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마감 70일전 통보.. 코로나 와중 현장 부담 가중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가 서류 블라인드 시행을 위한 학생부 블라인드 작업을 각 고교에 떠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작성마감일(9월16일)까지 불과 7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입시일정이 대거 밀리면서 대입일정이 빠듯해진 가운데 고교 현장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7일 공문을 통해 “교육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출신 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고교 정보 블라인드 처리를 추진하고 있으며, 고교 정보 블라인드 처리를 위한 학생부 정정을 추진하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때늦은 교육부의 요구는 당장 올해부터 서류 블라인드를 강행하기로 한 데서 비롯된 문제로 분석된다. ‘졸속 도입’의 혼란은 앞서 ‘블라인드 안 된 학생부’를 언제 대학에 제공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된 것에서부터 지적되기도 했다. 최근에 들어서 뒤늦게나마 블라인드 안 된 원본 학생부 역시 서류평가 전에 제공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지면서 지원자의 지원자격을 가려내고 각 서류를 매칭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학생부 블라인드 작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학생부 마감을 70일 앞둔 시점에서 부랴부랴 각 고교에 블라인드 수작업을 진행하도록 한 데 대해 서류 블라인드 졸속 도입의 문제점이 또다시 대두됐다는 지적이다. 

서류 블라인드 시행을 위해 학생부 블라인드 처리를 각 고교가 진행하도록 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류 블라인드 시행을 위해 학생부 블라인드 처리를 각 고교가 진행하도록 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교명, 학교명 유추 별칭도 정정>
교육부의 공문에 의하면 대입 전형자료 생성/전송 시 일괄 자동 블라인드 처리되는 항목은 인적/학적사항(학생 성명, 주민번호, 학교명) 수상(수여기관), 봉사(주관기관/장소)다. 각 고교는 자동 블라인드 처리가 되지 않는 항목을 정정해야 한다. 

현재 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는 1,2학년 서술형 항목 등 기재내용을 9월11일까지 정정해야 한다. 고2 재학생의 경우 1학년 서술형 항목을 확인해 12월11일까지 정정한다. 검토해야 할 항목은 △수상경력의 수상명 △창의적체험활동의 특기사항(프로그램명, 동아리명, 봉사활동 등) △교과학습발달상황의 과목별/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이다.

학교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학교명(재단명) 별칭 등은 ‘교내’ 또는 ‘OO’으로 정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상명이 ‘백두산외고 토론대회’인 경우 ‘교내/OO고 토론대회’로 정정하는 식이다. 재학 학교명뿐만 아니라 학교명의 일부를 활용한 별칭 및 타 학교명도 정정해야 한다. 

예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상경력(수상명)의 경우 ‘백두산외고토론한마당’은 ‘교내 토론한마당’으로, ‘백두산 공로상(백두산 진행요원)’은 ‘OO공로상(OO 진행요원)’등으로 정정한다.

교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경우 ‘백두산외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생략)’의 경우 ‘교내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생략)’의 식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의 경우 ‘백두산 스포츠한마당에서 단체 줄넘기, 이어달리기’는 ‘교내 스포츠한마당에서 단체 줄넘기, 이어달리기’로 수정한다. ‘백두산외고 총학생회 간부학생 수련회’는 ‘교내 총학생회 간부학생 수련회’로 바꾼다. 

학교명을 활용한 명칭 역시 마찬가지다. ‘백두골 축제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는 ‘교내 축제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 식으로 고쳐야 한다. 학교 약칭인 ‘BDS 수학축제’는 ‘교내 수학축제’로 바꾼다. 

동아리명도 바꿔야 한다. ‘백두산 태권에어로빅’은 ‘OO태권에어로빅’으로, ‘백두산배드민턴반’은 ‘교내배드민턴반’으로 바꾸는 식이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백두산외고 환경정화활동’은 ‘OO고 환경정화활동’으로 바꿀 수 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서도 ‘음악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고 특히 기타를 잘 다루어 백두산 그룹사운드반의 일원으로’는 ‘음악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고 특히 기타를 잘 다루어 교내 그룹사운드반의 일원으로’로 바꾸어야 한다.

