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위원장, 학종/수능 "실효성 없다".. 논의 원점으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은 2022학년 대입개편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중심으로 수시모집을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학종 개선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학종과 수능전형을 둘러싸고 대립각이 이어졌다. 17일까지 네 차례 진행된 국민제안 열린마당은 물론 이해관계자와 전문가협의회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되풀이돼 진전 없는 논의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금까지 여론을 몰라서 대입개편을 못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비슷한 내용의 여론 수렴만 반복할 게 아니라 이제는 논의의 가닥이 정리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위는 이달말까지 국민제안 열린마당과 전문가/이해관계자 협의회에서 나온 내용들을 정리해 공론화 범위를 설정한다. 공론화위원회는 내달부터 특위가 설정한 공론화 범위 내에서 의제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을 이끌게 된다. 공론화위가 공개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공론화는 대국민 토론회와 TV토론회 등을 거쳐 7월중 시민참여형 조사로 권고안을 도출한다. 시민참여단은 19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대입제도에 대한 의견, 성, 연령 등을 고려해 4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은 2022학년 대입개편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중심으로 수시모집을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학종 개선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학종과 수능전형을 둘러싸고 대립각이 이어졌다. /사진=교육부 제공

<전문가/이해관계자 협의회.. 논의 ‘도돌이표’>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특위)는 학생 학부모 대상 공청회인 국민제안 열린마당과 함께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5차례에 걸쳐 전문가/이해관계자 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교원단체(4일) ▲일반교원/학생(10일) ▲학부모단체/시민단체(11일) ▲일반대/전문대 입학처장(16일) ▲입학사정관 포함 학계/민간전문가(18일)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협의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는 100명 내외로 대입개편에 대한 각기 의견을 제시했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가운데 객관식 수능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수시모집 확대를 지지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협의회에 참석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참석자 대부분이 수시모집 확대가 학교 현장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공감했다”며 “학교교육을 내실화하고 미래사회에 대비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위해서도 수시모집을 축소해선 안 되며 수능 절대평가도 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학종을 향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이 큰 탓에 개선요구도 함께 제기됐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대학이 평가기준과 방법을 공개하는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3일부터 17일까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네 차례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의견대립이 뚜렷했다. 학종과 수능전형의 적정비율을 둘러싼 입장차가 극명해 논의의 진전은 찾을 수 없었다. 의견차를 확인했을 뿐 쟁점을 구체화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공청회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기는커녕 쟁점과 무관한 이야기들까지 쏟아지며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서울지역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단체 대표는 “대입개편과 관련 없는 의견은 바로바로 제재하고 집중적으로 토의해서 결정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쟁점별로 깊이 있는 논의가 나올 수 있도록 논의가 체계적으로 전개돼야 하는데 여러 이야기가 중구난방 식으로 나오다 보니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공론화 범위 어디까지?.. 통합선발, 수능최저 ‘제외가능성’>
대입개편특위는 공론화를 위한 준비위원회 성격이다. 내달부터 본격적인 공론화를 위해 4차례 진행된 공청회인 국민제안 열린마당과 국가교육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말까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는 게 특위의 역할이다. 특위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만 공론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공론화 범위를 추정하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넘긴 이송안에 포함된 쟁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수시 수능최저와 적성고사 폐지 등은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수시/정시 비율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수시/정시 통합도 다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주요 쟁점까지도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능과 학종 간 적정비율을 정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적정비율은 부분적인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이어 수시/정시 모집시기 통합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실시하면 수능, 학종, 학생부교과 등 전형 간 구분이 사라져 학생들에게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될 수 있다”며 “대입특위에서 이를 심각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네 차례 공청회를 진행하기 직전인 올해 초 “교육부 이송안 중에서 공론화를 위한 주요 쟁점을 한정할 수 있다”면서 “교육부에서 넘어온 것 중에서도 세부적인 부분과 공론화를 통해 결론내기 어려운 것은 교육부로 