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유학생/성인학습자 대상 전담학과 신설 가능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내년부터 대학 정원을 영구 감축하는 대신 일시적으로 정원을 줄였다 필요할 때 다시 정원을 늘릴 수 있는 ‘모집정원 유보제’가 추진된다. 모집정원 유보제는 충원율 감소를 이유로 대학 측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으로, 현실화될 경우 대학은 미충원된 학과의 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신산업 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학부 정원을 대학원 정원으로 돌리는 등 별도의 규제없이 모집 보류한 정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 제도에서는 정원을 감축한 후 다시 증원하기 위해서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상 4대 요건인 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 모두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해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모집유보 기간/규모/충원율 산정 방법 등 세부 운영기준을 정해 별도 고시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10월 말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할 때 함께 안내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11월9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모집정원 유보제를 활용할 경우 정원 외 외국인유학생과 성인학습자(재직자 포함)를 위한 전담학과를 신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학습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그간 국제유학생 유치, 평생학습 확대 등을 위해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성인학습자(재직자 포함) 등을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도록 했으나, 해당 학생들만을 위한 전담학과 신설이 불가능해 학생 지도가 어렵다는 대학 측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원외 전형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빠르면 10월까지 정원 내/외 총량 적정 규모화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소재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지방대가 급증했지만,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대학들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없어 정원 감축의 필요성도 크지 않은 게 사실. 때문에 대학들이 정원을 자발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당장 정원 모집에 어려움이 없는 대학일지라도 정원의 일부를 유보한 뒤 추후 수요가 높은 학과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충원율 미달이 심각한 대학 역시 모집정원을 일시적으로 감축한 후 학과 개편을 하는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해볼 수 있다. 유보제가 제대로 시행될 경우 수도권/지방대학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내년부터 학부 정원을 1명 감축할 때마다 대학원(석사) 정원 1명을 증원할 수 있게 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내년부터 학부 정원을 1명 감축할 때마다 대학원(석사) 정원 1명을 증원할 수 있게 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등교육법 시행령 입법예고.. 정원 상호조정 ‘완화’ 첨단학과 지원책 ‘확대’>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는 모집정원 유보제 외에도 대학/대학원 간 정원 상호조정 완화책도 포함돼 있다. 내년부터 학부 정원을 1명 감축할 때마다 대학원(석사) 정원 1명을 증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석사 정원 1명을 증원하기 위해선 일반/특수대학원은 학부 1.5명, 전문대학원은 학부 2명을 감축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학교 유형과 관계없이 학부 정원 1명만 감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석사 2명을 감축할 경우 박사 1명을 증원하는 기준은 지난해까지 첨단 분야에만 허용됐지만, 2022학년부터 모든 분야로 확대된다.

대학이 총 정원 범위 내에서 학과 정원을 조정할 경우 이전 연도 교원확보율 이상을 유지해야 했으나, 이전 연도 또는 직전 3개년 평균 이상 충족 시 자체 조정이 가능하도록 기준이 완화된다. 첨단분야의 경우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교원확보율이 90% 이상일 경우 정원 조정이 가능해진다.

첨단 신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된다. 그간 대학원이 학생정원을 증원하기 위해서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른 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의 4대요건을 모두 100% 충족할 필요가 있었으나, 많은 첨단분야에 대해서는 교원확보율 100%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을 허용한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차세대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확대된 인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원 첨단학과 증원을 용이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미래차/바이오/AI 분야 인력을 총 14만4400명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이오 분야가 5만1700명으로 가장 많으며 △인공지능 4만700명 △미래차 3만8200명 △시스템반도체 1만3800명 순이다.

현재 대학에서만 운영되고 있던 첨단학과 신/증설제도는 내년부터 대학원까지 확대된다. 첨단학과 신/증설제도는 정원 모집 후 발생한 결원/여석을 활용해 첨단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제도로, 첨단분야 고급인재 양성을 촉진하고자 시행됐다.

대학이 혁신도시 내 기업/기관과 연계해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원 설치 기준도 완화된다. 산업단지가 아닌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에 대학원을 설립할 때도 토지를 타인과 공동 소유하는 게 가능해진다. 현재까지는 교지가 대학 설립주체 소유가 아닐 경우 대학원 설치가 불가능하다.

대학이 일부 캠퍼스를 혁신도시로 옮길 때도 타인 소유의 건물과 토지를 교사/교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학생 정원이 400명 미만일 때는 실제 학생정원을 기준으로 교지를 확보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한다. 기존에는 400명 미만일 경우에도 400명을 기준으로 교지를 확보해야 했다.

<수도권 정원감축 ‘유도’.. 대학/대학원 간 정원 상호조정 완화책 ‘실효성 의문’>
이번 조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 통과한 대학들은 일반재정지원을 받는 대신 유지충원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정원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높은 충원율을 유지하고 있는 수도권 상위대학들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없어 정원 감축이 필요없는 상황. 한 교육전문가는 “모집정원 조정, 대학원 정원 확대, 첨단학과 설립 기준 완화 등은 그간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해 온 서울 상위대학과 거점국립대 등에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놨다는 것은 수도권 정원을 감축하고 지방대를 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학/대학원 간 정원 상호조정 완화정책의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학원은 대학처럼 경쟁률이 높지 않을뿐더러, 학교별 경쟁률 격차도 크지 않기 때문. 한 교육 전문가 역시 “로스쿨과 의전원 등 특수 대학원을 제외한 일반 대학원들은 대체로 낮은 경쟁률을 보인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추가적인 학업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아닌, 취업난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대학원행을 택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대학원 정원을 늘리려는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대교협을 중심으로 대학 측이 요구해왔던 모집정원 유보제가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대학 모집정원이 줄어들 경우 오히려 서울 상위대학 중심으로 경쟁률이 큰 폭 오를 수 있다며 우려하는 상황. 한 교육전문가는 “2년 후부터 ‘인서울’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 최상위 대학은 물론이고 중상위권 대학 입학경쟁률이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취업경쟁력이 낮은 학교들은 경쟁률이 큰 폭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교육전문가 역시 “모집정원 조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지방인재들이 지역대학에 유입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상위대학 중심으로 경쟁률이 큰 폭 오르며 대학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모집인원 조정도 중요하지만 대학 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질적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지방대를 향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사립대가 대학 운영 전반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충원율 저하가 지속될 경우 지방대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국내 사립대의 경우 예산의 60% 이상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지방대가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입생 유치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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