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근 한양대 입학처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오성근(55) 한양대 입학처장(화학공학과 교수)은 한양대의 ‘착한 입시’를 이끄는 수장으로 제격이다. 오 처장 스스로 ‘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단정한 외모에서부터 이미 ‘착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기보다 상대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겸손의 자세는, 지난해 오 처장의 ‘입학처 컴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양대가 그간 공격적인 행보를 다지는, 안정적인 디딤돌 역할에 적임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오 처장의 겸손함은 그만한 자신감과 궤를 같이한다. 오 처장은 이미 오랜 입시경력을 보유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년간 입학실장, 2009년부터 2년간 입학처장, 2011년부터 2년간 대교협 입학전형지원실장을 지낸 경력을 지녔다. 대입지형의 변화가 극심한 2007년 이래, 대입 최전선에서 대내외적 공력을 쌓은 셈이다.

한양대 입학처는 상위권 대학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어찌 보면 문제 제기보다 문제해결에 익숙한 ‘단순명쾌한’ 공대 교수들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제기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보려는 공대 특유의 정서가 입학처의 입시행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얘기다.

한양대가 내놓은 전형설계는 철저하게 교육수요자 중심이다. 수시 전 전형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 건 파격이라 할만하다. 전형간소화의 돌풍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대학들이 수능최저를 통해 정시 평가요소를 수시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시에선 수시 평가요소만을 적용, 정시 평가요소인 수능은 수능최저폐지뿐 아니라 아예 ‘수능면제’의 파격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수험생 입장에선 수시는 수시일 뿐 정시 수능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게 설계했다. 학생부중심전형은 오로지 학생부만을 갖고 평가한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선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의 학생부 외 서류는 물론, 면접조차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온전히 학생부기재내용만을 가지고 평가한다. 불필요한 사교육영향 여지를 철저히 봉쇄한 것은 물론, 고교현장에도 공교육정상화와 교권확립의 기반을 제공한 덕목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은 올해 면접이 부활하긴 했지만 학생부기재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의 면접으로, 별도 사교육은 물론 큰 부담이 없는 게 특징이다. 논술전형은 논술60%+학생부종합평가40%의 비중으로, 학생부종합평가라는 변수가 자리하지만 출결 등 성실도를 본다는 측면에서 논술100%라 봐도 무방하다. 수시 전 전형에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것과 함께 전형명칭에 따른 준비, 즉 학생부중심전형은 학생부만, 논술전형은 논술만 집중해도 되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착한 설계’인 셈이다.

특히 한양대 입학처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입결 공개’다. 교육부가 ‘어디가’를 통해 각 대학에 입결공개를 의무화하다시피 한 올 봄 이전, 이미 한양대는 수년간 자체적으로 입학생 평균입결을 공개해왔다. 입결은 ‘입시결과’의 줄임말로, 입학생들의 입학성적을 말한다. 각 대학 입학처의 성적표로 통해왔다. 입학생들의 입학성적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입학처 한해 성과를 가름하는 점수로 매겨졌던 탓이다. 한양대는 일찌감치 입학생 평균입결을 공개함으로써, 입시시장에 파격을 불러왔다. 그것도 학과별 전형별로 전 모집단위의 입결을 투명하게 구분해 전면공개함으로써, 구분선이 희미한 대입전선에 뛰어든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뚜렷한 정보를 제공해왔다는 평가다.

스마트하고 단순명쾌하며 남다른 실행력을 자랑하는 공대중심의 한양대 기조를 반영하듯, 한양대 입학처가 내놓은 정보공개는 시공간을 초월, 읽기 쉬운 방식으로 대입판에 획을 그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험생 각자에 적합한 전형과 합격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앱을 국내대학 최초로 개발해 공개했고, 입학처 홈페이지는 최근 업데이트 상황을 대학최초로 표기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였다. 페이퍼로 제공하는 자료 역시 이해하기 쉽도록 한 페이지로 도표를 삽입하고 글자크기를 키우는 등 철저한 소비자 마인드다. 합격자 발표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민함이 돋보인다.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덕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발 빠른 합격자 발표 일정이다. 공지된 일정보다 앞당겨 발표, 해마다 한양대는 수험생들에게 수시엔 ‘추석선물’, 정시엔 ‘크리스마스선물’을 선사해왔다. 외부에선 공대 경쟁력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웹과 모바일에서 구현되는 스마트함, 합격자 사정단계의 기민함은 ‘한양공대’로 명성인 한양대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는 시각이다.