환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입특위 수장이 학종-수능 적정비율과 수시/정시 통합선발 결정에 난색을 표하면서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만 공론화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핵심 쟁점 가운데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만 공론화 테이블에 오를 경우 사실상 지난해 수능개편 논의와 다를 바 없어 시간과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주요 쟁점 두 개가 공론화 안건에서 빠지면 사실상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만 남는 것”이라며 “결국 지난해 수능 개편 때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셈인데 그 동안의 시간과 돈 낭비, 사회적 혼란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중립을 지켜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할 대입특위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춰져 적절치 못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학종-수능 비율 조정 문제는 교육부가 ‘2022학년 대입개편 이송안’을 공개한 지난달 13일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학별로 처한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전형비율을 강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침해하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송안 발표 당시 교육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더라도 전체 대학을 기준으로 했을 때와 수도권/지방으로 소재지를 구분했을 때 대학들의 전형비율 양상은 달리 나타났다. 2019학년 기준 전체 대학의 전형비중은 교과가 41.5%로 가장 많고 학종 24.4%, 수능 20.7% 순으로 이어졌지만, 수도권 대학만 놓고 보면 학종이 33.4%, 수능이 24.7%로 교과의 21.7%를 압도하는 규모였다. 반면, 지방 대학은 교과가 53.1%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보이는 가운데 학종 19.2%, 수능 18.4%로 학종과 수능의 비중이 비슷했다. 

특정 비율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정한 비율을 대학들이 거부하는 경우 이를 규제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가 대학들의 전형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마침 같은 날 선정결과가 발표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다. 다만, 교육부는 사업지원 대상이 아닌 대학들에 대입전형 변화를 요청할 방법이 없다. 애당초 사업의 취지부터가 대입전형 개선 ‘유도’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부분적인 정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률적인 비율 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수험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전형비율을 따져 적정비율을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대교협 등 협의체가 상위대학 입학처장과 수요자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부분적인 정책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대학에 한정하더라도 일부 대학을 일괄 통제할 방법은 없으며, 어느 대학까지를 권고 대상으로 삼을지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국가가 나서 대학 서열화를 조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표류하는 ‘대입개편’ 어디로 가나>
2022학년 대입개편안 확정까지 남은 기간이 석 달 남짓에 불과해 교육회의가 ‘현상 유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당장의 선거를 의식해 큰 변화를 줄 것처럼 나섰지만 정작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번에 나오는 2022 대입 개편안은 다음 대선과 맞물려 적용된다. 대입에서 큰 변화를 주는 경우 현장 혼란이 극심해지고 사교육이 위세를 떨치게 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내달 있을 선거 때문에 일단 여러 방안들은 꺼내놨지만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현상 유지’ 수준의 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불과 하루 전 브리핑을 통해 공론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시민참여단 400명이 대입개편안을 결정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특위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는 탓에 현장 혼란만 키우고 있단 지적도 있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여론 수렴을 하겠다면서 사안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제시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론 수렴이 의미가 있긴 한 것인지,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충격을 안겼던 ‘1년 유예’가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단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1학년 수능 절대평가 적용 문제를 끝내 확정짓지 못하고 1년 유예, 올해 8월 대입개편안에 포함시킨 상태다. 교육계에선 차라리 결정을 유예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꾸려 개편안을 결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대입 전문가는 “2022학년 수능에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는 문제는 이미 1년을 유예했단 점을 볼 때 올해 8월까지 어떻게든 결정이 나야 한다. 하지만 다른 문제들은 아니다. 수시/정시 통합선발과 수능-학종 적정비율은 파급력이 큰 사안이기에 3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공론화를 거쳐 정해져서는 안 된다. 현장 혼란을 가중시킨 교육부의 공과를 명확히 한 후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해 명확한 방향부터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현장에서 경청한 여론의 일부를 전한 것에 불과하다. 대입특위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2022학년 대입개편 공론범위는 열린마당과 전문가협의회결과 국민의견수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한다. 이달 말에는 국가교육회의 전체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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