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경청회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대입개편 등 교육사안마다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목적으로 공청회/경청회 등을 실시해왔음에도 현장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시달린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경청회도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권초월 국가교육위 설립은 교육계의 오래된 여망임에도 불구하고 '또 희망고문이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아 귀추가 주목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지정취소 밀어붙이기 등 교육부의 일방적 정책, 공청회등 의견수렴과정을 통해 여론을 한데 모으기 보다는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보여준 교육거버넌스의 난맥상 등 흐름으로 볼때 대통령 공약이라서 마지 못해 하는 인상이 짙다. 국가 교육위 설립공개 타이밍도 청문보고가 어려워진 장관임명강행을 위한 카드라는 의구심을 갖기 충분했다. 게다가 그동안 국가교육회의 운영을 보면 옥상옥을 만들어 명분만 충족하고 지금의 난맥상이 증폭되는 양상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를 10월23일부터 11월7일까지 전국6개권역에서 순회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청회/경청회는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한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공청회라는 ‘형식’보다 의견 수렴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명분쌓기에만 활용돼선 안된다. 1년을 끌어온 대입개편 과정에서 수많은 포럼을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지만 개편 과정 내내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국가교육위 설립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경청회가 23일부터 6개권역별로 개최된다.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한다는 목적이지만 형식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대입개편과정에서도 각종 포럼이 열렸지만 현장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진은 작년 열린 제1차 대입정책포럼.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도권 10월23일.. 제주11월7일 마무리>
경청회는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위 설립의 본격적 추진을 앞두고 국가교육위 설립과 미래사회 전망 및 교육비전 방향, 중장기 교육정책 의제 등에 대한 각 지역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경청한다는 목적이다. 수렴된 주요 의견은 국가교육위 상을 정립하는 데 참고하고 향후 출범할 국가교육위의 중장기 교육비전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10월23일 ▲충청권 10월25일 ▲영남권 10월30일 ▲호남권 11월1일 ▲수도권 11월6일 ▲제주 11월7일 순이다. 

경청회는 김진경 교육비전특별위원장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국가교육위 설립과 교육정책 의제 제안에 관한 지정토론, 시민과의 열린 토론 순으로 진행한다. 지정토론에는 각 지역 시도교육청, 자치단체, 학생 학부모 교수/교직원 대학관계자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산업계관계자 등이 참여하며 일반시민도 사전신청 또는 당일 현장신청 후 시민과의 열린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희망고문?’ 국가교육위 실효성 있을까>
정부가 국가교육위 설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권 초월’ 국가교육위 설치는 교육계 오랜 숙원이지만 정권마다 정책을 뒤집는 교육부 폐지나 엇박자를 양산해온 민선교육감의 폐지 없이 국가교육위를 설치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조치에 불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이해관계 정치논리와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대두됐다.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는 데다 포퓰리즘과 이념으로 지역마다 엇박자를 양산하는 민선교육감으로 인해  극에 달한 수요자들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주요 교육정책을 중장기적 안목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3년 서울대 김경범 교수, 인천하늘고 주석훈 교감(현 미림여고 교장), 영동일고 진동섭 교사(현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등이 ‘입학사정관제 안정화를 위한 대입 3년 사전예고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밝힌 ‘대입위원회’ 설립 주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보고서는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준정부기구인 대입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뀐 교육정책의 대표적 예는 수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도입된 94학년에 2회에 걸쳐 치르던 수능은 바로 이듬해 1회 시행으로 바뀌고 ▲97학년엔 200점 만점이 400점 만점으로 ▲99학년에 사탐 과탐의 선택과목제 적용과 표준점수제 도입 ▲2001학년 제2외국어 2교시 선택과목 추가 ▲2004학년 문항별 배점을 정수로 변경 ▲2005학년 시험영역과 과목을 고르는 선택형 도입,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와 등급 통보, 사탐과 과탐 중 하나만 선택 ▲2008학년 성적표에 등급만 표기 ▲2009학년 성적표에 등급과 표준점수 다시 표기 ▲2011학년 EBS교재 70%연계출제 ▲2012학년 영역별만점자 1% 목표출제 ▲2014학년 A/B선택형 수능 실시와 만점자 1% 목표포기에 이른다. 최근 대입개편 논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향점은 대입안정성 확보에 있다. 학부모 수험생 등 교육수요자들이 대입을 미리 예측할 수 없어 사교육에 의존,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폐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오락가락하는 대입정책을 안정화하지 않고서는 사교육 양산과 공교육 무력화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작년 치러진 대선에서 대다수 후보들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교육위를 설치하되 집권 초기에는 교육위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향한 열망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정책’으로 누적된 교육수요자의 피로를 해소하고 긴 안목에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선교육감과 교육부를 그대로 둔 국가교육위 설치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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