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탐방 / 당곡고등학교]
과학고 출신 교장의 ‘경륜’ 든든한 ‘예산지원’… 관악 지역 첫 자율형공립고 ‘다크호스’ 급부상
당곡고등학교는 발전 가능성이 많은 학교다. 한성과학고 교감을 역임한 윤오영 교장이 부임한 이후 학교 운영에 전반적인 혁신을 거듭, 현재 지역 내에서 차근차근 신뢰도를 쌓고 있다. /사진=최병준 기자 blog.veritas-a.com/ept160
당곡고등학교는 1984년에 개교, 올해 자율형 공립고로 첫 발을 내디뎠다.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재넘이길에 위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 언덕에 자리잡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학력저하 현상 탓에 낙후학교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앞으론 혁신을 주도하는 학교로 거듭날 태세다. 관악구 최초의 ‘자공고’라는 사실은 학교운영의 자율성 확보를 통해 탄력적인 교육과정 편성과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에 추진력을 더해주고 있다. 한성과학고 교감을 역임한 후 교장공모제로 ‘당곡호’의 나침반과 방향타를 쥔 윤오영  교장은 과학고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학교혁신의 틀을 다지는 중이다.
 
자율형공립고 전환으로 학교 업그레이드

당곡고등학교는 관악지역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교로 손꼽힌다. 자율형공립고 전환에 따라 교육 선진화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의 면모만 봐도 주변의 기대와 변화의 폭을 가늠할 수 있다. 기본예산 외에 교과부의 자공고 운영 지원금, 서울시교육청의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학교(교육 및 지역 여건이 열악하고 학업성취도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학교 발전 의지가 높은 학교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제도)’ 운영 지원금, 관악구청 지원금… 지난해 부임한 한성과학고 운영 경험을 가진 윤오영 교장과 성동교육청 장학사를 역임한 뒤 올해 전직한 안정선 교감은 그 동안의 노하우와 든든한 예산지원을 토대로 학교의 대내외적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학교 변화의 싹은 지난해부터 움텄다. 윤 교장의 취임 이후 고교 선택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 교직원의 동의를 얻어 자율형 공립고 전환을 지원, 지정됐고, ‘진로교육 우수학교 표창’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학교 우수학교 표창’을 받는 등 대외적 성과를 거뒀다. 그간 지역 내에서 지리적 접근의 어려움과 학력저하 등의 문제로 ‘비 선호학교’로 치부되곤 했지만 교사 경쟁력을 고취하고 교육력 제고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골탈태했다. 윤 교장은 “점차 지역 사회가 학교에 기대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아직 건너야 할 강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지역 우수학교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육 프로그램은 자공고 전환 첫해인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다. 우선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 수업을 확대했다. 재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제고하고자 1학년에 ‘주제탐구’를 개설했고 2·3학년 인문사회과정과 자연과정의 관련 교과목 단위 수를 늘렸다. 방과후학교 운영을 확대했고, 의사소통 중심 영어교육에도 내실을 기했다. 과학영재반 운영과 과학캠프 체험활동도 보다 본격화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는 독서 논술 교육과 현장 체험교육도 확대했다. 윤 교장은 “잘하는 학생은 더욱 잘하게 하고 뒤처지는 학생은 학업성취도를 제고, 모든 재학생의 전반적인 학력 신장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 프로그램 이외에도 대대적인 ‘3가지(용의복장, 인사, 수업태도) 바르게 하기·4가지(흡연, 수업태만, 지각결석, 일과 중 휴대폰 사용) 안 하기 운동’으로 인성교육 효과도 거뒀다.

학교운영체제의 변화와 교육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엔 교사역량이 필수적이다. 전 교사가 수업 공개를 통해 자율장학 시스템을 강화했다. 교수법 전문성 향상을 위한 각종 연수와 연구 모임도 활성화됐다. 특히 ‘1교사 1대학 책임제’는 교사들의 진학지도 역량을 강화, 최적의 진학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수학교 견학을 통해 선진학교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일에도 힘쓴다. 안 교감은 “각종 프로그램 운영에 따라 교사 1인당 업무량이 대폭 증가했지만 학교 발전을 위해 일심동체로 노력을 기울인다”며 “교사들의 역량을 모아 최선의 사제동행을 이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교사 결원 시 초빙을 통해 교과수업의 경쟁력을 보다 확보할 예정이다.

