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탐방] ‘수준별 프로그램 차별성’ 서울권 중학생 비상한 관심…
자율고 첫해부터 전학년 확대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중앙고가 지난 7월14일 서울권 자율고 13곳 중 하나로 지정됐다. 중앙고는 같은 법인 하에 있는 고려대학교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전문교과 프로그램의 도입과 실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사진=최병준 기자 blog.veritas-a.com/ept160

 

중앙고등학교가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율고) 전환으로 특목고와 대등한 경쟁을 치를 수 있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과거 명문고로 이름을 날렸던 사립 일반계고교는 고교 평준화 정책 이후 서울대 합격자 2~3명도 내기 어려워졌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명문사학이란 칭호는 유지하고 있지만 대학진학률만 놓고 본다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특목고 열풍까지 가세해 소위 명문학교라 불리는 학교 서열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101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앙고 역시 고교 위상의 지각변동 중심에 서 있는 명문사학이다. 중앙고는 지난 2001년 서울권 자립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전환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완강한 평준화 교육 정책으로 인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바 있다. 학교는 200억 원 가량의 학교운영기금을 투자해 과학관 체육관 실습실 등을 리모델링하고 교실마다 무선인터넷 시설을 구축하는 등 자사고 전환 추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앞선 자사고 전환 추진에 쏟았던 열정을 온전히 자율고 운영 체제에 적용하겠다는  학교측의 다부진 계획을 들었다.

 

교육구국 건학이념 계승한
중앙고 개교 역사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중앙고는 1908년 기호흥학회가 애국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설립한 학교다. 서울권 고교 중 교정이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도 꽤나 유명하다. 학교의 대외적인 평가를 내는 데 있어 캠퍼스의 아기자기함이 무슨 필요가 있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지만 중앙고의 교정을 한 번이라도 거닐어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것이다. 2008년 개교 100주년의 전통과 함께 해온 교사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속한 고려대학교의 건물양식과 흡사하다. 캠퍼스 내 3.1기념관을 비롯해 곳곳에 건학 이념을 계승해온 자취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도 학교의 오랜 전통을 실감케 한다. 수백 억 원의 비용을 투자해 최첨단 캠퍼스를 조성한 학교들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고의 교정이 더욱 눈길을 끄는 건 민족운동의 보루 역할을 담당해온 역사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율고 취재차 처음 방문했던 지난 7월 초만 하더라도 학교는 건물 외경 개·보수로 정신이 없었다. 본관건물은 사적 제281호, 서관은 사적 제282호, 동관은 사적 제283호로 지정돼 있어 리모델링의 개념이 아닌 건물 보존 개념의 기본적인 수리만 했다. 애국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설립된 중앙고의 고풍스런 캠퍼스는 일본에서 더욱 유명하다. 주중에도 일본관광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데, 이미 중앙고 캠퍼스 투어는 일일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김용균 교장은 “중앙고는 광복 이후부터 고교 평준화 정책 이전까지 5대 명문 사학(중앙 휘문 보성 양정 배재고) 중 하나로 우리나라를 이끈 엘리트 집단을 양성해왔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평준화 이후 상당수가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으로 학교를 이전했고, 사학 중 강북에 남아 있는 학교는 우리뿐”이라며 “오랜 기간 염원해왔던 자율고 전환이 확정된 이상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명문 사학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부활시키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명문사학 전성기,
자율고 전환으로 날개 달다


사실 고교 평준화 정책 이후 중앙고의 위상이 한풀 꺾인 것도 사실이다. 건학 이념과 애국주의를 드높인 정신이 바랠 리는 없지만, 강북에 비해 강남의 교육환경이 우월한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우수인재들의 진학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게 사실이기 때문. 5대 명문사학으로 꼽힌 다른 학교들은 강남으로 터를 옮겼지만 중앙고는 이조차 쉽지 않았다. 학교 본관 동관 서관이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데다 설립 자체가 애국계몽 운동의 일환이라는 목적을 품고 있었기에 말처럼 쉽게 학교 이전을 성사시킬 순 없었던 것. 대신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2001년 자사고안을 추진하며 강북지역 우수인재 유치에 눈길을 돌렸고, 국내 고교 처음으로 컨설팅 회사에 학교현황 분석을 의뢰하는 등 발전위원회까지 발족시켰다. 전환만 확정된다면 명문사학의 전성기를 다시 부활시킬 수도 있을 터였다.

결국 학교의 바람은 무산되고 명문고교의 지배시스템이 특목고 판으로 바뀌었지만 학교측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사고 전환 추진 실패를 기점으로 중앙고 동문회 위주의 명문사학 부활운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100주년 기념관과 정보과학관 체육관을 완공하고 인조 잔디구장 개장 및 기존 교사를 말끔히 개보수해 역사와 최첨단 시설이 조화를 이룬 학교로 새롭게 재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자율고 전환 확정이 학교의 옛 전통과 명성만으로 이뤄낸 결과가 아니라는 얘기다.
 

수준별 시험문제 출제,
학생 자신감 북돋워주는 게 급선무


자율고 출범 원년부터 중앙고가 서울권 내 중학생들로부터 기대를 모으는 데는 일찍부터 실시하고 있는 수준별 프로그램의 차별성도 한 몫 한다. 현재 본 수업의 수준별 수업은 영어 수학에 한해 1학년 중심으로 진행한다. 영어 수학 각 3개 반으로 수준을 나눠 이동별 수업을 진행하는데 정규고사의 성적을 토대로 반을 나누기 때문에 매 학기 반 편성이 달리 이뤄진다. 김 교장은 “각 반의 주 교재는 같지만 수업의 난도는 상이하다. 수준별 수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시험문제 출제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우리학교는 문제에 따라 상중하의 개별문제를 따로 출제해 점수배점을 달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한 지문을 가지고 난이도가 다른 세 개의 문제를 출제하는데 점수배점을 10점 8점 6점으로 달리해 학생이 선택해 푼 문제에 맞춰 점수를 내는 식이다. 모든 문제를 상중하 3단계의 문제로 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인 개념 문제 등은 공통으로 출제하고 문제의 20% 가량만 상중하 문제 출제로 제시한다.

김 교장은 “모든 일반계고교가 수준별 수업을 지향하지만 대부분이 정규고사 시 문제의 난이도를 중상위권에 맞추는 탓에 중하위권 학생들은 자연스레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의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것 또한 수준별 수업의 본래 취지라 여기기 때문에 교사의 업무가 늘어난다 해도 학생 수준에 맞는 능력별 시험 문제 출제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실 부족으로 1학년에 한했던 수준별 수업도 자율고 첫 해부턴 전 학년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방과후 수업은 꽤 세분화돼 있다. 교사들이 수강신청 전 자신들의 수업 계획서를 학생들에게 발표하면 학생들은 자기 구미에 맞는 강좌를 선택해 수강신청 할 수 있다. 크게 개설된 과목으론 논술 언어 영어 수학 과학 한국사 등인데, 여기서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학년별 심화증진 프로그램이 과목 당 2~5개씩 개설돼 있다. 과목별 담당 교사가 교재를 자체 제작해 수업에 활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피드백 또한 월등히 높은 편이라고. 

정규수업 후 5시 반까지 방과후 수업이 이뤄지며 그 이후엔 자율학습실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자율학습실은 밤 11시까지 개방하며 현재 3학년 재학생의 경우 약 60여 명 정도가 방과후 수업 후 자율학습실을 이용하고 있다.

/장은희 기자 blog.veritas-a.com/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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