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걱세 공식판정 전 수요자 혼란만'..대학들 거센 반발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일부 상위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자연계 논술고사 '교육과정 밖 출제'라는 비판은 과연 온당할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전국 주요대학 22곳의 2021학년 자연계 논/구술시험 대학별 고사 수학 문항을 분석한 결과, 54.5%인 12개 대학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을 출제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소재 14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중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의 8개 대학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논술문항을 1개 이상 출제했다는 주장이다. 7개의대(가톨릭대 경북대 부산대 아주대 연세대미래 울산대 인하대) 논/구술고사에 대해서는 4대의대(경북대 부산대 울산대 인하대)가 고교 교육과정 밖 문제를 출제했다고 밝힌 상황.

베리타스알파가 상위대 선행학습영향평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현직 수학교사들에게 논란이 된 문항들에 대한 자문을 의뢰한 결과, '현직 고교 교사 입장에서 봤을 때 대학 측에서 고교 과정을 지키려 노력한 문항이 대다수'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교사는 "문제가 된 문항들을 분석해 본 결과 고교 과정 안에 포함된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문항들도 일부 있는 게 사실이다. 몇몇 문제들은 고교 교육과정만 학습한 학생들에게는 터무니없는 과정으로 보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직 고교 교사 입장에서 봤을 때 대다수의 문항이 대학 측에서 고교 과정을 지키려 노력한 게 느껴진다. 고교 교육과정을 확장한 문항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제시문에서 디딤돌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벽돌을 만드는 법과 시멘트를 만드는 법을 알려줬는데, 담장을 쌓는 법을 물어보는 것은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질문 아닌가. 교과서에 담장을 쌓는 법까지 나와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교과밖 내용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 역시 “고교에서 배운 지식을 확장/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잣대가 돼야 한다. 교과서 안에 있느냐 없느냐 혹은 대학교재에 있었다는 기준의 잣대만을 활용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는 평가를 받은 대학들을 대체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관계자는 "평가문항을 만들 때 현직교원 두 분이 입소한다. 선행학습영향평가를 진행할 때도 고교교사 2명과 자연계 교수1명 등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진다.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한 시점에서조차 15명의 고등학교 교사들을 통해 자문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학 나름대로 수요자들의 선행학습 부담을 없애기 위해 고심을 다하고 있음에도,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는 '낙인'을 찍는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대학관계자 역시 "이미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하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며, "어느 측면에서 위반했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그저 몇번 문항에 어느 과정이 포함돼 있다는 게 사걱세 주장의 전부다. 교육부에서 해당 문항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린 상황이라면 당연히 학교 측에서도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 분석해보고 시정하는 게 맞겠지만, 교육부 평가가 진행되기도 전에 시민 교육단체의 말 한 마디만으로 평가 문항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라는 공식적인 평가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자체판정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수요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는 매년 4월부터 7월까지 전국 대학의 대학별고사 문항을 대상으로 고교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분석, 10월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공식판정보다 4달 가량 앞서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대학의 추가 설명자료도 없이 대학별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 속 문항만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평가결과를 외부로 공개하는 게 과연 옳냐는 주장이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교육과정위반판정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대학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도 1차심의를 거쳐 대학들에 해명기회를 제공할 정도로 고심을 거듭하는 문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추가 설명자료를 활용함은 물론이다. 이런 절차적 접근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할 경우 추후 교육부가 발표할 공식적 판정과 엇갈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평가의 신뢰도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평가시기마다 평가대상 대학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조사대상을 정하는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했다고 평가한 문항에 대해서도 '고교 교육과정 벗어남' 혹은 '대학과정'이라고만 명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그간 사걱세가 '위반'이라고 낙인을 찍었던 문항들조차 추후 교육부 판정에서 위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경우가 허다했다. 일례로 사걱세는 2018/2019 자연계 논/구술문제 자체평가에 대해 서울대와 연세대가 고교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넘어섰다고 밝혔지만, 교육부 평가에서 2018년, 2019년 두 학교 모두 위반판정을 받지 않았다.

