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핵심 광역모집, 2018 시행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중앙대가 2017 정시에서 지난해 도입한 광역모집을 시행 1년만에 철회하기로 했다. 공대와 창의ICT공대에 한해서만 광역모집을 실시하고 나머지는 다시 학과별로 모집한다. 다만 백지화는 아니며 연착륙을 위한 개선작업을 우선 시행한 뒤 내년에 다시 광역모집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 광역모집안은 일부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로 내홍을 겪으면서 지난해 입시에선 수시는 학과별모집을 그대로 하고 정시만 광역모집으로 시행돼 ‘반쪽짜리’란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정시마저 학과별 모집으로 돌아가게 된 셈. 중앙대의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강한 학내반발에 따른 경영진의 교체, 잇단 정부재정지원 사업 탈락에 막혀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상징적인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대는 2017학년에는 잠시 광역모집을 철회하지만, 2018학년 다시금 광역모집을 실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앙대가 학내 커뮤니티에 공개한 ‘제8차 교무위원회의 의결사항’에는 “2016~2017학년 2개년에 걸쳐 제도적 보완을 통해 2018학년도부터는 학생의 전공탐색 기회를 확대하는 모집단위 광역화 방안 실시를 결의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중앙대의 구조조정이 광역모집을 중심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광역모집을 전면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조정을 통한 개혁의 불씨는 남겨둔 셈이다. 

▲ 중앙대가 2017 정시에서 지난해 도입한 광역모집을 시행 1년만에 철회하기로 했다. 다만 광역모집은 구조조정의 핵심축인만큼 백지화는 아니며 개선작업을 거쳐 2018학년 입시에서 광역모집을 다시 시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는 공학계열만 광역모집...개혁 숨고르기>
중앙대는 17일 제8차 교무위원회를 열고 2017정시 광역모집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며, 지난해 광역모집으로 선발한 재학생들의 전공선택 원칙 등을 결의했다.

의결사항에 따르면, 2017입시에서는 공학계열(공대, 창의ICT공대)에 한해 광역모집을 시행하기로 했다. 광역모집 인원은 전체 공학계열 모집인원의 2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단, 정원외 모집인원은 학과별로 선발할 수 있다. 공대와 창의ICT공대를 제외한 나머지 단과대학은 올해 광역모집을 폐지하고 학과/학부/전공별 모집에 나선다.

광역모집을 유지하는 공대와 창의ICT공대는 신입생들에게 다양한 전공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교양 및 전공기초과정 등 교육과정을 표준화한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Academic Advisor) 제도를 정교화해 시행하는 데 대한 본부의 지원도 결의했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는 전공에 관련 없이 구성한 단과대학 내 교수와 전문가들로 광역모집에 따른 학생들의 전공선택은 물론, 취업 등에 대해서도 조언하게 된다.

학생들의 전공선택 원칙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지난해 광역모집으로 선발한 정시 신입생들의 전공 선택은 학문단위별 입학정원의 5~10% 이내에서만 초과수용이 허용된다. 정원이 100명 이상이면 105%, 100명 미만이면 110%를 수용상한 인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특정 학과 진학을 원하는 희망자수가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에는 1학년 때 이수한 전 과목 성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중앙대는 학과별 모집 신입생과 광역 모집 신입생을 차별하지 않는 1학년 관리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2018학년 광역모집 시행 원칙 결의>
중앙대는 올해를 건너뛰고 현재 고2가 치르는 2018대입에서는 다시 모집단위 광역화를 시행하기로 했다. 2016~2017학년은 광역모집에 필요한 교육과정 정비, 전공체험 기회제공, 학생지도 체계구축 완료를 위한 재정비 기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광역모집 시행 준비를 위해 우선 1학년 교육과정을 단과대학별로 표준화한 교양과정과 전공기초 교육과정을 만들어 시행하기로 했다. 신입생을 ‘반(Learning Community)’ 별로 편성해 지도교수와 감독관(Proctor) 등을 배정해 효율적인 학생 지도체제를 구축한다. 반별로 활발한 정보교류와 네트워크 형성도 지원한다. 전공/학과를 체험할 수 있는 교과/비교과 활동 기회 확대한다. 전과 다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및 자기설계전공 등을 통한 학사제도의 유연화도 병행하기로 했다. 입시 면에서는 입학 전부터 학부모/학생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고 진로가이드북 등을 제공하며, 입학 후에는 전공/학과 맛보기를 위한 새내기 공통 교육과정, 전공/학과 설명회(Fair) 등도 개최한다.

교무위원들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2016~2017학년 2개년에 걸쳐 제도적 보완을 통해 2018학년부터는 학생의 전공탐색 기회를 확대하는 모집단위 광역화 방안 실시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날 광역모집 철회를 개혁안 철폐의 시작으로 해석했다. 총학생회는 중앙대가 공대와 창의ICT공대를 제외한 광역모집을 철회한 데 대해 "조금의 변화를 바탕으로 앞으로 큰 변화를 기대해보고자 한다"며 "앞으로 학교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에 대해서 학내 구성주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논평했다.