한양대의 입학설명회는 타 대학에도 ‘일대일 상담’ 위주의 설명회라는 ‘착한 설명회’를 전파시킨 원조다. 대학재정상황 세계대학순위 대학규모 등 대학의 강점을 ‘홍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대학 입학설명회는 한양대의 ‘착한 설명회’를 기점으로 수요자를 위한 ‘일대일 상담’으로 돌아섰다. 한양대는 학교홍보를 철저히 배제, 입시설명에 주력한 설명회를 대학최초로 선보였다. 전형설계에 대한 간단한 무대설명을 마친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에 대해 입학사정관이 일대일 상담을 실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종료 시각 없는 설명회’의 배경이다. 단 한 명 남을 때까지 아무리 늦은 시각이라 하더라도 설명회가 이어진다. 입학사정관들은 물론 입학처장 입학팀장들까지 상담테이블에 수험생과 마주한다. 한양대 입학처의 공력은 사교육 입시 컨설턴트의 수준과 비교대상이 안 될 정도로 전문적이라는 호평이다. 신청자에 한해 온라인 및 방문상담도 상시 실시한다. 교육부의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사업 시행 첫 해부터 최고대학의 평가를 받으며 ‘착한 입시’의 명성을 쌓아온 근거다.

▲ 오성근 한양대 입학처장/사진=최병준 기자 ept160@veritas-a.com오성근

- 수요자 중심의 행보가 단연 돋보인다
“한양대는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수요자 중심의 입시제도를 운영한다고 자부한다. 그 일환으로, 투명한 입학정보 공개를 꼽을 수 있다. 입학처 홈페이지는 물론, 입학정보제공 어플리케이션인 ‘한양입학플래너’를 통해 내신성적 논술성적 수능백분위 충원율 등 과거 입학정보를 100% 공개하고 있다. 전체 등록자의 입학정보를 전형별/학과별로 공개했기 때문에, 본인이 지원하는 전형, 지원하는 학과에 대한 과거 입학정보를 참고한다면 합격의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국내대학 최초로 입학정보를 담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제공하기도 했다. ▲나의 수시전형 찾기 메뉴 추가 ▲전공적성 나침반 메뉴 체계화 ▲2017학년 수시전형별 설명회 영상 탑재▲전년도 시행 각종 기출문제 및 모의문제 확인 ▲가상 대학탐방 등의 기능이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입학정보 부족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수험생 및 학부모에게 도움을 주고, 특히 지방에 거주해 입시정보에서 소외되는 수험생 및 학부모가 없도록 하기 위해 한양입학플래너를 전면 개편, 입학전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했다. 현재 3만명 이상의 수험생 학부모가 사용하고 있다.

입학처 홈페이지도 사용자 편의 중심으로 개편했다. 시기별로 많이 찾는 정보를 분석, 한번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개편했다고 자부한다. 해당 메뉴는 전년도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올해의 수요를 예측해 설계했다.”

- 입결공개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학교내 전공서열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요
‘어디가’ 공개 이전에도 한양대는 이미 한양대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입결을 공개해왔다. 학과별 전형별로 평균을 공개해왔는데, ‘어디가’ 이후 80% 컷을 공개하면서 정보공개가 더 많이 된 상황이다. 100%까지 공개하기엔 위험이 따른다. 추가합격으로 인해 100%컷은 매년 출렁이기 때문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도 100%컷을 잣대로 삼아선 낭패보기 십상이다. 80%컷 정도라면 지원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긴다.

