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상권 겨냥하는 대구 수성구의 시작

개척하는 교육체제 “경신고가 가면 길이 된다”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대구수성구 빌더(builder)’라 불리는 대구경신고는 교육특구 수성구를 만들어낸 주역답게 실력 과 명성이 버젓한 대한민국 대표학교다. 대구수성구는 서울강남구에 비견되는 손꼽히는 교육특구. 경신고는 당시만 해도 논밭이었던 수성구 한복판에서 상업전수학교로 출발, 1979년 인문계고로 전환한 후 교사들의 뼈를 깎는 각고한 노력 끝에 오늘의 경신고로 거듭났다. 서울대 진학자는 80년대 평균 25명 수준에서 90년대부터 평균 35명 수준으로 늘면서 대구/경북지역 최강학교의 입지를 다져왔다.

국내굴지 대기업 포스코가 세운 포항제철고와는 차별점이 있다. 사내 임직원 자녀교육을 위해 세운 포철고와는 달리 경신고는 서점을 운영하던 고 김종년 선생이 사재를 털어 인수, 발전시킨 학교다. 육영사업을 향한 김 선생의 의지는 경신고 교사들에도 오롯이 전달됐다. 상업학교라는 흔적 때문에 인문계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기피학교였던 경신고는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통해 교육혁신을 거듭, 얼마 지나지 않아 선호1위 고교로 우뚝 섰다.

수성구 논밭 한복판에서 출발한 교육희망은 오늘날 교육특구 수성구 탄생의 진원지가 됐다. 인근에 덕원고가 개교하면서 서울대 진학자수를 높고 치열하게 경쟁하기에 이르렀고, 두 학교의 용호상박에 건설업자들이 움직이며 당대 최고급 아파트 ‘경남 타운’이 들어서면서 분양 최고경쟁률까지 끌어냈다. 최고급 아파트가 연이어 수성구에서 대박을 치며 중산층이 유입됐고 신입생 수준이 급상승했다. 수성구가 일약 최고학군으로 떠오른 건 당연했다. 대구/경북 곳곳에 흩어져 있던 명문이 수성구로 집결했고, 서울강남구 못지않은 교육열의 대구수성구가 명성을 높이게 된다. ‘교육특구 대구수성구 빌더’, 경신고의 현재를 찾았다.

▲ 논밭 한가운데 자리한 상업전수학교였던 경신고가 80년대 이후 ‘대구수성구 빌더’ 대구/경북 최강학교’로 오랜 기간 군림해온 데는 재단과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자리한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선발효과가 아닌 학교효과>

대구 경신고는 손꼽히는 교육특구인 대구수성구를 대표하는 학교. SKY 진학자와 의학계열 합격자는 100명에 육박한다. 최근 3년간 합격자수를 살펴보면 SKY는 2012학년 62명(11명/25명/26명), 2013학년 55명(16명/25명/15명), 2014학년 48명(10명/23명/15명) 등이다. 매년 SKY가 줄어든 듯 보이지만 의치한(의학계열) 진학은 2012학년 42명, 2013학년 52명, 2014학년 90명 등으로 3년째 상승세다. 선발한 자원들의 우수함이 아닌 교육에 의한 학교효과라는 설명이다. 김장현 입학홍보부장은 “학생선발효과가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섭섭한 마음이 들곤 한다”며 “교사들의 화합과 노력, 학력 경신의 전통이 낳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경신고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배정을 받으면 차라리 오지 않겠다는 학생까지 있던 학교였다. 상업전수학교(商業專修學校, 상고)로 출발했다가 1979년 인문계로 전환했다. 어렵게 받은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이 퇴근을 늦춰가면서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는 열정을 보였다. 야간 자율학습은 대구 최초라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요즘 자율학습 때문에 말이 많지만 대구에서 제일 먼저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한 것이 경신”이라며 “지금 50대 선생님들이 당시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퇴근이 자정이었다.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서울대에 40명씩 가곤 했다. 당시 엄격한 생활지도에 공부스케줄이 빡빡해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기도 했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은 학교로 우뚝 섰었다”고 말했다.