학교시설도 쾌적해졌다.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깨끗한 환경을 구축했다. 학교가 언덕 위에 자리해 오가는 데 불편이 있지만 전망이 탁 트여있고 뒷산의 경치가 수려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특히 학교건물 가운데에 위치한 중앙정원은 학교풍경의 정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 교실에 천장 매립형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고, 교과교실을 단장했으며 과학실험실도 현대화했다. 컴퓨터실의 낡은 장비도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운동 및 체육시설도 개선했다.

 

탄탄한 학력 신장 프로그램

당곡고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은 ‘원-스톱 교육시스템’이다. 정규수업과 방과후수업, 야간자율학습으로 이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은 사교육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을 제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수준별 수업은 1·2학년 영어·수학교과에 한해 이뤄지며 ‘+1학급’ 운영을 기본으로 한다. 1학년은 3개 학습을 4개 수준으로, 2학년은 2개 학습을 3개 수준으로 편성했다. 4수준의 경우 ‘상-중-중-하’로 반이 구성된다. 안 교감은 “수준별 수업을 보다 세분화하고자 강사를 추가 고용해 3개 학습을 5개 수준으로 편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5개 수준으로 반을 나눌 경우 상 20명, 중A 20명, 중B 20명, 하A 15명, 하B 15명으로 인원이 구성된다. “하위권 학생일수록 보다 내실화된 지도를 위해 적은 수로 반을 운영”한다.

전문교과 심화학습을 위해 교과 단위에 변화를 준 것도 눈에 띈다. 2·3학년은 인문자연과정과 자연과정 등 선택 과정에 따라 집중 이수하는 과목이 나뉜다. 인문자연과정은 국어·사회·영어, 자연과정은 수학·과학·영어 교과목 수업에 내실을 기한다. 윤 교장은 “백화점 식으로 여러 과목을 배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최적의 교육을 구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교육도 실시한다. 수업 차시별로 10분 이상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도입했다. 1학년은 공통영어 시간에 2시간 이상, 2·3학년은 영어회화 시간에 주당 2시간 정도 의사소통 중심 수업을 실시한다. 안 교감은 “영어 표현 능력을 신장하고자 전체평가의 50% 이상을 듣기·말하기·쓰기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영어 독후감 및 에세이 쓰기 등 영어 독서·토론·논술 교육을 강화하며 실용 영어 능력 인증제를 실시할 계획도 있다.

당곡고는 지난해에 비해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이 급증했다. 지난해엔 참여도가 30%에 불과했지만 올핸 85%로 껑충 뛰었다. 꿀벌학교(월~목 8교시) 으뜸학교(월~금 9교시) 날개학교(금 7~8교시, 놀토 오전·근무토 오후) 등 3개의 학교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게 특징. 꿀벌학교는 전교생 대상으로 교과 위주의 단과반과 교과패키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안 교감은 “꿀벌학교 프로그램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은 학년별 별도의 공간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한다”고 밝혔다. 으뜸학교는 우수학생을 비롯한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전교과 심화수업과 특기적성반, 논술 등의 수업이 이뤄진다. 날개학교에선 특기적성과 논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력 신장의 일환으로 자율학습 운영도 강화했다. 설 추석 등을 제외한 주말과 공휴일에도 밤 11시까지 자율학습실을 운영한다. 현재 공모를 통해 2명의 튜터를 채용했고 전자입출시스템과 SMS시스템을 실시해 학부모들은 실시간으로 자녀의 자율학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교과학습에 부진을 겪는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특별보충과정도 운영한다.

 

과학고 견주는 과학 프로그램

윤 교장의 과학고 운영 경험은 과학 교육프로그램에 오롯이 구현되고 있다. 안 교감 역시 성동교육청에서 영재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어 특화된 과학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과학교과 수업은 탐구실험 중심으로 진행한다. 주입식 이론식 수업에서 벗어나 관찰 조사 토의 과제연구 등 학생 중심의 수업을 실현한다. 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학과학경시대회, 과학논술대회, 과학퀴즈대회, 탐구발표대회 등 과학 관련 행사도 대폭 확대했다.

교과 운영에 있어 ‘주제탐구’를 개설한 것이 눈에 띈다. 올 3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실행하며 신입생 전원과 2·3학년 희망학생에 한해 운영한다. 실생활 관련 주제를 선정, 학생 주도적 연구 및 탐구능력을 신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윤 교장은 “과학고 경험에 비춰봤을 때 주제탐구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고차원적 사고력 등을 고취하는 데 제격”이라며 도입 배경을 밝혔다.

