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 몰린 교육부의 총선용 생색내기 의구심’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교육부가 올해 교육개혁 과제 중 대학 개혁과 디지털 교육, 돌봄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19일 밝히면서 교육계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올해 1월 대통령실에 보고한 업무보고의 4대 분야 10대 정책 가운데 인구절벽과 디지털 충격, 지역 소멸이라는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이 가장 긴급한 과제라고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교육부의 4대 분야 10대 정책은 △학생맞춤에서 디지털 교과서, 학교 교육력 제고, 교사 지원 방안 마련 △가정맞춤에서 유보통합, 늘봄학교 △지역맞춤에서 규제혁신/권한이양으로 대학 자율성 보장, RISE사업과 글로컬 대학, 학교시설 복합화 △산업/사회맞춤에서 첨단 분야 인재양성, 마지막으로 교육개혁 입법화 추진 등이었다. 

하지만 교육부의 3대 교육개혁 정책을 놓고 교육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이나 교육개혁 입법화 등은 빠진 데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 인재 양성과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의대 쏠림 대책까지 빠지면서 현안들은 아예 포기하거나 묻어버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대학개혁 디지털교육 돌봄은 미래를 향한 방향성이지 올해 꼭 해야 하는 시급한 현안인지 공감하기 어렵다. 이미 대통령 업무보고는 인수위 시절 현안들로 채웠고 이주호 장관은 매체마다 돌아가며 기사 플레이를 통해 부처 업무보고와 장관 생각이 따로 노는 진풍경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현안들을 아예 묻어버리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초등학교 의대반으로 상징되는 대입 고입 지형을 바로잡는 2028대입개편마저 무시되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통합수능 3년 차에 따라 문이과 유불리로 수요자는 죽어나고 있는데 교육부는 아예 무시하겠다는 걸로 들린다. 특히 윤 정부의 첨단 인재 양성 계획마저 배제됐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의 최대 걸림돌인 의대 쏠림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토록 했음에도 교육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더니 이젠 아예 무시하려고 든다”고 비판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교육인재정책 세미나에서 정부의 3대 교육개혁 추진방향을 공개했다. 3대 정책은 대학 개혁, 디지털 교육혁신, 국가책임 돌봄/교육 등이다. 시급한 현안인 통합형 수능 유불리 문제와 사교육비 문제 등은 언급조차 없었다. /사진=교육부 제공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교육인재정책 세미나에서 정부의 3대 교육개혁 추진방향을 공개했다. 3대 정책은 대학 개혁, 디지털 교육혁신, 국가책임 돌봄/교육 등이다. 시급한 현안인 통합형 수능 유불리 문제와 사교육비 문제 등은 언급조차 없었다.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 3대 교육정책.. 2028대입개편 등 현안 언급 ‘전무’>
이날 교육부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3 교육/인재정책 세미나’를 열고 전문가들과 교육개혁 방향과 인재 양성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행사에서 이 장관은 “정책의 시급성과 국민 공감도를 고려해 교육부가 우선 집중해야 할 과제로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 혁신, 대학 개혁을 3대 정책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교육개혁 3대 정책은 1월15일 연두 업무보고에서 밝힌 4대 분야 10대 과제 중 가장 공감도와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선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구절벽, 디지털 충격, 지역 소멸이라는 긴급한 사회문제에 대응하고자 부처의 역량을 총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3대 정책 가운데 2028대입개편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통합형 수능 유불리 문제 △역대 최대 사교육비 △의대 쏠림 △2028대입개편 △고입개편 등 핵심 과제로 언급해야 할 현안은 모두 놓친 채 정치적인 이슈들만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3대 정책 발표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조리 방치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라 해석한다. 특히 안개 속 2028대입개편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 산적한 현안.. ‘이공계 블랙홀’ 의대, 역대 최대 사교육비까지 ‘무대책’
2월22일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에 발목을 잡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의대 쏠림 범부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연일 언론들이 블랙홀이 심화하고 있는 의대 열풍의 실상을 보도한 뒤끝이었다. 대통령실까지 나섰음에도 교육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의대 쏠림의 주 요인은 정시 확대로부터 비롯된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진단이지만 정시40% 유지를 고집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되려 과기부가 과학영재 발굴육성전략을 수립했지만 이는 어설프게 영재학교 조기졸업과 영재학교 확대에 맞추면서 의대열풍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열풍을 가속화하는 불쏘시개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재수 반수생에 유리한 정시 확대를 통해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의대로 몰려든 것이어서 정시 확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영재학교 조기졸업과 영재학교 확대는 그대로 의대 열풍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달 7일 발표된 2022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여론을 뒤흔들기는 충분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학생 수는 532만명에서 528만명으로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전년 23조4000억원보다 10.8%p 상승했다. 지난해 5월 윤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장기간 교육부 수장 공백으로 개선 없는 교육정책이 이어지면서 사교육비 폭증은 예견된 결과였다. 정시 확대와 통합수능이 겹친 학습 효과로 N수생 확대, 의약 쏠림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정책 개선에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새 정부에서 사교육비가 26조를 기록했으면 대책도 함께 발표해야 타당한데 안일하게 상반기에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장관이 정시40% 룰을 고수하고 통합수능은 대입 4년 예고제 핑계를 대며 지난 문 정부에서 왜곡된 교육정책들을 2028학년까지 이어가려는 점이다”라며 꼬집었다.