바꿀 시 유의할 사항은 학교정보를 익명화하는 'OO'표시를 영어 알파벳 ‘O' 또는 숫자’0'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정보를 익명화 할 시 특수문자는 사용해선 안 된다.

절차는 2020학년 담임교사가 정정 요청 공문을 객관적 증빙자료로 활용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정정하는 식이다. 전출입 학생의 경우 현 소속교 담임교사가 블라인드 처리 요청 공문을 근거로 정정하며, 학업중단자는 학적 회복 시 담임교사가 기 기재된 학생부 내용을 정정한다. 2020학년 현재 졸업생, 휴학, 자퇴, 퇴학 학생의 경우 정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졸속 강행’의 문제점 대두>
학생부 마감시점을 불과 70일 앞두고 고3 담임교사에 1,2학년 기재내용을 전부 확인해 정정하도록 요구한 것은 4년예고제의 취지를 무시한 것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교육당국은 수요자 보호를 명분으로 대입정책 발표시기를 기존 3년3개월에서 4년 전으로 앞당겼다. 반면 이번 서류 블라인드는 지난해 11월 공정성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곧바로 다음해 도입함으로써 4년예고제의 취지를 무시하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입시일정이 대거 밀리면서 고3의 입시부담이 더욱 커진 상태다. 정상적인 일정이라면 3월2일 예정이었던 등교개학이 두 달 이상 미뤄졌기 때문이다. 대면수업이 늦어지다보니 담임교사와의 입시상담도 늦춰졌다. 여느 때보다 늦게 시작된 입시상담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서둘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시원서접수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수시지원전략을 세우기 위한 상담과 자소서 지도도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학사일정은 기존 4월말~5월초 즈음 실시하는 중간고사가 고교에 따라 6월초중순으로 옮겨졌고, 당초 7월초 치르는 기말고사는 7월말~8월초로 이동했다. 대입 수시원서접수는 9월23일부터 28일까지다. 한 고교 관계자는 “늦어진 입시일정에 맞춰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것만도 버거운 상황에, 모든 학생의 학생부를 수정하라는 것은 과중한 업무”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안 된 학생부도 블라인드 학생부와 동시 제공>
서류 블라인드는 지난해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담긴 내용으로, 대학에 전송하는 자료에서 출신고교 정보를 제외해 블라인드 평가를 대입 전 과정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기존 면접에서만 진행하던 블라인드 평가를 서류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여기에 고교프로파일까지 폐지하면서 고교정보의 평가반영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 시행하기로 한 상황이었지만 수시원서접수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까지 평가의 대상이 되는 수험생을 비롯한 교사 학부모는 서류 블라인드가 어떻게 실시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교 현장에 충분한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안 된 학생부도 처음부터 동시에 제공한다’ ‘전 대학 전면도입이 아닌, 시범도입으로 전환한다’ 등 말은 무성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정돼 발표된 게 없는 상황이 오래 이어졌다. 교육부가 대학과의 물밑작업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와중에도 정작 평가의 대상이 되는 수험생은 구체적인 평가방식이 무엇인지 모른 채 손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국 교육부가 한 발 물러서 블라인드 ‘안 된’ 원본 학생부 역시 서류평가 전 제공하기로 결정됐다. 지원자의 지원자격을 가려내고 각 서류를 매칭하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대학가 중심으로 꾸준히 대두됐기 때문이다. 

당초 서류 블라인드가 지원자격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블라인드 처리한 학생부로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원본 학생부도 제공해서 지원자격을 검토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블라인드 처리되지 않은 학생부는 자격조건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고, 실제 서류평가에는 블라인드 처리된 학생부를 활용하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안은 불충분했다. 서류평가 이후 원본 학생부를 제공할 경우 이미 모든 지원자의 서류를 평가한 후, 나중에서야 허수를 가려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데다, 일일이 다시 매칭하는 작업을 진행하려면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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