주제탐구의 운영은 과학고에서 운영하는 과학탐구활동과 흡사하다. 학생 1~2명이 한 팀이 돼 전과목에 관련된 탐구주제 하나를 선택, 탐구계획서를 작성한다. 계획서가 통과되면 해당 분야별 지도교사를 선택하고 2~3주에 한 번 이상 탐구일지를 작성하며 탐구활동을 진행한다. 보고서를 제출하며 평가를 통해 탐구활동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평가가 이뤄진다. 모든 주제탐구 활동이 끝난 뒤엔 약 20편의 우수보고서를 선정, 보고서집에 수록하며 시상과 발표가 이뤄진다.

과학영재반도 운영한다. 과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중심으로 과학 관련 계발활동을 진행한다. 탐구실험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실험보고서와 개인별 포트폴리오 지도도 이뤄진다. 정기적으로 과학 관련 외부 체험활동을 하며 저명한 과학 인사 초청 강연회도 연다.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과학캠프도 실시한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과학 전 영역에 대한 탐사 채집 관찰 실험 등 탐구활동이 이어진다. 안 교감은 “전문성을 띤 프로그램”이라 자부했다.

 

진로 진학지도에도 내실화

학력 신장 목적의 교육 프로그램과 각종 특성화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데엔 재학생 개개인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비전이 있어야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당곡고는 진로 진학지도에 내실을 기해 재학생 개개인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한다.

전교생은 진로 표준화 검사를 토대로 자신의 진로와 비전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1학년은 ‘진로와 직업’ 교과 시간에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타 교과수업에서도 진로교육 연계지도가 이뤄진다. ‘선배와의 대화’ ‘진로 현장 체험의 날’ 등도 정기적으로 운영해 개개인의 장기적인 비전 설계에 도움을 준다.

알찬 진학지도는 당곡고의 자랑거리 중 하나. 교사들은 교과 수업 외에도 입시 컨설팅 능력을 기르는 데 애쓰고 있다. 80명의 전체 교사가 서울대 연세대 서울권 및 수도권 대학을 하나씩 맡아 입시 컨설팅을 진행하는 ‘교사 1인 1대학 책임제’를 운영한다. 대학탐방을 통해 해당 대학의 입시 전문가와 재학생을 만나면서 입시정보를 수집하고 입시 전략을 수립한다.

입학사정관제 대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모든 재학생은 ‘나의 꿈 나의 열정’이라는 별도의 파일에 개인별 포트폴리오를 제작한다.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정한 뒤 관련 정보와 입시요강 및 지원자격을 파악해 성적표, 수상경력, 봉사활동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 축적하도록 지도한다.

‘책이랑’이라는 별도의 교재를 제작해 독서·논술 포트폴리오도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교재는 독서이력 작성란과 더불어 책 선정 이유, 줄거리, 기억에 남는 문장, 독후감 등 일반적인 독서 사후활동과 더불어 독서논술, 독서퀴즈 만들기, 독서만화 그리기 등 창의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안 교감은 “학기마다 우수활동자를 선정해 시상한다”며 “재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 독서활동을 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기적성 교육의 일환으로 ‘1인 1특기·1운동·1자격’을 목표하는 ‘끼 살라기 마당’도 운영한다. 재학생이 특기·운동·자격 중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를 선택, 꾸준히 연마토록 하는 게 목적이다. 안 교감은 “계발활동 시간이나 방과후학교 시간에 다양한 특기·운동·자격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해당 시간을 활용해 개인당 한 가지 이상의 특기를 개발하고 심사를 통해 성취감을 얻게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도 활성화돼 있다.

 

2011학년 신입생 입학

당곡고의 신입생 모집시기는 후기로 일반계 고등학교 지원이 가능한 중학생, 특목고 등 전기 미지원자 및 불합격자 모두에게 지원자격이 있다. 모집 정원 및 학급수는 총 360명 12학급으로 학급당 30명 꼴이다. 타 일반계 고교에 비해 학급 당 인원수가 적어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선지원 후추첨을 통하며 관악구에서 50%를 우선선발하고 나머지를 서울시 전체에서 선발한다. 학교측은 “교과교실의 확보와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목적으로 ‘300명 정원의 10학급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하 기자 blog.veritas-a.com/un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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