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매칭 우려는 덜어..올해 강행 논란은 여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 강행되는 서류 블라인드에서 교육부가 한 발 물러섰다. 블라인드 ‘안 된’ 원본 학생부 역시 서류평가 전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지원자의 지원자격을 가려내고 각 서류를 매칭하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대학가 중심으로 꾸준히 대두된 데 따른 결정이다. 

당초 서류 블라인드가 지원자격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블라인드 처리한 학생부로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원본 학생부도 제공해서 지원자격을 검토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블라인드 처리되지 않은 학생부는 자격조건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고, 실제 서류평가에는 블라인드 처리된 학생부를 활용하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안은 불충분했다. 서류평가 이후 원본 학생부를 제공할 경우 이미 모든 지원자의 서류를 평가한 후, 나중에서야 허수를 가려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데다, 일일이 다시 매칭하는 작업을 진행하려면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결국 교육부가 블라인드 안 된 서류도 서류평가 전에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지원자의 지원자격을 가리고 각 서류를 매칭하는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된 학생부를 순차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의 경우, 대학 입학처의 행정적인 수고를 덜어드리겠다고 판단했으나, 대학과 논의한 결과 자소서 추천서와 매칭할 때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의견 수렴을 토대로, 가려진 학생부와 오픈된 자료를 동시에 다운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각 대학은 두 자료를 모두 제공받아, 블라인드 안 된 서류로 자격을 심사하고, 서류평가자에는 가려진 학생부를 제공해 평가하도록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내부적으로 절차를 정비하고 기준을 마련해서 평가를 진행하도록 했다"며 "블라인드 된 학생부에서 대학이 판단하기에 좀 더 정보를 가려야 한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가려서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류 블라인드 운영에서 원본 학생부도 서류평가 전에 제공될 예정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서류 블라인드 운영에서 원본 학생부도 서류평가 전에 제공될 예정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블라인드 안 된 학생부 제공시점 왜 중요한가>
올해 당장 서류 블라인드 도입을 앞두고 혼란이 가중됐던 것은 블라인드 되지 않은 학생부의 제공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채로 뒷말만 무성했기 때문이다. 

서류 블라인드는 지난해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담긴 내용으로, 대학에 전송하는 자료에서 출신고교 정보를 제외해 블라인드 평가를 대입 전 과정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기존 면접에서만 진행하던 블라인드 평가를 서류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여기에 고교프로파일까지 폐지하면서 고교정보의 평가반영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서류 블라인드의 첫 번째 문제로 지적된 사안이 지원자격 심사다. 개인에 대한 신원이 아예 제공되지 않을 경우 지원자격 자체를 심사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지원자격 자체에 맞지 않아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 지원자까지도 함께 평가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교육부는 블라인드 처리한 학생부로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원본 학생부도 제공해서 지원자격을 검토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블라인드 처리되지 않은 학생부는 자격조건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고, 실제 서류평가에는 블라인드 처리된 학생부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건은 원본 학생부를 언제 제공하느냐에 있었다. 교육부는 학생부 온라인 제공을 2단계로 변경해 평가 전에는 블라인드 학생부, 평가 후에는 블라인드 항목을 포함한 학생부를 재전송한다는 계획이었다. 대학가에서는  ‘평가 후’라는 시점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면접평가 이후를 의미하는 경우 지원자격 검토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만 검증이 가능하다. 현재 계획된 일정 내에서는 기간 내에 지원 자격 검토와 합격자 선발, 데이터 검증을 모두 진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평가 이후에 지원자격을 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원자격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까지 포함해 학생 전원을 평가하게 될 경우, 평가 전 지원자격 심사를 통해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을 평가할 때와 인원 차이가 발생한다. 그 때문에 각 단계에서 지원자격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격 미충족자에게 밀려 탈락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를 악용해 지원자격 미충족자를 다수 지원시켜 특정 모집단위 경쟁률을 올린 뒤 부정적으로 입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비슷한 사례는 2019정시에서도 발생했다. 서울소재 일부 대학에서 정시 특별전형에 지원자격 조건을 갖추지 않은 지원자가 다수 몰리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경우다. 대학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일부러 경쟁률을 높여 다른 수험생들의 지원을 주저하게 만들기 위한 조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교육부도 원본 학생부와 블라인드 된 학생부를 동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블라인드 평가 운영은 대학 자율에 맡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 배려 부족은 여전히 남아.. 4년예고제 무시>
서류 블라인드의 절차상 문제는 덜었지만, 서류 블라인드 도입 자체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올해 당장 도입된다는 점에서는 4년예고제와 전면 배치되는 운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당국은 수요자 보호를 명분으로 대입정책 발표시기를 기존 3년3개월에서 4년 전으로 앞당겼다. 반면 이번 서류 블라인드는 지난해 11월 공정성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곧바로 다음해 도입함으로써 4년예고제의 취지를 무시하는 형국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씌워서 마치 지금 당장 곧바로 도입하는 것이 수요자를 위하는 일인 것처럼 둔갑됐다”고 지적했다. 

수시 원서접수가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서류 블라인드 평가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고교 현장에 없었다는 점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교육부와 대학이 물밑작업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사이, 정작 평가의 대상이 된 수험생은 구체적인 평가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모른채 손놓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서류 블라인드에 더해 개별 고교 프로파일도 전면 폐지된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개별 고교정보가 지원자의 전반적인 교육환경을 이해하는 통로로 기능했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이 같은 활용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고교별 학업환경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모두 사라져 오히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고교가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교정보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의미가 마치 고교별 등급제를 실시하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지만 오히려 프로파일의 용도는 그 반대에 가깝다. 해당 학생이 어떤 여건에서 학업을 이어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다. 학종은 지원자를 모두 동일선상에 놓고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교생활을 보내는 동안 어떤 교육과정이 제공됐는지, 교내 학업과 학업외 활동의 기회가 얼마나 제공됐는지, 선택의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평가에 감안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내대회가 100개인 고교에서 10개 수상한 것과, 교내 대회가 10개인 고교에서 8개를 수상한 것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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