수년 간 입결을 공개해왔음에도 한양대 상황에선 학과내 전공서열에 대한 학내 불만이 제기된 적은 없다. 계열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전형별로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수시에 공히 수능최저를 폐지함으로써 학생들이 수능점수로 소위 서열을 세우지는 않는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서열을 따지기도 힘들다. 학생부교과 역시 각 학교 내신 최상위권들이라 큰 의미가 없다. 논술의 경우 사실상 논술100%이기 때문에 입결에 의미가 없다.

입결공개 이후 오히려 기존의 학과서열이 파괴되면서, 학과서열이라는 의미 없는 개념이 사라질 조짐이 보인다. 입결이라는 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한양대 입장은 수험생 입장에선 가늠해보라는 의도로 입결을 공개해왔다. 숨길 것도 없고 숨겨서도 안 된다고 본다. 생각보다 많은 고교에서 한양대가 공개한 입결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진학지도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노력하고자 한다.

- 최근의 학종논란으로 학종확대 또는 운영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가장 큰 지적이 ‘학종=금수저전형’이라는 인식을 깔고 출발하는 것인데,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한양대의 경우 학종은 학생부로만 평가한다.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증빙서류를 일체 받지 않는다. 특히 자소서의 경우 작성에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 측면이다. 사실상 자소서의 경우 과장된 내용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한양대가 학생부만 평가하는 이유다.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학교생활만 열심히 하라는 게 한양대 학종의 메시지다.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학교생활에 충실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2015학년 도입 당시, 학생부로만 평가하는 데 불안한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현재 학생부들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다. 학종은 사교육이 발 들이지 못하는, 교사와 학생이 주체가 되어 학생들을 학교 안에서 보호하며 성장시키는, 바람직한 전형이다. 한양대가 학종에 자소서 추천서를 배제함으로써, 고교 현장의 학생부 함량과 교육 함량이 높아지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게다가 학종으로만 100% 선발하는 게 아니다. 한양대가 입시설계를 하면서 염두에 두는 건 ‘균형’이다. 한양대의 경우 30% 가량을 학종에 배정해뒀다. 과도하게 한 개의 전형만 강조할 경우, 고교의 학생부기재 능력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수험생도 있을 수 있다. 학종 학생부교과 논술 특기자의 수시 전형과 수능위주의 정시 등 루트 가운데 자신에 유리한 전형을 선택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한양대는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은 고른 전형설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교육 접근이 어려운 시골 학생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학종의 경우 특히 지방소재 학교들일수록 유리한 측면이다. 이 학교들이 정시에만 집중하는 건 짧은 생각이다. 정시의 경우 합격생의 60% 가량이 재수생일 정도로 저소득층 또는 사교육 접근이 힘든 곳일수록 불리하다. 실제로 많은 지방학생들이 수시 학종을 통해 합격해왔다. 학종은 과도기 상으로 여러 단점을 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교육적 측면이나 고교정상화 측면에서 그간 생각지 못하거나 감히 실행하지 못했던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분명 일조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없애야 한다기보다는, 장점이 분명하다면 단점을 보완해 발전시켜가는 게 맞다.

논술의 경우 사교육비 부담의 우려가 크지만, 한양대 논술은 교육과정 내 범위를 철저히 준수, 쉽게 출제하는 것은 물론 논술에 대비할 수 있도록 모의논술을 시행하고, 모의논술과 본논술의 기출문제와 출제의도, 합격생들의 우수답안까지 모두 공개해왔다. 사교육 없이도 충분히 접근 가능하다. 논술 합격생들을 보면, 특별히 서울 학생들이 편중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충북제천 시골 출신이다. 다니던 고교의 한 학년에 17명에 불과한, 정말 작은 학교였다. 지역에 따른 불리한 전형설계를 할 리 없지 않겠나. 개천에서 용 나는 입시, 수시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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