진학자 없는 한국영재 제외) 졸업생 2097명의 12.9%에 해당하는 270명이 의약학계열(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제외)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의약학계열에 진학한 학생도 178명(8.5%)나 된다.

2019~2021년 자료는 해당연도 졸업생 기준 수시/정시 합산 인원이다. N수생 등 해당고교 출신자 전체가 기준인 2022학년 수시 자료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매년 영재학교/과고의 의약학계열 진학문제가 되풀이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서울과고는 2019년~2021년 수시/정시에 지원한 재학생 수는 물론이고 2022수시에 지원한 재학생과 N수생을 합한 수도 영재학교 중 1위다.

2019~2021년 7개 영재학교 졸업생 중 의약학계열 지원 및 진학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과고다. 3년간 졸업자 371명 중 의학계열 지원자는 117명(31.5%)으로, 전체 졸업생 10명 중 3명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셈이다. 연도별로 비교하면 지원자가 2021년 39명, 2020년 39명, 2019년 39명으로 매년 꾸준히 지원자가 발생해 왔다.

이어 경기과고가 전체 졸업생 373명의 17.4%에 해당하는 65명의 학생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과고 32명(11.3%), 대전과고 18명(6.4%), 세종영재 13명(4.6%), 광주과고 13명(4.5%), 인천영재 12명(5.5%) 순으로 지원자가 많다.

실제 의약학계열로 진학한 학생 역시 서울과고가 가장 많다. 지원자 117명 중 88명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졸업생의 23.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어 경기과고 34명(9.1%), 대전과고 18명(6.4%), 대구과고 14명(4.9%), 세종영재 10명(3.5%), 광주과고 8명(2.7%), 인천영재 6명(2.7%) 순이다.

<달라진 교육정책 ‘의대행 가속화’.. 대학 차원 제재 조치 시급>
2022학년부터 영재학교 8개교의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이 강화됐다. 지난해부터 영재학교 지원시 영재학교 입학전형 응시를 희망하는 지원자와 보호자는 응시원서에 명시된 제재 방안에 서약해야 원서접수가 가능해졌다. 제재 방안에 의하면, 영재학교 입학 후 의약학계열로 진학을 희망하거나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대학 진학과 관련된 어떠한 상담과 진학 지도도 받을 수 없다. 일반고 등으로의 전출이 권고되며,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기숙사와 독서실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영재교육을 위해 투입된 추가 교육비와 영재학교 재학 중 지급한 장학금은 모두 환수된다.

하지만 이전부터 장학금 회수와 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하고 있었음에도 의약학계열 진학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기숙사 및 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 역시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 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교육정책은 영재학교/과고 출신의 의대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통합형 수능이 자연계 학생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정시 확대 기조와 의약학계열 모집인원 확대 등이 맞물리며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정부 주도로 서류평가에 도입한 고교 블라인드 평가도 영재학교/과고 출신의 합격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분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영재학교들은 자체적으로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시상내역 삭제 등을 통해 진학을 막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바랄 수는 없다. 영재학교를 다니고 의대를 지원하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의대 측의 제재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