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범위’ 이달말까지 결정.. ‘다시 원점?'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2022학년 대입 개편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전국 각지에서 4차례 이어졌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막을 내렸다.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기 위한 의견수렴 과정으로 실시한 ‘국민제안 열린마당’은 17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수도권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앞선 세 차례 공청회와 마찬가지로 학종-수능 적정비율을 둘러싼 극명한 대립이 이어졌다. 대입개편과는 무관한 이야기들까지 이어지면서 소모적이었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특위가 이달말까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면 내달부터 공론화위원회가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을 이끈다. 특위가 설정한 공론화 범위 내에서만 공론화가 진행되는 탓에 무엇보다 공론화 범위를 향해 관심이 쏠린다. 다만 워낙 쟁점이 다양해 ▲수능/학종 적정비율 ▲수시/정시 통합선발 ▲수능 절대평가/상대평가 등 주요 쟁점을 제외한 다른 논의들은 교육로 다시 이첩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공청회가 열린 이날 김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수시/정시 비율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수시/정시 통합도 다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입개편 발표를 3개월 남짓 앞두고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기 위한 의견수렴 과정으로 실시한 ‘국민제안 열린마당’은 17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수도권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앞선 세 차례 공청회와 마찬가지로 학종-수능 적정비율을 둘러싼 극명한 입장차가 이어졌다. /사진=국가교육회의 제공

<‘입장차만 확인한 4차례 공청회’.. ‘건설적 논의 부족’>
김 위원장은 17일 이화여고에서 열린 수도권 공청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수시/정시 적정 비율’ ‘수시/정시 선발시기 통합’ ‘수능 상대평가/절대평가’ 등 3개쟁점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을 요청했다. 마지막 차례인 이날 국민제안 열린마당에는 430명의 자리가 빼곡하게 메워졌고, 일부 참석자들은 서서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는 등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논의도 학종과 수능전형을 둘러싼 극명한 의견대립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끝이 났다. 앞서 세 차례 열린 공청회 역시 마찬가지로 입장차를 확인했을 뿐 쟁점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여전히 줄세우기 식 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이미 학교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대입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면서 “개편할 제도가 적용될 학생들은 현재 중2학년 이하 학생들이다. 자유학기제 등을 통해 학교 수업과 평가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수능을 확대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능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고등학생은 “수능수학에서 29~31번 문제는 변별력 문항이라고 한다”며 “나머지 문제는 모두 쉬운 문제로 출제해 쉬운 문제 중 하나라도 실수하면 무조건 재수를 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가 풀 수 있는 문제와 모두가 풀기 힘든 3문제를 두는 것이 정당한지 모르겠다”면서 “수능 난이도 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능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 성남에서 온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교육제도를 도입해도 학종처럼 좋은 취지가 왜곡될 것”이라며 “수능이 완벽한 체제는 아니지만 지금 현실에선 상당기간 유지돼야 하고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또다른 학부모는 “학종은 내신성적이 취상위권인 학생에게 유리한 선발제도”라며 “아무리 성실한 학생도 결코 합격을 담보할 수 없다. 고액 컨설팅까지 받아 지원한다고 해서 선발될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반면 학종을 중심으로 수시모집의 장점을 강조하는 의견도 잇따라 제기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대학생은 “모든 사람이 ‘앞으로의 교육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합의한 부분”이라며 “수능은 출제유형이 획일화돼 있어 자금력이나 정보력이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은 “학종이 금수저전형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객관적인 통계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이고 잘못된 생각”이라며 “학종은 고교와 지역균형에도 기여하는 전형이며 새 교육과정 취지에도 적합한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공청회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기는커녕 쟁점과 무관한 이야기들까지 쏟아지며 논점을 흐리기도 했다. 서울지역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단체 대표는 “대입개편과 관련 없는 의견은 바로바로 제재하고 집중적으로 토의해서 결정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쟁점별로 깊이 있는 논의가 나올 수 있도록 논의가 체계적으로 전개돼야 하는데 여러 이야기가 중구난방 식으로 나오다 보니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 과정과 달리 대입정책은 국민 모두가 이해당사자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공론화 범위 어디까지?.. 통합선발, 수능최저 ‘제외가능성’>
대입개편특위는 공론화를 위한 준비위원회 성격이다. 내달부터 본격적인 공론화를 위해 4차례 진행된 공청회인 국민제안 열린마당과 국가교육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말까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는 게 특위의 역할이다. 특위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만 공론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공론화 범위를 추정하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넘긴 이송안에 포함된 쟁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수시 수능최저와 적성고사 폐지 등은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수시/정시 비율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수시/정시 통합도 다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주요 쟁점까지도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능과 학종 간 적정비율을 정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적정비율은 부분적인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이어 수시/정시 모집시기 통합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실시하면 수능, 학종, 학생부교과 등 전형 간 구분이 사라져 학생들에게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될 수 있다”며 “대입특위에서 이를 심각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네 차례 공청회를 진행하기 직전인 올해 초 “교육부 이송안 중에서 공론화를 위한 주요 쟁점을 한정할 수 있다”면서 “교육부에서 넘어온 것 중에서도 세부적인 부분과 공론화를 통해 결론내기 어려운 것은 교육부로 환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위가 공론화 범위를 결정하면 공론화위원회가 내달 중 공론화 의제를 선정한다. 16일 공론화위원회가 밝힌 공론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은 대국민 토론회와 TV토론회 등을 거쳐 7월 중 시민참여형 조사로 도출된다. 시민참여단은 19세 이상 국민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시민참여단은 자료집 학습과 1차 숙의(권역별 토론), 2차 숙의(종합토론) 등 숙의과정을 거쳐 권고안 도출을 위한 설문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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