결국 연이어 터진 교육 관련 이슈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한 이유는 이 장관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잇따라 사건들이 터지기 직전 밝힌 정시40% 유지 입장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해석이다. 4년 예고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까지 덧붙인 이 장관의 정시40% 유지 입장은 2028대입개편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언급으로 이어졌다. 대학 한 관계자는 “2028대입개편을 앞두고 이 장관의 정시40% 유지 입장은 이미 초등 유치원생 시장에까지 ‘의대 가려면 학원으로 달려가라’는 신호를 던졌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역대 최대 사교육비 경신의 빌미를 던지다니... 아마 장관 경질이 아니라 교육부 해체로도 민심을 달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3대 정책 ‘대학 개혁, 디지털 교육, 돌봄’.. ‘최근 10년간 해온 장기적 얘기’>
교육부가 제시한 3대 주요 정책은 △대학 개혁 △디지털 교육혁신 △국가책임 돌봄/교육 등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들이 이전 정부에서도 꾸준히 이어오던 정책일 뿐 아니라 시급한 정책으로 꼽아 추진할 만큼 중요도가 있다고 판단되진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학 개혁은 이미 교육부가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RISE와 글로컬 대학 사업을 재언급한 것일 뿐이며 유보통합 등 돌봄 역시 역대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쟁점만 부각시켰을 뿐 성공에 이르지는 못한 문제이다. 보건복지부 등 부처간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지만 지난 10년간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였다. 디지털 교육 혁신은 청문회를 통해 이 장관 입장에선 아킬레스 건 같은 사안이다. 청문회 때부터 업체 유착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3대 개혁에까지 포함시킨 점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결국 세 정책 모두 ‘시급한 사항’이라며 강조한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첫 번째 개혁 주제인 대학 개혁은 지역 중심 대학 지원이 골자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SE)를 구축하고 혁신적 글로컬 대학을 육성할 예정이다. RISE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하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광역 시도가 계획을 수립해 중앙부처와 협약을 맺고, 이에 근거해 지역 대학을 지원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형태이다. 현재 4조원 규모의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중 절반 이상인 2조원가량이 지역주도로 전환될 예정이다. 글로컬 대학 사업은 지역사회 맞춤형 인재를 키우고자 혁신 계획을 갖춘 대학 30개교를 선정해 5년간 1000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업이 ‘지방대 살생부’로 활용될 것이라 우려한다. 그간 ‘정부 지원 나눠먹기’로 대학에서 대규모 사업 진행이 어려웠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능성 있는 대학에 투자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되는 셈이다. 대학 역시 글로컬 지정을 위해선 ‘통폐합’과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글로컬 사업 시안과 확정안에 ‘대학 간 통합’을 통한 캠퍼스 간 자원 공유, ‘유사학과 통합’ 등이 혁신 사례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사업 선정을 목표로 통폐합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위기에 놓인 대학에 시장 원리와 무한 경쟁이라는 낡고 단순한 논리를 앞세워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날 이 장관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선도 대학을 지원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선정된) 30개만 살리고 나머지는 죽인다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면 선정되는 대학뿐 아니라 모든 대학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디지털 교육 역시 의아한 카드 중 하나다. 꾸준히 논란을 빚은 에듀테크 기업의 기부금 후원과 ‘특정 업체 AI 학습 추천 의향’ 설문, 여기에 이 장관이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을 맡았을 당시 유착 논란을 빚은 ‘아시아교육협회-I사교육업체’ 아동시설 방문까지. 의심 가는 상황이 계속돼도 이 장관은 3대 개혁에 디지털 교육을 추가했다. 의심받을 만한 상황을 계속 만드는 셈이다. 디지털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까지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2025년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코딩, 소프트웨어(SW) 등 초중등 정보교육도 확대할 예정이다.

유보통합을 골자로 하는 국가책임 돌봄/교육 역시 정부마다 나오는 정책이지만 매번 빛을 보지 못한 정책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에서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보공시시스템 등을 통합하는 등 행정, 교육과정 통일까지는 진행했으나 교사 자격과 관리부처 통합은 추진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유보통합을 위한 토론까지 개최했으나 결론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여기에 교사들의 반발까지 심한 정책을 핵심과제로 꺼내 놓은 셈이다. 게다가 유보통합추진위 구성에서 보육 교직원단체 대표와 유치원 학부모단체 대표가 배제된 것으로 확인돼 관련 교육/노동/시민단체들이 잇달아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왜 3대 정책을 꺼낸 것일까?.. 총선 앞둔 생색내기인가>
그렇다면 이주호 교육부는 왜 무리하고 현안과 동떨어진 과제들을 ‘3대 주요 정책’이라고까지 칭하면서 강조했을까?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폐지론에 몰린 교육부 입장에선 무난한 카드들로 생색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친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시급한 현안인 통합수능은 당장 손보기 어려운 정책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의대 쏠림 역시 정시40%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하지만 정시40% 철회는 당장 수시/정시 싸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안 어느 하나 쉽지 않으니 결론이 나기 어려운 두루뭉술한 과제를 셋 고른 것이 아닌가 싶다. 총선용으로도 차라리 지방대 살리기 사업 등에 돈을 뿌리는 게 낫다고 여긴 듯싶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최근 잇따른 실책들로 역시 폐지 대상이라는 여론에 직면해온 교육부가 그나마 일은 한다는 여론 작업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첨단인재 양성을 위한 의대 쏠림 대책도 내놓지 못했고 사교육 대책 역시 미진했다. 어제 발표한 글로컬 대학 사업에도 ‘지방대 살리기’라며 막대한 돈을 투자할 것이라 밝히며 언론 보도가 쏟아졌는데 오늘 열린 2023 교육인재정책 세미나 결과 역시 3대 교육정책을 중심으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초등학교 의대반으로 상징되는 대입 고입 정책의 난맥상 즉 역대 최대 사교육비와 의대 쏠림, 통합수능 유불리 문제 등 수요자들의 현안은 모조리 외면한 채 일한다는 생색내기에 나선 듯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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