사걱세의 자체 선행학습 영향평가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교과서 안에 있느냐 없느냐라는 좁은 기준의 잣대만을 활용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사걱세 대학별고사 판정결과 8개대학 법 위반?.. 다양한 접근법 고려하지 않은 이분법적 태도>
사교육걱정은 7일 "주요22개 대학의 자연계 논/구술고사 교육과정 준수여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주요 대학 중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8개교에서 선행교육 규제법(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걱세 평가는 ▲대학과정 포함 여부 ▲고교 교육과정 준수 여부 2가지 판단기준을 토대로 분석이 이뤄졌다. 현재 시행 중인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정상화법)’이 제10조에서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경우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사걱세는 "문항 내용, 제시문 내용, 출제근거, 예시 답안 등 문항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확인해 각 문항에 대해 고교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문항 중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으로 판정된 문항 비율은 숙명여대50%(6개/3개), 연세대33.3%(12개/4개), 서강대31.3%(16개/5개), 중앙대26.7%(15개/4개), 동국대20%(5개/1개), 경희대20%(5개/1개), 한양대16.7%(18개/3개), 홍익대4%(25개/1개) 순이었다.베리타스알파는 이중 일부 문항에 대해 선행학습영향평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현직 수학교사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서강대 문항카드 기준 6번 2-1 소문항에 대해서는 "해당 문항이 선행학습영향평가를 벗어났다고 하면 서강대 측에서는 상당히 놀랄수도 있을 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당 문항은 발문부터 교육과정을 지키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음이 아닌 정수 채'는 중북조합 문항임을 나타내는 랜드마크 같은 단어다"라고 설명했다. "조합을 일반항으로 생각해서 시그마로 풀어낸 뒤, 일반항을 구한 부분이 고교과정을 벗어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고교과정에서는 조합의 합을 이항정리 파트에서 몇 가지 특수한 형태의 합만 다룰 뿐, 조합을 정의로 풀어내 시그마를 활용하는 상황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을 일반항으로 풀어내는 것은 1학년 때 배우는 간단한 수학교과 내용이고, 이를 통해 이차항으로 나타낸 식을 시그마 합공식을 이용해 풀어내는 것도 2학년때 배우는 수학1의 간단한 개념이다. 벽돌을 만드는 법과 시멘트를 만드는 법을 알려줬는데, 담장을 쌓는 법을 물어보는 것은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라는 설명이다. 

서강대 문항카드 8번 문항에 대해서는 p급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고교과정에서는 (1/x)^p에 대해 p가 2 이상일때 수렴하는 것만 보이고 있는데, 대학교에 가면 수학 관련전공자들이 p를 실수로 확장해서 공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서강대 측에서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제시문에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했고, 이 디딤돌들이 학생들이 문항을 푸는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그는 "사걱세에서 주장하는 대학교 과정이라는 것은 p급수의 형태에 대해서 p급수의 수렴과 발산을 따지게 되는 것인데 서강대의 문항은 일관적으로 샌드위치 정리를 활용해서 일정한 형태의 수열의 극한을 구하는 것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고교과정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만약 발문에서 샌드위치 정리를 제시하지 않아 다른 방향으로 p급수의 수렴성을 보이게 했다면 사걱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문항은 명확하게 풀어야 할 방향을 제시했고, 그 방향대로만 간다면 고교과정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사걱세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자문위원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번 문항은 도함수가 양수이면 함수가 증가한다는 ‘미적분’ 교과에 있는 내용을 수식으로 설명하기만 하면 되는 문항이므로 지극히 고교과정의 내용에 부합하며, 2번 문항에서 보이라고 하는 발문의 부등식 A<B<C 형태를 보이는 것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사실 이것은 f(x)가 증가함수라는 것과 미적분 교과에 나오는 구분구적법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면 쉽게 보일 수 있는 부등식이다. 증명해야 하는 목표를 제시해 주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고교과정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3번 문항부터 p급수가 등장하는데, 발문에서부터 [2-2]의 연립부등식을 사용하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아니라 고교과정의 샌드위치 정리를 활용해서 부등식 양쪽의 수열의 극한을 보이기를 누차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필요한 변수를 대입한 후 부등식 좌, 우의 수열의 극한을 보이는 것 또한 지극히 고교과정에 부합한다. 4번 문항 또한 마찬가지로 양쪽에 – 를 곱해서 부등식의 위치를 바꾸고 유리함수를 정적분하는 내용만 있을 뿐이지 어디에도 고교과정을 벗어난다고 느낀 부분은 없었다"라고 풀이했다. 
 

