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의 교육돋보기]

‘주요대 정시경쟁률 전년보다 하락’ ‘서울 주요대 정시경쟁률 하락’. 중앙일보를 비롯 상당수 언론이 보도한 기사들입니다. 2016 정시에서 상위대학의 경쟁률은 과연 하락했을까요. 베리타스알파의 2016 정시 경쟁률 분석 결과 상위 15개교 경쟁률은 6.16대 1로 지난해 6.04대 1보다 소폭 상승했습니다. 상위대학의 정시경쟁률이 상승한 게 맞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사를 읽은 많은 수요자들은 상위대학 경쟁률이 하락했다고 받아들였을 테니까요. 특히 팩트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기사를 오보로 만들고 일반인의 인식까지 정반대로 몰고 갔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집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주요대 정시 하락’ 기사의 공통점은 모두 진학사의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진학사 홈페이지 정시대비전략 코너에도 여전히 올라가 있는 진학사의 보도자료는 ‘2016 서울 주요대 정시 모집 마감, 전년보다 경쟁률 하락’이라는 제목으로 구랍 30일 배포됐습니다. 진학사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의 신뢰도가 워낙 떨어져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 베리타스알파 입장에서도 저희 분석 결과와는 정반대의 수치 앞에 철저한 검증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요대학의 범위를 9개로 좁힌 진학사 보도자료의 문제점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보도자료는 경쟁률 표에는 본교기준이라고 명시했으면서도 본분교통합 대학과 본분교체제의 대학을 구별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상위대학 15개 가운데 중앙대 경희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4개교는 본분교통합 대학입니다. 분교를 가진 연대 고대의 경쟁률은 본교인 서울캠만 경쟁률을 반영하는 대신 통합대학은 모두 본교로 보고 합산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진학사가 5.49대 1(1044명 모집/5734명 지원)이라고 밝힌 경희대는 서울캠만 반영한 수치로 6.55대 1(942명/6168명)의 국제캠을 합산해 5.99대 1(1986명/1만1902명)이어야 맞습니다. 4.34대 1이라고 밝힌 외대 역시 서울캠 기준 수치여서 5.63대 1(1009명/5683명)인 글로벌캠을 합해 5.16대 1(1595명/8226명)로 계산해야 합니다. 모집인원이 3배 가까이 많은 글로벌캠을 배제하면서 팩트의 왜곡이 벌어진 것입니다.

더 심각한 오류는 중앙대 경쟁률을 아예 배제했다는 사실입니다. 중앙대는 2016 정시에서 무려 12.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상승한 것은 물론 15개 상위대학 가운데 경쟁률 1위인 대학입니다. 진학사의 논리대로 본분교 통합을 무시할 경우 중앙대 서울캠의 경쟁률은 무려 17.07대 1이나 됩니다.

서울대는 29일 마감했지만 중앙대를 포함한 9개 대학은 모두 30일 마감한 상황에서 상위 10개대학 가운데 진학사가 중앙대를 배제한 이유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경쟁률 폭등으로 전년대비 상승이면서 상위대학 전체 경쟁률 1위인 중앙대를 넣고 10개 상위대학으로 자료를 만들었다면 본분교통합을 무시했다 하더라도 경쟁률 상승이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경쟁률 상승을 하락으로 팩트가 왜곡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도적으로 중앙대를 배제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학들과 통화하면서 의문이 곧바로 풀렸습니다. 중앙대는 진학사 어플라이를 쓰지 않는 대학이어서 의도적으로 감행된 보복이라는 해석이었습니다. “어플라이 업체이면서 보도자료를 내는 입시기관인 진학사는 배치표의 예상커트라인을 높여 경쟁률을 떨어뜨리거나 보도자료에서 의도적으로 해당대학을 배제하는 방식을 즐겨 써왔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미 입학처 직원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얘기였지만 아주 극적인 방식으로 진학사의 ‘만행’이 드러난 셈입니다. 경쟁률 1위 대학을 배제하면서 정반대로 팩트가 왜곡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상위대학 경쟁률이 하락했다는 기사들이 나가게 했으니까요.

돌아보면 진학사는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헛발질을 보여줬습니다. 입시기관의 실력을 검증하는 동시에 신중함을 촉구하기 위해 베리타스알파가 꾸준히 실시해온 ‘추정 등급컷 검증’에서 10여 개 입시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적중률을 보이며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6월모평에선 1등급컷 적중이 하나도 없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2016 수능 당일에는 입시기관으로서 금도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낮시간 동안 진학사를 인용한 온라인 보도는 수학B형과 영어의 1등급컷이 100점으로 나가면서 수요자들을 혼란에 몰아넣었습니다. 저녁에 나온 등급컷은 아무 해명 없이 수학B형 96점, 영어 92점으로 조정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급기야 연말에는 수험생 커뮤니티에 직원들을 동원해 경쟁사 배치자료와 분석을 비방한 사실마저 드러나 실력에 이어 자질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새해에는 신뢰회복을 위한 환골탈태를 기대해봅니다. 대학사회에서 ‘공적’으로까지 몰렸던 성균관대가 지난해 수요자신뢰회복 조치로 안간힘을 썼던 것처럼 말입니다. 진학사는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대입 공통원서 접수시스템을 운영하는 어플라이 업체이면서 동시에 대입분석자료를 배포해 언론과 수요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입시기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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