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30개 체제 축소되나..‘고입 동시실시’ 여파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수년째 계속된 사회통합전형 미달 사태와 고입 동시실시의 여파가 겹치면서 부산국제외고가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부산국제외고는 올해 신입생 모집인 2019학년 모집부터 단계적으로 일반계 고교로 전환해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그 동안 학생충원에 어려움을 겪은 광역단위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지만 외고가 일반고 전환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학령인구 감소보다 '고입 동시실시' 등 특목/자사고 정책 변화의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2년간 학령인구 13만명이 감소하면서 학생충원의 어려움이 심화된 영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올해부터 고입 동시실시로 특목자사고 희망학생들이 '탈락 후 일반고 임의배정'이라는 위험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지원자 축소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달라진 고입정책에 따르면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일반고에 임의로 배정되거나, 이를 동의하지 않은 경우 미달된 다른 특목자사고의 추가모집에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일반고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전환한 학교에 행/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자발적 폐지를 유도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선발시기 조정에 이은 재정지원 당근까지 정부가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학종을 중심으로 공고한 수시체제를 구축한 특목자사고에는 큰 영향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년째 계속된 사회통합전형 미달 사태와 고입 동시실시의 여파가 겹치면서 부산국제외고가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부산국제외고는 올해 신입생 모집인 2019학년 모집부터 단계적으로 일반계 고교로 전환해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부산국제외고 일반고 전환 추진.. “재학생, 변화 없을 것”> 
학교 측에 따르면 부산국제외고는 18일 학교운영위원회와 전교 학부모회 대표에게 일반고 전환 계획을 공지했다. 25일에는 학부모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국제외고가 개교 15년 만에 일반고 전환을 결심한 것은 학생 충원의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미달사태를 겪은 부산국제외고는 올해 고입 동시실시로 지원자 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목고 정책 변화로 일반고 전환을 고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기존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외고 교감은 “아직까지는 최종 결정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년별로 체감하는 게 다르고 우려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현재 1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특목고로서 교육과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며, 일반고 전환으로 인해 기존 학생들이 어떠한 피해나 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말 원서접수를 마감한 부산국제외고는 최종경쟁률 0.93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여학생만 모집하는 국제외고는 지난해 정원내 신입생 200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85명에 그쳤다. 미달은 사회통합에서 발생했다. 일반전형은 160명 모집에 169명이 지원해 정원을 넘겼지만, 40명을 모집한 사회통합전형은 지원자가 16명에 불과했다. 

2016학년과 2017학년에도 사회통합전형은 미달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사회통합전형 지원자가 크게 줄면서 처음으로 전체 경쟁률이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2016학년에는 일반 1.58대 1(160명/252명), 사회통합 0.68대 1(40명/27명)로 전체 경쟁률 1.4대 1(200명/279명)을 기록했고, 2017학년에는 일반 1.21대 1(160명/193명), 사회통합 0.65대 1(40명/26명)로 전체 경쟁률 1.1대 1(200명/219명)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회통합전형 지원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일반전형 지원자도 2년 전과 비교해 83명이 줄어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교 측의 전환 계획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일반고 전환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학교 측이 성급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중에 교육청에 전환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현재 재학생들은 일반고 전환 여부와 상관없이 특목고 체제로 운영되며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그 동안 학교가 보여줬던 교육 열정은 조금도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목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교육청의 특목고 지정 운영위원회에서 지정취소 결정을 받아야 한다. 이후 청문 절차를 거친 후 교육부가 동의하면 일반고 전환이 결정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특목고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면서 “학교 측이 전환을 신청하면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외고는 1992년 부산외고와 1995년 부일외고에 이어 2004년 부산에서 세 번째로 개교한 사립 외고다. 서울의 이화외고와 함께 국내 단 두 곳뿐인 여학교 외고이기도 하다. 학년별 정원 200명으로 8개 학급을 운영한다. 전공별로 영어-독일어 2학급, 영어-중국어 3학급, 영어-일본어 3학급이다. 2017년 학교알리미 공시 기준 학생 1인당 장학금 59만9000원으로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가장 높은 1인당 장학금액을 기록했다. 수혜학생 1인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16년 한 해 180명에게 3억5145만원을 지급해 1인당 장학금 195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풍부한 교육지원과 함께 진학실적도 꾸준히 내고 있다. 2018학년 대입에서는 수시4명 정시1명으로 5명, 2017학년 대입에서는 수시3명 정시2명으로 5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했다. 

<지난해 고입, 폐지 논란 ’타격’.. 악조건에도 일부 학교 ‘경쟁률 반등’>
지난해 특목 자사고 입시는 2년 전에 비해 고입자원이 13만 명 이상 줄어드는 학령인구 ‘절벽’에 일반고 전환 논란까지 겹치면서 미달사태를 겪은 학교들이 속출했다. 2018학년 외고 입시 결과 전국 31개 외고는 정원내 기준 평균 경쟁률 1.38대 1을 기록했다. 전체 6117명 모집에 8422명이 지원한 결과다. 외고 경쟁률은 2015학년 2.31대 1(6329명/1만4592명), 2016년 1.94대 1(6152명/1만1941명), 2017년 1.54대 1(6152명/9504명)의 추이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경쟁률 미달을 기록한 학교가 세 곳이나 나오기도 했다. 과거에도 사회통합전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미달을 겪은 외고는 더러 있었지만 전체 경쟁률이 1대 1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200명 모집에 185명이 지원한 부산국제외고를 비롯해 인천외고와 서울외고까지 3개교가 전체 경쟁률 1대 1 미만을 기록했다. 인천외고는 250명 모집에 231명이 지원했으며, 서울외고는 250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208명에 그쳤다. 특히 서울외고는 일반전형에서도 미달을 기록해 외고 폐지 논란을 실감하게 했다. 서울외고는 한 해 전인 2017학년 일반전형 200명 모집에 325명이 지원하며 1.63대 1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지원자가 189명에 그치면서 0.95대 1로 마감했다. 

