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수능 선택과목별 유불리는 통합형 수능의 고질적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원점수 만점자인 경우에도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의 차이가 최대 4점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023수능 국어에서 언어와매체에 응시한 경우 모든 문제를 맞히면 표점 최고점 134점을 받을 수 있지만, 화법과작문은 모든 문제를 맞히더라도 표점이 130점에 머물러 표점 최고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2022수능에서 각 149점 147점으로 2점 차였던 것과 비교해 격차가 늘어났습니다.

지난 2년간의 학습 효과로 수험생은 표점이 높게 나오는 과목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국어는 언매, 수학은 미적 또는 기하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올해 3월학평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어 1등급의 94.6%는 언매 선택자로 집계됐으며 화작의 비율은 5.4%에 그쳤습니다. 수학 역시 1등급 학생 중 99.1%가 미적 선택자였으며 1등급 중 확률과통계 선택자는 0.8%에 불과했습니다.

언어와매체는 문법 문항이 포함돼 있어 화법과작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습부담이 높은 과목입니다. 통상 ‘이과는 수학, 문과는 국어에 강하다’는 일반적 인식이 있지만 최근 이과생들 역시 부담이 큰 언매로 쏠리고 있습니다.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과생의 언매 선택 비율은 2022학년 수능 35.8%에서 2023학년 44.4%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3월학평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고3 재학생과 재수생 모두 이과의 언매 선택 비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수험생 4000여 명(고3학생 1373명/재수생 2647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3은 50%에서 61%로, 재수생은 49.5%에서 무려 64.7%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반복학습 효과로 상위권 비율이 높은 이과 재수생에서 언매 선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험생들의 언매 쏠림은 학습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과목을 택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통합형 수능의 표점 산출식에 따르면 공통과목 원점수 평균이 높을수록 표점도 높게 산출됩니다. 원점수 평균이 높은 과목 쏠림이 증가하는 이유입니다.

베리타스알파 설문에서도 2024수능 국어 선택과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물었을 때, 71.4%는 언어와 매체를 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화법과 작문의 응답률은 28.6%였습니다.

올해도 유불리 문제 개선 없이 2022수능 2023수능과 동일한 통합수능으로 치러지면서 학습 효과로 인한 수능의 폐해는 가중될 전망입니다. 당장 통합수능을 폐지할 수 없다고 해도 수능 점수 산출 체계나 선택과목 응시집단별 세부 통계라도 공개해야 하는데, 평가원은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도 비공개한다고 밝혀 ‘깜깜이’ 수능을 예고했습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규민 평가원장은 “점수 산출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선택과목 응시집단별 세부 통계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평가원은 2023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의 표점 차가 11점 차이가 난 것에 대해서도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 교육전문가는 “점수 보정 체계에 따라 상위권 학생이 많이 선택한 선택과목 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결국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는 이상 아무리 문제 난이도를 조정하려 한들 과목별 유불리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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