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성 보장차원 확대' vs '학내 갈등 해결책 아니다'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대학 내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기구인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에 참여하는 구성원 가운데 학생위원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학생 참여비율을 확대해 투명성과 민주성이 보장되더라도, 소통의 과정이 갈등 해소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평의원회의 기능과 한계 때문이다. 2005년 소통창구로 도입된 평의원회는 학내 사안에 대해 심의/자문 등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능만 있다. 실질적인 의결과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평의원회의 학생참가 비중이 확대되도 학내 사안에 대해 논란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경미(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사립대 가운데 189개 대학에서는 대학평의원회의 학생 참여 비율은 11.9%라고 18일 밝혔다. 전국 229개 사립대의 대학평의원회 학생 참여비율은 11.9%로 열 명 가운데 한 명 꼴이었다. 구성원의 대다수도 교수의 비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제출한 사립대 대학평의원회의 구성단위별 현황은 교수가 전체의 39.6%로 가장 높고, 뒤이어 직원 24.9%, 동문 및 기타 23.6%로 나타났다. 학생은 11.9%로 대학 구성원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학생평의원 수가 단 1명인 대학이 4년제 86개(56.6%), 전문대학은 103개(89.6%) 대학인 것으로 돼. 전체 대학의 95.1%가 2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학 내 중요정책을 심의하는 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 참여하는 학생위원 비율이 너무 낮다 투명성과 민주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학생참여가 갈등해소로 쉽사리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함께 제기됐다. 사진은 건국대 면접에 앞선 면접관과의 대화모습. /사진=건국대 제공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는 대학 민주주의를 위해 2005년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며 도입됐다. 당초 취지는 대학 법인의 독주와 사학 비리를 방지하고 교수와 직원, 학생이 의사결정에 참여해 민주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라 사립대학에 설치 의무화된 대학평의원회는 학내 중요 정책에 대해 심의/자문할 구성원을 교원과 직원, 학생 중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되, 동문과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도 포함해 11인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대다수의 사립대가 법정최저인원인 11명 선으로 평의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85.8%에 해당하는 229개 학교가 법정 최저기준인 11명으로 구성했다. 12명이나 13명으로 꾸린 대학은 각각 13개, 16개 학교다. 14명 이상으로 평의원회를 구성한 대학은 경희대(21명), 연세대(19명), 경기대 중앙대 계명대 영남대 인제대 한양대 등 8개교였고, 전문대는 오산대(15명)만 이었다. 박 의원은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내의 중요 정책을 심의/자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한 많은 구성원을 참여시켜 의견을 듣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며 “대다수 대학이 법정 최저 인원수만으로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한 것은 대학평의원회의 기능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견제의 기능을 담당할 대학평의원회가 유명무실한 점이다. 일부 대학에서 운영 중인 평의원회가 도입취지와 달리 단순 심의기구로 한정된 역할만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26조항은 평의원회의 기능을 △대학의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대학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추천위원회의 위원의 추천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 등으로 정하고 있다. 의결권한을 평의원회에 부여하지 않고, 심의/자문의 기능할 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학내 사안에 대해 협의와 목소리를 분출할 수 있는 대표적 기구가 제 역할을 못하니 구성원 단위별 대표단체인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노동조합 등으로 각기 분산돼 갈등의 폭이 심화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대학평의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함부로 외부로 발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존재했다. 전국 150개 4년제 대학 가운데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을 제출한 107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76.6%인 82개 대학이 ‘대학평의원회에서 알게 된 비밀사항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비밀유지’ 조항이 있고, 일부 대학은 이를 어길 경우 해촉하거나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비밀규정 때문에 주요 의사를 심의자문하는 기구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 투명성과 민주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학과 구조조정 등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의 경우, 평의원회에 논의된 사항들이 구체적 결론없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의원은 “대다수 사립대가 설립자나 이사장, 그 친인척과 측근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학생들의 학사행정 참여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라며,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려는 대학평의원회 도입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성 인원과 학생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논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업계전문가는 “평의원회의 학생참여 확대가 갈등해소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1970년대, 1980년대 당시 사회정의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분출했던 학생들이 최근엔 특정 이슈가 본인의 실질적인 이익과 결부될 때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학내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고 거론했다.  더불어 “대학발전을 위해선 이해관계가 미치는 구성원 간의 진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학생참여가 보장된다고 해도 민주성을 지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대학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재단과 총장 이하의 이사진이 결정,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조다. 학생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지만, 1년마다 바뀌는 학생회 특성상 지속성은 담보할 수 없거니와 학생들이 교육수요자, 즉 소비자의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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