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합류 정시확대 언택트 3대 요인 자퇴 증가’.. ‘편입 문호 확대 추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최근 3년간 의학계열(의치한수)로 편입한 인원이 24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의학계열 편입을 1명 이상 선발한 34개 대학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자연계열 최대 블랙홀로 자리한 의학계열 입시에서 현역 입학이 아닌 경우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재수/반수가 대다수이지만 ‘제3의 선택지’로 편입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의학계열은 입학 이후에도 치한수에서 의예로, 지방 대학에서 서울/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하기 위한 자퇴 흐름이 있어왔지만 최근 약대의 학부 선발 전환과 상위 대학의 정시 확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언택트 수업 실시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자퇴 움직임은 부쩍 커지는 추세다. 임형욱 김영편입 진로진학연구소 소장은 “최상위권에서는 단 한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희망 대학/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좋은 수능 성적을 바탕으로 반수나 재수를 통해 대학/학과 레벨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언택트 수업 실시에 정시 확대 등으로 자퇴 움직임이 커지면서 편입이라는 기회 역시 커지고 있다. 간과하기 쉽지만 시간과 비용 모든 측면에서 의학계열 진학은 편입이 재수 반수보다 훨씬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입학’은 수험생들이 주로 생각하는 대학 진학의 방법인 ‘신입학’과는 구별된다. 신입학은 고교 졸업(또는 동등자격) 후 대학 1학년으로 진학하는 방식이지만, 편입학은 대학에서 다른 대학 3학년으로 진학하는 방식이다. 편입학은 대학 자퇴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기 위해 선발하는 입시제도라는 점에서 대학 1~2학년의 자퇴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교지확보율/교사확보율/교원확보율/수익용기본재산확보율'의 4대지표 평가에 따라 편입모집 산정비율이 달라진다. 임형욱 소장은 “2021년 기준 서울 소재 대학의 편입선발 규모만 해도 5500여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편입학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매년 증가하는 4년제 대학 신입생 자퇴율 때문이다. 임 소장은 “2020년 서울 주요 39개 대학의 신입생 자퇴율은 2010학년 2.9%에서 2020학년 7.1%로 4.2%p 증가했다. 특히 서울 상위 12개 대학 이공계열은 10명당 1명꼴로 자퇴하고 있으며, 의대 신입생도 4%의 자퇴율을 보이고 있다. 의학계열 정시 정원 증가와 약대 신입학 학부 전환으로 대입에 다시 도전하는 반수/N수생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계열 편입학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학계열 편입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전형일정을 결정해 시행한다. 11월부터 1월 사이 모집요강을 발표하며, 12월~1월 원서접수, 12월~2월 필답고사, 1~2월 전공면접 순으로 일정이 진행된다. 임 소장은 “전문대학원과는 달리 시험일시가 겹치지 않으면 제한 없이 원서접수가 가능하므로 목표 대학에 소신껏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의약학계열 문호가 확대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동이 활발해져 편입의 규모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전북교육청 제공
의약학계열 문호가 확대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동이 활발해져 편입의 규모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전북교육청 제공

<늘어나는 의학계열 자퇴생.. ‘의예과로, 서울/수도권 대학으로’>
의학계열 자퇴생은 늘어나는 추세다. 연도별 의학계열 자퇴인원 추이를 살펴보면 2019학년 117명, 2020학년 178명, 2021학년 171명 순으로, 2019학년에서 2020학년으로 넘어가며 훌쩍 뛰어올랐다. 임 소장은 “정시확대 기조에 따라 수능 고득점을 받고 반수나 재수를 준비하던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동요인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의학계열 자퇴생이 증가하면서 편입 기회 역시 확대되고 있다. 김영편입이 분석한 의학계열 편입선발비율(2019~2021학년 기간 중 편입을 1명 이상 선발한 34개 대학 기준)은 53.2%였다.