한양대 문항카드 9번의 1-2번 소문항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사걱세 측에서 해당 문항에 해석학이 포함돼 있다고 했지만, 대학교 해석학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이 문항을 전개해 나가는 아이디어가 대부분 정수론에 입각해 있다. 수열의 정의역이 자연수 전체 집합인데, 자연수를 2의 제곱수로 분류해 내고, 나머지를 주어진 규칙에 따라 뽑아내는 게 일반적인 고교교육과정만 학습한 학생들에게는 터무니없는 과정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대학교에서 정수론에 기반한 문항들을 많이 출제하고 있다. 정수를 다루는 것은 실수를 다루는 학생들이라면 풀이과정을 보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연수로 된 정의역을 나누는 방법에 대한 문항은 자주 나오는 알고리즘이지만 이 문제는 그 부분의 아이디어를 극대화시킨 문항이다. 수열이란 탈을 씌워 놓은 채 정수를 만지는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풀이가 가능하긴 하지만,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공식판정 전 비공식 판정.. 수요자 혼란 가중>
최근 4년간 진행했던 평가들을 살펴보면 2017년에는 서울 주요 14개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을 기준으로 자연계 논/구술고사 문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논란을 의식한 듯 2018-2019년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3개교만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2020학년에는 자체평가를 일시적으로 미실시, 최근 발표된 2021학년 자체평가는 서울 주요대학 14개교와 더불어 7개의대, KAIST의 평가결과를 담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가 추후 공식결과를 발표함에도 불구, 비공식기관이 이보다 앞서 자체 조사결과를발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공식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이중 발표'를 통해 수요자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평이다. 

교육부의 대학별고사 공식평가 결과는 매년 10월~11월 중으로 발표된다. 대학들이 3월 말까지 공개한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통해 가려진다. 대학별로 자체점검을 실시한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센터에서 보고서를 기반으로 위반여부를 심사하는 식이다. 심사결과를 토대로 1차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열어 예방연구센터의 심사결과를 기반으로 대학별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가린다. 이후 1차 심의결과를 대학들에 통보해 해명기회를 주는 절차를 진행한다. 해당 절차를 통해 대학별 추가 설명자료 등을 받아본 후,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재심의를 진행해 최종 심의결과를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사걱세가 복합적인 평가과정을 무시한 채 단 한 번의 자체검증만으로 평가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신뢰도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걱세가 대학별고사를 일일이 분석한 후 판정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대학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미 관련제도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비공식적인 판정을 고수하는 것은 결국 수요자는 물론 대학측의 혼란까지 야기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사걱세의 평가결과 공개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평가당국의 조치가 미비해 위반대학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이를 지적하고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공식발표도 전에 자체조사 결과를 내놓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사걱세에 의해 선행학습교육법을 위반했다고 평가된 한 대학 관계자 역시 "만약 교육부에서 우리 학교 논술고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 상황이라면 어느 부분이 문제였는지 내부 검열을 통해 확인해 보는 게 당연하다. 억울한 측면이 있으면 교육부에 해명자료를 보낼테고,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대학별고사 문제 출제 시 자체검열을 강화하고, 교육부의 제재조치를 받아들일 것이다"라며, "하지만 아직 평가당국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대학이 법에 위반된 문제를 출제했다고 언급됐다. 사걱세만의 주장에 대해 대학 측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논평하는 것도 웃긴 일 아닌가"라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교육부 평가와 상이한 결과.. 교육현장 '시민단체의 근거없는 갑질'>
사걱세 자체판정에 대한 신뢰도 논란 역시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평가 시기마다 평가대상 대학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조사대상을 정하는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했다고 평가한 문항에 대해서도 '고교 교육과정 벗어남' 혹은 '대학과정'이라고만 명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한 교육전문가는 "육안으로 보기에 대학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문제일지라도,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접근 가능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일부 대학들은 학생들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제시문에서부터 고교 수준 내에서 가능한 풀이법을 언급하고 있다. 문제풀이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은 고려하지 않은 이분법적인 태도"라고 일침했다.