수준별 이동수업 역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김지훈 교감은 “1980년대에 수준별 이동수업을 생각해 관련 내용을 타 고교에서 사례를 알아보았더니 어디에도 없었다. 성취도별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혹은 없는지가 중요했는데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는 학교가 없어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다. 요즘은 컴퓨터로 시간표를 쉽게 짤 수 있지만 당시에는 손수 짜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당시 학생들의 성적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상위권과 하위권 모두 만족을 하지 못했는데 상중하로 나누었더니 반응이 괜찮았다. 상반은 진도가 빠른 문제점이 있었고 하반은 수업이 힘들었지만 시행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동수업 시행 후 교육청에서 우수 사례로 발표했더니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견학을 와서 수업시간표 작성, 시행 방법, 결과의 평가 등을 보고 갔다. 전국의 수준별 이동 수업은 우리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동수업은 국어교과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교과 선택제로 진행된다. 학생의 수준에 맞게 반을 옮겨 다니는 방식으로 방과후 학교뿐만 아니라 정규 수업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무조건 ‘상중하’로 나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교감은 “상중하로 만들 때도 있지만 상중중으로 나뉘어 하반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재 및 교수법 연구에도 열심이다. 교과 과목별로 자체 교재를 만들어 방과후 수업은 물론 정규 수업에서 부교재로 활용하고 있으며, 독서활동 지도를 위해 1학년과 2학년 학생을 위한 자율독서자료집까지 자체 제작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명강사’로 소문난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끊임 없이 자신의 교수법과 비교한다.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다. 대학교 수강신청 시스템과 똑같은 방식으로 신청하는 방과후 학교나 야간 특별보충수업에서는 경신고 내 ‘스타 선생님’이 있을 정도다.

김 부장은 “구성원들의 노력과 열정이 좋은 실적을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역량과 수준을 높여왔고 한 단계 더욱 도약하기 위해 자사고로 전환한 것이다”며 “기존 일반고에서 전환한 학교여서 마음먹고 설립한 명문 학교들과 달리 열악한 측면도 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한다. 구성원들의 화합과 경신의 전통이 성과를 이룩한 것이지 선발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경신고 교육>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고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진행되는 야간 특별보충수업은 ‘교과 선택제’에 기반해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한다. 방과후 수업은 3개월 단위로 개설된다. 국어 영어 수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수능관련 교과는 물론 논술준비를 위한 과제연구반, 농구 축구 배드민턴 등 스포츠과목까지 개설된다.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선택자가 적어도 개설을 해주는 쪽으로 운영한다. 참여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야간 특별보충수업은 학원스타일이다. 2개월 단위의 수업진도와 방식을 사전에 공지하고 신청자를 받아 강의를 개설한다. 신청자가 없거나 강의평가가 나쁘면 폐강하게 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사에게 본인에게 적합한 내용의 수업을 듣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김 교감은 “역시 수준별로 진행된다. 전문교과인 고급 수학등으로 심화를 하기도 하고 ‘슬로우 스타터’들을 위한 강좌도 개설된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학생들을 추수지도 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한다. 사교육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학원을 가는 시간과 겹쳐서 학원과 경쟁을 하는 수업인데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전문교과 수업은 대입실적을 견인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이과학생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의 전문교과를 이수하고 문과학생은 경영수학을 이수한다. 김 교감은 “우수 학생들이 아니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된 내용이지만 학년별로 130명 이상이 한 과목 이상을 이수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됐다. 지도 교사들도 서울대에서 실시한 전문교과지도 과정을 이수했다”고 설명했다.

고1 시작 전 중3 겨울방학 때도 학생들을 학교로 소집해 진로 탐색, 오리엔테이션, 시간관리 등을 도와준다. 지난해 2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참석했다. “희망자에 한해서 나오라고 하는데 거의 100%가 나오는 편이다. 학부모가 사교육을 받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하지만 나오더라. 학생을 선발했는데 1~2월 두 달 동안을 방기하는 것이 학부모들에게 미안했다. 학업계획, 적성검사 등 진로설정을 위한 교육적 활동을 한다. 흐트러지기 쉬운 중3 겨울방학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는 의미에서 중학교 과정의 공부를 심화시키는 공부를 한다. 반응이 좋은 편이다.”

<논술-학생부종합 투 트랙.. 학생부종합 성과>

수능 기반의 교과 학습 지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진학을 위한 전략 수립도 체계적이다.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학생부종합과 논술 두 가지 트랙으로 나누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한다. 김 교감은 “정규수업에서는 수능, 방과 후 시간은 논술이나 학생부종합전형 두 트랙으로 가려 한다. 학생부종합, 논술, 수능 세 개를 다 잘하기는 힘든데다 정규 수업이 수능, 방과후 수업도 수능, 만약 학생이 사교육을 이용한다면 학원에서마저 수능까지 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학생부전형트랙의 경우 특성상 평소 교과성적이 우수하고 학생부 관리가 잘하는 학생들이 주로 선택한다. 김 교감은 “내신 부분에서 불리한 면이 생기지만 정성평가인 때문에 대학이 어느 정도 감안하는 것 같다. 트랙을 잡아서 학생부종합중심 반을 편성하고 교내활동 중심의 스펙 등 학생부를 신경 쓸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해 준다. 학생부 쪽으로 승부를 보기 힘든 학생은 논술 트랙으로 가도록 한다. 수시에서 논술전형으로 지원하고 정시에서 수능으로 가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 트랙의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2014학년 서울대 실적.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 10명 중 9명이 수시 합격자였다. 모집 단위별로는 의예과 2명, 치의예과 2명, 경영대학 1명, 정치외교 1명, 건축 1명, 식품동물생명 1명, 생명과학 1명 등이며, 생명과학부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재학생이 낸 실적이다. 지난해 정원의 83%를 교내활동 중심으로 사정관제 평가를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확대 일로에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서울대 수시체제 적응도가 높은 셈이다.