특히 의예과에서 자퇴생 대비 일반편입으로 모집하는 인원비율이 다른 예과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만큼 결원을 적극적으로 충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3년간 17개교에서 204명이 자퇴하고 128명이 편입해 62.7%의 비율이다. 치의예과 4개교 44.6%(편입 33명/자퇴 74명), 수의예과 8개교 48.6%(54명/111명), 한의예과 5개교 42.9%(33명/77명) 등이다. 임 소장은 “2021학년 의학계열 일반편입학 모집인원 107명 중 의예과는 약 50%에 해당하는 53명을 선발해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올해 약대는 2022대입에서 학부선발로 전환되면서 1743명이 추가돼,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범위가 더 커졌다. 임 소장은 “약대의 경우 정시 성적으로 치대와 수의대 사이에 위치할 것으로 보이며 국수탐 백분위 300 기준으로 284~289 사이에 대거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정시수능 783명에 (재수생의 주된 수시 통로인) 수시논술인원 64명을 포함하면 847명의 최상위권 공간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학부선발로 전환한 약대는 내년 2023학년까지 현행 편입학을 진행하지만 올해 선발한 학부생들이 3학년이 되는 2024학년부터는 결원을 일부충원하는 일반적 편입학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올해 2022학년의 의약학계열 문호는 최대로 커진 상태다. 의학계열 4865명을 모집하고, 약대 학부인원 포함 시 신입학에서만 6608명을 의약학계열에서만 모집해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블랙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소장은 ”2023학년까지 약대 편입이 유지되면서 약대 편입으로도 1753명을 병행선발하기 때문에 신/편입학 의약학계열이 총 8361명(의대편입 인원 미발표로 제외)의 자퇴가능 공간을 만들게 되었고, 결국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의약학계열 이동.. 상위권-중위권 연쇄 효과>
대입 피라미드 정점의 의약학계열에서 빠져나가는 인원은 상위권 자연계열-중위권 대학의 연쇄적인 이동을 만들어낸다. 의약학계열에서의 자퇴가 상위권 학생들의 자퇴를 만들고, 이는 다시 편입 공간을 만들어 이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중위권 대학 학생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식이다. 같은 메커니즘으로, 중위권 대학의 학생들이 움직이고 인서울권 전체가 도미노식으로 움직이게 된다. 자퇴인원의 증가가 편입인원을 꾸준히 증가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 소장은 “지난 3년간 상위 13개대 자연계열에서는 8767명, 연 평균 2922명이 자퇴했다. 자퇴인원은 결손인원으로 편입학 모집인원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자퇴인원의 증가에 따라 편입인원도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말했다.

김영편입이 분석한 2019~2021학년 상위13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자연계열 자퇴/일반편입 현황을 살펴보면 3년간 자퇴한 인원은 총 8767명이고, 이 중 41%인 3597명이 편입으로 충원됐다. 2019학년 41.5%(1038명/2501명), 2020학년 42.1%(1190명/2827명), 2021학년 39.8%(1369명/3439명)의 추이다.

2021학년에 전년보다 자퇴인원은 612명 늘었고, 편입인원은 179명 늘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연대/고대는 3년간 자퇴인원이 1831명이고, 이 중 35.3%인 647명이 편입했다. 전년보다 자퇴인원은 188명 늘었고, 편입인원은 4명 늘었다. 이 외에 상위대학 자연계열 3년간 편입비율은 △서강대/성대/한대 23.3%(446명/1912명) △중대/경희대/외대/이대 55.6%(1471명/2647명) △건대/동대/홍대/숙대 43.5%(1033명/2377명)다.

최상위권, 상위권 변동 및 약대 학부전형의 호재 속에서 편입은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루트가 될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소장은 “정시 확대 기조를 통해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반수생과 재수생이 유리한 환경이다. 따라서 한두 문제 차이로 희망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합격한 대학에 만족하지 않고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방 의학계열을 포함한 상위권 자연계열 학생들은 희망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보다는 반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결국 반수에 성공한 학생들이 자퇴하면서 그만큼 결손인원이 생기고, 그 인원을 편입으로 선발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2020학년 의치한수 256명 자퇴.. 치대 자퇴율 9% ‘최고’>
편입으로 선발한 대학으로 범위를 좁히지 않고 모든 의치한수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대학알리미에 가장 최근 공시된 2020학년 한 해 동안 256명이 자퇴했다. 37개 의대 123명, 8개 치대 47명, 11개 한의대 44명, 10개 수의대 42명이다. 자연계열 내에서도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격전지로 여겨지는 의대에서도 자퇴생이 100명 이상 발생한 것이다. 재적인원 대비 자퇴인원 비율을 따지면 치대가 9%로 가장 높고 수의대 7.82%, 한의대 5.98%, 의대 4.02% 순이다.

개별 의대를 살펴보면 단국대 15%, 대구가톨릭대 11.11%, 건양대 10.71%, 을지대 10.2%, 조선대 10.08% 순으로 10%를 넘겼다. 반면 서울대 성대 이대 부산대의 4개교에서는 자퇴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자퇴율 0%’를 기록했다.

의학계열 중 자퇴율이 가장 높았던 치대에서 강릉원주대 14.29%, 경북대 13.33%, 단국대 12.86%, 경희대 10% 순으로 10%를 넘겼다. 한의대는 동신대가 11.36%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수의대는 강원대가 20%로 가장 높고 충북대 13.73%, 전북대 12% 순으로 10% 이상을 기록했다.

매년 의약학계열 모집인원이 확대되는 만큼 의학계열 학생들의 자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2학년의 경우 편입학 선발만 실시하던 약대가 학부 신입생 선발을 실시하는 만큼 의약학계열 재도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의약학계열 학과들은 대입에서 최상위권 모집단위로 분류되는 만큼, 성적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정시모집의 경우 각 대학 합격자간 수능점수 차이가 한두 문제에 불과할 정도로 합격선이 촘촘하게 맞붙어 있는 특징이 있다. 학생들이 자신이 지망하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경우 대입 재도전에 대한 의지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배경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