사걱세가 '위반'이라고 낙인을 찍었지만 추후 교육부 판정에서 위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대다수다. 사걱세는 2019학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자연계 논/구술문제 자체평가 결과 서울대/연세대가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문제를 출제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구술고사 19%의 문항이, 연대는 수리논술 28.6%의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 성취 기준을 미준수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 교육부 평가에서 두 학교 모두 위반판정을 받지 않았다. 2018학년 역시 사걱세는 서울대와 연세대가 대입 수학 논/구술고사에서 선행학습 규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두 학교 모두 위반대학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2018년 평가 당시에도 논술고사와 구술고사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문항 내용만을 토대로 평가결과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논란을 키웠다. 한 교육전문가는 당시 사걱세의 서울대 구술고사 평가에 대해 "서울대 구술고사는 답을 요구하는 시험과 거리가 멀다. 정답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합격하는 수험생이 있다. 수험생이 막히는 부분은 면접관이 팁을 제시하며 수험생이 어떻게 풀이를 진행해 나가는지를 보고자 한다"라며, "구술고사는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들의 접근방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접근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이다. 구술고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문항 내용만을 토대로 고교과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매년 교육부의 실제 평가결과와 상이한 평가결과를 앞서 공개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의 '근거없는 갑질'이라는 비난도 커지고 있는 상황. 섣부른 평가로 대학을 '여론재판'에 팔아 넘긴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관계자는 '어차피 공식결과가 따로 나온다고는 하지만, 교육과정 위반대학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로도 이미 대학의 위상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지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복된 논술폐지 주장.. 대입 생태계는 누가 책임지나> 
정부는 논술 전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논술고사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논술전형 단계적 축소에 돌입했다. 논술 비중은 상위15개대 기준 2020학년 13.4%, 2021학년 12.4%, 2022학년 10% 순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논술이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나 모의논술 등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은 철저히 배제한 논리'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매년 선행학습영향평가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문제의 출제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논술이 도입된 초기에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간 다양한 변화를 거쳐 사교육 유발 가능성을 줄여왔다.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에 어긋날 경우 대입 모집인원이 줄어드는 등 대학 측에서도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기 위한 대학 측의 노력은 무시당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사교육 우려’를 빌미로 논술을 축소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정시확대 기조에 따른 사교육 리스크가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사교육 참여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다. 많은 기출문제를 단시간에 풀어내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시확대로 인한 대입혼란이 사교육비 지출의 상승을 이끌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작년 3월 공개했던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교 급별로 사교육비 모두 상승한 가운데 고교생의 증가세가 컸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4만4000원이 늘어난 13.6%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학생이 33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2만6000원(8.4%), 초등학생이 29만원으로 전년 대비 2만7000원(10.3%) 증가했다.

수험생들의 대입 선택권이 축소됨에 따라 대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논술이 평소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자리할 수 있음이 분명함에도,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 치우쳐 학생들의 가능성을 앗아가고 있다는 비난이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논술이 폐지될 경우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한 학생들이 수시에 도전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학생의 문제풀이 접근방식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논술을 폐지한다는 것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흐름에도 퇴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입생태계 붕괴 우려는 문 정부의 정시확대 정책과 맞물리며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상위15개대를 기준으로 살펴봐도 수시 비중이 작년 3만2512명(69.1%)에서 올해 2만9018명(61.4%)로 7.7%나 감소했다. 문 정부는 ‘평등한 대입제도 실현’을 무기로 정시 확대를 주장했지만, 제각각인 교육정책이 상충하며 오히려 혼란만 빚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통합형 수능은 점수보정 체계로 인해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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