1학년1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부터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부터가 출발점이다. 중3 학생들을 불러 1~2월 두 달 동안 적성검사, 나의 꿈 찾기 등을 통해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을 만들어 준다. 김 교감은 “비교과 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앞으로의 계획을 써보게끔 한다”며 “3월부터 공부를 하기에 앞서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1학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위해 자소서 쓰기, 진로계획서 쓰기, 면접 대비 등의 시간을 확보하고 꾸준히 지도를 실시한다. 교실 한 칸을 진로진학상담실인 ‘커리어존’ 꾸미고 관련 자료를 모두 구비해두고 있다. 대형 모니터 3개를 설치해 자소서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수시로 들러 진로 상담과 지망 학과 지원 가능 여부 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논술 대비는 방과후 학교를 활용해 평소에 대비하며, 고3이 되기 전인 겨울방학 기간에 교사들이 팀을 꾸려 집중적으로 논술을 지도한다. 기출문제나 예상문제를 나눠주고 첨삭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평소 논술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한 특강 병행으로 자극을 준다. 김 교감은 “학생들 눈에는 가장 쉬워 보이는 방식이 수능 중심의 정시일 수밖에 없어 정기적으로 특강을 실시해 논술 대비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며 “방과후 시간에 학생들이 선택해서 진행하는 방식이라 학생들이 수능위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논술로 방향을 잡은 학생들에게 방과후 수업으로 논술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트랙별로 자기주도적 학습실도 운영된다. 희망자 중에서 정기고사 성적 순으로 선발된다. 100여 명 규모이며, 논술반과 학생부종합전형반이 따로 운영된다. 각 반에는 1,2학년이 섞여 있고 3학년은 별도의 반이 운영된다. 김 교감은 “학년별로 분리하다 입시가 임박한 3학년을 제외하고 섞어서 운영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1학년은 선배 앞이어서, 2학년은 후배 앞이어서 서로 조심하는 측면도 있어 효과가 크다. 선후배간 정이 쌓이고 선배들이 필요한 정보를 물려주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독서교육 강화>

학생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자체 독서 교재를 개발하고 독서 리스트 작성, 교내 자율 독서 대회 독서 골든벨 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 교감은 “자연스럽게 독서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학생들이 성적과 곧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독서를 힘들어한다. 다른 학생들이 수능이나 교과공부를 할 때 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체독서교재는 1학년 학생을 위한 자율독서자료집Ⅰ과 2학년학생을 위한 자율독서자료집Ⅱ로 제작됐다. 문학, 비문학 등 여러 장르의 내용을 아우르고 있으며, 시험에 많이 출제되는 지문들의 단편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학생들이 읽은 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약술형 및 서술형 과제를 제시해 자기주도적 독서 습관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꾸준한 관리를 위해 ‘독서’시간을 주당 1시간씩 편성해 운영한다. 교재 내용을 기준으로 연간 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서 운영되며, 학급 담임이 임장(臨場)해 독서지도와 독서기록장 작성을 도와주고 있다.

대회를 통한 독서 활성화도 도모한다. 학기마다 학생들이 교재 및 수업을 통해 작성한 것을 수합/검토한 후 제시된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학생들에게는 ‘교내자율독서대회’를 개최해 시상을 한다. 2~3권의 책을 선정해 읽도록 한 후 학생들을 모아 내용을 묻는 ‘독서골든벨’을 통해 숙독(熟讀)을 유도한다.

내년부터는 교과 연계형 독서를 전 교과에서 진행해 독서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수업시간 중 일부를 교사가 소개한 교과관련 도서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 교감은 “한국사 등 일부 교과에서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전 교과로 확대하려 한다. 수학을 예로 들면 개념을 설명하면서 관련 개념에 대한 수학사를 읽어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504길 34
*학교유형: 자율형사립고 *개교연도: 1966년(2011학년 자사고 전환) *모집단위: 광역(대구) *모집정원 420명(일반전형 328명, 체육특기자 8명, 사회통합전형 84명) *입학금(1회) 4만9500원, 수업료(분기) 105만300원, 학교운영지원비(분기) 22만140원, 방과후활동비(연) 94만2470원, 기타수익자부담(연) 36만1650원 *2014 대입실적: 서울대 10명, 고려대 15명, 연세대 23명, 서강대 4명, 성균관대 26명, 한양대 20명, 중앙대 11명, 경희대 4명, 한국외대 4명, 서울시립대 2명, 건국대 6명, 동국대 3명, 홍익대 4명, 단국대 8명, 아주대 6명, 인하대 4명, 경찰대 1명, 사관학교 4명, KAIST 2명, UNIST 2명, DGIST 1명, 경북대 175명 등 *학교 홈페이지 및 전화번호: www.gyeongsin.hs.kr (053)76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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