<개혁 선도 처절한 대가 치른 중앙대>
국내 주요대학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구조개혁을 주창했던 중앙대는 지난해와 올해 처절한 댓가를 치렀다. SW중심대학 선정사업, 프라임사업,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잇따라 탈락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등 불운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중앙대의 숨고르기가 대내외적인 상황 악화 속에서 구조개혁을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던 프라임사업에서 탈락한 원인도 학내 갈등이 표면화돼 심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앙대는 사업계획서를 통해 밝힌 정원이동 규모도 454명으로 적지 않았던 데다 그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온 대학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프라임사업은 단발성 계획보다는 장기적인 대학의 태도를 주안점으로 평가했다고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앙대가 인문대를 중심으로 한 학내반발을 잠재우지 못한 것과 전 총장의 공직 재임시절 비리의혹 등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중앙대는 날 선 구조개혁의 영향으로 내홍 수준을 벗어나 ‘중대 사태’라고 불리며 대표적인 사회 이슈로 회자됐다. 물론 개혁 과정에서 일부 개선해야 할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론 오히려 학교 발전의 디딤돌이 됐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막말파문과 같은 가십성 요소를 걷어낸, 중대사태의 본질은 지난해 2월 발표된 학사구조 선진화방안이 도화선이 돼 진행된 구조개혁 드라이브와 여기에 대한 구성원의 강한 반발로 요약할 수 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과 PRIME 사업이라는 정부의 요구에 오히려 선제적 대응에 나섰던 개혁선도자가 치른 처절한 대가인 셈이다.

강한 개혁 드라이브만큼이나 반발도 컸지만 대학가에선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바닥을 치고 있는 한국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끌어올려보고자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갈등이라는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에 의하면 2014년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은 60개 국가 중 53위 수준. IMD는 1989년부터 매년 상반기 세계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별 대학 경쟁력을 측정하고 있다. IMD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은 언제나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2005년 국가경쟁력이 세계 27위였던 반면 교육경쟁력은 52위, 2006년에도 국가경쟁력은 32위, 교육경쟁력은 50위에 불과했다. 교육경쟁력이 39위로 가장 높았던 2011년에도 국가경쟁력 22위에 미치지 못했다. 2014년엔 국가경쟁력이 26위인 반면 교육경쟁력은 53위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앙대의 선진화방안은 단계별 개혁안으로, 모집단위 광역화는 유연한 학사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1단계 조치에 해당한다. 입시부터 학과단위 칸막이를 제거, 결과적으로 계열별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인문대학을 중심으로 일부 비인기 전공의 폐과가 전망된다는 점에서 강한 반발을 샀다. 중앙대는 한발 물러서 정시에서만 광역모집을 시행했다가, 이번에 정시에서도 광역모집을 한시적으로 철회한 데 이르렀다. 내년 광역모집을 재시행하겠다는 단서를 달았고, 개혁 명분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앙대의 행보가 주목된다.

<2017 중앙대 입시..원안대로>
중앙대 입시는 결국 전형계획과 모집요강에서 밝힌 원안대도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시 모집요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 프라임사업에 신청하면서 제시한 정원이동은 사업 탈락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전형계획에 따르면, 중앙대는 2017 대입에서 총 4371명(정원내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 지식경영학부 만학도 선발 1명 제외)을 선발한다. 서울캠퍼스에서 3271(수시 2482명/정시 789명)명, 안성캠퍼스에서 1100(625/475)명을 각각 선발한다.

2017 중앙대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전체의 39.62%(1231명)를 차지한다. 다빈치형인재전형이 서울캠퍼스 497명, 안성캠퍼스 120명 등 617명을 선발하며, 탐구형인재전형이 서울캠퍼스 605명, 안성캠퍼스 9명 등 614명을 선발한다. ▲논술전형은 서울캠퍼스 836명, 안성캠퍼스 80명 등 가장 많은 916명을 선발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서울캠퍼스 363명, 안성캠퍼스 102명 등 465명을 선발한다.

정시모집은 서울캠퍼스 789명, 안성캠퍼스 475명 등 1264명을 선발한다. 올해 2016학년 서울캠퍼스 799명, 안성캠퍼스 590명과 비교하면 각각 10명, 115명이 줄어 총 125명이 줄었다. 안성캠의 감소폭이 큰 이유는 예체능모집단위가 수시 특기자전형을 늘리고 정시를 줄인 때문이다.

수시/정시 모두 전형방식이나 지원자격이 2016입시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수능에서 한국사 필수반영, 국어 선택형 수능 폐지, 수학 B/A형의 가/나형 전환 등이 반영된 것이 전부다. 수시 수능최저에서 한국사는 4등급 이내, 정시는 4등급까지 10점 만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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