같은 특목고인 과고와 달리 외고는 전성시대가 저물었다는 게 교육계 공통된 시각이다. 과거 전국단위 모집에 구술면접까지 치르며 우수학생들을 끌어 모았던 외고는 2011학년 고입부터 광역단위 모집으로 선발권이 제한되고 전형방법도 영어내신위주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묶이면서 선발권이 크게 약화됐다. 수능에 강세를 보인 외고 학생들이 대입 수시모집 확대로 입지가 좁아진 데다 특목고 학생들의 대입통로로 여겨졌던 어학특기자전형이 축소되면서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수능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외고의 메리트는 점점 더 축소됐다. 인문계열에게 더욱 가혹한 취업난의 영향도 있다. 4년제 대졸자 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특히 인문계열 학생들이 취업난이 심각하다. 반면 정부는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 육성을 장려하고 대학의 이공계 정원 확충에 힘쓰면서 인문계열 전공자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경쟁률이 상승한 외고의 수는 오히려 전년대비 늘면서 눈길을 끌었다. 2017학년의 경우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28개교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고입에서 경쟁률 상승을 기록한 학교는 9개교에 달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고 간 경쟁률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2019입시부터 예고된 외고 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고입 동시실시로 나타날 새로운 고입 판도를 예견하는 것”이라며 “기존 특목/자사고가 일반고와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게 되면 고교 유형에 따른 선택보다는 개별학교의 경쟁력에 따라 고교를 선택하는 수요자들이 점점 더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당수 외고 경쟁률이 반등한 것은 개별학교가 갖춘 교육 경쟁력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대입 무게중심이 수시 학종 위주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과거 수능이나 특기자에서 강점을 보였던 외고들도 학종 대비 체제로 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원외고. 지난해 200명을 모집한 대원외고 일반전형에 지원한 인원은 352명으로 경쟁률 1.76대 1을 기록했다. 6만명 이상 학령인구 감소와 외고 국제고 일반고 전환 논란에도 전년 334명 대비 지원자 18명이 늘었다. 대원외고의 꾸준한 선호 배경에는 탄탄한 대입실적이 있다. 대원외고는 지난해 서울대 등록자 53명을 배출해 전국 고교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등록자 53명 가운데 수시 등록자는 36명으로 나타났으며, 한 해 전인 2017학년 대입에선 등록자 55명 가운데 42명이 수시실적일 만큼 학종 체제도 완비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드러난 ‘사통미달’.. ‘고질병폐’>
특목자사고 정책 변화와는 별개로 정원 미달 대부분이 사회통합전형에서 발생하면서 모집인원 등 전형 설계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사회통합전형 미달 사태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고 과고에 비해 학교 수가 많은 광역단위 자사고 중에선 이미 지난해 울산의 성신고, 대구의 경신고, 광주의 송원고 등 3개교가 학생충원의 어려움으로 일반고 전환 수순을 밟기도 했다. 일반고와 달리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자사고와 외고는 정원 미달이 곧바로 재정악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31개 외고 가운데 사회통합전형에서 미달을 기록한 외고는 19곳에 달했다. 사회통합전형은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기 전인 2015학년에도 일부 학교에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학교 수가 많은 서울지역 광역단위 자사고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2017학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간 22개교가 사회통합전형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형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충남삼성고를 제외하고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11개교 가운데 사회통합에서 모집인원 이상 지원한 자사고는 대전의 대성고가 유일했다. 

현재 정원의 20%로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하는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을 지역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자사고 특성화고를 제외한 서울시내 일반고 학생 21만727명 가운데 교육청을 통해 학비를 감면 받거나 지원받은 학생은 2만5267명이다. 전체 정원의 11.9%에 해당하는 비율로 지난 3년간 서울시내 23개 자사고의 입학정원 대비 사회통합전형 합격자 비율인 11.2%와 큰 차이가 없다. 자사고의 사회배려학생 선발 비율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가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선발해야 한다면 없는 대상자라도 만들어 선발해야 되는 상황인 셈이다. 

<2019 특목고 입시.. ‘탈락하면 일반고 임의배정’>
지난해 12월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모집시기 일원화가 핵심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기와 후기로 구분되는 현행 고교 입시에서 전기모집 고교에 해당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후기모집 고교로 이동해 일반고와 동시에 입시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제까지 고입은 4월부터 11월까지를 전기 모집기간으로 두고 예고 체고를 비롯한 과고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와 특성화고 자사고 등이 일반고에 앞서 선발을 진행해왔다. 수험생들은 전기 선발 고교로 분류된 학교 가운데 고교 유형에 관계없이 한 곳에 지원했다. 전기 모집에 탈락한 학생들을 포함해 전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은 학생들은 12월 중 일반고가 후기 신입생 선발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전기 모집 고교에서 제외, 일반고와 비슷한 시기에 원서접수를 진행하고 전형을 실시하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중3학생들은 후기모집에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 가운데 1개 학교만 선택해 지원하거나 일반고에 지원해야 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이중지원은 금지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원서를 낼 때에는 ‘불합격 시 일반고 임의배정 동의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했다 탈락한 학생은 미달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추가모집에 지원하거나 정원이 부족한 일반고에 배정된다. 일반고에 배정될 경우 집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반고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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